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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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
"역시 좋은거지?"
블랙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뭔가 좋다고 해야될 것 같은 분위기다. 뭐, 어차피 어떻게 불러도 상관 없으니까. 계속 흘러내리는 고양이를 잡으며 반쯤 포기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요."
"앗싸!"
이름을 허락받은 것 만으로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다.
"그보다, 왜 여기있는 거예요?"
"어? 아아-"
시리우스가 씨익 웃는다. 뭐냐, 그 불길한 웃음은.
"아마도 내년에 알 수 있을거다!"
"네?"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블랙, 아니, 시리우스가 실실 웃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기분 나쁜 웃음이다.
"돈으로 안되는건 없거든."
"……아, 네."
대충 대답을 하자 시리우스가 투덜거린다. 나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시리우스와 헤어졌다. 노리스 부인을 후플푸프 기숙사 근처에 놔두고는 다시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후플푸프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서, 필치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작정지 마법은 언젠가 풀리겠지.
"순수혈통."
대충 암호를 말하고 바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몇몇이 말을 걸었지만 대충 무시하고는 내 기숙사로 향했다.
"드레이코,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괜찮아."
대충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수면제를 꺼내 입에 넣었다. 크레이브하고 고일이 보는 것 같았지만 스네이프가 보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편했다. 시발, 스네이프가 보면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안오더라.
* * *
Side, Pansy Parkinson
"팬히?"
크레이브가 입에 잔뜩 사탕을 쑤셔넣으며 말했다. 팬시의 눈살이 찌푸러진건 당연한 일이었다.
"파킨슨이라고 부르랬지?"
"으, 응… 파킨슨. 왜 부른거야?"
"드레이코는 좀 어때?"
"방금 잠들었어. 괜찮은 것 같아."
"그래?"
팬시가 못 미덥다는 듯 크레이브를 바라보다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크레이브가 우물쭈물 거리며 팬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야? 드레이코 어디 아픈거야?"
"…됐어."
팬시가 말을 피했다. 그녀는 한 약속을 깰만큼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걸 말하면 드레이코가 곤란해지니까.
크레이브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팬시를 바라보았다. 팬시는 몰랐지만, 크레이브는 팬시를 잘 알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그녀를 좋아했으니꺼 말이다. 그리고 이 반응은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정말 드레이코가 아픈거야?"
"됐다니까 왜 자꾸 물어봐?"
"미, 미안…"
팬시가 고개를 돌리고는 여학생 기숙사로 들어갔다. 휴게실에 남게된 크레이브가 멍청히 눈을 깜빡였다.
"그, 그레고리!"
정신을 퍼득 차린 그가 최대한 큰 목소리로 고일을 불렀다. 패닉 상태에 빠진 크레이브가 큰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드레이코가, 정말로 아픈가봐!"
* * *
정말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것 같다. 조금 일찍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 휴게실에 앉아서 대충 시간 떼울 책을 꺼내들었다. 기숙사 안은 코고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
"말포이, 너 아프니?"
"…아니요?"
그리고 이런 일을 아홉 번 정도 당했다.
뭐지,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내가 대답하면 다들 어깨를 두드리며 낫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니, 안 아프다고. 다들 안믿는 분위기여서 체념하고 책에 집중했다.
"그, 그, 드레이코!"
"……?"
언제 온거지. 항상 늦게 일어나지 않았나. 크레이브와 고일이 서로를 툭툭 쳤다. 곧 크레이브가 우물쭈물 거리며 입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했다.
"저, 저기… 너 아픈거야?"
"……."
진짜 이런 소문은 누가 시작한거지. 이번이 아홉번 째였다. 절로 찌푸려지는 눈살을 꾹꾹 누르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안 아파."
"그, 그래… 그렇구나."
고일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크레이브가 어설프게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미안해, 드레이코. 안그래도 힘들었을 텐데."
"……?"
뭐를 말하는거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았지만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건강검진 결과 보여주면 알겠지. 사실 반쯤 체념하기도 했다.
연회장에 들어가자 다시 시선이 쏟아졌다. 쿡쿡 찌르는 시선에 체할 것 같다. 전생만 해도 이렇게까지 보지는 않았는데.
그나저나 영국 음식들은 왜 이렇게 느끼한걸까. 맛있다고 먹는 고일이 신기해보일 지경이다.
"교수님, 질문할 것이 있어요."
아침시간에 질문을 하다니 참 대단한 열의다. 그 쪽을 쳐다보니 슬리데린 교복을 입은- 래번클로가 아니군. 그것도 여러 명이다. 설마 단체로 미친건가.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 있잖아요. 제가 그걸 해보았는데, 늑대와 늑대인간의 차이점이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슬리데린들은 거의 다 스네이프를 좋아한다. 그들이 생글생글 웃으며 루핀 쪽을 바라보았다. 루핀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진다.
"보름에만 변한다는 것도요. 그러고보니 보름에만 루핀 교수님도 아프시죠?"
쨍그랑.
이번에는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루핀이 안쓰러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깨진 접시가 다시 복구되고, 교수들이 슬리데린들을 제지하기 위해 일어나고 있었다.
시끄러운 연회장에서 이렇게 잘들릴 수 있나. 생각해보니 연회장 전체가 고요했다. 역시 다들 남 일에는 관심이 많구나. 해리는 나설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조금 불안하게 스네이프를 응시했다. 여기서 들키면 정말 끝장아닌가.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우연이다."
"네?"
"우연이라고 했다. 더 물어볼 질문은 없느냐?"
"어, 없어요…"
슬리데린들이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스네이프가 다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작품후기]
179+8=187 거기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애들 -2=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