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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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이 보였다. 나는 지도를 포터에게 건내주면서 말했다.
"지금 몇 시지?"
"어, 6시 15분."
"바로 가자. 포터, 투명망토 챙겨."
"으, 응."
포터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고 싶지만 참고있는 것 같았다. 포터가 투명망토를 들고 나왔고, 우리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 * *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거야?"
포터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제야 묻는거냐. 나는 바로 생각해두었던 변명거리를 꺼냈다.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에서 쓰고왔잖아."
"아, 맞다."
한심하다는 눈으로 포터를 바라보자 그가 멋쩍게 웃었다. 그레인저가 투명망토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그보다 3명이 들어가는거냐. 꾸역꾸역 밀어넣는게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말포이, 너 이렇게 일어나도 괜찮은거니?"
"괜찮아."
"좋아. 대신 끝나고 병동으로 가야 해."
"…알았어."
"그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위즐리의 목소리와 함께 투명망토 밖으로 내민 머리가 보였다. 투명망토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위즐리의 머리는 둥둥 떠있었다.
"위즐리, 머리 집어넣어. 이유는… 별로. 피해주고 싶지 않은 것 뿐이야."
"너 착하구나."
그레인저의 웃음기어린 목소리였다. 글쎄. 나는 대충 그 말을 넘기며 숲 속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바로 앞이었다.
"지도 꺼내봐."
"여기."
아직 '마법의 장난 끝!'이라는 주문을 외우지 않은 듯 잉크로 찍혀있는 지도에는 선명하게 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 몇몇의 점들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점들이 오두막집에 다다르자 오두막집에 들어오는 일행들이 보였다.
"포터, 지금."
"으, 응!"
투명망토를 뒤집어 쓰고 최대한 빠르게 걸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왜인지 처량해 보인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지도를 바라보았다. 포터와 그레인저, 위즐리의 이름이 적힌 점들이 뒤 쪽으로 가는게 보였다. 나는 바로 지도를 주머니에 넣고는 오두막집의 문을 몇 번 두드렸다.
곧이어 벌컥 문이 열렸다. 해그리드의 퉁퉁 부은 눈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항상 눈가가 빨갰던게 이것 때문이었냐. 해그리드가 나를 보더니 바로 표정을 풀었다.
"어… 드레이코?"
"스터에게 과일을 먹이고 있는데, 조금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어쩌지. 지금은 조금… 음, 그래서. 나중에 물어보면 알려줄게."
해그리드가 난처하다는 듯 나를 몇 번 바라보다가 오두막집 안 쪽을 불안하게 응시했다. 안을 바라보니 멕네어와 퍼지 장관, 덤블도어가 서 있었다. 진짜 정확하네. 과연 마루더즈맵.
"…안녕하세요. 드레이코 말포이입니다."
"아, 드레이코. 기억하니? 윌든 멕네어란다."
험상궂은 표정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건 꽤 볼만했다. 물론 기억하죠. 자장가라고 하며 미친 노래를 불렀잖아요. 그 노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나는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어 웃기만 했다.
"하긴, 어릴 때 봤으니까 모를 수도 있겠군. 그나저나 왜 여기에 있는거니?"
"해그리드 교수님에게 물어볼게 있어서요."
"흠… 그건 다음으로 하려무나. 지금은 바빠서 말이지."
나도 시간만 끌려고 온거다. 올려지지 않는 입꼬리를 최대한 올리며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멕네어 씨도 보려고 온거예요. 이제 저희 저택에 안찾아오시나요?"
"하하, 언제 한 번 가보마!"
오지마.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더 올려야 했다.
"그보다, 이제 호그와트로 돌아가는게 좋을 거-"
"아, 멕네어. 자네도 서명해야 한다네."
"그렇군요."
멕네어가 깨달았다는 듯 다시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틈을 타서 지도를 살펴보았다. 좋아, 잘 빠져나갔군. 나는 고민없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을 빠져나왔다. 그냥 가려고 하다가, 지도를 안 돌려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충 삼인방이 있는 거리를 계산해서 갔다. 두런두런 울리는 말소리가 느껴졌다.
"포터, 위즐리, 그레인저."
"아, 말포이!"
포터가 투명망토를 벗으며 활짝 웃었다. 어지간히도 기쁘나보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를 포터에게 건냈다.
"고마워, 말포이. 병동갈거지?"
"응."
"몸은 괜찮아?"
"응."
"어디 부작용은 없어?"
"응."
"이름으로 불러도 될까?"
"응… 뭐라고?"
포터가 활짝 웃었다. 위즐리가 포터의 귀에 대며 속삭인다. 거봐, 내가 될거라고 했잖아. …다 들린다.
"고마워, 드레이코!"
"……."
"드레이코, 병실로 가야한다고 했지? 슬리데린 기숙사로 가지말고 그냥 가. 아직도 많이 아픈 것 같단말야. 데려다줄까?"
"…아니, 괜찮아."
너무 어이없어서 말이 안나온다면 이런 기분일까. 뭐, 이름을 허락하던 안하던 별로 상관은 없지만. 저렇게 기뻐하는 삼인방을 보니 싫다고 하기도 좀 그랬다.
* * *
병동으로 돌아가고 나서 몇 시간 뒤에, 폼프리 부인은 어느새 해그리드에게 내 이야기를 들은건지 웃는 얼굴로 조근조근 설교를 늘어놓았다.(드레이코? 언제부터 화장실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이었니? 말 좀 해보렴) 덕분에 나는 폼프리 부인의 말을 잘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병동에 있을 때에는 꽤 한적했는데 그 한적함은 하루 밖에 가지 않았다. 쌍둥이들이 찾아오고 삼인방이 찾아오고 파킨슨이 찾아오고. 덕분에 병동은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폼프리 부인이 다 쫓아냈지만 말이다.
"…드레이코 말포이."
학생들까지는 그렇다쳐도 스네이프는 왜 오는지 이해가 돼지 않았다. 제일 궁금한건, 항상 내가 자고있는 시간대만 온다는거다. 혼자서 내 이름을 막 부르다가 가기만을 반복한다. 무슨 저승사자냐.
사실 나도 그렇게 말한 이후로 스네이프와 마주치기가 어색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설마 한 시간 동안 거기에 계속 서 있을 줄은. 덕분에 제대로 못 잤다.
"폼프리 부인, 솔직히 이상 없잖아요. 퇴원해도 됩니다."
"드레이코, 부작용이 남아있을 수도 있잖니."
폼프리 부인은 디멘터를 보았다고 들은 날부터 유난스럽게 굴었다. 그렇다고 해도 벌써 삼 일째다. 디멘터 하루 봤다고 삼 일을 쉬다니.
"괜찮다고요."
"아, 드레이코. 건강검진 받아보겠니?"
폼프리 부인이 손뼉을 치며 말한다. 내 말은 안듣고 있는거냐. 그보다 건강검진이라니 뭔 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