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회
179
"…해그리드. 이게, 뭐예요?"
리무스가 휙 고개를 돌려 해그리드 쪽을 바라보았다. 해그리드는 술에 절어 코를 골고 있었다.
리무스가 차분히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양피지가 불에 타올라 타닥거렸다. 마침내 재가 된 양피지를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 없앴다.
* * *
리무스 루핀은 불행한 이였다.
원치 않았지만 늑대인간이 되었고 그건 동시에 괴물이었다. 친구들은 커녕 호그와트에 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했고 음식투정보다 부모님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드레이코 말포이는 아니었다.
그는 호그와트에 갔고 친구들을 거닐고 다녔다. 보름이 언제올지 달력을 셀 필요도 없었고 괴물이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도, 친구를 공격할 것 같아 두려워 하지도 않았다.
리무스는 그런 아이들을 부러워 했으며 동시에 질투했다. 철없는 학창시절에는 그랬지.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 아니라고 생각했다.
리무스는 믿을 수 없었다. 은연 중 그가 하고 있던 생각도 그랬다. 아프지만 사랑을 잔뜩 받던 도련님. 리무스에게 드레이코 말포이는 딱 그 정도였다.
그는 성인이었기에 말포이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동시에 딱 그 정도로 생각을 제한했다.
'만약 말포이가 그리핀도르라면…'
리무스 루핀은 똑같았을까?
아니, 달랐을거다. 더 신경을 쓰고 주의깊게 살펴보았겠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빨리 말포이의 상태를 알아차렸을지 모른다. 머리를 강타하는 것 같은 충격에 리무스가 작은 신음을 흘렸다.
말포이의 말은 확인사살이나 마찬가지였다.
"…? 절 위해서요?"
그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건 배울 일이 없을텐데도. 말포이는 계속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대비를 하고 있었다.
동물이 적대할 정도라면 많은 고문을 당했겠지. 그걸 편견에 빠져 발견하지 못했던 이는, 리무스 루핀. 자신이었다.
"아무래도, 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나 보구나."
정말, 교수 실격이다.
* * *
어딘가 이상한 루핀을 내버려두고 사감실에서 빠져나왔다. 요즘 교수들이 다 이상하다. 물론 덤블도어가 제일 미쳐있긴 하지만.
"말포이, 이거 안 무거워?"
"…안 무거워."
"숙제 다했니?"
"으, 응."
부담스럽다. 그레인저는 항상 의미모를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했다. 나는 최대한 그레인저의 시선을 피하며 책에 시선을 두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이번에는 또 너냐. 위즐리는 책도 안보면서 왜 여기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건 포터도 마찬가지인가.
"…너희 수업 없어?"
"응, 앞으로 두 시간 후에나 있어."
아니, 가라는 뜻으로 말한 거였는데. 그냥 포기하고는 다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책이나 읽어야지.
"…그…가 울… 내일… 벅빅… …형일이래."
"뭐?"
눈만을 굴려 바라보니 위즐리가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는데 뭘 들은건지 모르겠다. 핀스 부인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이 쪽을 노려보았다. 난 안떠들었다고.
포터가 위즐리와 그레인저 쪽으로 몸을 내빼며 속닥거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미소짓는다. 그 와중에 위즐리가 결언한 어조로 말했다.
"내일 해그리드에게 가보자."
제 딴에는 작게한 목소리겠지만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잘 울렸다. 핀스 부인의 따가운 눈초리가 더 잘 느껴진다. 애초에 왜 이런 자리에 앉아가지고는.
"벅…이 …쌍해."
"…도 동감…야."
"그래… 상처… 보… 그럴만…어."
그레인저가 쑥덕거리며 나를 힐끔 바라본다. 나는 더이상 핀스 부인의 눈초리를 받기는 싫었기 때문에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인방이 날 바라보는게 느껴졌지만 간단히 무시했다.
산성캔디 하나를 더 까먹었다. …다 떨어져가는군. 나중에 들릴 일 있으면 사가야겠다.
"도련님-"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그러는 너희들은 어디있는거냐.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아무도 없다. 그냥 무시하기로 한 나는 더욱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왁!"
"깜짝 놀랐지?"
…미친. 갑작스레 나타난 쌍둥이들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자 프레드가 상처 받았다는 듯 가슴에 양팔을 모았다.
"너무해!"
"넌 배추하고!"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 …참 재밌네. 내가 웃지도 울지도 않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반응이 없군."
"재미도 없고."
그나저나 왜온거지? 말을 하려는데 산성캔디가 생각났다. 빠르게 캔디를 씹어서 삼키자 신 맛이 입 안에 울려퍼졌다.
"괜찮아, 도련님?"
"아파보이는데?"
"…왜 온거야?"
"오, 우리가 용건이 있어야만 찾는 사이였어?"
"너무 매정하다!"
아니였냐. 언제부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된건지 궁금하다. 본론을 말하라는 듯 쌍둥이들을 바라보자 조지가 항복한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알았어,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사실 요즘 패드풋 씨가 안보여서."
"어디있는지 알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프레드가 몹시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조지도 탄식 비슷한걸 흘렸고.
"……왜?"
"우리의 상품 아이디어를 패드풋 씨가 많이 내줬는데!"
"후원자도 해준다고 했고."
"음- 그리고 지팡이도 가져갔거든."
"지팡이를?"
조지와 프레드가 연극적인 몸짓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지팡이는 정확히 두 개 였고. 의아하게 둘을 바라보자 그들이 조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다만 패드풋 씨가 가져간게-"
"-가짜 요술지팡이라서."
…미친. 그럼 블랙이 위험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