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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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Remus Lupin
"네…? 교수직을 하라고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무스 루핀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교수님도 아시다시피, 전 누군가를 가르칠 수 없어요."
"자네는 할 수 있네."
"그럴만한 실력도 없고요."
"단원들의 교육을 맡던 자네가?"
리무스는 난감한듯 볼을 긁적였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그건 교수님도 알테였고.
"전- 그거잖아요, 교수님."
"글쎄, 루핀. 자네는 할 수 있을걸세."
교수님은 전혀 듣고있지 않는 것 같았다. 리무스가 주먹을 꽉 쥐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전- 그… 늑, 대인간… 이잖아요."
사실이었다. 그의 부모님이 늑대인간을 화나게 했고, 자신은 그 화난 늑대인간에게 물린 피해자 였으니까. 그는 괴물이었다.
"울프스베인이라고 아나? 늑대인간의 억제제지."
"그건 만들기도 어렵고-"
"우리 마법약 교수가 좀 유능해서 말일세."
리무스는 조금 안도했던 것도 같다. 늑대인간 이라도 자신을 받아준 호그와트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어서.
"알… 았어요. 생각해 볼께요."
"기다리겠네."
그 때 거절하지 못한 것은, 제 이기심 이었을까.
* * *
호그와트에서의 하루하루는 꿈만 같았다. 아이들은 학생 때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자신보다 더 순수하고 똑똑했다. 특히 헤르미온느란 아이가.
"교수님, 저 이 부분을 모르겠는데요!"
"음…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알려줘도 괜찮겠니?"
질문을 몰라서 회피했던 적도 있을만큼 그 아이는 정말 똑똑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다들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해리는 그의 아버지인 제임스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다. 그는 제임스와 똑 닮았고 더욱 정의로웠다. 그 아이에게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쳐준건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말포이도 마법을 같이 배우게 될 줄은. 해리의 반응이 눈에 선연했다. 어떻게 둘을 가깝게 만드려나. 벌써부터 떠오르는 고민에 리무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교수님, 보가트의 특성에 따르면요. 그건 두려워하는 무언가로 변해요. 그리고 그것은 꽤 위험하죠. 보가트에 의해 죽은 마법사가 몇이나 되는 줄 아세요?"
말포이와 해리는 친해질 필요가 없었다. 해리는 이미 말포이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 정도가 심해서 문제였지.
말포이가 오지 않는 틈을 타 보가트가 왜 위험한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정도로. 저 종이의 글씨체는 헤르미온느의 것이었다. 리무스가 억지로 미소지었다.
"말포이는 너무 아파서 보가트를 봐도 쓰러질 수 있다고요!"
그의 보가트는 특이하긴 했다. 화목한 가족이었지, 아마? 하지만 역시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해리, 누누히 말하지만 내가 보가트를 쫓아낼 수 있단다."
"보가트가 생기기도 전에요?"
"음… 생겨야 수업을 하지…?"
해리가 불만족스럽게 노려보는게 느껴졌다. 해리, 스네이프가 날 노려보는 것보다 더 무서워. 리무스는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똑똑.
정갈한 노크 소리와 함께 파란 눈과 백금발의 머리를 가진 남학생이 들어왔다. 사방으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는 모습이 오만하면서도 당당했다.
"어서오렴, 말포이."
"…안녕하세요."
슬리데린 학생과 수업을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렇게 괜찮은 아이일 줄은. 대답도 거부감없이 잘하고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보여준다.
슬리데린을 오해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리무스는 예전에 했던 수업을 되짚어보며 조금은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 * *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습니까?"
리무스가 오두막집에 가득 차 있는 술냄새를 지팡이로 없앴다. 어쩐지 아침 연회에 안오더라니. 최대한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 노력한 그가 해그리드에게로 다가갔다.
"자네도 마시겠는가?"
해그리드가 벌건 얼굴로 술을 들이밀었다. 아니요. 리무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하하, 해그리드. 오늘은 수업 없어요?"
"오늘은… 없어."
해그리드가 그렇게 말하며 큰 손으로 눈을 닦았다.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이러다가 홍수나는거 아닐까. 리무스가 불안하게 오두막집을 응시했다.
"난 교수 실격이야. 어떻게, 어떻게…"
빨리 가려고 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이 생각은 리무스도 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해그리드를 위로할 필요성을 느꼈다.
"해그리드, 괜찮아요. 모든게 다 잘될 겁니다. 요즘 제일 재밌는 수업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그래도, 어떻게 드레이코가…"
"네?"
리무스가 계속 우는 해그리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레이코? 아, 히포그리프가 드레이코를 공격했다고는 들었다.
"그건… 음, 다음부터 관리를 잘하면 될겁니다."
"그래도, 드레이코, 가 그런 짓을 당했는데도…"
"그래도 지금은 안아프잖아요?"
"아니, 지금도 아파…!"
해그리드가 식탁보만한 손수건에다가 코를 팽 풀었다. 그가 울먹이다가 마침 생각이 난듯 잔뜩 구겨지고 물자국이 가득한 양피지를 바닥에 던졌다.
"이게 뭐예요?"
"그거, 태워야 해."
"……?"
"벽난로에…"
해그리드는 계속 그 말만을 반복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뻗었군. 리무스가 한숨을 내쉬고는 양피지를 들었다.
"이게 뭔데 그러-"
「건의사항: 드레이코 말포이의 수업 결시를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유: 말포이는 고문을 당해 동물들이 싫어하는 상태입니다.
p.s. 혹시라도 모르니 이 종이는 받는 즉시 태우시고, 아무에게도 말씀 하시지 마십시오.」
리무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다고 해야할까? 그는 한참동안이나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