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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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펠리아르무스!"
프레드가 그렇게 소리치자 내 지팡이가 그의 쪽으로 날아갔다. 젠장, 사람이 당황할 때 건드리다니, 비겁하다.
"자자, 지팡이도 빼앗겼고-"
"-이만 항복하시게!"
"혹시 몰라 맥고나걸을 호출했다네!"
"정확히 15분 뒤에 올거야."
"더 정확히는 14분 53초 뒤."
둘이 그렇게 말하며 깔깔거렸다. 주목받는걸 좋아하는 타입이니까, 시리우스 블랙을 잡았다는걸 알리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4학년 때 트리저워드에 그렇게 참가하고 싶어했던건가. 슬쩍 블랙을 바라보니 블랙의 얼굴에 절망이 들어차고 있었다.
"…어떻게 찾은거지."
별로 알고싶지 않지만 예의상 물어보았다. 쌍둥이들이 싱글싱글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오, 그건 알려줄 수 없지!"
"힌트를 주자면-"
"-우리에게는 지도가 있거든!"
"……지도?"
블랙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그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프롱스, 패드풋, 무니, 윔테일…?"
쌍둥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이 신기하다는 듯 블랙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는건가?"
"내, 내가 패드풋이야!"
별로 안궁금한데. 그보다 난 여기서 빠지면 안될까.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려니 똥폭탄을 들고있는 조지와 눈이 마주쳤다. 조지가 똥폭탄을 손에 잡으며 씨익 웃는다. 시, 시발, 내가 더러워서 안나간다.
"그거 호그와트 비밀지도 아니냐? 우리가 만든거고, 내가 패드풋!"
블랙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듣는 나도 놀랄 정도로 간절한 어조였다. 하지만 그거랑 시끄러운 거랑은 다르지. 나는 친절하게 랭록으로 블랙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오, 지팡이 없이도 마법 쓸 줄 알아?"
"그럼 뺏은 의미가 없는데?"
"아니, 고등급 마법은 잘 못써."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린 뒤에 쌍둥이를 바라보았다.
"우선, 14분 53초 뒤에 온다는 맥고나걸이나 피해보자."
"지금은 12분 47초야!"
조지가 그렇게 말하며 깔깔 웃는다. 넌 이게 재밌냐.
"좋아, 시리우스 블랙이 만약 누명을 썼다면 어쩔건데?"
"시리우스 블랙이-"
"-누명을?"
"나한테는 지팡이도 없고 개새… 시리우스 블랙은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고.(블랙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우린 지금 무해하잖아? 장소를 옮긴 다음에 아는 전부를 말해줄게."
"그래!"
"알았어!"
쌍둥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는다.
쌍둥이들은 그 길로 우리를 밧줄 마법으로 묶었다. 나는 순순히 따라가며 울상이 된 블랙을 향해 소근거렸다.
"걱정마세요. 저래보여도 괜찮을 테니까요. 블랙이 애니마구스란 이야기만 해주세요. 루핀 교수님이 그거라는 이야기는 빼고요."
"……!"
블랙이 눈을 둥그렇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도리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블랙을 마주보았다.
"몇 달 동안 그런 것도 눈치 못챌 것 같았나요? 아무튼 그렇게 하세요."
블랙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 걸어갔다. 밧줄 마법이 걸린 채로 걷는건 뭔가 새로운 기분인데. 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쓰며 쌍둥이들을 따라갔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쌍둥이들은 다른 장소에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았다. 금지된 숲의 한 쪽에 마련된 장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쌍둥이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투덜거렸다.
"왜 오늘따라 동물들이 많이 오는거지?"
"인카서러스, 인카서러스, 인카서러스!"
…그거 나 때문인 것 같은데. 쌍둥이들은 거의 다 잡았는지 눈을 빛내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해봐."
"블랙이 누명을?"
"덤블도어가 장난을 안친다는 말만큼 신비성이 없어!"
"그럼 왜 온거야?"
"그냥!"
"재밌어 보이니까!"
쌍둥이와의 대화에는 정신력을 많이 소비해야 한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블랙에게 시선을 던졌다. 블랙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블랙에게 걸린 랭록을 풀어주고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블랙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주저하다가 입을 연다.
그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금지된 숲 쪽에서 불꽃놀이를 하듯 빛이 피어올랐다. 그곳은 우리가 있었던 곳이다. 쌍둥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은 퀴렐한테 똥폭탄을 던지거나 장난감 상품을 개발하거나 할 때 보여주던 웃음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내가 불안하게 둘을 응시했다.
"…저게 뭐야?"
"오, 마침 시간이 되었군!"
"맥고나걸에게 불꽃놀이 메세지도 갔을거야!"
둘이 쾌활한 어조로 말한다. 그게 저거였냐. 참 알뜰하게도 준비했다. 블랙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상황에 맞지 않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띄었다.
"우리가 남긴 지도도 발견하고, 이런 장난도 치다니… 역시 우리의 후계자에 딱 걸맞아!"
"오, 패드풋 씨에게 그런 칭찬을 듣다니!"
"영광인걸?"
쌍둥이들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시시덕 거리는 셋을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쏘아보다가 박수를 한 번 쳤다. 시선이 나에게로 모였다.
"그래서, 블랙의 누명 이야기를 해야지?"
블랙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울듯한 표정을 하더니 괴로운 것을 겨우 먹는 것처럼 띄엄띄엄 말을 내뱉었다.
"나는… 제임스를 죽인 것과 다름없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 * *
"나쁜놈!"
"천하의 몹쓸 자식!"
쌍둥이들이 인상을 쓰며 격분했다. 쓸데없이 정의감이 넘치는군. 나는 늘어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오해는 풀었-"
"당연하지!"
"패드풋 씨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많이 힘들었겠어!"
블랙과 엉켜서 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나는 몇 시간 만에 절친이 되어버린 그들을 짜게 식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블랙, 저에게 부탁할게 뭔데요?"
"…웬만하면 이름으로 불러주거라. 나는, 페티그루를 찾고싶어. 아마도 위즐리 중 한 명이 데리고 있겠지."
"위즐리?"
쌍둥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이 서로를 마주보며 알 수 없는 기묘한 얼굴로 변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내가 친절하게 블랙에게 말해주었다.
"모르시나본데, 재네들이 위즐리예요."
"……뭐?"
"페티그루는 빠른 시일 내에 찾아볼게요."
나는 쌍둥이들을 무시하고 지팡이를 잡았다. 뭐, 블랙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다음 날, 쌍둥이들이 애완견을 거두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런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