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9화 (19/130)

19회

133

Side, Harry Potter

조용한 눈빛이 대화를 이루고 그 사이로 숙덕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지나갔다.

해리는 이 광경이 퍽 익숙했다. 그가 기숙사 점수를 100점 넘게 깎아버렸을 때,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오해를 받았을 때, 바실리스크의 습격으로 헤르미온느가 돌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딱 이런 반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기묘한 적대감을 받는 대상은 달랐다. 모든 시선은 해리가 아닌, 시종일관 뾰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짝다리를 짚으며 잔뜩 찌푸린 눈으로 아이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마치 품평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목 언저리의 초록색과 은색이 교차하는 넥타이가 그리핀도르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긴 그리핀도르 휴게실이니까.

용감하게 그리핀도르의 소굴로 들어온 슬리데린, 팬시 파킨슨은 드디어 해리를 발견한 듯싶었다. 파킨슨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면서도 절대 먼저 입을 떼지 않았다. 해리를 잡아먹을 듯 노려볼 뿐이었다. 그 부리부리한 눈초리에 질린 해리가 먼저 운을 뗐다.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무슨 볼일이 있어, 파킨슨?"

"그래."

파킨슨은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주저하다가, 이내 말을 덧붙였다.

"포터, 네게 볼일이 있어."

"무슨 볼일?"

"혹시 눈치가 없다는 말 자주 듣니? 당연히 여기서 하면 안 되는 이야기잖아. …따라와."

파킨슨이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녀는 해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는 총총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거절하는 건 예상조차 하지 않는 듯한, 아주 당당한 태도였다.

짧은 단발 머리가 문 너머로 사라지자, 모습을 지켜보던 그리핀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저런 싸가지…."

"기숙사 위치는 그렇다 치고, 암호는 어떻게 안 거래?"

"해리, 이기고 와!"

"가지 마, 해리. 함정일 거야."

열성적으로 숙제를 하던 헤르미온느가 깃펜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동그랗게 뜬 그녀의 눈동자에는 염려가 서려 있었다.

"그런 낌새는 아니었는데…."

론이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해리는 그제야 론을 돌아보았다. 말이 없어서 옆에 있는 줄도 몰랐던 탓이다.

론은 해리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해리는 론을 걱정스레 응시했다. 휴게실에 들어설 때부터, 론은 무슨 일인지 기운이 없었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어, 어어? 하며 고개를 들기 일쑤였다. 그건 퍽 론답지 않은 태도였다.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며 비꼬았다.

"1학년 때의 로날드 위즐리도 그렇게 말했지. 그 다음에 머리 셋 달린 개를 만났지, 아마?"

해리와 론, 둘다 눈만 멀뚱멀뚱 굴린 채 말이 없었다. 그다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르미온느는 그런 둘을 응시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아, 같이 가. 셋이라면 파킨슨도 상대할 수는 없겠지."

"나도 포함되는 거야?"

론이 힘이 빠진 어조로 중얼거렸다. 말과는 다르게 궁금했던 모양인지, 그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가도 별 상관은 없는데…. 해리는 목구멍까지 치솟는 말을 억지로 삼켜냈다. 마치 전쟁이라도 나가듯 비장한 표정인 헤르미온느를 말린다고 해서 성과가 있을 리 없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휴게실을 나섰다. 짧은 다리로 얼마나 멀리까지 갔던지 파킨슨은 머리통이 보일락 말락 했다.

그들은 종종걸음으로 파킨슨을 따라갔다.

해리는 호위하듯 양 옆에 선 헤르미온느와 론을 바라보았다. 전의에 찬 헤르미온느와 우울한 론은 영혼이 뒤바뀌기라도 한 것 같았다.

한 두명씩 지나가던 사람들이 안 보이고,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을 즈음이었다. 파킨슨은 드디어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이 해리를 지나 론과 헤르미온느를 스쳤다. 가늘어진 눈이 꼭 뱀 같았다. 그녀는 곧 인상을 있는대로 구기며 해리를 노려보았다.

"포터, 난 너만 불렀는데 딸려온 것들은 뭐지? 눈치가 없다고 하니까 정말로 그렇게 되기라도 한 거야?"

"내가 마음대로 따라온 거야."

헤르미온느가 나서서 파킨슨을 말렸지만, 파킨슨은 눈길 하나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해리만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해리는 파킨슨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녀가 대화하자고 한 사람은 해리 포터였다. 헤르미온느나 론은 사람 취급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암묵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할 말이 뭔데, 파킨슨?"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해리의 친구였다.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슬리데린이 그리핀도르에게?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네명이서 대화하지 않을 거라면, 나는 너와 대화할 생각조차 없어."

파킨슨이 몸을 움찔거렸다. 해리는 부러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일갈했다.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지 않아? 여기서 끝내봤자 너만 손해일 텐데."

"…빌어먹을 포터."

파킨슨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해리는 그 표정이 묘하게 말포이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파킨슨은 한숨과 심호흡을 몇 번 반복한 후에 겨우 진정한 듯싶었다. 그녀가 다리를 삐딱하게 꼬며 말했다. 적대감으로 뾰족했던 목소리가 한층 더 꼬여 있었다.

"좋아, 포터. 네가 그렇게까지 친구와 모든 걸 공유하고 싶다면 넷이서 대화하는 거로 할게. 난 여기에서 말한 걸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만약 이야기가 나돈다면 나는 분명 모든 걸 너희의 탓으로 생각하겠지."

파킨슨이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며 말을 이었다.

"보복이 있을 거야. 너희가 아무리 그리핀도르라고 해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보복이 말이야."

"지금 협박이라도 하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날 서린 어투로 말했다. 파킨슨이 핑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훑어보며 다시 한 번 비웃었다.

"그럴 리가. 내가 그런 소모적인 일을 그리핀도르에게 하겠니? 협박하면 더 불타오르는 게 너희인걸."

그리핀도르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파킨슨은 싱겁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경고야. 그리고 난 팬시 파킨슨이지. 나에게 그 경고를 실행할 만큼의 힘이 있다는 걸 명심해."

파킨슨이 눈썹 한 쪽을 살짝 올렸다가 내렸다. 퍽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해리는 그 표정에 도리어 어이가 없어졌다.

"알겠어?" 파킨슨이 눈을 치켜뜨며 대답을 재촉했다.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드레이코 말포이와 비슷한 어조가 반가우면서도 지겨웠다. 슬리데린은 다 이런 식일까?

드레이코 말포이를 떠올리자 짜증이 빠르게 가라앉는 듯했다. 평소라면 톡 쏘아붙였을 해리는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어투로 파킨슨의 오해를 정정했다.

"파킨슨, 우리는 아쉬울 게 없어. 우리에게 쭉 이런 태도라면 아쉬운 건 너지."

"협박이라도 하는 거니?"

파킨슨이 가소롭다는 듯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파킨슨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도록 팔짱을 끼며 받아쳤다.

"이건 경고야. 협박이 아니라."

"하!"

파킨슨이 짧게 웃었다. 웃음 뒤에 바로 싸늘하게 식은 그녀의 얼굴이 해리를 마주보았다. 마치 뱀 같은 표독스러운 표정에 론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얼마간 그러고 있었을까. 돌연 파킨슨이 팔짱을 풀었다. 삐딱하던 자세를 바로 했다. 잔뜩 구겨진 얼굴까지 피니 단정한 모범생으로도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불퉁하게 말했다.

"됐니?"

"그래."

"좋아, 이제 너희 차례야."

파킨슨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말했다. 해리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을게."

"쟤네들은?" 파킨슨이 턱짓으로 론과 헤르미온느를 가리켰다.

헤르미온느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짧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위즐리 쌍둥이가 무엇을 말하던 간에 내 입이 열릴 일은 없을 거야."

어느 말보다 더 믿음이 가는 대답이었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파킨슨의 시선이 자연히 론으로 옮겨갔다.

론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는 목구멍에 가시라도 걸린 마냥 껄끄러운 기색이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론은 겨우 입술을 뗐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그래?"

"그걸 말하라는 거야? 너의 뭘 믿고?"

"하지만 그럼, 내가 너의 뭘 믿고 말하지 않는다는 맹세를 해야 하는 건데?"

론이 툴툴거리듯 말했다.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론은 꿋꿋하게 할 말을 이어갔다.

"네가 말하려는 게 다른 이들을 골탕먹일 계획일 수도, 그리핀도르를 곤란하게 할 무언가일 수도 있잖아. 나는 그런 걸 말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없어."

"그런 소모적인 일을 한다고? 내가? 그리핀도르 앞에서?"

"하지만 넌… 슬리데린이잖아."

론이 그 한 마디면 충분하다는 듯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파킨슨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곧 그녀는 구겨진 얼굴을 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넌 대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소리네?"

파킨슨이 싸늘하게 말했다. 비웃음을 띤 그녀는 삐딱하게 팔짱을 꼈다.

"포터, 정말 넷이 아니라면 대화할 생각조차 없는 거야? 나는 셋도 딱 적정선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리는 어어, 하며 말을 끌었다. 어찌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해리는 말포이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와 닮은 팬시 파킨슨도 잘 알 것만 같았다. 론의 말도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나쁜 의도가 없어 보였다. 헤르미온느가 쉽게 수긍한 것을 보면 그녀와 자주 부딪히던 헤르미온느도 분명 그 사실을 느꼈으리라.

해리는 론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론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고민이 놀랍도록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론을 빼고서 대화할 수는 없다. 해리는 야무지게 눈을 치켜뜨고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럴 생각은 없어."

파킨슨의 눈에서 순간 불꽃이 튀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노로 인해 시뻘개진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해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해리는 파킨슨이 대화를 끝마칠 줄 알았다. 하지만 파킨슨은 참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시종일관 해리의 요구를 들어주려는 태도였다. 마치 그에게서 들을 것이 있다는 듯. 그가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싶다는 듯이.

도대체 무엇을? 슬리데린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그리핀도인 해리가 알 리 없었다. 해리는 머릿속으로 그만이 알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파킨슨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분노로 인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할 말은 단지 질문일 뿐이야. 내가 말할 걸 알려준다면, 너희도 반드시 그 질문에 답할 거라고 맹세해."

"아까 말했듯, 다른 이들을 골탕먹이거나ㅡ"

"그게 아니라면, 대답하겠다고 맹세하라고."

넷 사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해리는 그녀의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 같았다. 그는 파킨슨의 머리통에 든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호기심에 진 것은 언제나 그랬듯 해리 포터였다. 그가 경고하듯 말했다.

"만약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답하지 않을 거야."

"그래. 대신 너희에게, 그리고 주변 이들에게 티끌 만큼의 위협도 끼치지 않는다면 너희는 대답해야 할 거야."

"…좋아."

해리가 말했다. 뒤이어 헤르미온느,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킨슨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짧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몇번이고 달싹였다.

곧 짓씹는 듯한 말이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드레이코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뭐지?"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해리는 커지는 동공을 막지 못했다. 드레이코 말포이! 어째서 그걸 몰랐을까. 교수들을 제외한다면,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해리였다. 슬리데린이 모르는 사실도 그것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말포이에게 죽고 못 사는 파킨슨이라면, 죽일듯 싫어하는 그리핀도르를 찾아갈 만 했다.

파킨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가 흐응, 하는 비음을 내며 말했다.

"반응을 보니 틀리게 찾아온 건 아닌 것 같네."

"말포이에 대한 거라고?"

론이 얼굴을 파삭 구겼다. 그가 설명을 요구하듯 해리를 쳐다보았다.

"그걸 왜 해리한테?"

"어쨌건 나는 질문을 말했어." 파킨슨이 짜증스럽게 론의 말을 잘랐다. "적어도 다른 이들을 골탕먹이거나 그리핀도르를 곤란하게 할 무언가가 아닌 질문을 말이야. 이제 남을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슬리데린과도 대화할 마음이 생겼니, 위즐리?"

그녀는 입술을 말아올리며 비아냥거렸다. 론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포이에 대한 거라면. 좋아, 말 안 할게."

"잠깐, 잠깐만."

해리는 손사례를 쳤다. 헤르미온느와 론, 파킨슨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난, 말포이에 대한 거라면 말하고 싶지 않아."

"뭐라고?" 파킨슨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 "지금 나랑 장난하니?"

"넌 나한테 무언가를 듣고 싶어서 온 거야, 그렇지? 하지만 그건 말포이의 개인사잖아. 나는 그걸 함부로 떠벌리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고."

해리는 단호하게 파킨슨을 응시했다.

"말포이가 말을 안 해줘서 나를 찾아온 거잖아."

그는 그에 대해서 떠벌리고 다니는 수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건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말포이도 같은 기분이리라.

"좋아." 파킨슨이 음산하게 눈을 번뜩였다. "말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그녀가 거칠게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하트와 토끼 무늬가 덕지덕지 새겨진 만년필이었다. 그녀가 느릿하게 만년필을 쓸었다.

그러자 만년필에 새겨진, 노란 티셔츠를 입은 토끼가 입을 벙긋거렸다. 토끼는 펄쩍펄쩍 뛰며 말했다.

"그래. 대신 너희에게, 그리고 주변 이들에게 티끌 만큼의 위협도 끼치지 않는다면 너희는 대답해야 할 거야."

노란 티셔츠를 입은 토끼 옆에 서 있던, 빨간 리본을 단 토끼가 말했다.

"…좋아."

그건 분명 조금 전의 대화였다. 해리가 눈을 치켜뜨며 파킨슨을 노려보았다.

"무슨 속셈이야?"

"이건 맹세의 만년필이라고 하는 거야, 포터. 이 만년필을 작동시킨 채로 맹세를 한다면, 그건 깨뜨릴 수 없는 맹세 정도의 효력을 가지지."

헤르미온느가 흡, 하고 숨을 들이켰고, 론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해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깨뜨릴 수 없는 맹세?"

"그건 목숨을 걸고 하는 맹세야, 해리. 만약 맹세를 어긴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 맹세."

헤르미온느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맞아. 포터, 어쩜 너는 머글 태생이 아는 것도 모를 수 있니?" 파킨슨이 능글맞게 웃었다. "걱정 마렴.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효력은 아니니까. 단지… 평생 마법을 쓰지 못하는 정도랄까?"

"이건 사기야!"

론이 버럭 소리질렀다. 그의 얼굴은 머리칼 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파킨슨에게 겨눈 채로 항의했다.

"우리는 그런 맹세를 한다고 동의한 적 없어!"

"나도 갑자기 대답을 안 하겠다는 말에 동의한 적 없어."

파킨슨이 서늘하게 쏘아붙였다. 론의 지팡이가 그녀에게 겨누어진 상태에서도, 그녀는 만년필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부러뜨릴 생각은 마. 이 만년필은 공격 마법을 받으면 폭탄처럼 터지거든. 뭐, 나는 너희들이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오히려 웃길 것 같은데."

파킨슨이 연극적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갑자기 스큅이 된 마법 세계의 영웅! 이 얼마나 비극적인 전개니, 포터."

해리는 이를 갈았다. 그는 싱글싱글 웃고 있는 파킨슨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파킨슨은 잔뜩 구겨진 해리의 안색을 보며 보란 듯이 깔깔 웃었다.

"말려들지 마, 해리."

헤르미온느가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지팡이를 파킨슨에게 겨누며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만년필에 그렇게 대단한 마법이 깔려있을 수 있겠니? 분명 파킨슨이 허풍을 떠는 걸 거야."

"글쎄, 그럴까?"

파킨슨이 씩 웃었다. 그녀는 만년필을 쓰다듬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소리가 울렸다. 그건 전부 그들의 대화 내용이었다. 몇 명의 토끼가 말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이 얽혀들었다.

"이 만년필은 하나의 맹세만 가능해. 너희들에게 쓰려고 특별히 제작한 만년필이지. 보통의 마법이라면, 좋아, 인정할게. 그렇다면 내가 허풍을 떠는 거라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이 만년필에 걸려 있는 마법은 보통이 아니거든."

누구보다 상냥한 어조로 파킨슨이 설명했다. 지팡이를 쥔 헤르미온느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이제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굳어 있었다.

"설마…."

"뭐야?"

론이 다급하게 물었다.

헤르미온느가 한참을 입만 달싹였다. 그녀는 겨우겨우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어둠의 마법이야?"

헤르미온느가 소리지르듯 물었다.

파킨슨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답이 되었는지, 헤르미온느는 입술을 거칠게 깨물었다.

파킨슨이 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게 함부로 맹세를 하면 안 되지."

파킨슨은 곧 표정을 굳혔다. 서늘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이제 대답해. 드레이코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작품후기]

2020.2.21.수정완료.

Q. 정말로 어둠의 마법으로 그런 만년필을 만들 수 있나요?

팬시: 구란데?ㅋ

만년필은 그저 녹음기 정도의 효과 밖에 없습니다ㅋㅋㅋㅋ

이번 편이 역대급으로 어려웠어요... 너희들 왜 이렇게 입만 열면 싸우니... 도대체 왜 뭐만 하면 붙고 그래... 너희들만 말한 것 같은데 분량이 대체 몇 키바인 거야...

말포이 아픔 확인 사살도 넣고 싶었으나 너무 길어져서 눈물을 머금고 잘랐슴니다ㅠ.ㅠ 얘네 정말 입만 열면 싸우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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