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6화 (6/130)

6회

5

해리의 놀라움과는 상관없이 둘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해리는 여전히 벽에 붙어선 채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숨이 멈추고 영혼이 어딘가로 빠져나가는 증상은, 흔히 나타나는 게 아닌 거로 알고 있습니다. 히포그리프에 물렸다고 해도 말이죠."

스네이프가 더 이상의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 딱 말을 잘랐다. 폼프리는 입을 열었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이 내용을 말해도 될지 주저하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의 살살 구슬리는 듯한 어조가 다시 들려왔다.

"드레이코 말포이의 증상은, 어차피 다른 치료사들에게 물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지금 아는 것과 며칠 뒤에 아는 것의 차이고요."

"…좋아요. 대신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세요."

"좋습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기세등등한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폼프리가 할 말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문 사이로 더욱 고개를 내밀었다. 바스러질 듯 작은 폼프리의 목소리가 해리의 귓가에 겨우 닿았다.

"그건… 어둠의 마법에 당해야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정말입니까?"

"네, 확실해요. 어둠의 마법 중에서도 저주… 그쪽 계열에 당해야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말포이 가는…."

"그렇게 저택에 치료사를 많이 데리고 왔는데, 모를 리가 있나요. 게다가 제가 직접 보호자에게 편지도 보냈어요. 알고 있을 거예요."

"말포이는, 괜찮습니까?"

"사실 지금으로써는… 단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어쩌면, 말포이는 이미…."

해리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복도에 울려 퍼진 숨소리에 투명망토를 끝까지 뒤집어쓰고 문틈을 살폈지만, 스네이프는 당황해서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말포이는… 꽤 오랫동안, 지속해서 고문이나 저주를 받았을 거예요. 최소 5년 정도이려나요.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이 정도면 거의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지경이에요. 정말 깨어난 게 기적인 걸까요…."

"5년…?"

말포이가 13살이니까 최소 8살 때부터 고문이나 저주를 받았다는 소리였다. 그, 드레이코 말포이가.

해리는 문틈에 붙어있는 것도 잊고 비틀거리다가, 투명망토를 꾹 잡아 올리며 기숙사로 향했다. 여러 생각이 엉클어져서 머리가 복잡하기만 했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고문을 받았었다.

해리는 침대를 뒤척였다. 말포이는 다 알고 있었을까. 그가 아프다는 사실을. 그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렇게 손바닥을 뒤집듯 바뀌고 그런 식으로 행동한 걸까.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네빌의 코 고는 소리가 오늘따라 귀에 거슬렸다. 아니, 주위에 있는 모든 게 거슬리는 것 같았다.

넌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의문이 머릿속에서 피어올랐다.

Side, Lucius Malfoy

루시우스는 드레이코를 안았다. 팔에 담긴 아이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루시우스는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아이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차라리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드레이코…?"

아이는 끊어질 듯 가늘게 숨을 쉬었다. 그는 그것이 마법 약에 의지한 결과라는 걸 알았다. 루시우스는 드레이코의 뺨을 조심스레 만지작거렸다. 사람의 온도라 하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서늘했다. 루시우스는 진심으로, 이 소름 끼치는 정적을 깨고 싶었다.

"디키, 왜… 어째서…."

루시우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참이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울컥, 안에서부터 무언가가 나올 것 같기도 했다. 루시우스는 필사적으로 숨을 가다듬었다. 드레이코는 살아 있다. 아직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최면을 걸듯 그런 말만 반복했다.

"집요정."

"네, 주인님! 부르셨어요!"

"드레이코를 말포이 저택으로 옮겨라. 돈은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 제일 실력 좋은 치료사를 불러와."

"네!"

집요정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드레이코를 꼭 끌어안았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병동은 금세 텅 비었다. 루시우스는 한참이나 드레이코의 자취를 바라보다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문을 열자 걱정이 한가득 담긴 폼프리의 얼굴이 나타났다. 물론 루시우스는 폼프리를 살필 기분도, 그녀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기분도 아니었다. 그는 익숙하게 혼란스러운 기분을 숨기면서 오만한 얼굴을 꾸며냈다.

"왜 드레이코가 저렇게 된 거지? 도대체 뭘 했길래?"

"드레이코의 상황이라면 서신으로 답변했을텐데요."

"혹시 문장 해석 능력이 부족한 건가?"

그가 한자한자 끊어서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은은한 노기가 실려 있었다.

"드레이코가 '왜' 저렇게 된 거냐고 물었다."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드레이코는 마법 연습을 하다가 실패했다고 말했거든요."

"마법 연습이 저런 할퀸 듯한 자국을 만들어낸다고?"

폼프리의 안색이 조금 짜증스럽게 변하는 건 그가 알 바 아니었다. 루시우스는 팔짱을 낀 채로 효과적인 협박을 머릿속에 이리저리 그렸다. 서늘하고 냉기가 가득한 얼굴은, 조금 전에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고 상상도 할 수 없어 보였다.

"친애하는 덤블도어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 그래, 숨이 멈추고 영혼이 없어진 건 누군가의 저주를 받은 거라고 해두지."

"해두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배에 난 상처는 뭐라고 설명할 테지? 영혼이 배를 할퀴면서 빠져나가기라도 했나? 설마 호그와트의 대단하신 간호 교사가 병의 원인조차 모르는 건가?"

루시우스의 날 서린 비꼼에 폼프리가 얼굴을 확 붉혔다. 이런 모욕을 가만히 듣고 있다면, 그건 포피 폼프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지 않고 루시우스를 노려보면서 분노 어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는 말포이 가주님께서는 어째서 말포이 군이 이런 병에 걸린 걸 모르셨나요? 지속적인 저주가 이 병의 원인이라는 소리는 안 들으셨나요? 대단하신 말포이 가주님께서 그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셨네요."

"하, 지금 장난할 기분 따위가 아니다."

"그런 기분이 아닌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폼프리의 활활 타오르는 맹금류 같은 눈과 오만하고 당당한 눈이 맞물렸다. 폼프리를 뜯을 듯 노려보던 루시우스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이대로 말싸움을 이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교수에게 밉보이면 드레이코가 불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조금 전의 레질리먼시로 저 여자의 기억도 샅샅이 확인했고 말이다. 루시우스는 새로 얻은 정보를 머릿속으로 조합하며 병동으로 들어갔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내팽개쳐져서 꾸깃꾸깃해진 외투를 들었다. 폼프리의 당황 어린 표현은 공기와 같은 취급이었다.

"집요정."

"네, 주인님!"

"드레이코가 쓰러졌을 때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알아 와라. 마법 생물에 당한 상처면 신비한 동물 돌보기나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 가능성이 높겠지. 그리고,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말포이 저택으로 이동해."

집요정이 고개를 바닥에 맞댈 것처럼 크게 숙였다. 조심스레 닿는 거슬거슬한 살갗이 꽤 불쾌했다. 루시우스는 인상을 팍 찡그리다가도 금방 오만한 표정을 고수했다. 그가 폼프리에게 고개를 까딱이는 것과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자리에 남은 폼프리는 어이가 없는지 입을 벌렸다. 하, 깊은 한숨 소리가 병동에 나지막이 울려퍼졌다.

루시우스 말포이는 그 뒤에 드레이코 말포이가 루베우스 해그리드의 수업에서 히포그리프에 물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포이 가문의 압박과 보복은 수단을 가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재판까지 열리게 된 것이었다.

[작품후기]

2019. 2. 10. 수정완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