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49화 (49/115)

0049 / 0115 ----------------------------------------------

[외전] 이름에 관한 고찰(Brilliant Riddle)

멘토링(Mentoring)

Tom Marvolo Riddle X Olivia Zinnia Brilliant

* 선작 5000 기념 외전 * 본편에서 공개되지 않을 이야기.

이름에 관한 고찰(부제 : Brilliant Riddle)

“팀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요?”

멘토와 멘티, 두 명이 한 팀으로 이뤄지는 멘토링, 이번 학년부터는 팀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말에 리브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반면 리들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었다. 무언가 생각해온게 있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

이내 새까만 양장본 노트를 펼친 리들은 깃펜을 들어 수려한 글씨체를 수놓기 시작했다. 리브는 살짝 둥글둥글한 자신의 글씨체와 화려하기 그지없는 리들의 글씨체를 번갈아 보며 자신 역시 깃펜을 집어 들었다. 그나저나 글씨체도 외모 따라가나. 그럼 뭐해 성격이 뭐같은데…

“올리비아, 이건 어때?"

리들이 글씨체처럼 수려하게 웃으며 깃펜을 놀렸다. 노트 위에 쓰여진 글씨에 리브는 순간 억소리를 낼 뻔했다.

“볼드모트(Voldemort), ‘사신의 비행’이라는 뜻이지.”

리브는 순간 Voldemort라는 단어 앞에 Lord가 보이는 착시현상을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착시현상은 리들에 의해 실제현상이 되어버렸다. 청년은 ‘Tom Marvolo Riddle’, 자신의 풀네임을 적더니 바로 아래에 ‘I am lord voldemort’라고 적었다. 그리고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알파벳 하나하나를 연결시키며 아나그램(Anagram)임을 친히 선보인다.

“불어야. ‘Vol'은 두려움, ’De'는 ‘of', 'mort'는 죽음 혹은 사신을 뜻하지.”

청년은 잘생긴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나그램까지 분명 의도했을 터. 이걸 생각해내느라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을까… 리브는 그 생각이 들자 순간 눈앞의 청년이 귀엽게 느껴졌다. 이거 하나하나 짜맞춰놓고 엄청 뿌듯해했을 모습이 선했다. 그런데 볼드모트 경이라니! 소름이 끼쳐온다. 맙소사… 리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팀 이름이잖아요. 그리고 볼드모트가 ‘사신의 비행’이라는 뜻만 있는 거 같아요?”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사람, 볼드모트, 아직은 그 사람이 아닌데도 어찌 이리 발음하기가 껄끄러울까. 리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깃펜을 노트에 놀리기 시작했다.

[Voldemort. 훔친 것을 죽음으로 갚다.]

소녀가 쓴 글귀에 리들은 펄쩍 뛸 듯한 태도로 말했다.

“이게 뭐야?”

“이런 뜻도 있다는 거죠. 'Vol'에는 비행 말고도 ‘도둑질, 절도, 훔친 물건’이라는 뜻도 있고요. ‘De'에는 ’~부터‘라는 전치사도 되고, ’Mort'는 ‘죽음’”

리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훔친 것을 죽음으로부터 갚다. 기분 나쁜 뜻이었다.

“그래서 볼드모트의 뜻을 해석해보면 ‘훔친 것을 죽음으로 갚다.’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리브의 목소리는 낭랑했다. 리들은 뭔가 찝찝한 듯한 표정이었고 리브는 회심의 일격을 날리기에 이르렀다.

“어디서 도둑질이라도 할 생각이에요? 무엇을 훔칠 셈? 내 것은 부디 놔둬요.”

“이게 누굴 뭘로 보고-”

졸지에 도둑놈 취급을 당한 리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리브는 쿡쿡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개명할 생각이에요? 아나그램(Anagram)인거 보니까 아주 공을 들여서 만든거 같은데…”

“내 이름은 너무 흔해. 성도 이상하잖아. ‘수수께끼’라니”

“왜요? 주인이랑 딱 인데… 그렇게 따지면 제 성도 평범하진 않죠.”

브릴리언트(Brilliant), ‘빛나는’ 혹은 ‘뛰어난’이라는 의미.

“뜻이 좋잖아.”

리들의 말에 리브는 어깨를 으쓱하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선배는 사람이 너무 특출나서 이름이라도 흔해야죠. 범인(凡人)들은 무슨 낙으로 살라고-”

“난 내 이름이 싫어. 올리비아, 넌 네 이름이 좋아?”

무슨 물음인지 안다. 우리 둘 다 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왔지. 어머니를 버린 그 남자의 이름. 좋을 리가.

“정말 못됬다니까, 그런 물음을 던지면서 잘도 제 이름을 꼬박꼬박 부르시네요.”

“네가 그랬잖아, 이름 정도는 부르라고.”

아브락사스 선배랑 오리온이 불쌍해서 한마디 해본건데 이렇게 쉽게 들을 줄은 몰랐지. 거기다가 ‘너부터 불러줄게’라니… 아마 그 때부터였었나. 그 남자의 이름에서 따온 ‘올리비아(Olivia)’라는 이름이 꽤 듣기 좋았던 것은.

“…난 ‘톰(Tom)'이라는 이름 좋은데.”

리브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순간 리들이 흑안을 깜박였다.

“어감이 좋잖아요. ‘톰(Tom)’”

“…별로.”

“그리고 전 제 이름 싫지 않아요. 뜻이 좋거든요.”

리브는 노트에 자신의 이름 철자를 적었다. 올리비아(Olivia).

“원래 올리브(Olive)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고대 그리스 여신인 아테나의 나무죠.”

리브는 자신의 이름에 줄을 긋고 아래로 화살표를 긋더니 ‘아테나’, ‘평화’, ‘풍요’ ‘빛’을 차례대로 적었다. 그리고 깃펜으로 살짝 노트를 두드리다가.

“아테나 여신의 올리브 나무는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기로 유명하죠. 뿐만 아니라 성서에서 노아의 홍수가 끝나고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것은 ‘평화’를 상징하고.”

평화에 동그라미를 치고.

“올리브유는 등화에 이용되기 때문에 ‘빛’의 상징으로 보기도 하죠.”

빛에 동그라미를 친다.

“이슬람교의 성전인 코란에 쓰여있다고 해요. 그리고 올리브를 성수, 세계의 중추를 이루는 나무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해요.”

리들의 심드렁한 표정에 리브가 새초롬하게 말했다.

“그렇게 대놓고 흥미없단 표정 짓지 말고 좀 들어봐요. 리들 선배 이름도 좋은 거니까”

“…?”

리브는 자신의 이름 올리비아와 조금 떨어진 옆에 ‘톰(Tom)’을 적었다. 리들의 이름. 그리고 옆에 화살표를 그리더니 토마스(Thomas)를 적어 보인다. 리브 특유의 둥글둥글한 글씨체가 사각사각 노트에 담겼다.

“리들 선배 이름은 토마스(Thomas)에서 따온거에요. 토마스를 톰(Tom), 토미(Tommy)라고도 불러요.”

리브의 입술에서 또다시 성서가 새어나왔다.

“토마스는 성서에 나오는 그리스도 12사도 중 한 사람이에요. 12사도는 예수가 그리스도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선택한 12명의 제자라고 해요. 사도들은 원시교회에서 높은 신분을 가진 권위자에요.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해요.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머글들의 종교 따위 미신이잖아.”

“알아요. 하지만 우리 이름은 머글이 지은거잖아요. 그런데 머글들에게 종교는 신성한 것이기도 해요. 그 신성한 내용을 담은 성서에서 이름을 따온거니까 좋은 의미인건 맞잖아요.”

조곤조곤한 리브의 설명에 리들의 표정이 조금 유해졌다.

“너 정말로 ‘톰(Tom)’이라는… 내 이름이 좋아?”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리브는 특유의 따스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미소에 리들의 마음속은 또다시 따스함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이제는 낯설지 않은 설레임도 함께.

“올리비아, 네가 좋다면 됐어.”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소녀의 흘러내리는 금발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 섬세한 손길에 리브는 순간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소녀 역시 이 느낌이 이제는 익숙했다.

“……”

“……”

간질간질한 느낌, 미묘함, 리들의 흑안과 리브의 벽안이 얽혀 들어갔다. 실타래처럼 엉키고 엉켜서 도저히 서로에게서 눈을 뗄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소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청년의 새하얀 손 역시. 리브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깃펜을 빠르게 놀린다.

[Brilliant Riddle]

“이,이건 어때요?”

“Brilliant Riddle이라… ‘뛰어난’ 수수께끼?”

‘Brilliant’를 무어라 해석할지 내심 궁금했던 리브는 그다운 대답에 작게 웃었다.

“뭐야, 왜 웃어?”

“Brilliant를 무어라 해석할지 궁금했거든요. ‘뛰어난’이라… 그야말로 리들 선배답네요.”

“넌 뭐라고 해석하는데? 훌륭한, 성공적인, 우수한 눈부신, 멋진, 빛나는, 선명한… 골라봐.”

“빛나는 수수께끼.”

소녀의 입술에서 청년의 성과 함께 조합된 단어가 흘러나왔다. 리들이 흑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툭 내뱉었다.

“괜찮네. 잘 어울려.”

자신의 뜻이 더 낫다고 우길거라 생각했던 리브는 의외의 반응에 벽안을 깜박였다. 웬 일이래?

“네 머리카락, 찬란하게 빛나고 있거든.”

그리고 너도. 뒷말은 마음속에 담아둔 채 리들은 잘생긴 얼굴 가득 아찔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샤르륵 청년의 손가락 사이로 소녀의 골드 블론드가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간질간질한 느낌, 마음인지 머리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사실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소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혀로 축였다. 떨림, 설레임, 이제는 낯설지만은 않은 묘한 기분에 또다시 젖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노트 한 쪽에 써있는 ‘Voldemort’를 보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 이름, 살벌하네요. 훔친 것을 죽음으로 갚다… 어찌보면 인과응보라 봐도 되는데.”

“겨우 뭐 훔쳤다고 죽음? 과한데”

리들이 심드렁하게 뱉은 말에 리브가 제법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요, 무엇을 훔쳤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예를 들어 누군가의 생명을 훔쳤다면 죽음으로 갚는게 과하다고 볼 수 만은 없죠.”

리브의 말에 리들이 순간 흑안을 깜박였다. 소녀는 리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깃펜을 들어 ‘Voldemort'라는 글씨에 사선을 그어버렸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되지 않는지 아예 새까맣게 색칠해서 없애고 있다. 그 모습에 리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쳐다보지만 굳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냥 물어볼 뿐이었다.

“그렇게 싫어?”

돌아오는 대답은 긍정, 그렇게도 싫은가. 아나그램 생각하느라 머리 꽤 굴렸는데…. 그리고 생각해온 팀명이 하나 더 있었지만 딱히 반응이 좋을 것 같지는 않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리들은 아쉬움을 느끼며 말했다.

“올리비아, 네가 싫다면 나도 됐어.”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주목나무 지팡이를 휘둘러 ‘I AM LOAD VOLDEMORT’라는 글귀를 지워버렸다. 깨끗하게 자취를 감춘 글귀를 보며 리브가 멍하니 그 자리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리들은 그런 소녀의 손가락을 슬며시 자신의 왼손으로 감싸쥐었다. 손가락으로 짜릿한 온기가 전해지며 소녀는 마음 역시 짜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결박된 손가락이 답답함을 호소하려 할 때, 리들은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그리고 적는다.

“그럼 팀 이름은 이걸로 하자.”

[Brilliant Riddle]

Brilliant Riddle, 브릴리언트 리들, 빛나는 수수께끼.

마음에 든다. ‘뛰어난 리들’, 혹은 ‘빛나는 리들’이라는 뜻도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리들은 수려하게 웃었다.

<이름에 관한 고찰(Brilliant Riddle)> 마침.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 외전의 시간대는 현재 본편 기준으로 여름방학 끝나고 새 학기입니다. 사실 계속 공개를 못했던 이유가 리들이 리브를 성으로 부르고 있어서에요ㅋㅋㅋ원래는 자각 챕터에서 이름을 부를 예정이었으나... 리들이 뻘짓(딴애들이랑 키스)하고 다니느라고요ㅋㅋㅋㅋ

* 참고로 리브는 볼드모트라는 이름보고 진심으로 식겁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리들이 하나 더 생각해온 팀명은 'Deatheaters'에요. 죽음을 먹는자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리브가 저거까지 들었으면 기절초풍할듯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데스이터가 한때는 The Knights of Walpurgis(발푸르기스 기사단)으로 불렸다는데 이 이름도 리들이 볼드모트 이름짓고 데스이터 생각하면서 한 번 쯤 나왔을지도 몰라요ㅋㅋㅋㅋ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48화 리리플 방금 업뎃 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