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1화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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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Chapter 1. 고아원의 트러블 메이커와 벙어리 소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올리비아 브릴리언트(Olivia Brilliant)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되어있었다. 금발에 푸른 벽안을 가진 서양인. 이게 무슨 상황인가 멍하니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아, 나는 죽었구나. 다시 태어났구나. 그런데 어떻게 죽었는지는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굳이 기억할 필요 없겠지. 마음 한켠에서 그렇게 외쳤다. 이왕 이렇게 태어난거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지 않겠니? 환생 후의 감상은 꽤 간단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고아원이었다. 그래, 얼마 전에 내가 있던 시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이 고아원으로 오게 되었지. 그리고 저 여자가 원장이고… 그녀는 자신을 ‘코올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코올 부인?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어감에 나는 갸우뚱했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렇게 죽음과 전생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제서야 하나하나 새록새록 주변의 배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고아원의 아이들은 전부 어렸다. 떽떽 거리며 우는 애기들, 아니면 철없는 아이들… 나와 수준이 맞지 않았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해 정신연령이 높은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나서 가장 맘에 드는게 있다면 바로 뛰어난 두뇌였다. 문득 내 부모님이 궁금해졌다. 어머니를 닮은걸까, 아버지를 닮은걸까. 이제 부모님에 대한 궁금증으로 또 멍하니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문득 전에 있던 시설의 선생님들이 나누던 대화가 떠올랐다.

    “저 아이 말이에요, 올리비아요. 집에 혼자 울고있는 걸 이웃이 데려와 맡겼어요. 아비는 임신한 아내 내팽개치고 집을 나갔고 그 후에 어미가 목을 매달았다지 뭐에요. 끔찍한 일이죠. 가엾게도 이리 되었네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나를 홀로 낳고 슬픔에 못이겨 자살을 택했다. 왜 아내를 버렸을까. 내 어미가 큰 잘못을 한걸까? 부모님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 싶었지만 전에 있던 시설은 문을 닫았고 코올 부인이 알리는 만무했다. 어른이 되면 알 수 있을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 부모님에 대한 감상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저 내 아비는 냉정한 자였고 어미는 나약했구나. 남녀 사이는 제 3자가 알기는 어렵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부모님의 불화를 내가 어찌알까.

    코올 부인은 주어진 환경에서 고아원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중년 여인이었다. 고아원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빈곤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코올 부인은 아이들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구박하지는 않았고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까지 고아원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곳은 성인이 되면 나가야했다. 이곳을 나가서 살려면 집이 있어야하고 집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벌려면 직업이 있어야 하고, 직업을 가지려면 공부를 해야지. 나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으니까 노력하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테고 명문학교에 진학할 수 있으리라. 나는 그렇게 미래 계획을 차근차근 짜나갔다. 내 미래는 아예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나를 버린 부모는 못마땅했지만 우선 뛰어난 두뇌를 물려준 점 하나 만큼은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 고아원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거의 말없이 멍하니 생각에만 잠겨있기 일쑤여서 어느 순간 고아원 아이들에게 '벙어리'로 인식되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랑 말을 섞거나 친구 먹을 이유가 없어서 입을 쭉 다물고 있었던게 화근이였나? 아, 그러고 보니 몇 번 애들이 말을 걸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답을 안했고. 아, 그래서 애들이 날 벙어리로 알게 되었구나. 뭐, 상관 없겠지. 귀찮게 굴지는 않겠구나.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둘러볼 생각도 안했던 나는 무심코 주위를 보다가 한 소년을 발견했다. 왜 지금까지 발견 못했을까, 내가 얼마나 주변에 무관심했는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새까만 흑발에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아이.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상당히 잘생긴 축에 속했다. 정말이지 미래가 기대되는 외모였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 뭐라고 표현을 해야할까. 그래, 싸늘했다.

    그 후로 나는 그 소년을 관찰하게 되었다. 보아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소년을 피하는 분위기였고 몇 몇 아이들은 그 소년을 괴롭히다가 보기 좋게 당한 듯 했다. 나는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으며 그 소년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이름은 '톰 리들(Tom Riddle)' 이름이 왠지 낯익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냥 넘겨버렸다.

    톰 리들은 이상한 아이였다. 코올 부인은 소년을 미워하지는 않았지만 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소년은 나이에 비해 몹시 어른스러웠고 또래 아이들과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특별하고 고고하다는 듯이 굴었다. 아마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미움을 샀으리라. 앙심을 품은 애들이 단체로 그 소년을 괴롭히는 일이 여러 번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그 소년을 괴롭힌 아이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루었다. 빌리라는 아이는 토끼를 잃었고(토끼가 대들보에 목을 매었단다. 그 녀석 짓이겠지) 에이미와 데니스는 소풍에 갔다 와서 상태가 이상해지는 등. 그 외에도 꽤 많았다. 하지만 톰 리들의 짓이라는 추측만 있을뿐ㅡ전부 톰 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였으니까ㅡ 단 한 번도 현장을 잡지 못했다. 그렇게 되자 다른 아이들 역시 언제부턴가 소년을 무서워하며 피하게 되었다. 물론 꿋꿋이 시비거는 애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톰 리들은 고아원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나는 그 애를 피하지도, 어울리지도 않았다. 사실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톰 리들은 나같은 벙어리 소녀에게 손톱만큼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세상을 파악하기에 바빴고, 그 다음에는 미래계획을 세워야 했고, 그 후에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사실 톰 리들에 대해 알게된 것도 그 후였다.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톰 리들을 관찰하다가 굉장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정원에서 책을 읽는데 톰 리들이 책 몇 권을 둥둥 띄우며 걸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헛것을 보았다며 애써 넘기려했지만 그 광경은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저 녀석 초능력자인가? 저건 염력?

    그리고 언젠가는 정신과 의사며 상담 교사들이 톰 리들을 보러왔다가 소년의 방에서 뛰쳐나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방에서는 무거운 물건들이 우당탕탕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톰 리들은 어디선가 새하얀 뱀을 데리고 와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소년의 풀네임 ‘톰 마볼로 리들(Tom Marvolo Riddle)’.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전생에 읽었던 해리포터 시리즈. 서,설마…?

    잘생긴 외모, 또래답지 않은 어른스러움, 싸늘함, 뱀과의 대화, 그리고 그 초능력… 아니 마법! 맙소사, 설마 여기 해리포터 세계야? 나는 한동안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책에서 봤던 ‘그’ 톰 리들과 고아원의 톰 리들의 모습이 일치했다. 그럼에도 나는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미래에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가 될 인물이었으니까! 이곳이 해리포터 세계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계속해서 그럴리 없다고 부정하려 했지만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서 전생에 읽었던 해리포터 책을 되새겨 보았고 몇 번을 생각해도 일치했다. 맙소사, 내 눈 앞에는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사가 될 소년이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와 엮이지 않았음에, 그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에 무척이나 감사했다.

    나는 벙어리에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아이들은 전부 그렇게 알고 있었고 코올 부인은 나에게 치료를 권하기까지 했다. 물론 내가 벙어리가 아니라 말을 안하는 것을 깨닫고 관두었지만 말이다. 아아, 잘됐다. 앞으로 벙어리 노선을 계속 밟아야지. 생각이 너무 많아서,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 말을 안 섞었던게 내 목숨을 살리는구나. 말 같은 건 나중에도 실컷 할 수도 있는거다. 일단 내 목숨이 우선이었다. 톰 리들과는 얽혀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에게 적의를 사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나는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톰 리들은 내 존재 자체를 모름이 분명했다. 그는 고아원을 지긋지긋하게 싫어했고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관심 없는 것을 계속해서 머릿속에 담아 둘리는 만무했다. 어쨌든 절대로 신경을 거슬리지 말아야지. 저 녀석으로 인해 마법세계가 난장판이 되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마법사도 아니고 머글에 불과하다.

    나는 머글인 것 같았다. 이곳이 해리포터 세계이고 마법사의 존재가 어딘가에 있다고 해도—가까이는 이 고아원 안에도 하나 있었지만—나에게는 지금까지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사실 매일매일 없기를 바랐다.) 어쨌든 마법세계 따위 내 알바 아니다. 나는 내 살길을 찾아야지. 저 톰 리들은 열한 살이 되면 호그와트로 떠날거고 나는 공립 중학교에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진학해야지. 장학금을 받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미래 계획이 조금 바뀌었지만 상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필사적이었다. 다시 태어났는데 죽고 싶은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그리고 내가 열 살 때, 그니까 톰 리들이 열한 살 때, 괴상한 차림의 남자가 고아원을 찾아왔다. 그 남자는 마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물음을 던졌다.

    “얘야, 원장 선생님은 어디 계시니?”

    나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원장실을 가리켰다.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고맙다고 하더니 몸을 돌려 가…는게 아니라 나를 빤히 응시했다. 나는 남자의 하늘색 눈과 잠깐 응시하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름이 뭐니?”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눈을 깜박였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아서 말이다.”

    “올리비아 브릴리언트(Olivia Brilliant)에요.”

    나는 그 남자가 톰 리들에게 입학을 권유하기 위해 찾아온 알버스 덤블도어(Albus Dumbledore)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덤블도어는 또 다시 고아원을 찾아왔다.

    *

    “제가 마법사라고요? 그럴리가요.”

    덤블도어의 말을 들은 내가 가장 먼저 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몇 가지 기억을 일깨워주었다.

    “혹시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니?”

    “없어요. 그런거.”

    “잘 생각해보렴.”

    결국 나는 기억해냈다. 작년에, 내가 두려움에 휩싸여서 뱀을 날려버렸던 일을. 새까만 뱀이 쉭쉭거리며 아가리를 쩍 벌려 위협을 하기에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었다.

    물론 애꿎은 뱀을 날린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불행히도 내가 뱀을 날려버린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았는지 금방 정신을 차리고 기어와 내 발목을 콱 물었고 그 길로 나는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깨어나 보니 나는 독사에게 물려서 사경을 헤맸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상태란다. 코올 부인은 내가 거의 한 달을 잠들어있었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죽을 뻔한 일이 너무 충격인지라 뱀을 날려버린 일 따위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게 마법이라고?

    내 이야기를 들은 덤블도어 교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한다. 그거 보렴, 너는 마법사란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부정했고 나를 딱하게 쳐다보던 덤블도어 교수는 자신의 지팡이를 내게 쥐어주며 휘둘러보라고 했다. 내가 무심코 그것을 쥐고 휘두르자 책상 위에 있던 책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내 눈이 커졌다. 신기해. 그리고 올라가라고 생각하며 다시 휘둘렀는데 책이 또 한 권 떨어졌다. 이게 아닌데…. 덤블도어 교수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아, 말을 잘 안들을 거란다. 그건 내 지팡이니까, 네 지팡이로 하면 말을 잘 들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약간의 교육을 받는 다면 말이다.”

    덤블도어 교수는 내 손에 있는 지팡이를 회수해가며 말했다.

    “너는 마법사, 그러니까 마녀란다, 올리비아.”

    결국 나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머글이 지팡이를 휘두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고로 난 마녀다. 하지만 내 미래 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생겼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덤블도어는 호그와트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내 손에 입학장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작년에 입학한 톰 리들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덤블도어 교수님, 혹시 여기 오시면서 톰 리들과 마주치셨나요?”

    “못 봤단다.”

    “그럼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나는 그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톰 리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언젠가는 알게되지 않겠니?”

    “그러겠지요. 하지만 되도록 늦게 알았으면 싶어서요.”

    아예 알지 못하면 더 좋고.

    “이유를 물어도 되겠니?”

    “…아시잖아요.”

    난 그렇게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글쎄, 모르겠구나.”

    모르기는 개뿔!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하나! 나는 불만스레 미간을 찌푸렸다가 대답을 요하는 그의 표정에 입을 열었다.

    “그가 학교에서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밝히던가요?”

    “그러지 않았던 것 같구나.”

    “안 좋아할거에요, 저를.”

    싫어할테지, 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떠들지도 모르니까. 물론 나는 그에 대해 입도 뻥긋할 생각이 없었다. 명을 재촉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아아, 정말 미래 계획을 다시 짜야겠구나. 결국 덤블도어 교수는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묻는다.

    “올리비아, 너도 톰이 무섭니?”

    “네.”

    내 대답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흘러나왔다.

    “정말?”

    덤블도어 교수가 되묻자 나는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톰 리들을 무서워하는걸까? 무섭지, 미래의 마왕 볼드모트가 될 인물인데… 하지만 그는 아직 볼드모트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도 없었고… 솔직히 톰 리들이 애들을 괴롭힌 것은 전부 복수일 뿐이었다. 그 애들이 먼저 그 녀석을 건드렸으니까.

    나는 톰 리들을 무서워하는 걸까? 아니다. 꺼리는거다. 내가 무서운건 미래의 볼드모트…. 하지만 나는 덤블도어 교수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도 내게 굳이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

    덤블도어 교수는 올리비아에게 다이애건 앨리에 같이 가주겠다고 했고 소녀는 흔쾌히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돈이 하나도 없다는 소녀의 걱정은 금세 해결되었다. 교수는 호그와트에 소녀와 같은 학생을 위한 기금이 있다고 했다. 비록 마법책이나 물건들을 중고로 사야만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이제 소녀의 마음은 호그와트에 대한 기대심에 부풀어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이애건 앨리에서 마법책을 비롯한 필요한 준비물들을 전부 샀고 이제는 '올리밴더스'에 가서 지팡이를 사는 일만 남아있었다.

    [올리밴더스: 382 B.C. 이후 좋은 요술지팡이를 만들어온 제작자]

    지팡이 장인의 가게는 생각보다 비좁고 초라했다. 덤블도어와 올리비아가 안으로 들어가자 종이 딸랑거렸다. 올리비아가 정신없이 가게를 둘러보는 사이 덤블도어는 올리밴더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올리밴더와 올리비아의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오, 네 엄마를 꼭 닮았구나! 순간 지니아 라이트(Zinnia Wright)가 들어온 줄 알았지 뭐냐.”

    지니아 라이트? 내 어머니의 이름일까? 나는 그 이름을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그녀는 배롱나무 지팡이를 썼지. 그래, 그 딸이 왔구나.”

    올리밴더는 다행히 올리비아에게 어머니는 잘 계시냐는 안부를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제 올리비아의 주위에서는 줄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치수를 재고 있었다. 소녀의 어깨에서부터 손가락까지의 길이를 잰 뒤,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어깨에서 마룻바닥까지, 무릎에서 겨드랑이까지 그리고 머리 둘레를 쟀다. 그런데 왜 내 콧구멍 길이를 재는거지? 올리비아가 줄자를 확 잡아채서 내동댕이 치려는데 그 전에 줄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좋아, 이걸 한번 휘둘러보거라. 버드나무와 용의 심금. 10인치이고, 유연하지.”

    하지만 올리밴더는 소녀가 채 휘두르기도 전에 낚아채 가버렸다. 그리고 뒤적뒤적 다른 지팡이를 꺼내 내밀었다.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까. 올리비아는 드디어 고대하던 지팡이를 휘두르게 되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아닌 모양인지 올리밴더는 고개를 저으며 새로운 지팡이를 드리 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올리비아는 장미목에 불사조 꼬리 깃털이 들어간 지팡이의 주인이 되었다. 지팡이의 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온 올리비아는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덤블도어 교수님, 저희 부모님에 대해 아세요?”

    “내가 아는 것은 네 어머니 뿐이란다. 작년에 너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네가 '지니아 라이트'의 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봤지.”

    “그렇게 많이 닮았나요?”

    덤블도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와 결혼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셨다. 올리비아는 어머니에 대해 알게된 것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그와 작별인사를 한 뒤 돌아온 소녀는 호그와트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다.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는 날, 올리비아는 설레임과 조마조마한 심정ㅡ톰 리들과 마주칠까봐ㅡ으로 아침 일찍 고아원을 나갔다. 다행히 코올 부인은 리들에게 올리비아가 그와 같은 학교를 간다는 쓸데없는 소리(소녀의 기준에서)를 하지 않았다. 코올 부인은 리들과 필요한 대화 외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꺼리는 것이 분명했다.

    올리비아는 마녀라는 것을 인정한 후, 철저하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다시 세웠다. 결국 소녀의 세계는 이 곳이었다. 하지만 톰 리들과는 절대로 부딪히지도 접점을 만들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올리비아는 톰 리들의 추종자가 될 생각도, 그의 적수가 될 생각도 없었다. 불사조 기사단 따위도 절대로 안들어 갈거야. 철저하게 중립으로, 방관자로 살아갈 테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거, 자신에게 주어진 이 마법의 힘을 철저하게 즐기고 마녀라이프를 살리라. 그의 세상이 오더라도 숨죽이고 최대한 조용히 살아야… 여의치 않으면 머글세계로 도망가서 머글로 살아야 겠어.

    그렇게 도착한 호그와트는 굉장했다. 웅장한 호그와트의 광경에 올리비아는 한 번에 매료되었다. 커다란 성과 신비로운 분위기. 그 순간만큼 소녀는 톰 리들에 대한 걱정을 잊어버렸다.

    ============================ 작품 후기 ============================

    12.08.22. 퇴고 완료.

    그러나 개인지 제작시 Chapter 1 자체를 리메할 예정

    + 개인지 제작안해도 리메해요.. 블로그에 수정본이 올라갈 예정.. 다시 보니 진짜 별로네요 정주행 하신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으앙 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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