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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37화 (137/200)
  • 제137화

    데이른 공작은 바쁘다.

    허구한날 대검을 휘두르고 제 성질을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많은 서류들을 처리하는 유능한 공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뇽뇽이의 육체 단련을 맡아 달라고?”

    그리고 지금은 뇽뇽이의 선생님이 되게 생겼다. 반강제로 말이다.

    “예.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물음에 반문했다. 그는 지금 혼자서 데이른 공작의 방에 쳐들어왔다.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를 처리하는 데이른 공작에게 당당히 부탁했다.

    거기에 추가적인 일을 하나 더 해달라고 말이다.

    “흐으음.”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안경을 벗었다. 그 후 탁자에 있는 서류 더미를 향해 눈을 움직였다.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척 봐도 밀린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지만 뇽뇽이를 상대해줄 좋은 스승님은 데이른 공작님 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거고요.”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을 향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뒷말을 이었다. 이미 저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흥!”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이제와서 저런 소리를 한다 한들 데이른 공작은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미. 예전부터 자신이 어떤 취급을 받아 왔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업무는 파엘님이 봐주실겁니다.”

    “음?”

    “뇽뇽이의 스승님이 되어주시면 일정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 선이 어디까지 인지는 두분이서 합의를 보셔야겠지만요.”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두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새 관리자인 파엘이 자신의 서류 업무들을 처리해준다니.

    그의 입장에서는 두 팔을 벌고 환영할만한 제안이었다.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제안인 거 같군.’

    게다가 뇽뇽이는 데이른 공작 또한 탐을 내고있는 상태다. 그러니 뇽뇽이와 수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걸 알려주는 게 훨씬 재밌을 게 분명했다.

    “좋다. 그 제안 받아들이지.”

    그래서 에탄이 내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씨익.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대답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거기에는 뇽뇽이의 스승이 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훌륭하신 선택입니다. 이건 계약서니까 한번 읽어보시죠.”

    “음!”

    데이른 공작이 에탄이 내미는 종이를 받았다. 그 후 위에서부터 천천히 훑어봤다.

    거기에는 파엘이 대신 업무를 ‘일정’ 부분 봐준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었다.

    싸삭!

    데이른 공작이 그걸 확인하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럼 난 이 업무들을 파엘에게 넘기러 가야겠다! 파엘은 지금 어디에 있지.”

    “마법 수련장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안그래도 데이른 공작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당장 수업을 해야겠다. 몸이 찌뿌둥해서 안 되겠어!”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씩 웃었다.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고는 에탄과 함께 마법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 지긋지긋한 서류 업무를 더 이상 안봐도 될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공작님. 지금 당장은 제가 서류 업무를 담당하기 힘듭니다.”

    데이른 공작의 꿈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 * *

    결과적으로 데이른 공작의 업무량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게 됐다.

    파엘이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였기에 데이른 공작은 거기에 반발할 수 없었다.

    “저 자식도 원래는 저렇게 멍청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일에는 생각이 짧아지더라고.”

    계약서에도 ‘일정’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화염의 지배자가 그 사실을 짚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뇽뇽이를 아낀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에탄이 한숨을 쉬는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데이른 공작이 저리 행동을 하는 게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마음은 편안했다. 그만큼 뇽뇽이를 신경쓴다는 거니 말이다.

    “끄응.”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앓는 소리를 냈다. 확실히 에탄의 입장에서는 좋은 거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데이른 공작을 많이 이용할수 있을 테니까.

    “나도 그건 아는데… 그냥 걱정이 된다는 거지.”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런 우려가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

    “음?”

    “대부분의 사람이 데이른 공작님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화염의 지배자님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저희를 빼고는 없을 겁니다.”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한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연회장에서 데이른 공작을 대하던 다른 귀족들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압도적인 그의 힘에 긴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

    에탄이라고 그들과 다르지는 않았다. 자신 또한 데이른 공작의 등에 매여져 있는 무지막지한 대검을 보고 침을 삼키지 않았는가?

    그걸 생각해보면 데이른 공작의 이런 모습을 아는 이는 극히 적으리라.

    “아마 외로우실겁니다.”

    에탄은 그걸 통해 데이른 공작이 생각보다 쓸쓸했을 거라 생각했다.

    연회장에서도 자신을 편하게 대하는 이가 별로 없지 않았는가?

    “흐음.”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공감은 가네.”

    그러면서 에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녀 또한 자신을 편하게 대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른 공작과 비슷한 이유였다.

    “그래서 네가 신기해.”

    “예?”

    “나나 저 늙은 할아범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하고 있잖아. 심지어 이득까지 취하고.”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을 빤히 쳐다봤다. 생각해보면 자신들에게 먼저 다가온 건 에탄이었다.

    자신한테도 그렇고 데이른 공작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거기서 일이 잘못됐다면… 돌이킬 수 없었을 거야.”

    그리고 그건 꽤 큰 선택이었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으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을 테니 말이다.

    “하하.”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멋쩍다는 미소를 지었다.

    “한번 죽었다 깨어나니 깨달았습니다. 어지간한 일은 전부 해결할 수 있다는 걸요.”

    그리고 화염의 지배자에게 덤덤한 목소리로 진실되게 답했다.

    “죽었다 깨어나기는 무슨. 아직 죽지도 않았구만.”

    하지만 그녀는 에탄의 말을 농담으로 흘러 넘겼다. 당연한 거였다. 아무리 마탑주인 그녀라고 해도 에탄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끄응.”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겪은 그대로를 말했지만 돌아오는 게 저런 대답이니.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구태여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은 숨기는 게 좋을 거 같았으니까.

    콰앙!

    그때. 마법 수련장 안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오. 슬슬 시작하나 보네.”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후웅! 웅!

    그리고 데이른 공작이 손에 들고 있는 구슬을 뻿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뇽뇽이를 빤히 쳐다봤다.

    참고로 파엘은 데이른 공작을 마법으로 보조해주고 있었다.

    더 큰 벽을 만들어서 뇽뇽이가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부웅!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수련장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이어서 데이른 공작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일반 사람은 근처에 가기만 해도 피부가 찢어지겠네.’

    상당히 과격한 수련이었다.

    저게 진짜 마법사들을 위한 훈련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어찌보면 마법사가 아니라 기사들을 위한 훈련이라고 하는 게 맞으리라.

    애당초 데이른 공작은 마법을 쓸 줄 모르니까.

    “흐응! 안 뺏김!”

    그래서 뇽뇽이가 구슬을 못 뺏는 데 당연한 거였다. 데이른 공작은 수십 년을 전장에서 구른 기사다.

    그에 비해 뇽뇽이는 아직 마법에 집중하고 있는 어린 드래곤이다.

    상대가 될래야 될 수가 없지만.

    부웅!

    “어익후!”

    승산이 마냥 없는 것도 아니었다.

    뇽뇽이의 손이 중간 중간 아슬아슬하게 구슬을 스쳤기 때문이다.

    “공작님! 아직 시간 안 됐습니다!”

    파엘이 그걸 보고는 데이른 공작에게 있는 힘껏 외쳤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말이다.

    “음!”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동시에 몸 안에 있는 자신의 기운을 바깥으로 방출했다.

    “흐응?”

    뇽뇽이가 그걸 보고는 몸을 멈칫했다. 마나를 방출하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건 오러라는 거다.”

    데이른 공작이 자신을 신기해하는 뇽뇽이를 향해 오러에 대해 말했다.

    팍!

    그러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

    그 순간 뇽뇽이가 왼쪽으로 몸을 굴렸다.

    쿠쿠쿵!

    그리고 자신이 서 있던 자리의 바닥이 뭉개지는 걸 보고 침을 삼켰다.

    자신을 상대로 데이른 공작이 저런 힘을 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덤벼라! 안 그러면 다칠 것이다!”

    데이른 공작이 그런 뇽뇽이를 향해 최선을 다하라 말했다. 자신은 전혀 다칠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걸 애둘러 말하는 거였다.

    “흐응. 알겠음!”

    뇽뇽이가 그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번쩍였다. 동시에 데이른 공작의 오러를 빤히 쳐다보더니.

    -…우우우웅!

    이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

    에탄이 그걸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멈칫했다. 뇽뇽이가 뿜어내는 저 기운은 마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

    그래서 뇽뇽이의 기운을 유심히 살펴보는 순간. 에탄은 두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오. 오러?”

    뇽뇽이의 몸에서 기사들이 극에 달해야 쓸 수 있는 기운. 오러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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