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폴리모프는 뇽뇽이를 지금까지 인간의 모습으로 있게 해준 마법이다.
“폴리모프를 푼다고요?”
그래서 에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유지하고 있는 폴리모프를 풀게 하는지 말이다.
그도 그럴 게. 폴리모프를 한다고 해서 뇽뇽이의 힘이 제한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전투를 하는 도중에는 뇽뇽이가 알아서 폴리모프를 풀었으리라.
“응. 폴리모프를 일부분 풀어버릴 거야.”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듯이 답했다.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네?”
그러면서 피식 웃으면서 뒷말을 붙였다. 자신이 지금 정보에서 우위에 있다는 거에 기쁨을 느끼는 거였다.
그녀가 얼마만에 에탄을 역전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유치한 반응도 아니었다.
“원래 이런 정보는 계약서를 써야 하지만… 내가 특별히 공짜로 알려주도록 할게.”
“감사합니다. 역시 머리가 뛰어나고 자비로우신 화염의 지배자님 답습니다.”
“흐흠!”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저게 입발린 칭찬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단순하네.’
에탄이 그런 화염의 지배자를 보면서 속으로 픽 웃었다. 이 정도 알랑방귀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이보다 더한 입 발린 말들도 전생 때 수도 없이 해봤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짜로 준다고 하니까 실제로 이득이기도 하고.’
실제로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이건 에탄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거니까.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가 저렇게 나오니 에탄의 입장에서는 두 팔 벌리고 환영할 만했다.
“폴리모프를 해제하는 이유는 간단해.”
그때. 화염의 지배자가 웃음을 멈추고는 진지하게 표정을 바꿨다.
“뇽뇽이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마법의 힘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야.”
“그 말은…….”
“그래. 저 폴리모프가 어느 정도는 무의식적인 제한을 걸고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인간으로 치면 걸리적거리는 옷을 입고 움직이는 거랑 비슷한 거야.”
“흐음.”
화염의 지배자가 말해주는 설명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이해가 가는 말들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래서 그녀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뇽뇽아. 폴리모프를 일부분만 해제해봐.”
이어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뇽뇽이에게 폴리모프를 해제하라고 말했다.
“알겠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힘차게 답했다. 동시에 눈을 감고는 용언을 중얼거렸다.
파아앗!
그 순간 뇽뇽의 몸에 꼬리와 두 뿔이 생겼다.
“흐음…….”
“저게 진짜 드래곤의 모습…….”
화염의 지배자와 파엘이 그런 뇽뇽이를 두 눈을 반짝이면서 쳐다봤다.
“어린 드래곤은 처음 보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도 어린 드래곤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것도 살아있는 드래곤이다.
거기에 한마디를 더 얹자면 우호적인 드래곤이기까지 하다.
“뇽뇽이 신기함?”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뇽뇽이가 두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파엘과 화염의 지배자에게 물었다.
“뇽뇽이… 무서움?”
그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뇽뇽이… 이 모습이면 친구 없음. 모두 무서워할 거라고 말했음.”
뇽뇽이는 아직 에탄이 자신을 보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 폴리모프를 풀지 말라고 했던 말. 그것과 함께 왜 풀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까지 알려줬다.
그래서 내심 무서워 하고 있었다.
파엘과 화염의 지배자가 자신과 거리를 둘까 말이다.
“아니! 전혀 안 무서워!”
그 순간 화염의 지배자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거침없이 뇽뇽이를 향해 다가가고는.
쓰담. 쓰담.
뇽뇽이의 머리를 어루어 만졌다.
“오히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는거에 안타까움을 느끼는걸? 안그래. 파엘?”
“저도 동의합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희한테는 귀엽습니다.”
파엘이 화염의 지배자에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에탄을 빤히 바라봤다.
“뇽뇽아. 적어도 우리한테는 보여줘도 괜찮아. 아빠가 걱정하는건… 나쁜 사람이 뇽뇽이를 보고 뭐라고 하는거에 상처를 받는거니까.”
에탄이 그런 뇽뇽이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자신이 폴리모프를 하라고 시킨건 몇몇 나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까봐 그런거라고 말이다.
“뇽뇽이. 그러면 이렇게 지내도 됨?”
“그럼. 물론이지.”
“흐음!”
뇽뇽이가 에탄의 대답에 콧방귀를 꼈다. 그 순간 뇽뇽이의 머리에 있는 뿔과 꼬리가 좌우로 실룩실룩 움직였다.
“귀엽다!”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두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뇽뇽이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뇽뇽아… 뿔이랑 꼬리좀 만져봐도 될까?”
조심스럽게 뒷말을 붙였다.
얼마나 만지고 싶은건지 그녀의 손가락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허락함!”
다행히 뇽뇽이는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만지겠다는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뇽뇽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의 손이 곧바로 뇽뇽이에게 향했다.
쓰담. 쓰담.
그리고 강아지를 만지듯 조심스럽게 뇽뇽이의 뿔과 꼬리를 만졌다.
“내가 드래곤을 만지는 날이 올줄이야…….”
화염의 지배자가 넋이 나간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뇽뇽이를 만지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
“…….”
에탄과 파엘이 그런 화염의 지배자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녀를 쳐다봤다.
“뭐. 왜!”
이런 두 사람의 시선에 화염의 지배자가 고개를 획 돌렸다.
“신기해 할 수도 있지!”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는 두 사람에게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예. 뭐. 그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엘이 그녀의 말에 픽 웃었다.
하지만 눈빛은 자신이 이겼다는 모양새였다.
“뇽뇽이는 제 딸입니다. 그러니까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에탄까지 저리 말하니.
“…아. 알았어! 그만 만질게!”
화염의 지배자가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뇽뇽아. 비늘 정말 멋지다.”
물론. 그러면서도 뇽뇽이에게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뇽뇽이는 이제 마음속에 큰 존재로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다.
“아줌마도 멋짐!”
“…아줌마 아니라니까?”
“맞음! 뇽뇽이보다 나이 많으면 아줌마임!”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하하!”
획!
그리고 파엘의 웃음 소리에 고개를 파엘쪽으로 향했다. 엄청난 적의(?)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커험. 큼…….”
그러자 파엘이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순간 그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웃으면 목숨이 위험해질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게 왜 그렇게 웃으셨습니까.”
에탄이 그런 파엘을 향해 핀잔을 주듯 뒷말을 붙였다.
“그럼 슬슬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시죠. 어떻게 진행 하실껀지 궁금해서요.”
그리고 파엘과 화염의 지배자에게 수업을 해달라고 말했다.
“좋아.”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는 뇽뇽이를 쳐다보면서.
“뇽뇽아. 우리 재밌는 마법 놀이 해볼까?”
유치원 선생님과 같은 말투로 말했다.
“흐음?”
뇽뇽이가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재밌는 마법 놀이라는 단어가 뇽뇽이의 흥미를 끈 거였다.
“그게 머임?”
“간단해. 저번에 우리가 했던 공 뺏기 놀이를 하는 거야. 근데 이번에는 뇽뇽이가 뺏어야 하는 공이 두 개야.”
“…!”
뇽뇽이가 화염의 지배자의 설명에 두 눈을 반짝였다.
“좋음!”
그러면서 놀이를 하겠다고 답했다.
탁!
그런 뇽뇽이의 대답에 파엘이 수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우웅!
그리고 손에다가 작은 구슬을 만들어 냈다. 눈을 집중하고 봐야 보일 정도로 아주 작은 녀석이었다.
“이걸 뺏으면 된다.”
파엘이 그 구슬을 뇽뇽이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 작은 구슬을.
“단. 마법이 아닌 힘으로.”
힘으로 뺏으면 된다고 말이다.
“흐음? 마법 안씀?”
“그래. 나와 공뺏기 놀이에서 마법은 금지다. 물론 나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거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작게 감탄했다.
‘드래곤이라면 마법이 아닌 힘에도 큰 재능이 있지.’
그리고 왜 저런 조건을 걸었는지 깨달았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힘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마법이 봉인되는 상황에서도 두각을 드러낼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드래곤이니까.’
마법의 정점에 육체또한 상당하니.
그야말로 먹이사슬에 정점이 있다고 해도 할말이 없으리라.
“알겠음!”
뇽뇽이가 파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파엘을 빤히 쳐다봤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말이다.
탓!
그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발을 움직이는 순간.
퍼엉!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마법 수련장에 울려 퍼졌다.
“!”
그리고 작은 구슬을 들고 있던 파엘의 눈이 휘둥그래 해졌다.
“뇽뇽이가 뺐었음!”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구슬.
아주 작은 구슬이 뇽뇽이의 오른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어느새?”
파엘이 그걸 보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믿을수 없는 상황이엇다.
요새를 관리하는 파엘또한 일반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육탄전에 제법 능하다.
근데 뇽뇽이의 기척을 읽지도 못하고 바로 패배해버렸다.
“역시 뇽뇽이야! 내 제자 다워!”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이러면 육체 수업을 진행 못하겠는데?”
그러면서 미간을 찌푸리고는.
“에탄.”
가만히 현장을 구경하고 있던 에탄의 이름을 불렀다.
“데이른. 그 할아버지 녀석도 선생으로 부를 수는 없나?”
그리고 외부 선생을 초청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