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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33화 (133/200)

제133화

“네?”

에탄이 케레니아 왕국 국왕의 말에 두 눈을 끔뻑였다. 그로서는 흔하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설마. 저 국왕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하겠다고 답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했네.”

그래서 에탄이 벙찐 표정을 짓자 국왕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제대로 들은 게 맞다는 걸 못 박아주듯이 말이다.

“…….”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입을 뻐끔 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결정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가?”

왕국의 국왕이다.

가문의 가주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자다. 가주는 자신의 힘으로 여러 사안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귀족들의 반발이 심할텐데요.”

국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안건에 참여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 귀족들은 나를 전적으로 믿는 편이라서 말이지.”

하지만 국왕은 에탄의 지적에도 우려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지금은 내가 아니라 자네와 자네 가문을 신경써야 하는 순간이니까.”

“…….”

에탄이 국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현 상황에서 자칫 하다가는 칼라사르 가문이 위기에 빠지리라.

“호의를 배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국왕을 향해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를 표하자.

“우리 사이에 대가는 필요 없네.”

국왕이 인자한 미소로 에탄의 인사에 답했다. 그리고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럼 좀더 자세한 계획을 맞춰보지.”

뒷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 *

그렇게 에탄이 국왕을 만난지 일주일이 더 지났을 때.

“저희는 이제부터 케레니아 왕국의 시민입니다.”

에탄은 데이른 공작과 나머지 이들을 데리고 케레니아 왕국으로 넘어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케레니아 왕국의 국왕이 이들에게 정말로 신분증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에탄이 그 점을 모두에게 말하면서 데이른 공작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고 치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데이른 공작에게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공작님. 가만히 있으셔야 해요.”

“맞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 말을 듣고는 데이른 공작에게 한마디씩 했다.

“에탄 도련님의 말이 맞습니다.”

“나도 동의하지.”

그리고 요새 관리자인 파엘과 1번 대장도 말을 붙였다.

“허.”

데이른 공작이 자신을 향한 이들의 시선을 보면서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자기에게 주의를 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몸이 근질거려도… 때와 장소는 구분할 줄 아네.”

그래서 나름대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

그 누구도 데이른 공작의 말에 수긍해주지 않았다. 그동안 데이른 공작이 보인 행동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억울하군.”

그래서 데이른 공작은 최대한 억울하다는 듯 입꼬리를 내렸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예요.”

“맞음!”

하지만 그 누구도 데이른 공작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아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표했다. 이들에게 있어 데이른 공작은 걸어 다니는 사고뭉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억울하다!”

그래서 데이른 공작은 진심으로 억울하다고 외쳤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슬슬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죠.”

“좋습니다.”

에탄의 말에 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에탄을 따라 우르르 식당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좋은 점심시간이었기에 이들은 식당으로 향하는 거였다.

“…….”

그렇게 멀어지는 에탄과 나머지 이들을 보면서 데이른 공작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후우.”

그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자신의 행동을 알아봐 줄 거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이들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 * *

식당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온 뒤 에탄은 모리헤움 교단 지부가 있는 신전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여러 교단들이 모여있는 신전 구역이라.’

다만. 거기에는 모리헤움 교단이 아닌 다른 교단들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론 본부인 교단은 없었다.

모두가 대륙에서 영향력을 올리기 위한 지부들뿐이었지만.

‘이게 가문과 왕국의 큰 차이지.’

에탄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칼라사르 가문에는 교단 자체가 들어와 있지 않으니까.

“위대하신 피카레오 신을 모셔야 합니다!”

“아닙니다. 전능하신 베렌 여신을 받들어야 합니다!”

“저희 교단에 들어오시면 폴렌 신의 권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교단 지부들이 모여있는 거리에 들어가자, 곳곳에서 자신들의 신을 믿으라고 외치는 사제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빠. 너무 시끄러워요.”

“귀 아픔!”

아린이와 뇽뇽이가 이들의 소리를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서로 지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신을 부르고 있으니.

사람들의 고막에 피로가 쌓이는 게 당연했다.

“조금만 버텨.”

그건 에탄도 마찬가지였기에 이 모든 교단을 세세하게 둘러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모리헤움 교단은 이 골목길에서도 제법 깊숙한 곳에 있으니까.

타탁!

그렇게 자기들의 교단으로 오라는 사제들의 권유를 무시하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어느덧 주변에서 들려오던 사제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

그리고 한 사제가 에탄과 이들의 앞에 나타났다. 하얀색 비단옷을 입은 사제였다.

“이곳은 모리헤움 교단입니다.”

사제가 에탄과 이들을 향해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모리헤움 교단에 입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제를 향해서 자신들도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입교를 하신다고요?”

그러자 지부에 소속되어 있는 사제가 두 눈을 끔뻑이면서 되물었다.

“예.”

“입교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을-”

“저희의 마음은 확고합니다. 사제님.”

하지만 에탄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일단 모리헤움 교단에 입부해야 교단 본부로 갈 수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래서 단호하게 사제의 말에 답하자, 사제가 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따라오시죠.”

그리고 에탄과 나머지 이들을 향해 지부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말하고는.

터벅. 터벅.

먼저 모리헤움 지부가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

에탄이 그런 사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입부를 말리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있다.’

그래서 저 사제또한 평범한 인물이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안으로 들어가죠.”

자신들을 맞이했던 사제를 따라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 * *

모리헤움 교단은 제법 부유한 곳이다. 그래서 일까. 모리헤움 교단의 지부또한 상당히 넓직한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돈이 많구만.’

에탄이 건물 내부에 있는 여러 장식들을 훑어봤다. 금으로 만들어진 모리헤움 교단의 신부터 시작해서.

척 봐도 비싸보이는 목걸이와 반지까지.

평범한 사람은 쉽게 구하지 못하는 녀석들이 지부 곳곳에 장식품으로 남아 있었다.

“저희 교단에 들어오시면 적어도 배가 고프지는 않을 겁니다.”

사제가 이런 에탄의 시선을 깨닫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앞에 있는 모리헤움 교단이 모시는 신을 가리키면서 뒷말을 붙였다.

“모든 건 모리헤움 교단을 보살펴주시는 신이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동상으로 만들어져 있는 신을 가만히 쳐다봤다.

‘나를 회귀시킨 신인가.’

에탄은 이미 한번 죽었던 목숨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과거로 돌아왔다.

‘아린이의 힘일수도 있지만….’

에탄은 그게 아린.

즉. 명검이라 불렸던 아린에 능력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아닐수도 있겠다는 의문도 공존하고 있었으니.

에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게 당연했다.

“아빠?”

그때. 아린이가 멍하니 신을 바라보는 에탄을 향해 말을 걸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가 지부 안쪽에 있는 또 다른 공간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저 동상에 뭐가 있나요?”

“그냥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었어.”

아린이의 말에 에탄이 픽 웃었다.

그 후 자신을 따라 동상을 빤히 쳐다보는 아린이의 머리를 쓸어 만졌다.

‘그래. 중요한건 회귀를 했다는 사실이지.’

그리고 자신의 고민에 결론을 내리고는.

“우리도 안쪽으로 들어가자.”

아린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자신이 회귀한 것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지키는게 중요하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모리헤움 교단 지부의 입부 신청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왕국의 시민이라는걸 증명하고 종이에 서명을 하기.

그걸 통해서 에탄과 나머지 사람들은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가 되었다.

“나중에 다 같이 교단으로 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지부로 오시면 됩니다.”

에탄과 이들을 안내했던 사제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게 제일 장점이네.’

그러면서 속으로 또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굳이 이곳 지부에 남아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니. 그동안 또 다른 수단을 만들어 놓는 게 맞으리라.

“…만약 마음이 바뀌신다면 그때 참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억지로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에탄을 향해 사제가 조심스럽게 뒷말을 붙였다.

탁.

그리고 에탄과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인걸 증명하는 작은 패들을 내밀고는.

“그럼… 저는 이만 기도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에탄과 이들을 지나쳐 신전 안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흐음.”

에탄이 그런 사제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패를 집어 들고는.

“일단은 다시 돌아가죠.”

우선 데이른 공작의 영지로 복귀하자는 뒷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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