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칼라사르 가문의 가주 지오반.
그는 지금 자신의 집무실에서 에탄이 보내온 마지막 쪽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흐음….”
그러면서 미간을 찌푸리고는 무언가를 고민했다. 세바스찬이 옆에서 그걸 보고는 지오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도련님이 뭐라고 하십니까?”
그리고 에탄이 보낸 쪽지의 내용을 물었다.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로 들어간다고 하는군.”
“…예?”
“그러고서 모리헤움 교단을 자신이 집어 삼키겠다고 뒷말을 붙였다.”
지오반의 대답에 세바스찬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일을 이렇게 진행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편지에 쓰여 있는 내용이니 가능한 거겠지. 녀석이 안 되는 걸 보낼리는 없다. 예전처럼 개차반 같은 성격이었다면 모를까.”
“그건 그렇습니다.”
지오반의 말에 세바스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에탄을 모욕하는 언행이었지만 세바스찬은 말리지 않았다.
과거의 에탄은 정말 망나니였으니까.
“그렇다면… 정말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로 들어가신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저희도 따로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에탄은 자신이 한말을 지키는 사람으로 변했으니, 세바스찬은 이 편지의 내용이 거짓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음.”
그리고 그건 지오반또한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래도 회의를 할 필요가 있겠군.”
에탄이 보내준 이 편지를 통해 훗날을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드르륵!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오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후 자신을 쳐다보는 세바스찬을 향해.
“잠시 외출 좀 하고 오겠다. 그동안 가문을 잘 지키고 있도록.”
가문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북부를 빠져 나갔다.
에탄이 보내준 편지의 내용을 토대로 수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 * *
모리헤움 교단에 입교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에탄은 여전히 데이른 공작의 영지에서 머물면서 시간을 보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 와중에 한 인물이 에탄과 이들을 찾아왔다.
“화염의 지배자님?”
바로. 마탑주의 주인이자 뇽뇽이의 마법 스승인 화염의 지배자였다.
“오랜만이네. 얼굴을 보니까 고생좀 하고 있나봐?”
화염의 지배자가 요새 입구로 마중 나온 에탄을 보고는 픽 웃었다. 그리고 홀쭉 들어간 그의 두 볼을 빤히 쳐다봤다.
에탄이 지난 시간동안 고생을 하면서 생긴 흔적이었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고생좀 하는거 같습니다.”
에탄이 그녀의 말에 픽 웃었다.
그리고 홀쭉 들어간 자신의 두 볼을 손으로 만져봤다.
몇주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살이 있었던 녀석들이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겁니까?”
에탄이 그 사실을 상기하면서 화염의 지배자에게 용건을 물었다.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대략적인 편지를 보냈었기는 했지만.
이렇게 찾아와달라는 기별을 넣은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편지 내용을 보고 왔지. 제법 재밌는 일을 벌이고 있더라.”
에탄의 말에 화염의 지배자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에탄이 마탑에 있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리고… 우리 뇽뇽이가 파엘이한테 마법 훈련을 받고 있다며?”
“맞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뇽뇽이에 대한 근황도 적혀 있었다. 이 요새의 관리자인 파엘에게 마법 훈련을 받고 있다는 짧막한 글귀도 함께 말이다.
“흐음.”
에탄은 화염의 지배자가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온 건지를 깨달았다. 파엘과 뇽뇽이의 관계.
아니. 정확히는 파엘에게 가르침을 받는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라.
“뇽뇽이의 생각은?”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래? 일단 강제로 가르치는 건 아니라는 거네.”
“뇽뇽이가 그걸 받아들일 성격은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에탄의 대답에 화염의 지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뇽뇽이의 고집이 얼마나 강한지는 그녀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제로 가르침을 받는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도 않았다.
“뇽뇽이를 보고 싶으십니까? 지금 요새 뒤쪽에 있는 수련장에서 마법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에탄이 그런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뇽뇽이를 보고 싶냐고 슬쩍 물었다.
“왔는데 얼굴은 봐야지 않겠어?”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첫번째 ‘스승’ 으로서 말이야.”
자신이 스승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말했다.
“…싸우지만 마십셔.”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신이 뇽뇽이의 보호자라고 해도 화염의 지배자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다른 의미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뇽뇽이를 해치는 것도 아니니.
“일단 안내는 해드리겠습니다.”
에탄은 화염의 지배자를 뇽뇽이에게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 뒤는 자신이 아니라 그녀가 해결할 문제이니까.
* * *
파앙! 팡!
뇽뇽이와 파엘이 있는 마법 수련장에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쿵!
이어서 두꺼운 돌덩어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뇽뇽이가 마나를 이용해서 녀석을 깔끔히 절단한 거였다.
“아주 훌륭해!”
파엘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박수를 치면서 뇽뇽이의 실력에 감탄했다.
“이렇게 빠른 습득력이라니… 확실히 화염의 지배자가 탐낼만도 하네.”
그리고 어째서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를 제자로 들이려고 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뇽뇽이 잘했음?”
뇽뇽이가 자신의 마법을 보고 감탄하는 파엘에게 되물었다.
“그래! 잘했다!”
파엘이 그 말을 듣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뇽뇽이에게 더 많은 칭찬을 해줬다.
“흐응!”
그러자 뇽뇽이가 콧방귀를 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칭찬은 뇽뇽이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마법도 선보이려는 순간.
끼익!
뇽뇽이와 파엘이 있는 마법 연무장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화염의 지배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줌마!”
그 순간 뇽뇽이가 한 단어를 내뱉었다.
“아줌마 아니라니까!”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은 아줌마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해왔다.
하지만 뇽뇽이는 계속해서 아줌마라고 부르고 있으니.
“후우.”
화염의 지배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탑주인 자신을 저렇게 부르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는.
살면서 생각도 못했으니까 말이다.
“잘 지내고 있었니?”
화염의 지배자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뇽뇽이를 향해 살가운 말투로 맑을 걸었다.
“흐음! 열심히 지내고 있었음!”
그러자 뇽뇽이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답했다. 그 후 두눈을 꿈뻑이면서 화염의 지배자를 쳐다봤다.
“무슨 일로 온 거임?”
그녀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게 이해가 안갔기 때문이다.
“마법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해서 와봤어.”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의 물음에 덤덤하게 답했다. 동시에 뇽뇽이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나저나… 상당히 성장했구나.”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을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키부터 시작해서 몸 안에 있는 마나의 양까지.
모든게 압도적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 사실에 화염의 지배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진짜 원석이다. 원석!’
그리고 욕심이 났다.
어떻게든 뇽뇽이를 자신의 제자로 들이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꿀꺽.
그래서 화염의 지배자는 침을 삼키면서 연무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뇽뇽이를 향해 말을 걸려는 순간.
“어허. 거 어디라고 안으로 들어오나.”
뇽뇽이의 옆에 있는 파엘이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지금은 ‘내가’ 가르치는 수업 시간인데.”
그러면서 이 공간은 자신의 수업 공간 이라는고 말했다.
찌릿.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파엘을 힘껏 노려봤다. 그러면서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탑주가 관심을 보이는게 싫다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 하지만 수업을 방해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 아닌가?”
“하!”
화염의 지배자가 돌아오는 파엘의 대답에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뇽뇽이에게 수업 할 자격있어.”
그리고 자신도 뇽뇽이에게 관여할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을 근거로?”
“뇽뇽이는 나를 스승으로 인정했었거든.”
“호오.”
파엘이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입을 벌렸다. 그리고 먹잇감에 걸려 들었다는 듯 픽 웃고는.
“그러면 뇽뇽이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뇽뇽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뇽뇽아. 누구랑 같이 마법 수업을 하고 싶지?”
그리고 뇽뇽이에게 아주 큰 질문을 던졌다.
“흐음….”
뇽뇽이가 그 말을 듣고는 자신의 턱을 쓸어 만졌다.
“뇽뇽아. 이 스승님을 버릴 생각이니!”
그 순간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뇽뇽이를 쳐다보는건 덤이었다.
“어허. 스승이라니. 지금 뇽뇽이를 가르치는 사람은 난데!”
파엘이 그걸 듣고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동시에 고심하는 뇽뇽이를 향해서.
“뇽뇽아. 잘 생각해보거라. 나와 함께 한다면 더 재밌는 마법들을 배울수 있다.”
뇽뇽이에게 자신이 앞으로 가르칠 마법들에 대해서 말해줬다.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뇽뇽아! 나랑 같이 수업을 하면 메테오도 쓸 수 있어! 내 마탑에서!”
그리고 뇽뇽이를 향해 메테오를 마음껏 쓸수 있다는 말을 붙였다.
“흐으으으음.”
그렇게 두 사람의 열뛴 영업에 뇽뇽이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고심을 한 끝에.
“뇽뇽이는….”
마침내 운을 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