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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21화 (121/200)

제121화

에탄은 데이른 공작과 나머지 이들을 데리고 헤베레스트 교단 안으로 들어갔다.

“죄송하지만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교단에 있는 한 사제의 저지로 인해 곧바로 쫓겨나고 말았다.

거기서 강제 돌파를 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에탄은 그 길을 걷지 않았다.

‘뒷수습이 힘들어진다.’

지금도 스텐을 찾으려고 하는 제국의 교단과 마찰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헤베레스트 교단까지 더 해지면 감당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탄은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빠악!

“커헉!”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제들을 기절시키고 그들의 옷을 빼앗아 입는 거였다.

“두 벌은 마련했네요.”

에탄이 두 번째 사제를 기절시키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농부가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똑같았다.

“네 녀석은 누군가를 때리면 즐거워지는가 보군.”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과 같은 경우가 꽤 많이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때마다 에탄이 미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림이 떠올려졌다.

“뭐. 항상 웃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웃기는 한다는 뜻인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솔직히 때리는 맛이 있는 녀석도 있으니까요.”

“흐음.”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쓰윽.

그리고 뒤에서 기절한 사제들을 감시(?) 하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보면서 빌었다.

‘부디 저 아이들은 이 녀석처럼 변질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제발 아린이와 뇽뇽이가 올바르게 크기를 바란다고.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제복은 몸에 좀 맞으신 가요?”

그때. 에탄이 사제복을 겉에 걸친 채 데이른 공작에게 다가왔다.

“흐음.”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최대한 덩치가 큰 사제를 기절시키고 옷을 빼앗았다.

“조금 끼기는 하는군.”

하지만 움직임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애당초 데이른 공작의 몸에 맞는 사제복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덩치는 육중했으니까.

“들어가는 게 용하네요.”

하지만 에탄은 불만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사제복에 감탄했다.

과장하지 않고 사제복이 1.5배는 쭉 늘어난 상태다.

그런데도 데이른 공작의 몸을 버티는 걸 보면 어지간한 천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좋은 천을 이용했으리라.

“일단 그걸로 만족하시죠. 어차피 싸우면 다 찢어질 테니까요.”

“…조용히 해결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

“마족을 죽여야 하는데 있겠어요? 개가 미쳤다고 목을 내놓지 않는 이상 소란은 피할 수 없죠.”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은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그러면 대놓고 쳐들어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들킬 건데.

굳이 정체를 숨기고 교단에 들어가야 하나 싶은 거였다. 하지만 그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에탄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볼 게 뻔 하니까.

* * *

아린이와 뇽뇽이는 기절한 사제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에탄과 데이른 공작 두 사람만 헤베레스트 교단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따라오세요. 길은 제가 안내할게요.”

“알겠다.”

다행히 헤베레스트 교단에서 해맬 일은 없었다. 전생 시절 에탄이 이곳을 방문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썩 좋은 이유는 아니었다.

이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던 물건을 빼돌리기 위함이었으니까.

‘마음 같으면 그것도 가져가고 싶지만… 그 물건은 아직 여기에 없다.’

다만. 지금 당장은 가지고 싶어도 가져갈 수가 없는 녀석이다. 이 시기면 아직 물건이 제작 중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탁!

그래서 에탄은 빛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그러면서 몸 안에 있는 기운을 최대한 갈무리했다. 마족이나 다른 사제들이 눈치를 채면 곤란해질 테니 말이다.

* * *

그렇게 에탄이 데이른 공작과 함께 교단을 들쑤시고 다닐 때.

“후… 드디어 제압했네.”

데이른 공작의 영지에 있는 텔레포트 요새의 총 책임자 파엘.

“모리헤움 교단의 9번 집행관. 넌 공작님이 돌아올 때까지 감옥행이다.”

그는 조금 전 모리헤움 교단의 9번 집행관을 간신히 제압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이라서 더 어려웠네.”

파엘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모리헤움 교단의 9번 집행관을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한다는 것.

그 이유 때문에 놈을 제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거였다.

“혹시 할 말이 있다면 지금 해라. 어차피 감옥 가면 입도 막아질 테니까.”

파엘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녀석을 빤히 쳐다봤다. 거의 일주일 가량을 정신없이 치고 박고 싸우면서 지냈다.

“집행… 해야 함.”

하지만 모리헤움 교단의 9번 집행관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행을 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쯧.”

파엘이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단단히 세뇌 됐구만.”

그리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이 요새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일주일 동안 자신을 고생시키기는 했지만.

“흐음….”

누군가의 세뇌에 의해서 이리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을 하니. 파엘의 마음이 불편한 게 당연한 거였다.

“이전에 왔을 때보다 상태가 심각해진 거 같은데.”

게다가 날이 갈수록 녀석의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의식이 있지만 임무를 받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자의식 따윈 하수구에 갖다 버린 상태였다.

“끄응. 이놈의 오지랖… 공작님도 오지랖 좀 그만 부리라고 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파엘은 이 9번 집행관을 이대로 감옥에 보낼 수가 없게 됐다.

파엘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오지랖이 발동됐기 때문이다.

-우우웅.

파엘이 생각을 끝내고는 몸 안에 있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여전히 임무를 집행해야 한다는 9번 집행관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리고는.

“파괴되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법 영창을 외웠다.

파지직!

그 순간 9번 집행관의 머리에 번개가 일렁거렸다.

이어서 놈을 겁박하고 있던 마법진들이 강제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끄윽!”

그러자 9번 집행관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지간한 일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그녀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몸 안에 각인되어 있던 마법진이 강제로 파괴되고 있으니까.

“끄아악!”

그래서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파엘이 그걸 들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라.”

그리고 수술을 집행하는 의사처럼 뒷말을 잇고는.

파지지직!

9번 집행관의 몸에 있는 모든 세뇌 마법을 파괴해나갔다.

* * *

“이상하다… 분명 제대로 위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에탄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동시에 자신들의 주위로 몰려든 다른 사제들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이들은 모두 에탄과 데이른 공작을 향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제대로 된 빛이 없었다.

공허한 눈동자.

그 모습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사제들 중에 왼쪽에 있는 거구의 남자처럼 덩치가 큰 녀석은 없었다.”

그때. 그 사이에 있는 한 사제가 에탄의 물음에 답했다. 하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다.

벽을 손톱으로 긁었을 때 나는 소음. 그런 비스무리한 소리가 말로 변환돼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쯧. 역시 데이른 공작님이 문제였구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데이른 공작을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니… 이게 나 때문이다?”

데이른 공작이 그런 에탄을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 때문이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사제 두 명을 때려눕힌 시점에서 걸릴 문제였다. 그러니까 내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이 꼬마 녀석아.”

“웬일로 제대로 된 반박을 하시네요?”

그래서 논리적으로 반박하자 에탄이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입을 금붕어처럼 뻐끔거렸다. 설마 저렇게까지 자신을 무식한 놈 취급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너희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만 포기해라.”

그때. 정신을 조종당하는 사제가 에탄과 데이른 공작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지금이라도 물러난다면 보내주마.”

그리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라고 권유했다.

“순순히 보내줄 거 같지는 않은데.”

“물론이다. 네녀석들의 팔과 다리를 골절시키고… 앞으로 검을 못 잡게 하고 나서야 보내줄 거다.”

물론 그냥 보내주는 건 아니었다.

“그럼 그렇지.”

에탄이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족들이란 원래 다 저런 족속들이니까.

“어떻게 하겠느냐?”

“답은 하나뿐이죠.”

그래서 이어지는 데이른 공작의 질문에 덤덤히 답하면서.

촤악!

입고 있던 사제복을 찢어 버렸다.

그러자 에탄이 차고 있는 아서왕의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왕님. 안 주무시는 거 아니까 이제 슬슬 일어나시죠. 일할 시간입니다.”

에탄이 그 갑옷을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우우웅!

그러자 평범한 갑옷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내가 무슨 네 시중이나 드는 하인인줄 아냐!]

이내 아서왕의 분노가 교단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에탄은 그걸 듣고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래요? 그러면 여기 있는 마족에게 갑옷 넘겨드려도 되는 겁니까?”

오히려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을 이용해 아서왕을 협박했다.

[…후우. 알겠다. 도와주도록 하마. 이 망할 자식아.]

그러자 아서왕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갑옷에서 흘러 나왔다.

파아앗…….

동시에 갑옷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웅!

이내 허공에 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아서왕이 생전에 이용하던 집행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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