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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72화 (72/200)

제72화

“흐으으음….”

에탄은 지오반과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으으음….”

그리고 자신이 들고 온 아서왕의 갑옷을 빤히 바라보고는.

“망했네.”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나 웃는 얼굴에서 기쁨의 감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거였다.

에탄이 웃고 싶어서 웃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이걸 어떻게 조사하지?”

기사왕 아서의 갑옷.

저 녀석을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10분을 넘게 고민했다.

“진짜… 어떻게 하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 상황은 에탄도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아서의 갑옷도 조사를 좀 해 놓을 걸.’

누가 알기나 했을까. 환생을 하고 아서의 갑옷을 손에 넣게 될 거라고.

‘10서클 대 마법사가 와도 모르겠지.’

장담컨대 드래곤이 와도 모르리라.

그런데 그 일이 에탄에게 벌어졌으니 상황이 꼬여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빠. 뭐가 망했어요?”

“망했음?”

그때 아린이와 뇽뇽이가 에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아까부터 뚫어져라 갑옷만 쳐다보고 있는 에탄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는 거였다.

“이 갑옷에 대해서 아는 게 없거든. 그래서 아빠는 머리가 아주 아프단다.”

두 사람의 호기심 가득한 질문에 에탄이 한숨을 쉬었다. 그 후 고개를 기웃거리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빤히 쳐다보고는.

“아린아, 뇽뇽아. 너희가 보기에는 이 갑옷 어떤 거 같아?”

저 갑옷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냐고 물었다.

“으으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갑옷. 낡아 보임.”

그러나 이번에는 아린이와 뇽뇽이도 명쾌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니. 도움은커녕 이 갑옷의 숨겨져 있는 모습도 눈치를 못 채고 있으니.

‘역시 기사왕의 갑옷이다. 이건가.’

에탄은 이번 일이 쉽지 않을 거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걸 케레니아 왕국에 가져가서 같이 조사하자고 할 수도 없고.’

케레니아 왕국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내리라. 전생 때도 이 갑옷의 진정한 모습을 끌어낸 곳이니까.

하나 에탄은 그 선택지를 아예 배제하고 싶었다.

‘괜히 지분을 줬다가 나중에 생색 낼 수도 있어. 그런 불순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처음부터 빌미를 주면 안 돼.’

이 갑옷은 온전히 자신의 보구로 삼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냅다 갑옷을 들고 왔다.

다른 보구를 살펴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놈이니까.

‘하지만 정작 힘을 개화하는 방법은 모르는 상황이네.’

미래에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녀석인 건 맞다. 그러나 그것도 사용법을 알아야 하니.

지금 상태에서는 정말 철판때기에 불과하다.

“흐음….”

그래서 어떻게 첫 단추를 꿰매야 할지 고심하려는 찰나.

끼익!

누군가 거침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 사랑스러운 동생. 안녕?”

“…리든 형님?”

칼라사르 가문의 둘째 아들인 리든이었다.

“앗! 큰아버지다!”

“흐응!”

그렇게 리든이 모습을 드러내자, 에탄의 옆에서 갑옷을 구경하던 아린이와 뇽뇽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녕. 애들아? 잘 지내고 있었지?”

“네!”

“잘 지냈음!”

그리고 리든에게 졸래졸래 달려갔다. 마차를 타고 함께 복귀하면서 제법 친해진 상태였기에.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자! 큰아빠가 만든 설탕 사탕!”

“우아아! 큰아빠 최고!”

“흐음! 최고임!”

게다가 아린이와 뇽뇽이한테 설탕 사탕까지 주니. 두 아이의 입장에서 리든은 천사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애들한테는 잘해 주네.’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픽 웃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데 도가 튼 리든이 어린아이들한테는 한없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신기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설마 갑옷을 다시 갖고 싶다는 소리를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든을 환영한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에탄은 리든을 경계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사랑하는 내 동생아. 나는 한 번 포기한 걸 다시 노릴 만큼 속이 좁지 않단다.”

리든이 에탄의 따가운 눈초리에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 후 자신의 붉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그리고 나는 곧 있으면 다시 떠날 예정이란다. 이 형님도 나름대로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그럼 여기는 왜 오신 겁니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구태여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씨익.

리든이 에탄의 물음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에탄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는.

“저녁 먹고 난 뒤에 단둘이서 걷지 않겠어? 그 갑옷에 관해서 말해 줄 게 있거든.”

아서왕의 갑옷에 대해 말해 줄 게 있다고 뒷말을 붙였다.

* * *

달이 뜬 야심한 밤.

에탄은 리든과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별다른 말은 오고 가지 않았다.

그저 정원을 걸으면서 생기는 발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탁!

하지만 그 소리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끊겼다. 뒤에서 리든을 따라 걷던 에탄이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얘기해 주시죠.”

“흐음. 좀 더 걷고 싶었는데.”

“벌써 두 시간 째 걷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산책이 아니라 구보 운동입니다.”

에탄이 리든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렸다. 과장 안 하고 정원만 50바퀴를 넘게 돌았다.

그동안 대화도 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으니, 에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이 배려를 해 준 게 맞았다.

“그래. 우리 동생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면 어쩔 수 없지.”

“…….”

리든이 에탄의 독촉(?)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답했다.

“그 갑옷 알고 고른 거지? 아니라고 대답하지 마.”

그리고 에탄이 고른 아서왕의 갑옷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는.

“저야말로 묻고 싶군요. 형님은 그 갑옷이 어떤 보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물론이지. 아서왕의 갑옷이잖아.”

“!”

에탄의 반문에 별일 아니라는 듯 정답을 말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니까 이미 이름까지 알고 있었구나?”

“…눈치가 빠르시군요.”

“내가 원래 남 얼굴을 유심히 보는 편이잖니.”

리든의 말에 에탄이 혀를 내둘렀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보인 감정의 동요를 리든이 파악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둘째 형님도 장난 없네.’

그래서 새삼 느꼈다.

겉으로 보이는 리든 형의 저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그래서. 무슨 정보를 말씀해 주신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얻어낼 건 얻어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리든에게 본론을 말하라고 독촉했다.

“백 마디 말보다는 직접 보는 게 빠르다는 말이 있단다.”

리든이 에탄의 독촉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쓰윽.

그리고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냈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이걸 가져가. 숨겨진 힘을 찾아서 발동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이게 말입니까?”

“그래. 겉보기에는 보잘것없는 구슬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단다.”

“흐음.”

에탄이 리든의 말을 듣고는, 그가 내미는 구슬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외형은 볼품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에탄은 리든이 내미는 구슬을 받아 냈다.

“아.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 아서왕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역사서야.”

그런데 리든이 주는 건 구슬에서 끝이 아니었다.

“역사서 말입니까?”

“그래. 이것도 같이 가져가야 흔적을 조사하기 수월할 거야.”

“…….”

리든은 에탄이 구슬을 건네받자,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냈다.

“가져가. 그래도 동생이니까 이렇게 넘겨주는 거야.”

그리고 그걸 에탄에게 내밀었다.

“…설마. 형님이 하시던 임무라는 게 아서왕의 갑옷을 조사하던 거였습니까?”

이쯤 되니 에탄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리든이 케레니아 왕국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정확히는 겸사겸사 하는 거였어. 악마 숭배자를 토벌하는 곳에 케레니아 왕국이 위치해 있었으니까.”

“…….”

“참고로 아서왕의 갑옷을 알고 있은 지는 좀 됐단다. 이 형이 나름 두뇌 회전이 빠른 편이라서 말이지.”

리든이 말을 마치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름 공을 들인 작업이었지만. 뭐 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줬으니까 넘겨주도록 할게.”

하지만 에탄에게 보구에서 손 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에탄이 구하러 와 준 덕분에 살아 있는 거였으니까.

“그럼. 이 형님은 이만 가 볼 테니 조심히 들어가렴.”

리든이 에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 후 보구에는 일말의 미련도 없다는 듯이 에탄을 지나치고는.

끼이익.

그대로 정원을 빠져나갔다.

“…허. 참.”

에탄이 그걸 보다가 제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쪽에는 구슬이, 나머지 한 손에는 아서왕의 행적이 담긴 역사서가 쥐어져 있었다.

“…이래서야 내가 어리광을 부린 꼴인데.”

어쩌다 보니 리든에게 두 개의 선물을 받아 버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자각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리든은 이미 사라졌으니까.

“목숨값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에탄이 구슬과 역사서를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후 조금 전 리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피식.

가볍게 웃었다.

탁.

그 후 리든과 마찬가지로 정원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 * *

다음 날.

“아린아, 뇽뇽아. 오늘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테니까. 모헨에게 대련해 달라고 해.”

에탄은 아침을 먹자마자, 가문 내부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도련님… 그게 무슨.”

“모헨이 열심히 대련해 줄 거야. 그러니까 마음껏 졸라.”

“예?”

아린이와 뇽뇽이 돌보기를 모헨에게 떠넘기고 말이다. 물론 거기에 모헨의 의견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모헨 님! 대련해요!”

“싸움! 하고 싶음!”

아린이와 뇽뇽이는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찌뿌둥함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거에 집중할 뿐이었다.

“도련니이이임!”

모헨의 짧은 외마디 비명이 에탄의 귀에 들려왔다. 연무장으로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처량하게까지 보일 정도였다.

‘모헨 미안하다!’

에탄은 그렇게 끌려가는 모헨을 보면서 속으로 위로했다. 그 후 도서관으로 향해 아서왕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봤다.

“흐음.”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리든이 준 역사서와는 다르게, 평범한 기록서에는 아서왕의 행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 같이 입을 맞춰서 쉬쉬하는 느낌이란 말이지. 기분 탓인가?’

마치 무언가를 숨기듯이 말이다.

탁!

에탄이 생각을 끝냄과 동시에 책을 접었다. 그 후 두 다리를 일으켜 세우고는.

“아무래도 아서왕이 활동하던 곳으로 가 볼 필요가 있겠네.”

아서왕의 행적을 좇아 보기로 했다.

‘그러면 이 갑옷을 변화시킬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지금은 낡아 빠진 철판때기에 불과한 아서왕의 갑옷. 이 녀석의 본 모습을 찾아 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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