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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70화 (70/200)

제70화

케레니아 왕국의 보관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최소 우리 가문에 열 배다.’

칼라사르 가문의 보관소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각자 흩어져서 고르자.”

그래서 에탄은 알아서 보구를 고르자고 말했다. 이 무지막지한 곳을 다 같이 돌면 한 세월이 걸릴 거 같았으니까.

터벅터벅.

그렇게 각자가 자신들만의 보구를 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보구를 찾아야 한다라….’

그러면서 에탄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인은 도구를 따지는 게 맞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잘못됐다고. 오히려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더 좋은 도구를 찾는다고 말이다.

‘기사들이 좋은 검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거는 거만 봐도 알 수 있지.’

그건 에탄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을 다루는 실력이 좋아질수록, 에탄은 더 좋은 검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때문에. 얼음 계곡에 있는 전설의 검 ‘아린’을 찾아 나섰다.

목숨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검을 얻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아린이가 내 딸이 됐네.’

아린은 에탄의 손에 딱 맞는 도구였다. 사실 이번 생에도 아린을 휘두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이젠 그곳에 존재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에탄은 알고 있었다. 에탄이 찾는 아린이가 이제는 인간이 되었으니까.

쓰윽.

에탄이 생각을 끝내고 주변을 살펴봤다. 상당히 많은 보구들이 자신을 가져가라고 빚을 내고 있었다.

‘아직은 마음에 드는 게 없네.’

하나 그중에서 에탄의 손길이 가는 건 없었다. 이미 전생 때 명검을 손에 잡아 봤으니까.

‘역시 여기서는….’

그래서 보구를 가져가는 걸 포기하고, 다른 걸로 보상을 받아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던 찰나.

“음?”

구석에 있는 갑옷 하나가 에탄의 눈에 들어왔다.

‘……!’

그리고 어깨에 있는 작은 문양을 발견하고 숨을 멈췄다.

‘아서의 갑옷!’

과거 검으로 산을 갈랐다고 알려진 전설의 인물. 기사왕 아서를 상징하는 문양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여기에 이놈이 있었구나!’

타타탁!

그래서 에탄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갑옷을 향해 발을 내달렸다.

쓰윽.

그 후 갑옷에 손을 뻗는 순간.

터억!

“어머? 우리 마음이 제법 잘 맞는구나?”

에탄의 오른편에서 또 다른 손이 나타났다.

“…형님?”

에탄의 둘째 형 리든의 손길이었다.

“이거 어떡하나. 나도 이게 마음에 드는데.”

“…….”

리든의 말에 에탄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신기하군요. 형님이 이런 허름한 갑옷에 취미를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는데.”

저 말이 거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까부터 저를 계속 미행하셨던 거 알고 있습니다.”

“미행이라고 하면 내가 나쁜 짓을 한 거 같잖니. 나는 그냥 우리 동생이 뭘 고르나 궁금했던 것뿐이란다?”

“우린 그걸 미행이라고 합니다.”

각자 흩어져서 보구를 찾자고 할 때부터 리든은 에탄의 뒤를 밟아 왔다.

하지만 에탄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둔 이유는 간단했다.

‘적당히 보다가 갈 줄 알았는데….’

리든이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길로 갈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 리든은 에탄의 예상과는 정반대되는 결과를 내 버렸으니.

“역시. 형님도 만만치 않군요.”

에탄은 리든이 지독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 형에 그 동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다.”

그 말을 들은 리든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래서 어떻게 할래. 이 갑옷을 사랑스러운 형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니?”

에탄에게 갑옷을 넘기라는 은은한 압박을 가했다.

“없습니다.”

하지만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갑옷을 넘길 에탄이 아니었다.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두시죠.”

오히려 리든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자신의 보구에 탐내지 말라고 말이다.

“흐음… 미안하지만 그냥 물러날 생각은 없어.”

“무슨-”

“애당초 보구를 가져가는 방법도 제대로 정하지 않았잖니? 그러니까 우리끼리 다시 합의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하아.”

에탄이 리든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각자 흩어져서 보구를 찾자고만 했지.

어떤 식으로 보구를 선점할지는 정하지 않았으니까.

“좋습니다. 합의하죠.”

“오?”

그래서 에탄은 리든의 말대로 다시 합의하기로 했다.

쓰릉!

동시에 검을 빼 들고는.

“대련에서 진 사람이 포기하는 걸로.”

부웅!

리든을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 * *

까아앙!

보관소 맨 끝쪽에서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야!”

이어서 리든의 감탄사가 뒤따라 들려왔다.

“우리 동생. 형을 봐주겠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구나!”

에탄이 진심을 다해서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기에는 리든을 죽이겠다는 살기까지 담겨 있었다.

“여유 부리실 때가 아닐 텐데요.”

에탄이 리든을 싸늘하게 바라봤다.

부웅!

동시에 리든의 다리 쪽으로 검을 휘두르는 순간.

“항복. 내가 졌어.”

리든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

그 말에 에탄이 검을 멈췄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로 리든의 다리에 상처를 내 버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신관이 치료해 줄 테니까.

“아직 몸이 찌뿌둥해. 그러니까 대련은 다음에 하자.”

“보구는-”

“이 착한 형이 너를 위해서 양보해 주마. 그 갑옷은 네가 가져가렴.”

“진심이십니까?”

“그래.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에탄이 리든의 대답을 듣고는, 검을 쥔 상태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검을 거두었다.

리든이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슬슬 내 보구를 찾으러 가 봐야겠구나.”

리든이 에탄이 검을 거둔 걸 보고 싱긋 웃었다. 그 후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탁!

다른 보구를 찾아 순식간에 사라졌다.

“…….”

에탄이 그렇게 멀어지는 리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후우.”

그러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뒤 갑옷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아서의 갑옷이라.”

철커덕!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갑옷을 집어 들었다.

‘기대가 되는군.’

이 갑옷이 가지고 있는 힘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 * *

그렇게 30분이 흘렀을 때.

“다들 보구를 고르셨군요.”

보구를 찾아 들어갔던 다섯 명이 다시 보관소 앞에 모였다.

“무엇을 고르셨습니까?”

테이론이 그들을 보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보구를 직접 보는 건 그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기 때문이다.

“아린이는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었어요.”

“마찬가지임.”

그러나 아린이와 뇽뇽이는 보구를 고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눈에 딱히 끌리는 녀석이 없는 게 그 이유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

하나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명은 전설의 검이고 한 명은 드래곤이니.

저 두 명을 만족시킬 만한 보구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리라.

“저는 검을 골랐습니다.”

그때 모헨이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붉은 보석이 손잡이에 박혀 있는 화려한 검이었다.

“태양 기사단의 초대 기사단장이 쓰던 검이군요.”

테이론이 그걸 보고는 보구의 정체를 덤덤하게 말했다.

“예? 이게 태양 기사단의 검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보석에 각인되어 있는 문장이 태양 기사단의 문장입니다.”

“허어….”

반면. 모헨은 테이론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렇게 상징적인 물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게 사라진다고 해서 태양 기사단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게다가 여러분 덕분에 숨어 있는 악마 숭배자도 잡았으니. 이 정도 보상은 당연한 겁니다.”

테이론이 미안해하는 모헨을 보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건 그거고 보상은 보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두 분은.”

그렇게 모헨까지 보구를 선보이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에탄과 리든에게 쏠렸다.

“나는 비밀로 하겠어. 이런 건 원래 나중에 알려 줘야 더 재밌는 법이거든.”

그러나 리든은 자신이 무슨 보구를 가져왔는지 보여 줄 마음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테이론이 리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 주고 말고는 당사자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맞으니.

억지로 알아낼 권한은 그에게 없었다.

“그럼 에탄 님은… 갑옷이군요.”

그래서 에탄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런 보구가 있었습니까?”

테이론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조차 처음 보는 갑옷을 에탄이 입고 있었으니까.

“구석에 보관되어 있더군요.”

“으음. 그렇군요.”

에탄의 말에 테이론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능력은….”

“그건 이제부터 알아볼 생각입니다.”

모헨의 보구와는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안 좋은 의미로 말이다.

“딱히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전 이놈이 마음에 드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자가 마음에 든다는데 거기다가 뭐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이상하군…. 굳이 저런 갑옷을 고르시다니.’

그래도 에탄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는 것에는 변함이 없기에, 속으로 여전히 의문을 표했다.

“그럼 보구도 골랐으니. 저희는 가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에탄이 먼저 테이론에게 말을 꺼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테이론이 그 말을 듣고는 아쉽다는 듯 되물었다. 아직 에탄과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예. 해야 할 게 많아서요.”

하지만 에탄은 더 이상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문으로 돌아가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는 건 물론이고.

‘아서의 갑옷도 조사해 봐야지.’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갑옷의 숨겨진 모습을 빨리 보고 싶었으니까.

‘이런 귀한 게 여기 있었다는 걸 국왕이 안다면 배 좀 아파하겠어.’

에탄은 전생 때 아서의 갑옷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케레니아 왕국이 아서의 갑옷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다만 들려오는 소문 덕분에, 이 갑옷의 외형이 상당히 화려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 그 가치를 아직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아서왕의 갑옷은 단순히 철을 덧댄 수준으로 볼품이 없었으니.

에탄은 이 갑옷을 각성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런 곳에 몇 년을 더 썩히게 할 수는 없지.’

그리고 이 볼품없는 갑옷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에탄이 유일했다.

‘보구 조사단이 오기 전에 발견해서 가능했다.’

케레니아 왕국에서 아직 보구를 조사하고 파악하는 자들을 불러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에탄이 한발 더 빠르게 온 덕분에 가져가는 기연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때. 테이론이 에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헤어져야 한다는 게 아쉽기는 하나, 그에게는 그들을 붙잡고 있을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 폐하께서 준비한 보상들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빈손으로 보내 주겠다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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