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24화 (224/299)

224화

제63화. 광고 여신(1)

이연의 예상대로, 이번에도 역시 걸파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특히 하니엘과 원더존의 경우에는 공통점이 많았기에 할 이야기도 넘쳤다.

김운혁이 큐시트를 보면서 다른 질문을 꺼냈다.

“데뷔 시기가 서로 비슷하잖아요. 저희 작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 달 정도 차이 난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거의 동기 아닌가요? 어때요, 이연 씨?”

이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도, 공적인 곳에서는 저희에게 있어서 원더존 ‘선배님들’이세요.”

선배님들이라는 단어에 채미는 몸서리를 쳤다.

“갑자기 네가 그런 말 하니까 안 어울려!”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선배님’.”

“악! 그러지 마-!”

아무리 방송이라도 그렇지, 이연의 이런 태도가 채미에게는 너무 낯설었다.

이연은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자신은 웃긴 사람이 아니라서 재미있는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PD나 스태프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연의 이런 진지한 면이 엉뚱한 매력이 되어 웃음을 끌어내고 있었다.

‘기브 앤 테이크’의 코너 속의 코너.

게스트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시간이 찾아왔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고민거리 하나씩 말해볼까요?”

시연과 하영은 지난주에 출연했던 여솜과 같은 고민거리를 들려줬다.

연예계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이번에는 김운혁이 직접 답변을 줬다.

“열심히, 꾸준히 하시다 보면 됩니다. 그러면 언젠가 시청자들도 여러분들을 인정해 주실 테니까요.”

이연은 운혁에게서 세라의 대답을 복사·붙여넣기 한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채미의 고민을 들어볼 차례다.

“저는 연이한테 털어놓고 싶은 고민 있습니다.”

대놓고 이연을 지명했다.

채미가 들려준 고민은 명확하면서도 어려운 내용을 품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걸파이트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 아니라 질문 같은데요.”

“그래도요!”

채미의 확고한 태도에 이연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왜 자신에게 묻는지 궁금했지만, 질문이 들어왔으니까 일단 대답은 하기로 했다.

“열심히, 꾸준히 하시면 될 겁니다.”

“김운혁 선배님하고 똑같은 대답 아닌가요?”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그야 뭐…….”

따지고 보면 걸파이트 우승 여부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김운혁이 세 사람에게 물었다.

“어때요. 고민이 좀 해결된 거 같나요?”

“글쎄요.”

“자, 녹화 시간 다 됐으니까 해결된 걸로 합시다!”

오늘도 억지로 한 건 해결했다.

* * *

걸파이트 출연으로 인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곱 개의 걸 그룹 모두가 다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음원 차트 순위만 봐도 요즘 대세 프로그램이 뭔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먼저 컴백했던 하니엘을 필두로 걸파이트 참가팀의 곡들이 전부 10위 안으로 랭크되어 있었다.

음원 쪽으로만 이득을 본 건 아니다.

박도수 매니저가 홍류현 실장과 함께 이연을 데리고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명 의류 브랜드 업체를 찾았다.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는 루띠앙 관계자들이 이연을 보자마자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직접 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이연 씨!”

“걸파이트, 잘 보고 있어요. 저희 사원 모두 다 하니엘 응원하고 있으니까 꼭 힘내셔야 해요. 아셨죠?”

쏟아지는 관심 속에 이연은 미소를 유지하면서 감사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늘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응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루띠앙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함이 본 목적이다.

이미 이연이 루띠앙의 새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전 모델을 맡았던 사람은 아아비제이 트윙클의 지현, 그리고 MAYO의 아야였다.

이번에 이연이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었다.

“평소에 저희 제품 많이 좋아하시나요?”

관계자의 물음에 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디자인이 딱 제 취향이라서 평소에도 자주 애용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이번에 본사에서 이연 씨한테 어울릴 만한 의상을 특별히 제작하고 있다고 하던데. 나중에 이연 씨 이름을 붙여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따로 판매될 예정이에요.”

매출 일부는 계약서에 따라 이연에게 인센티브로 제공될 예정이다.

아직 판매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혹시 저희한테 원하는 게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최대한 이연 씨한테 맞출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광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영상, 화보 촬영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논의하던 도중이었다.

관계자 중 한 명이 이연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요즘 많이 바쁘시지 않나요? 저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홍류현 실장이 대신 답해줬다.

“25일에서 28일 사이면 괜찮습니다. 이때는 스케줄이 다 비어 있거든요. 연이도 괜찮지?”

“네. 28일부터는 3라운드 시작하니까 그전에 할 수 있는 일정은 최대한 다 끝내둬야죠.”

걸파이트 시즌 2의 마지막 라운드가 바로 코앞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이연은 당분간 멤버들과 같이 파이널 라운드에 집중할 생각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로 기록될 테니까.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 * *

파이널 라운드에 집중하기 위해 일정 조율에 나선 팀은 하니엘만이 아니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역시 대부분의 방송 일정을 걸파이트 파이널 라운드 앞 날짜로 몰아넣었다.

아이비제이라는 그룹의 명성이 있다 보니, 유닛으로는 처음 데뷔했다 할지라도 그녀들을 찾는 프로그램은 너무나도 많았다.

전부 다 소화를 못 할 정도였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혜원은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녹화.

겨우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 멤버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탈 수 있게 되었다.

시트에 앉자마자 지현의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이러다가 진짜 죽을 거 같아.”

뒤에 앉은 미수가 작은 손으로 언니의 어깨를 주물주물 해줬다.

“힘내, 언니. 일정 미리 끝내둬야 나중에 편하게 파이널 라운드 준비할 수 있잖아.”

“그렇긴 한데…… 근데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우리, 걸파이트 시즌 2 참가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자고 했었잖아.”

“근데 시청률이 우리한테 ‘응, 안 돼’라고 말했지.”

예능, 드라마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걸파이트 시즌 2였다.

모든 브랜드 평판 순위마저 싹 갈아엎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 중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이비제이 트윙클 소속사에서 먼저 노선을 바꾸기로 했다.

걸파이트 시즌 2 일정을 메인으로 잡기로 한 거였다.

이건 일곱 개 팀 소속사 모두가 다 똑같았다.

혜원도 이런 회사의 방침에 적극 동의했다.

만약 소속사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혜원이 먼저 제안했을지도 모른다.

혜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연예계 관련 기사들을 쭉 훑었다.

중간에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사가 보였다.

“이번에 루띠앙 모델, 이연 씨가 됐구나.”

“그거, 지현 언니가 모델로 계약했던 업체 아니야?”

지현이 작게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 다음으로 아야 씨가 모델 계약 체결했었고.”

“그 업체, 모델 섭외에 진심이네. 한창 몸값 높은 연예인들만 골라서 계약하는 거 같은데.”

“그만큼 광고 효과가 확실하니까.”

아직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인 걸 그룹 멤버가 루띠앙의 모델이 된 건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이연의 인기가 만만치 않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기사 본문에 실려 있는 이연의 사진을 보면서 혜원은 생각이 깊어졌다.

“이연 씨가 파이널 라운드 때에는 어떻게 나올까.”

과연 이번에도 그녀가 아이비제이 트윙클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 될지. 혜원은 내심 궁금했다.

* * *

화보 촬영을 위해 이연은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스튜디오에 출근 도장을 찍자마자 곧바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이 시작되었다.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보다도 더 힘을 줘서 자신을 꾸미게 된 이연.

옷을 갈아입기 전에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재차 확인했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얼굴이 참 예쁘단 말이야.’

예전에는 거울을 봐도 자신의 모습을 본다기보다는 타인을 본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곤 했었다.

아직 권이연이라는 여자의 몸에 적응하기 전의 단계였으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연은 이게 본인의 새로운 모습임을 점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완전히 여자가 된 건 아니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쪽으로 넘겼다.

볼 터치가 살짝 들어가 있는 얼굴을 면밀하게 살피던 이연은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얼굴 피부를 살짝 만졌다.

아기 피부를 만지는 듯한 탱탱함은 여전히 이연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연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메이크업 담당이 호호 웃었다.

“본인의 얼굴이 그렇게 신기하세요?”

그녀의 물음에 이연은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

원래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신기해하는 건 당연하다.

그때 의상팀이 들어오면서 이연에게 갈아입을 옷 후보들을 보여줬다.

“오른쪽부터 순차적으로 입으시면 돼요. 구두하고 백, 액세서리도 따로 가져올 테니까 일단 옷부터 먼저 봐주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이연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서일까.

치마보다는 바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회사, 마음에 드네.’

처음에는 ‘루띠앙 광고 모델을 거쳐야 대세 아이돌 인증을 받을 수 있다’라고 해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거였는데.

모델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런 것까지 다 배려해 주고 있으니까 일할 맛이 났다.

광고 모델 또한 루띠앙의 소중한 고객이니까.

이런 신념이 한눈에 보였다.

잘나가는 업체는 그 이유가 있었다.

의상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들어선 이연.

촬영 감독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하는 동안 감탄을 흘렸다.

“모델이 너무 아름다우시니까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작품이 되네요.”

촬영을 지켜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루띠앙 고위 관계자들 역시 촬영 감독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포즈는 어떻게 취할까요?”

이연이 묻자, 촬영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아무 포즈나 괜찮습니다. 걱정 말고 이연 씨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움직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진 촬영을 워낙 자주 한 덕분인지 이연은 프리 포즈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동작을 취했다.

조명보다도 더 빛이 나는 그녀의 미모에 촬영 감독은 마치 홀린 듯 셔터를 눌러댔다.

여신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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