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87화 (187/299)

187화

제52화. 체인지 미션(2)

베네핏을 가진 그룹의 대표들끼리 팔씨름 게임을 통해서 순위가 매겨지게 되었다.

우선 선택권을 가지게 된 팀은 아이비제이 트윙클.

민주린은 리더 혜원에게 질문과 함께 마이크를 넘겼다.

“그룹 지명은 바로 하실 건가요?”

“네. 굳이 회의를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요. 마침 저희 셋이 의견이 똑같아서, 여기서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혜원의 목소리가 파트너 미션 때와는 사뭇 달랐다.

블라인드 미션에서 1위. 파트너 미션에서 꼴찌.

퐁당퐁당 전략이라면, 이번에는 당연히 1위를 노릴 것이다.

매 라운드별로 가지는 마지막 미션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전력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에, 마침내 혜원의 지목이 이어졌다.

“MAYO 팀으로 하겠습니다.”

사방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이비제이와 MAYO는 4세대 걸 그룹들 중에서 양대산맥이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팀들이다.

서로 라이벌 관계인 만큼, 혜원이 대놓고 MAYO에게 선전포고를 하니까 관심이 그녀들 쪽으로 속도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미랑은 카메라 앞인데도 불구하고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속내가 복잡했다.

뒤이어 민주린은 혜원에게 베네핏의 사용 여부를 물었다.

“중복 금지는 거실 건가요?”

“아니요. 베네핏은 포기하겠습니다.”

우리하고 같은 그룹 곡으로 붙고 싶으면 언제든 들어와라.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별로 몇 마디 안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이 스튜디오의 주인공은 혜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허술한 듯하면서도 사람들을 휘어잡는 혜원의 카리스마가 오늘따라 매섭다.

미랑조차도 마른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2위를 차지한 MAYO의 지명을 확인해 볼까요.”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던 미랑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어떻게 할래?”

멤버들에게 의견을 먼저 구하기로 했다.

그녀들 역시 결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저쪽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받아줘야지.”

미랑도 마침 멤버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결정했습니다.”

민주린이 미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

“벌써요? 아이비제이 트윙클분들도 그렇고. 오늘 다들 굉장히 빠르네요. 어떤 팀으로 지명하시겠어요?”

미랑의 입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시선이 이동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바로.

“아이비제이 트윙클 선배님들로 하겠습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VS MAYO.

걸파이트 내에 최고의 대결 구도가 성사되었다.

“베네핏은 쓰실 건가요?”

“네. 쓰겠습니다.”

미랑은 마치 다른 팀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우리 둘의 싸움에 후배들은 끼어들 생각 하지 말라고.

혜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좋은 경쟁 펼쳐보도록 해요.”

“네, 선배님.”

대답하는 미랑의 목소리에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비록 팔씨름에서는 졌지만.

본무대에서는 아이비제이 트윙클에게 절대로 질 생각이 없었다.

* * *

두 고참 그룹이 일대일 대결 구도를 굳힌 탓에 이연과 하니엘의 선택지는 좁아지게 되었다.

여솜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앞에 앉은 이연과 우미에게 물었다.

“이 분위기 속에서 아이비제이 트윙클 선배들님이나 MAYO 선배님들 지명하면 큰일이겠지?”

이연과 우미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시청자들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도 있다.

괜히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두 팀이 알아서 빠져준 덕분에 경우의 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연은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타 그룹의 노래를 경연곡으로 커버하는 형태일수록 좋은 곡들을 많이 가진 그룹이 지명당할 확률이 크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 팀이나 원더존은 지명받을 확률이 매우 낮겠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봐서 최적의 대진을 완성시켜야 한다.

그게 이연이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MAYO에 이어서 베네핏을 소유한 하니엘 팀이 지명할 차례가 다가오게 되었다.

“하니엘 팀도 상의할 시간 필요하시죠?”

“네. 잠깐이면 될 거 같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 어차피 여기서 중간에 끊었다가 다시 촬영 들어갈 거라고 하니까요. 그사이에 다른 팀들도 어느 팀을 지명할지 고민해 주세요.”

잠시 쉬어가는 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카메라가 멈추고 나서야 아이돌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오늘 특별히 무대를 가지는 녹화도 아닌데. 평소보다 더 긴장되고 떨리는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는 중이었다.

1라운드 마지막 그룹 미션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그럴 수도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머리싸움의 시작이다.

하니엘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두 번째 앨범을 가지고 컴백할 준비를 하고 있는 원더존을 제외한다면, 선택지는 단 세 팀뿐이다.

“가을소녀 선배님들하고 CDP 선배님들, 그리고 샤이걸스 선배님들. 여기 셋 중에 한 팀을 골라야 해.”

“가장 무난한 건 가을소녀, CDP 선배님들인데…….”

샤이걸스는 자신들만의 컬러가 너무 독보적이어서 아마 하니엘, 원더존처럼 지명을 받을 확률이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멤버들 대부분이 다 그렇게 보고 있었다.

이연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결국 가을소녀, CDP. 이렇게 두 팀이 남게 된다.

이럴 때에는 역시.

“다수결이 제일 빠르겠지?”

이연의 말에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7명이라서 마침 숫자도 딱 적합했다.

홀수니까 좋든 싫든 어느 한쪽이 무조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수결을 통해 멤버들의 의견을 취합한 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이크를 미리 챙겼다.

잠시 후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자마자 민주린이 이연에게 물었다.

“하니엘 팀은 결정했나요?”

“네.”

“어느 팀을 지명할지, 말씀해 주세요.”

CDP와 가을소녀, 두 그룹 멤버들 다 바짝 긴장한 얼굴로 이연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들도 안다.

하니엘이 둘 중에 한 팀을 택할 거란 사실을.

이연과 하니엘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팀은 바로.

“가을소녀 선배님들 지명하겠습니다.”

가을소녀 멤버들의 표정이 밝았다.

민주린은 가을소녀 멤버들에게 하니엘로부터 지명을 당한 심정에 대해 물었다.

리더답게 초영이 대표로 심경을 전했다.

“기뻐요! 하니엘 후배님들이 저희 노래를 원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명당했을 때 엄청 좋았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지명을 당했다’라는 게 ‘나, 너희하고 싸우고 싶다’라는 뜻은 아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MAYO 때문에 묘하게 선전포고 느낌으로 변모되었을 뿐.

사실은 우리가 당신들의 곡을 좋아하니까, 그 곡으로 경연 무대를 만들고 싶다. 이런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아직 하니엘의 선택이 끝난 건 아니었다.

“베네핏, 사용하실 건가요?”

가을소녀들의 곡에 중복 금지를 걸지 말지.

하니엘에게 다시 한번 선택권이 주어졌다.

이연은 다시 한번 마이크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아니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같은 의도에서 일부러 베네핏을 포기하기로 했다.

주변에서 ‘오~’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후배 그룹의 패기에 선배들도 엄지를 추켜올렸다.

베네핏을 가진 그룹들의 지명이 모두 끝났다.

이제부터 남은 4개 팀이 순서를 정해서 지명을 할 차례다.

“이번에도 미니게임을 통해 정하겠습니다. 다들, 뭔지 아시죠?”

민주린이 굳이 설명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팔씨름 대결에 나설 각 그룹의 최연장자들이 스튜디오 한가운데로 나섰다.

이번에는 참가 인원이 네 명이었기 때문에 부전승 없이 진행되었다.

게임 결과. 가을소녀가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저희는 CDP님들 노래로 하겠습니다.”

2위인 원더존도 CDP를 골랐다.

3위인 샤이걸스는 이번에도 의외의 반전을 보여줬다.

“저희는 하니엘 분들의 노래를 커버하겠습니다.”

이연은 샤이걸스의 선택에 큰 의문이 들었다.

하니엘이 발표한 앨범은 고작해야 데뷔 앨범 하나뿐이다.

여기에 샤이걸스가 추구하는 발라드곡은 없었다.

차라리 CDP나 아니면 가을소녀를 택하는 게 나았을 텐데.

‘여전히 알 수가 없는 그룹이네.’

마지막으로 현재 가장 많은 지명을 받은 CDP의 차례가 다가왔다.

“저희도 하니엘 후배님들 노래 고르겠습니다.”

민주린이 CDP에게 하니엘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리브는 이렇게 답했다.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가 다 ‘A NEW START’ 노래를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한 번쯤 커버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다른 뜻 없이 순전히 노래가 좋으니까. 이런 것도 마땅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복잡했던 사랑의 작대기 코너가 끝났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진이 각 그룹 간의 지명 관계를 정리해 화면에 띄웠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 MAYO]

[MAYO ‣ 아이비제이 트윙클]

[하니엘 ‣ 가을소녀]

[가을소녀 ‣ CDP]

[원더존 ‣ CDP]

[샤이걸스 ‣ 하니엘]

[CDP ‣ 하니엘]

이연은 화면을 보면서 몰래 쓴웃음을 삼켰다.

‘아이비제이 트윙클하고 MAYO가 눈에 안 들어올 수가 없네.’

이 둘의 승부 결과가 굉장히 궁금했다.

서로의 곡으로 무대를 펼치는 데다가 평가까지 맡고 있으니까.

제작진 입장에선 굉장히 좋은 구도가 나온 셈이었다.

‘1라운드 주인공 자리는 저 둘에게 양보해야 되나.’

그렇다고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단역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갑자기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무대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그때 가 봐야 안다.

* * *

경연 무대를 꾸밀 때 매번 고민되는 것이 바로 ‘어떤 곡을 고를까’였다.

그러나 이번 1라운드 마지막 그룹 미션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이 고민이 없다시피 했다.

가을소녀를 지명하면서 동시에 곡도 같이 정했기 때문이었다.

“곡은 처음 정한 대로 ‘러브폴리’로 할 거지?”

“응.”

가을소녀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댄스 장르의 노래다.

다만 CDP는 하니엘과 다르게 11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안무와 보컬 파트를 새롭게 구분해서 나눠야 했다.

게다가 1라운드 그룹 미션의 경우에는 유독 주어진 연습 기간이 짧은 편이었다.

이 시간 안에 레코딩하고 안무 짜고, 연습하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는 만큼, 준비도 부지런히 해야 했다.

이연이 볼펜을 손 위로 몇 차례 돌리면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랩 파트는 많지 않으니까 시우가 혼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야. 서브보컬 파트들은 오늘 찐 프로님하고 같이 회의하면서 다시 나누고 분배하자. 메보 파트는 내가 맡을게.”

‘러브폴리’는 아이돌 곡들 중에서도 음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이연이 먼저 메인보컬 자리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돋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서였다.

그래도 혹시 몰랐기에 다른 멤버들의 생각을 물었다.

“메보 해보고 싶은 사람 있어?”

지원을 받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오케이. 그러면 결정된 거 들고 찐 프로님한테 가자. 지금쯤이면 회의실에 계실 거야.”

단체로 고개를 끄덕인 하니엘 멤버들은 이연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