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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31화 (131/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31화

제37화. 첫 예능(2)

생각지도 못한 역질문을 받아버린 김운혁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일곱 분들 모두가 다 매력적이셔서 누구 한 명을 콕 찍어 말할 수가 없겠네요.”

“그래도 한 명만 골라주세요. 설마 선배님이 응원하셨던 연습생이 여기에는 없는 건가요? 네?”

“말씀해 주세요~!”

비아를 필두로 멤버들 역시 김운혁의 원픽이 누군지 궁금하다는 어필을 강하게 보였다.

당연하게도 대본에는 없던 내용이다.

김운혁이 어떻게든 말머리를 돌리려 했지만.

보조 MC인 종현과 유미도 하니엘 멤버들에게 화력을 보태기 시작했다.

“선배님, 저번에도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혼자만 스윽 빠지셨잖아요.”

“맨날 저희한테만 말해보라고 하고. 이번에는 못 도망쳐요, 선배님.”

보조 MC들까지 이렇게 나서니, 김운혁 입장에서는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김운혁은 마지못해 이들이 원하는 그의 원픽을 알려줬다.

“……이연 양입니다.”

멤버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택을 당한 이연은 그에게 ‘감사합니다, 선배님’이라고 말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니엘 멤버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순서로 따지면 무조건 이연이 1등이다.

SSS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기도 했을뿐더러, 밑바닥 순위에서 시작해 1위로 올라선 그녀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같은 연예계 종사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운혁도 이런 이유에서 이연을 응원했었다.

“저도 예전에 개그맨 공채 시험 볼 때 턱걸이로 합격했었거든요. 그때 심사 보신 분들이 저 원래 안 붙이려고 했었는데, 마침 T.O.가 하나 생겨서 추가 합격으로 붙여주셨다고 그랬습니다.”

하니엘 멤버들을 포함해서 보조 MC들도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모양인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로요?”

“저는 선배님이라면 무조건 1등으로 붙으셨을 줄 알았는데.”

김운혁은 개그맨으로서, 그리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공채 시험을 턱걸이로 붙었다고 고백하니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그랬거든요. 이연 양 보니까 옛날에 제 생각도 나고. 동질감도 느껴지고. 그래서 이연 양이 제 최애였습니다.”

“‘였습니다?’”

“아, 아니요! 지금도 최애입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하, 하하.”

웬만하면 말실수를 잘 안 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김운혁인데. 이렇게까지 난감해하면서 대답하는 것으로 봐선 이연이 최애라는 말은 사실로 보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하니엘 멤버들의 맹공이 펼쳐졌다.

“그렇구나. 선배님은 연이 언니만 좋아하는구나.”

“죄송해요. 저희 다 같이 나와서.”

“연이만 나오면 되는 거였는데.”

물론 진담은 아니고. 방송이니까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김운혁 입장에선 그냥 단순하게 웃음으로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 애매하고.

멤버들의 맹공에 그는 한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 * *

팬들이 몰랐던 하니엘 멤버들의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상세히 알려주기 위해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비아, 리샤가 그토록 싫어하는 상식 테스트였다.

“하니엘 멤버들의 기초 상식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진행 방식은 간단합니다. 우리 종현 씨가 일곱 분에게 스피드 퀴즈를 하나씩 낼 예정인데요. 일곱 분이 한 번씩 전부 다 맞히면 1점을 드립니다. 참고로 모든 테스트 결과에서 10점을 넘으면…….”

김운혁이 PD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PD가 수신호를 주자, 카메라가 다른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준비한 푸짐한 상품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자그마치 투쁠 한우 세트입니다!”

한우라는 말에 멤버들의 동공이 커졌다.

기대를 많이 안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푸짐했다.

이연은 얼핏 자신이 모니터링했던 그동안의 아이쇼 회차들 내용을 빠르게 떠올렸다.

‘이전에는 상품이 이렇게까지 고급스럽진 않았었는데.’

간식, 혹은 생필품 세트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우로 등급이 올라가 버리니, 멤버들은 없던 의욕마저 생길 정도였다.

날이 갈수록 아이쇼의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마침 김운혁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니엘 멤버분들이 첫 예능 출연으로 저희 프로그램을 선택해 주셨다는 말을 듣고 오늘만큼은 상품 좋은 걸로 준비해 보자! 해서 이렇게 푸짐하게 준비해 봤습니다. 어떻습니까?”

“너무 좋아요!”

“마침 고기 먹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감사는 10점을 달성한 다음에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고 이연은 혼자서 생각했다.

문제 난이도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나라 수도 문제 맞히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예능 퀴즈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각 나라 수도 퀴즈.

맨 앞줄부터 마지막 일곱 번째 멤버까지, 한 번에 순차적으로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순서가 가장 중요하다.

“멤버 순서는 자율적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충분히 상의해 보신 다음에 결정해 주세요.”

여러 차례 트라이를 할 것을 감안한다면, 앞 순서들이 중요하다.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 사이.

“내가 첫 번째로 할게.”

이연이 당당하게 1번 타자를 지원했다.

그 모습에 MC들이 감탄사를 흘렸다.

“이연 양이 자신감이 있으시네요.”

“SSS 때부터 늘 보여왔던 모습 그대로인데요?”

“역시 리더!”

이연을 시작으로 우미, 여솜이 각각 2번, 3번을 맡기로 했다.

시우가 4번, 그리고 유키와 리샤, 마지막으로 비아. 이 순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문제 나가고, 5초 안에 바로 맞히셔야 합니다. 아셨죠?”

“네!”

“그럼 첫 번째 문제, 나갑니다!”

김운혁의 시작 신호와 함께 종현이 큐시트를 들고 이연에게 다가갔다.

“베트남의 수도는? 하나, 둘…….”

“하노이.”

다섯까지 갈 필요도 없이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다음, 우미의 차례다.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

최연장자답게 가볍게 통과.

뒤이어 여솜, 시우, 그리고 외국인이라서 불안불안했던 유키까지 빠른 속도로 통과했다.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MC들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 번째 시도 만에 벌써 멤버들 중에 과반수를 넘긴 그룹은 여태껏 없지 않았나요?”

“네. 제가 기억하기로도 그래요. 이대로 첫 번째 시도 만에 바로 성공하는 거 아니에요?”

이 와중에 종현이 여섯 번째 문제를 내기 위해 리샤 앞에 섰다.

멤버들은 속으로 ‘망했다’라고 생각했다.

리샤, 비아라는 무식계의 큰 산이 버티고 있었기에 그랬다.

이때 종현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리샤 씨한테는 굉장히 쉬운 문제입니다.”

“저, 정말로요? 진짜죠, 선배님?”

쉬운 문제라 할지라도 과연 자신이 맞힐 수 있을지. 불안에 떠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종현의 예고대로.

정말 쉬운 문제가 나왔다.

“미국의 수도는? 하나, 둘, 셋…….”

“Washington, D.C!”

MC들이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종현 씨! 아니, 미국인한테 미국 수도가 어디냐고 물으면 어떻게 해요!”

“너무 봐주신 거 아니에요, 종현 오빠? 한국 사람한테 한국 수도가 어디냐고 물어본 것하고 다를 게 없잖아요!”

종현이 두 사람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큐시트를 직접 보여주면서 말했다.

“순서대로 한 거예요, 순서대로.”

그 와중에 리샤가 멤버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와락 안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와, 나. 방금 New York이라고 말할 뻔했던 거 알아? 휴, 다행이다!”

아니, 다행은 아니다.

왜냐하면 마이크가 그대로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연은 순간 ‘풋!’ 하고 웃는 오디오 감독을 보면서 강하게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편집해서 방송으로 내보내겠네.’

안 봐도 뻔했다.

마지막으로 비아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러나 멤버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비아가 얼마나 공부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퀴즈에 약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르웨이의 수도는? 하나, 둘, 셋…….”

“노, 노르웨이…… 수, 수도가…….”

“넷, 다섯! 땡!”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비아는 당당했다.

“노르웨이 수도 아시는 분 있으세요? 저만 너무 어렵게 내주신 거 같은데요!”

이때 이연과 우미, 여솜이 동시에 말했다.

“오슬로잖아, 오슬로.”

“어, 언니들은 어떻게 그걸 알아?”

“상식이잖니.”

언니들이 바로 즉답하자 오히려 비아가 더 당황했다.

이렇게 해서 아쉽게 첫 번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멤버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 * *

나라 수도부터 시작해서 사자성어, 그리고 구구단가지.

상식 스피드 퀴즈 결과.

“하니엘 멤버 분들은 총 2점을 획득하셨습니다.”

10전 2승 8패.

초라한 성적표였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김운혁이 멤버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함인지, 이런 정보를 알려줬다.

“그래도 하니엘 팀은 성적이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아이돌 그룹 중에서 2점 따낸 거면 상위권이에요. 1등하고 2점 차이 밖에 안 나는걸요.”

“1등이 누군데요?”

여솜의 물음에 이번에는 종현이 답했다.

“아이비제이요.”

설마 여기서 아이비제이의 이름을 또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안 그래도 어제 아이비제이에게 밀려 아쉽게도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지 못했었는데.

그래서일까. 갑자기 멤버들의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비제이 선배님들은 여기서 몇 점 얻고 가셨나요?”

“12점입니다. 저희 아이쇼 내에서는 최고 점수예요.”

12점이 최고 점수.

이연이 멤버들을 향해 한 번씩 눈빛을 보냈다.

내가 말 안 해도 알지?

마치 이렇게 묻는 듯했다.

멤버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품을 타 가는 것도 좋지만.

아이비제이를 넘어서는 것이 1차 목표다.

멤버들은 오늘 최고 기록을 세워서 하니엘의 이름을 이곳 아이쇼 명예의 전당에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치게 되었다.

“바로 두 번째 코너로 넘어가실까요.”

“두 번째 코너는 일곱 분에게 각각 한 번씩 기회를 드릴 겁니다. 여기서 맞히는 분대로 점수가 주어집니다.”

모든 멤버들이 다 맞히면 최대 7점까지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러나 그 내용이 문제였다.

스태프들이 직사각형 형태의 상자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유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뭔가요?”

“상자 안에 든 물건을 눈으로 보지 않고, 양쪽 구멍에 손만 넣어서 촉감으로 맞히면 됩니다.”

이것 역시 예능에서 자주 나오는 종류의 게임이었다.

다만,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가 문제다.

유키의 뒤를 이어서 여솜이 질색을 하면서 MC들에게 스포일러를 부탁했다.

“막…… 살아 있는 것도 들어가 있고, 그러나요?”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안에 귀여운 인형이 들어 있을지, 문어가 들어 있을지. 아니면…… 벌레가 들어 있을지도요.”

벌레.

이 단어를 듣자마자 이연의 격하게 움찔했다.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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