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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18화 (118/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18화

제33화. Vlog(2)

차를 타고 숙소 근처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으로 향하는 하니엘 쇼핑 멤버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리샤가 오른쪽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언니. 저기가 입구 아니야?”

“저긴 출구. 위에 써 있잖아?”

“어머, 그러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입구가 아닐까 하고 착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미는 이곳이 익숙한 사람처럼 능숙하게 차를 몰았다.

“2층은 언제 와도 늘 만차니까. 바로 3층으로 내려가야 돼. 3층은 널널하거든.”

우미의 말대로였다.

매우 한적한 덕분에 우미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장소 근처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자신이 어디에 차를 주차했는지,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마치 매번 이곳에 차를 세워두는 사람처럼 너무나도 익숙해 보였다.

“우미 언니, 여기에 자주 왔었나 보네.”

리샤의 물음에 우미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3층 여성 의류 코너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넓은 백화점 풍경이 펼쳐졌다.

이연은 나름 많이 익숙해졌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적응이 안 되는 건 여전했다.

애초에 옷을 자주 사러 나오는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녀의 어머니나 남동생이 이렇게 큰 백화점을 자주 드나드는 타입도 아니었기에 많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낯선 장소. 하지만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익숙했다.

하니엘 멤버들이 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그녀들에게 쏠렸다.

그나마 사람들이 거의 없는 시간대여서 다행이지, 만약 주말 오후였더라면 혼선이 크게 빚어졌을 확률이 매우 컸다.

멤버들이 지나다니면서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브이로그 촬영 한정 카메라를 담당하고 있는 리샤가 백화점 전경을 쭉 훑으면서 멘트를 이어갔다.

“저희는 오늘, 이렇게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왔습니다. 유키 씨. 오늘은 무슨 옷을 살 건가요?”

“저요? 일단 프릴 스커트하고 핑크색 가디건 하나 사려고요. 귀엽겠죠?”

“숙소에서는 그런 거 안 입고 다니시잖아요. 아저씨 같은 잠옷 입고 다니…… 읍! 읍!”

“어머머, 언니. 농담하지 마세요. 팬분들이 오해하시겠어요.”

유키가 강제로 리샤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이거 다 거짓말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앞장서 걸어가던 우미가 어느 한 가게를 가리켰다.

“저기, 저쪽 가게에 유키가 찾는 옷들 많이 있을 거야.”

이곳 백화점에 자주 와본 우미가 스스로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다.

그녀를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 몇몇이 그녀들을 알아보고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머, 안녕하세요!”

“우미 씨, 너무 오랜만이에요!”

서로 구면인 것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하기야. 백화점에 자주 들락날락했었다고 하니까. 직원들과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을 것이다.

“저희, 옷 좀 사려고 왔는데요.”

“어머, 그래요? 마침 신상 많이 들어왔는데. 한번 보실래요?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를 이동하는 그녀들.

이연은 화려함으로 가득한 의류 코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보기에는 정말 예쁜 옷들이 참 많지만.

저걸 이연이 입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없던 거부감이 생길 정도였다.

가장 먼저 무슨 옷을 사겠다고 명확하게 타깃을 정하고 온 유키부터.

겉옷을 벗고 가디건을 걸친 그녀가 리샤가 들고 있는 카메라 앞에 서서 한껏 애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어때요? 예뻐 보여요?”

멤버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프릴 스커트의 경우에는 이 자리에서 바로 입어볼 수 없었기에 탈의실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스커트만 갈아입고 나온 유키가 한 바퀴를 휘릭 돌았다.

“일본에서는 이런 의상이 유행이야?”

우미의 물음에 유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행까지는 아니고요. 하라주쿠에 가면 이런 고스로리틱한 패션들 자주 볼 수 있어요. 저, 예전에 하라주쿠 밥 먹듯이 간 적 있었거든요.”

“신기하네.”

“저는 다 골랐고, 이제 언니들 골라보세요. 리샤 언니, 카메라는 제가 들게요.”

리샤가 땡큐라고 말하면서 눈여겨봤던 옷들을 빠르게 고르기 시작했다.

유키가 사용했던 탈의실에 들어간 리샤가 배가 훤히 드러나는 크롭탑을 입고서 등장했다.

“짜잔! 어때?”

“세상에, 언니! 복근 있어요?”

“응. 만져볼래?”

많이 먹는 만큼 그 이상으로 운동에 매진하는 리샤였기에 배에 복근이 선명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카메라로 리샤의 복근을 포커싱하는 유키.

그녀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 깃들었다.

“저도 나중에 언니처럼 복근 만드는 게 꿈인데.”

“근데 이거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 운동 엄청 열심히 해야 해.”

“괜찮아요. 요즘 연이 언니하고 같이 운동 다니고 있으니까요. 맞다. 연이 언니하고 우미 언니는 옷 안 고르세요?”

우미가 먼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난 괜찮아. 옷은 많이 있고.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서 같이 가자고 한 거였으니까. 나 말고 연이 옷 골라줘. 저번에 보니까 옷 많이 없던데.”

이연은 괜찮다고 여러 차례 말을 했지만, 이미 눈에 불이 켜진 리샤와 유키의 기세를 막을 순 없었다.

“안 그래도 연이한테 어울릴 만한 옷들 많이 봐뒀는데. 잘 됐다.”

“언니, 이거 어때요? 언니 키 크고 늘씬하시니까 요런 블랙 톤 원피스 어울릴 거 같은데. 연이 언니, 이미지도 굉장히 시크하시고. 모던한 느낌이 딱 연이 언니하고 매칭되잖아요.”

“나는 이거, 셔츠원피스하고 안쪽에 치마바지. 이렇게 세트로 입으면 괜찮지 않아?”

“어머머, 리샤 언니! 셔츠원피스 너무 좋은데요?”

“그렇지?”

이연은 가만히 있는데. 둘이서 열심히 짝짝꿍을 맞추고 있었다.

졸지에 카메라를 넘겨받게 된 우미가 이연의 표정을 살폈다.

“연이는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같은데?”

“그러지 말고 한번 입어봐. 응?”

“맞아요, 언니. 입으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어요.”

이연을 강제로 탈의실에 밀어붙이다시피 한 두 여자.

갈아입고 나오지 않으면 탈의실에서 안 내보내 주겠다는 기세였다.

한숨을 깊게 내쉰 이연은 어쩔 수 없이 잠깐만 그녀들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주기로 했다.

먼저 유키가 골라준 블랙 톤의 원피스부터.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브이로그 카메라와 멤버들의 시선이 동시에 이연을 반겼다.

“봐봐! 내 말이 맞잖아요. 어울릴 거라고!”

“세상에. 다리 늘씬한 거 봐봐.”

직원들도 뒤에서 헛숨을 삼켰다.

이런 사람들이 연예인을 하는 거구나, 하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손으로 계속 치마 끝자락을 잡고 끌어 내리는 자세를 취하던 이연은 ‘됐지?’라고 말하며 다급하게 탈의실 문을 닫아버렸다.

무대에서는 그래도 치마를 입으면 안에 속바지하고 같이 세트로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유키가 골라준 원피스는 말 그대로 안에 속옷뿐이었다.

안 그래도 원피스 길이가 짧은데. 조금만 팔을 위로 뻗어도 금세 옷이 위로 말려 올라갈 거 같았다.

얼른 두 번째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유키가 골라준 옷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쯤 되니 이연은 리샤와 유키에게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희, 그냥 내 맨다리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이런 옷들 고른 거 아니야?”

리샤와 유키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그려졌다.

아무래도 정답을 고른 것 같다.

* * *

하나 사지 않으면 절대로 안 보내주겠다는 리샤와 유키의 압박에 이연은 결국 무난하게 청색 스키니진과 그레이톤의 오버핏 자켓 하나를 골라 구입하게 되었다.

우미한테 다시 브이로그 카메라를 넘겨받은 리샤가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연이는 치마 입어야 하는데. 그것도 짧은 걸로.”

“무대에서 입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보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의류 코너에서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해서 그럴까. 이연은 벌써부터 배가 고파왔다.

원래는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해결하려 했으나, 기왕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는데. 특별한 음식을 먹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미리 봐둔 맛집을 찾아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온 것까지는 좋은데.

“설마…… 문 닫은 거야?”

리샤가 믿을 수가 없다는 눈으로 말했다.

오리고기집으로 유명한 가게를 찾아왔는데.

유키가 가게 앞에 붙어 있는 종이를 보면서 그대로 읊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금일은 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전화해 볼걸.”

공휴일도 아니고. 그래서 당연히 문을 열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유키가 언니들을 보면서 ‘어쩌죠?’라고 물었다.

대답이야 뻔했다.

“여기 근처 식당 있으면 거기 가자.”

우미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연이 오면서 봐뒀던 식당들을 쭉 읊었다.

“피자집하고 양식 가게 있었고, 저기 저쪽 사거리에 횟집 하나 보였어. 그 옆에는 분식집도 있었고.”

“그걸 다 기억하고 있어?”

“보다 보니까 외워지게 되더라고.”

루웰을 천재 음유시인이라 불리게 해준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뛰어난 두뇌다.

이해력과 암기력, 응용력 등 모든 분야에서 만능에 가까운 그녀였기에 순간적인 기억력 또한 높은 편이었다.

넷이서 의견을 모은 결과.

점심은 양식으로 정하기로 했다.

가게 위치는 원래 가기로 했던 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다.

단지 역방향이었기에 U턴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조금 있을 뿐.

양식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우미가 바로 차를 세웠다.

“차가 별로 없네?”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차가 많지 않다는 건, 손님이 없다는 뜻과도 마찬가지다.

리샤는 한 차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가게에 손님이 없으면 대체적으로 음식 맛이 별로라는 뜻이긴 한데.”

“맛집인데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브이로그 카메라는 잠시 꺼두기로 했다.

우선은 가게 사장님한테 촬영이 가능한지 먼저 허락을 받고, 그다음에 켜는 게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간혹 허가받지 않은 촬영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종종 있었다.

아직 데뷔도 안 한 상태에서 꼬투리 잡힐 만한 행동은 최대한 안 하는 게 좋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들이 예상했던 대로 10개의 테이블 전체가 다 비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가게 안에 불이 꺼져 있었더라면, 아마 문 닫은 가게인 줄 알았을 것이다.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장이 나와 그녀들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네 분이신가요?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하니엘 멤버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들에게 메뉴판을 가져다준 뒤에 남자가 누군가를 다급하게 찾았다.

“혜영아! 손님 오셨어, 얼른 나와.”

“알았어, 오빠.”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인데도 불구하고 이연의 귀에 너무나도 낯이 익었다.

뒤늦게 나온 여성을 본 순간, 흐릿했던 이연의 기억 속에 어느 한 인물이 떠올랐다.

여성 역시 이연을 보자마자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쟁반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권이연…… 맞지?”

이연이 중학교에 재학 중일 당시, 유일하게 사귀었던 친구가 있었다.

유혜영.

구면이지만, 초면이기도 한 그녀와의 만남은 이연을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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