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82화 (82/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82화

제24화. 뒤풀이(1)

베네핏의 정체가 공개된 순간, 하니엘 멤버들은 묵직한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들었다.

반면, 이비아와 앨리샤는 이은솔이 설명해 준 말을 아직 이해 못 한 모양인지 다른 멤버들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뭐야? 무슨 뜻이야?”

“우리가 저쪽 멤버를 데려올 수 있다고? 지금?”

두 사람은 10문장이 넘어가면 급속도로 이해도가 떨어지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비아, 리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미가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우리가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해서 데뷔를 확정짓게 된다면, 저쪽 팀에서 마음에 든다 싶은 멤버 한 명을 우리 쪽으로 데려와서 같이 하니엘 멤버로 데뷔시킬 수 있다…… 이런 뜻이야.”

“엥? 그게 가능하다고?”

“베네핏 내용이 그렇다는데?”

“그러면 저쪽에서 아무나 데려올 수 있다는 거야?”

비아가 추가로 묻자, 이번에는 무대에 서 있던 이은솔이 대신 대답해 줬다.

“예. 이비아 연습생의 말대로입니다.”

벨제브 팀 역시 하니엘 팀과 마찬가지로 혼돈에 휩싸였다.

여섯 명 중에 한 명은 데뷔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하니엘 팀이 데뷔를 확정지었을 때’라는 조건부가 걸린 베네핏이었기에 속단하기에는 일렀다.

이은솔 역시 이 점을 재차 강조했다.

“만약에 하니엘 팀이 아니라 벨제브 팀이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이 베네핏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벨제브 팀 여섯 명만 그대로 데뷔하게 되는 거죠.”

이때, 이연이 손을 들었다.

미션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어서였다.

이은솔이 그녀에게 발언권을 허락했다.

“네, 권이연 연습생.”

“그 베네핏은 무조건 사용해야 되는 건가요?”

한마디로 좋든 싫든 벨제브에서 1명을 데려와서 총 7명이 한 그룹으로 데뷔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니엘 팀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여섯 명만 데뷔할 수 있는지.

이런 말들이 축약되어 있었다.

간접적으로 돌려 말한 거긴 했지만, 이은솔에게 제대로 뜻은 전해졌다.

“아니오. 이 베네핏을 사용할지 말지는 하니엘 팀이 나중에 자유롭게 상의해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거부권이 있다는 뜻이었다.

“대신에 지금 당장 말해줄 필요는 없고요. 파이널 무대가 끝나고 데뷔를 확정지은 이후에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상대 팀원 중 한 명을 데려와 같이 데뷔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베네핏.

이연의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 * *

녹화가 끝난 뒤에도 하니엘 팀은 이겼다는 기쁨보다 베네핏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먼저 교차했다.

다음 날, LC 엔터테인먼트 하니엘 팀 전용 회의실에 모인 멤버들.

여태껏 유닛 대결 미션으로 인해 쭉 떨어져서 지냈던 멤버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서일까. 다들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 와중에 시우가 어제 확보하게 된 베네핏에 대한 언급을 먼저 꺼냈다.

“저희, 베네핏은 어떻게 할 거예요? 쓸 건가요?”

누구를 데려온다 하기 이전에, 이걸 쓸지 말지부터 논의하는 게 좋아 보였다.

쓴다는 조건이 깔려야 그다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연은 리더로서 자신이 먼저 생각을 드러내기보다는 멤버들의 의견을 먼저 물었다.

베네핏을 최초로 언급한 시우부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연이 시우를 지목하자,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저는 추가 멤버 영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지금 멤버들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시우는 이 여섯 명이 좋았다.

동시에 벨제브 팀에서 데려올 만한 사람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진절혜와는 척을 진 사이이기도 하고.

이런 이유로 인해 베네핏 거부권 행사에 한 표를 던진 거였다.

그러나 비아는 생각이 달랐다.

“나는 영입 쪽에 찬성. 누구를 데려올지는 고민 좀 해봐야겠지만.”

“데려오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베네핏은 사용하자는 거지?”

“응. 솔직히 저쪽에 실력 좋은 연습생들 많잖아. 유키 언니라든지. 리은 언니도 춤 엄청 잘 추시고. 연습생 중에서 댄스 스탯만 놓고 본다면 리샤 언니하고 리은 언니하고 거의 톱 1, 2등 아니야?”

비아의 마지막 의견에 대해서 리샤 본인이 반박했다.

“댄스 원톱은 나나 리은이가 아니라 우리 리더지.”

“이연 언니는 사기니까 예외로 하자고.”

아이돌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만점인 이연이었기에 비아는 애초에 그녀를 논외로 두고 말하기로 했었다.

굳이 말할 필요 없이 모두가 다 이연을 넘버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니까.

이연과 함께 동갑내기 3인방을 맡고 있는 여솜과 리샤도 비아와 비슷했다.

실력 있는 멤버의 영입은 환영이다. 하지만 아직 누구를 데려올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런 의견을 냈다.

“우미 언니는?”

“나도 한 명 정도는 데려오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근데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우미가 말끝을 흐리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녀를 위해서 이연이 대신 답을 들려줬다.

“해도 돼. 어차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거니까.”

이연의 말에 용기를 얻은 우미가 마침내 생략했던 뒷말의 정체를 공개했다.

“절혜를 데려오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봤어.”

진절혜의 이름이 나오자 시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미가 괜한 오해를 없애기 위함인지 시우와 멤버들에게 추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실력 있는 멤버를 데려온다면, 아무래도 절혜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해서 해본 말이야. 그렇다고 절혜를 반드시 데려오자는 뜻은 아니고.”

“저도 알아요, 언니. 너무 그렇게 제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시우가 억지로 웃으면서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공과 사는 구분하는 게 좋다.

멤버들의 대체적인 의견이기도 한 ‘실력 있는 멤버의 영입’을 고려해 본다면, 우미의 말이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팀원들 간의 케미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러 개의 화음이 모인다고 반드시 천상의 하모니가 탄생하는 건 아니다.

불협화음이라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 멤버 간의 불화설은 팬덤에 악영향을 미치는 큰 요소가 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진절혜의 영입에 대해서는 이연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쌓은 업보가 너무 많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연이 최종적으로 멤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리하고 잘 어울릴 수 있을 만한 멤버를 데려오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면 유키 언니는?”

“유키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실력도 있고, 인기도 있으니까.

모처럼 얻은 베네핏이니까. 일단은 천천히 고민해보기로 했다.

베네핏에 대한 회의가 막 끝날 때쯤, 어디서 몰래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기라도 했던 건지 완벽한 타이밍에 서윤철 PD가 회의실에 나타났다.

“이야기는 다 끝났죠?”

“네, PD님.”

“그러면 앞으로의 방송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남은 녹화…… 아니지. 녹화 촬영은 없고, 생방 하나밖에 안 남았네요.”

길고 길었던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가 마침표를 찍을 준비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제 정말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멤버들의 입에서 아쉬움이 가득 담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들의 이런 모습에 서윤철 PD가 장난식으로 물었다.

“몇 회 더 연장해서 진행할까요?”

“그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고생을 몇 개월 동안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언제까지 데뷔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어야 하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데뷔 무대에 서고 싶었다.

비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옆에 앉은 이연에게 속삭였다.

“나, PD님이 농담하시는 거 처음 들어봐.”

그건 이연도 마찬가지다.

서윤철 PD도 방금 한 말은 그냥 웃자고 해본 농담이었음을 강조했다.

“위쪽에서는 처음부터 편수를 더 늘려서 기획할 것이지, 왜 이렇게 짧게 편성했냐고 막 저한테 구박하더라고요. 그분들도 이렇게까지 시청률이 잘 나올 줄 몰랐나 봅니다.”

방송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니니까.

서윤철 PD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연습생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스갯소리는 이 정도만 할까요. 이제 생방 무대 이야기를 해볼 텐데……. 생방은 오리지널곡으로만 무대를 준비하시게 될 겁니다.”

커버곡보다 오리지널곡이 준비 난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안무며 레코딩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새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팀별로 2곡, 그리고 12명 전원이 모여서 다 같이 노래할 발라드 곡 하나. 이렇게 총 세 곡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프로듀싱은 LC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전부 진행할 거고요. 여러분들의 성향에 맞는, 그리고 여러분들이 원하는 거에 맞춰서 곡, 안무 작업을 진행한다고 하니까 오늘은 이 부분도 같이 회의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생방송 무대는 다음 달에 진행될 거고요. 그전에는 무대 준비하시면서 따로 일정 있으시면 소화하셔도 됩니다. 오 대표님한테 들어보니까, 요즘 대학 행사 시즌이라고 여러분들을 그쪽 무대에 세워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무대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

특히 연습생들에게는 이런 실전 경험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행사에 관한 건 나중에 소속사 측하고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시면 됩니다. 이건 저희가 따로 터치 안 하기로 했으니까요.”

방송과는 무관하다고 보면 될 듯했다.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거 있으신 분?”

연습생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입을 모아 없다고 답했다.

서 PD가 스태프들과 같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그럼 멤버분들끼리 충분히 이야기 나눠보시고, 오늘은 따로 연습 같은 건 없을 테니까 피곤하시면 일찍 마무리 짓고 집에 돌아가셔도 됩니다. 방송 분량은 저희가 알아서 잘 챙겨볼 테니까요.”

어차피 다음 촬영은 생방 무대여서 굳이 녹화 분량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녹화가 편해지긴 했다.

대신에 생방송 무대라는 거대한 산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 * *

대충 회의를 마무리 지은 뒤.

오늘은 서윤철 PD가 말한 대로 일찍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그전에 비아가 멤버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자. 어제 너무 정신없어서 뒤풀이도 제대로 못 했잖아. 응?”

나쁘진 않아 보였다.

멤버들도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어디서 모이려고?”

시우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지만, 비아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내가 좋은 장소를 알고 있거든. 사람들 시선 의식 안 해도 되고, 우리들끼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괜찮은 그런 곳이 있어.”

라고 말을 하면서 비아의 시선이 어느 한 연습생 쪽으로 향했다.

그 끝에 서 있던 연습생, 우미가 자신을 가리켰다.

“나? 설마 우리 집 말하는 거니?”

“응!”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우미였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아닌지 이내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 그러자.”

우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비아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이연은 쓴웃음을 삼켰다.

‘일은 비아가 벌이고 수습은 우미 언니가 하네.’

다재다능 팀으로 활동할 때부터 늘 봐왔던 일상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