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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58화 (58/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58화

제17화. 연합(3)

무대를 끝낸 벡스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고서 연습생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안녕하세요, 연습생 여러분!”

“벡스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연처럼 팀원들에게 ‘둘, 셋’ 신호를 주지 않아도 멤버들은 알아서 단체 인사를 건넸다.

호흡이 척척 맞는 그들의 모습은 베테랑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리더인 제운이 어떻게 하다가 이런 깜짝 무대를 준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정을 직접 설명했다.

“은솔이가 여러분들한테 힘을 북돋아주고 싶다고 저희한테 같이 무대 꾸며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습니다. PD님이나 오 대표님이 특별히 저희를 섭외하신 건 아니고요.”

제운의 뒤를 이어서 민호가 연습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을 거론했다.

“저희가 저희 의지로 온 거라는 사실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은솔이에게 박수 한번 몰아주세요!”

멤버들이 이은솔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그의 공을 추켜세웠다.

연습생들은 ‘역시 선배님이세요!’라고 외치면서 이은솔과 벡스 멤버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녹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축 처져 있었던 현장 분위기가 깜짝 무대로 인해서 확연하게 밝아졌다.

졸지에 깜짝 공연을 기획하게 된 이은솔이 멋쩍은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저희는 내심 여러분들 반응이 시큰둥하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었다.

벡스는 연예인 중에서도 연예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보이 그룹이다.

그들을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선배들이 오직 연습생들을 위해서 이런 공연을 펼쳤는데.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은솔을 제외한 벡스 멤버들이 연습생들을 향해 다시 한번 힘내라는 말을 남긴 채 무대 뒤로 사라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습생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로 남았다.

* * *

현장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갈 때쯤.

이은솔이 다시 예정되어 있는 코너들을 진행하기 위해 멘트를 펼쳤다.

“이제 파이널 라운드만 남았습니다. 파이널 라운드는 앞서 펼쳐졌던 1, 2라운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룰 설명부터 시작해 볼까요.”

연습생들에게는 어느 정도 내용이 전달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파이널 라운드는 6 대 6 팀전으로 진행됩니다. 팀원 선택은 연습생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기로 했습니다만, 6 대 6이라는 인원수는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이연은 이미 다재다능 팀원들 전부를 소집했다.

여기에 남은 두 자리만 채우면 된다.

“지금 여러분들 앞에 두 개의 깃발이 꽂혀 있습니다. 빨간색이 A팀, 그리고 파란색이 B팀입니다.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팀 앞에 가셔서 서면 됩니다.”

상의할 시간은 따로 주지 않았다.

제작진 측에서 이미 연습생들에게 팀 선택에 관한 고민의 시간은 충분히 줬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 2라운드 서바이벌 투표 당시 높은 득표를 얻었던 순서대로 팀을 택하겠습니다.”

연습생들의 시선이 어느 한 인물에게 집중되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득표율 1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은솔이 그 주인공을 직접 호명했다.

“먼저 권이연 연습생, 앞으로 나와주세요.”

무릎담요를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권이연은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빨강과 파랑.

A와 B.

둘 중에 하나를 택하기만 하면 된다.

권이연이 택한 팀은 바로.

“B팀 선택하겠습니다.”

그녀의 결정은 파랑이었다.

혼자서 파란 깃발 앞에 선 채 다른 팀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연이 둘 중에 한 팀을 택한 순간부터 이미 2파전은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빨강 팀은 진절혜의 팀이 된 것과 다름없었다.

“다음, 나여솜 연습생 선택해 주세요.”

이연이 스카우트에 가장 공을 들였던 연습생, 나여솜.

그녀의 차례에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진절혜도 숨을 죽인 채 나여솜의 선택을 기다렸다.

만약에 그녀가 진절혜와 같은 팀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A팀으로 가게 될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나여솜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어떻게든 선택은 해야 하는 상황.

결국.

“저도…… B팀 선택하겠습니다.”

나여솜이 택한 사람은 진절혜가 아닌 권이연이었다.

이연의 입가에 오랜만에 미소가 깃들었다.

팔을 뻗으면서 수줍게 다가온 나여솜의 손을 붙잡아줬다.

“잘했어요. 앞으로 같이 열심히 힘내봐요.”

“……네.”

눈을 마주치기조차 부끄러운 모양인지, 나여솜은 얼굴을 붉힌 채 이연과 마주 잡은 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녀의 매력에 홀린(?) 나여솜까지 합류하게 된 덕분에 이연은 자신이 생각하는 팀 구성의 대부분을 완성시켰다.

3위를 차지했던 앨리샤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연의 팀을 골랐다.

순식간에 채워진 3자리.

뒤이어 우미까지 합류해서 이제 4자리가 남았다.

반대로 진절혜의 A팀 역시 차곡차곡 인원을 쌓아갔다.

마지막에 합류할 비아의 자리를 제외한다면, 권이연의 B팀은 아직 한 자리가 남은 상황.

“이제 연시우 연습생 차례입니다.”

2차 서바이벌 투표 당시, 10위를 차지했던 연시우가 가운데에 섰다.

아직 권이연 팀과 진절혜 팀, 둘 다 자리가 남아 있는 상황.

권이연은 11위를 차지한 연습생이라면 몰라도 연시우는 자신의 팀에 안 올 거라고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진절혜하고 2라운드에서 같은 팀이었으니까.’

팀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에 소속되어 있던 연시우는 메인 래퍼로 맹활약을 펼쳤다.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던 그녀.

그래서인지 랩만큼은 그 어떤 연습생들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이연은 그녀가 탐이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욕심을 내진 않았다.

어차피 진절혜가 있는 A팀으로 갈 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변이 벌어졌다.

“저는 B팀 택하겠습니다.”

연시우의 예상치 못한 결정에 권이연보다 진절혜가 더 크게 놀랐다.

“시우, 너……!”

왜 자신을 놔두고 권이연을 택했는지 묻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카메라 앞이다 보니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대신에 이은솔이 연시우에게 팀 선택의 이유를 물었다.

“연시우 연습생은 진절혜 연습생과 2라운드 때 같은 팀에 속해 있지 않았습니까?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팀에서 진절혜 연습생을 제외하면 유일한 생존자라고 알고 있는데. 왜 B팀을 택하셨나요?”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실을 콕 찍어 대신 물어봐 주는 것도 진행자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사실 이은솔도 연시우의 속내가 궁금했다.

연시우가 마이크를 들고서 한 차례 진절혜와 시선을 교환했다.

여태껏 카메라 앞에서 표정 관리를 잘해왔던 그녀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연시우의 배신이 그녀에겐 매우 뼈아프게 다가왔다.

다시 고개를 돌린 연시우의 대답은 간결했다.

“데뷔하고 싶어서요.”

그녀가 보기엔 A팀은 승산이 없다는 뜻과 같았다.

이때 이연은 듣고 말았다.

진절혜가 마른침을 억지로 꿀꺽 삼키는 소리를.

* * *

예상치 못한 연시우의 합류.

그리고 반대로 예상하기 너무 쉬웠던 이비아의 B팀 선택으로 인해 모든 팀이 6명씩 적절하게 나뉘었다.

팀이 정해지고 잠시 녹화를 끊었다가 가겠다고 말하는 PD의 말에 연습생들은 본의 아니게 어색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연시우의 합류는 굉장히 의외였다.

그나마 연시우와 친분이 있는 비아가 고독한 늑대처럼 혼자 살짝 떨어져 앉아 있는 그녀에게 접근했다.

“시우 언니. 이제부터 같은 팀인데 왜 그렇게 떨어져 앉아 있어? 일로 와서 우리하고 같이 모여 있자. 이야기도 나누고. 응?”

“…….”

말을 아끼던 연시우였지만, 그래도 비아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의자를 끌고 이연과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권이연은 연시우의 합류를 호재로 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랩 담당해 줄 멤버가 필요했는데.’

연시우가 딱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연시우가 이연의 팀에 합류한 것까지는 좋지만.

비아가 지적한 대로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다.

이럴 때에는 역시 이연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자리에서 막 일어나 연시우에게 말이라도 좀 붙여보려고 하던 순간.

“녹화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하필이면 이때라니.

안 좋은 타이밍으로 인해 이연은 짧게 혀를 차면서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무대로 올라온 이은솔이 팀별로 앉아 있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웃는 모습과 다르게, 멘트는 굉장히 살벌했다.

“이제 여러분들은 같은 배를 탄 동료입니다. 한 팀은 데뷔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테고, 다른 한 팀은 도중에 항해를 포기하게 될 겁니다.”

어떤 배가 어느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그건 아마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파이널 라운드는 총 3번의 미션을 거치게 됩니다. 1차, 2차 미션, 그리고 파이널 미션까지. 파이널 미션에서 데뷔팀이 가려지게 될 예정이니, 최선을 다해 임하시기 바랍니다.”

“네!”

“좋습니다. 그러면 1차 미션을 공개…… 하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선물이라는 말에 연습생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설마 또 깜짝 무대라도 펼쳐지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여러분들, SSS 방송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쭉 달려오셨죠?”

중간에 녹화가 없는 기간이 있긴 했지만,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긴 했다.

그리고 저번에는 연습생들에게 잠시 숨 돌릴 틈을 준다면서 야구장으로 데려가더니, 난데없이 1차 팀미션을 발표해 버리기까지 했다.

이렇다 보니 연습생들은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러분들이 새롭게 팀을 구성하기도 했으니까. 제작진 쪽에서 특별히 여러분들의 단합을 위해 1박 2일 펜션 여행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이은솔은 연습생들이 환호를 지르면서 크게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연습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부터 하고 있었다.

“펜션 데려가서 갑자기 또 미션 하달하고. 그러시는 거 아니죠?”

“저번에는 민주린 선배님이 그러셨는데.”

“이번에는 안 속아요!”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냐.

연습생들의 이런 태도에 오히려 이은솔이 당황하고 말았다.

이런 반응을 기대했던 게 아닌데.

“이번에는 정말입니다. 저 믿으셔도 돼요.”

“…….”

“…….”

“…….”

그럼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연습생들의 의심 많은 눈초리에 이은솔은 재차 해명했다.

“정말입니다. 이미 펜션까지 다 예약했다고 하니까, 그렇게 견제 안 해도 됩니다.”

누가 지금 이 장면을 보면, 이은솔이 연습생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러서 어르고 달래는 줄 알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은솔은 왠지 모를 억울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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