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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45화 (45/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45화

제13화. 예능 도전(2)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에 출연하는 동안, 다른 방송 출연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금지 조항이 2라운드 마지막 미션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풀리게 되었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팀 다재다능 멤버들은 우미의 집으로 다시 뭉치게 되었다.

방송 출연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비아는 타 프로그램 출연 금지가 풀린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무조건 방송 많이 나가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솔직히 서바이벌 투표, 누가 카메라 비중을 많이 받느냐의 싸움이잖아. 출연 빈도가 높을수록 인기도도 똑같이 올라가는 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진리 같은 말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진절혜라고 할 수 있다.

진절혜는 1화 때부터 제작진에게 엄청난 푸쉬를 받았다.

물론 그만큼 능력이 출중했기에 거는 기대도 커서 받은 혜택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이유가 다른 연습생들의 불만까지 잠재우진 못했다.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아 같은 경우에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타 방송에 나가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우미도 말은 안 했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아가 이연과 앨리샤에게 동의를 구했다.

“이연 언니하고 앨리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앨리샤도 중간에 높은 순위를 기록한 덕분에 그제야 방송 내에서의 비중이 좀 늘어날 수 있었다.

이연의 경우에는 많이 달랐다.

초반부터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 그리고 진절혜를 뛰어넘는 보컬과 댄스 실력까지.

여기에 더해 연습생들 중 단연 톱이라 할 수 있는 비주얼을 지니고 있으니, 진절혜 못지않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도 방송에 자신의 모습이 자주 나가면 나갈수록 표를 끌어모으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난 반대야.”

이연은 딱 잘라서 자신의 의사를 표출했다.

당연히 ‘Yes’라고 생각했었던 비아는 정반대의 의견을 말한 이연의 모습에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언니들은 순위권이 높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나하고 우미 언니는…….”

비아가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죽다가 살아난 기분을.

1차 서바이벌 투표 당시, 비아는 자신과 함께했던 팀원들만 붙고 정작 본인은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긴 했지만, 그때의 경험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두려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거였다.

“비아야…….”

우미가 비아의 손을 잡아주면서 파르르 떠는 동생을 안심시켜 줬다.

앨리샤도 이 상황에선 뭐라 말해야 좋을지 제대로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어색한 침묵을 깬 건 바로 이연이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게 능사는 아니야.”

이연이 아무 생각 없이 비아의 말에 무작정 아니라고 말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방송 출연 금지 해제가 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 생각해 봐. 우리들에게 주어진 기간은 3주야. 그 안에 방송 출연과 연습을 병행해도 좋다고 했잖아. 그건 다시 말해서 연습할 시간은 너희들이 알아서 잘 분배하고 계획해 보라는 뜻 아니겠어?”

“그건…… 그렇지.”

“방송으로 3주를 다 소비해 버리면. 정작 본무대는 어떻게 하라고. 나도 방송에 출연해서 얼굴 알리는 건 중요하다고 봐. 하지만 잊지 마. 우리의 본업은 ‘SSS에 참가하고 있는 연습생’이고 최종 목표는 ‘데뷔’라는 사실을.”

방송에 눈이 팔려 본래 목표를 등한시하면, 그거야말로 망하기 딱 좋다.

결국은 본무대를 보고 투표가 갈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연습생들이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연습인 셈이다.

그래서 이연은 비아의 의견에 아니라고 반응했던 거였다.

게다가 이번 곡 역시 치어리딩 미션 때와 마찬가지로 제작진이 준비한 오리지널 곡이다.

치어리딩 미션 당시, 비아가 이것으로 꽤나 고생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3주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이연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자, 비아는 금세 입을 다물고 말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연도 완전히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3주 전체를 다 방송 출연으로 활용하면 안 되지만, 며칠 정도는 괜찮겠지.”

“그럼 우리도 방송 출연할 거야?”

비아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연의 한마디에 따라 금세 감정이 달라지는 비아의 모습에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자잘한 프로그램 몇 개 나가는 것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 하나만 알짜배기로 골라서 가나는 게 훨씬 효율적이야.”

이번에는 앨리샤가 이연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생각해 둔 프로그램은 있어?”

“몇 개 있긴 한데, 아까 매니저한테 전달해 뒀으니까 조만간 출연 가능한 프로그램이 뭐가 있는지 확인해서 우리한테 연락 줄 거야.”

“벌써? 행동 빠르네. 역시 우리 팀장이야.”

“말보다는 행동이지.”

팀원들이 어쩌면 좋을지 우물쭈물할 때, 이연은 그보다 한발 먼저 앞서서 행동에 임하는 성격이었다.

그녀의 빠른 행동력 덕분에 팀 다재다능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팀으로 거듭난 거였다.

다 좋은데.

우미는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다.

“그런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과연 우리를 출연시키려고 할까? 우리가 이은솔 선배님이나 민주린 선배님처럼 엄청 유명한 가수도 아니고.”

아직 데뷔도 못 한 연습생 신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연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출연시켜 줄 거야. 왜냐하면 요즘은 우리가 가장 핫하니까.”

반드시 경력이 오래된 가수팀만 인기몰이를 하라는 법은 없다.

방송이라는 건 아무도 예상 못 한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일반인에 불과했던 사람이 우연히 길거리에서 인터뷰 한 번 한 거 가지고 하루 만에 스타로 거듭나는 일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방송가다.

여기에 이연과 연습생들은 SSS를 통해 적지 않은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선글라스, 마스크 다 벗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이들이 지금 얼마나 핫한지를 말이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팀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연은 마지막 쐐기를 날렸다.

“걱정하지 마. 내가 다 같이 무조건 3라운드 진출시키도록 만들 테니까.”

다른 연습생이면 몰라도 이연의 말이면 왠지 모르게 강한 신뢰가 느껴진다.

사실상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이연 덕분이니까.

많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팀원들은 이번 역시 이연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이들은 팀이니까.

* * *

졸지에 22명의 연습생들의 일정을 관리하게 된 박도수 매니저는 밀려오는 업무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하루 종일 고생했을…… 아니,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박도수를 위로해 주기 위해 홍류현 실장이 그를 찾아왔다.

“도수야. 살아 있냐?”

“……죽기 일보 직전입니다, 실장님.”

“그래도 목소리 들으니까 아직은 여력이 남는 모양인가 보네.”

“이 남은 에너지마저도 이번 주 안에 다 동날 예정입니다.”

자그마치 22명을 관리해야 하니까.

제각기 원하는 프로그램도, 추구하는 성향도 다르다.

그렇다 보니 일일이 확인해서 연락을 돌리는 것도 중노동이었다.

“다재다능 팀은 어때? 방송 나갈 거래?”

홍류현 실장이 최근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이 바로 다재다능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연의 행보가 가장 신경 쓰였다.

“네. 이연이한테 연락 왔어요. 팀 단위로 요즘 시청률 괜찮은 예능 프로그램 하나 알아봐 달라고.”

“하나만?”

“네. 딱 하나 나가겠대요. 나머지 시간은 연습에 올인할 생각인가 봐요.”

“현명하네. 가끔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이럴 때 방송 계속 출연해서 인지도 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연습생들이 꽤 되던데.”

그러다가 정작 본문을 망각해 버리고 엉망진창인 무대를 선보여 결국 마지막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는 연습생들을 더러 봐왔었다.

이번 마지막 팀미션은 바로 이런 점이 가장 무섭다.

겉으로 봤을 때에는 1라운드 마지막 팀미션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방송 출연이라는 유혹을 참아내고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에 큰 차별점이 있었다.

이걸 극복할 줄 알아야 파이널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다.

박도수 매니저가 홍 실장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방송 출연 금지를 일시적으로 해제시켜 주자고 처음 제안했던 게 저희 대표님이라고 하셨죠?”

“어. 연습생들이 얼마나 인내심이 좋을지, 얼마만큼 무대 집중력이 좋을지 테스트해 보고 싶다고 하셨지. PD도 거기에 동의해서 허락해 준 거고.”

“우리 대표님, 무섭네요.”

“뭐, 겸사겸사 우리 회사에서 데뷔할 연습생들 인지도도 끌어올릴 수 있고. 좋은 거지.”

커피 좀 마시면서 하라고 책상 위에 음료를 놓아두는 홍 실장.

그가 슬쩍 박도수에게 물었다.

“연락 온 프로그램은 있어?”

“많죠. 문제는 두 군데에만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거지만요.”

“절혜하고 이연 팀 말하는 거지?”

“네. 이연이네 팀이 가장 인기가 많아 보이더라고요. 저는 안 될 줄 알았는데. 연락 돌릴 때마다 작가들이 다 오케이 하고 있어요. 오히려 자기네 프로그램에 나오면 대우 제대로 해주겠다고 말까지 하고 있다니까요.”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이연 팀 모시기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내가 이연이라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뽕 뽑으려고 할 텐데.”

“이연이 성격상 그렇겐 안 하겠죠.”

“하긴.”

그녀의 삶의 중심은 오로지 무대뿐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연습생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네가 연습생들하고 잘 상의해서 프로그램 정해봐. 나도 도와줄 테니까.”

“그럼 내일 시간 되시죠?”

“내일? 왜?”

“이연이네 팀하고 미팅 가져보려고요.”

“그래, 알았어. 어차피 내일은 외근도 없으니까. 애들 회사로 오면 나한테 연락 줘.”

“알겠습니다, 실장님.”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이연은 어떨까.

홍 실장은 벌써부터 흥미진진함을 느꼈다.

* * *

매니저의 부름을 받고 미팅룸으로 모이게 된 팀 다재다능.

이연이 어제 매니저에게 이들이 출연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미리 추슬러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당시 팀원들은 긴가민가했었다.

이들을 찾는 프로그램들이 많을지.

안 그래도 불확실한 와중에 시청률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만 골라 가겠다고 하니까. 괜한 욕심을 부린 게 아닐까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의심은 박도수 매니저가 내민 프로그램 명단 목록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어제 다 연락 돌려봤는데. 다재다능 팀 출연 가능하다고 하니까 한두 개 프로그램 빼고 다 오케이 했어.”

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들밖에 없었다.

우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그럼 저희는…… 어디 출연하면 되는 거예요?”

이에 대해 박도수 매니저는 이렇게 답했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인기 있는 자가 곧 갑(甲)이다.

연습생들은 이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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