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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44화 (44/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44화

제13화. 예능 도전(1)

마침내 이연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의구심이 풀리게 되었다.

평가 점수는 바로 자신들과 함께했던 선배 가수팀이 직접 측정한다는 내용이 연습생들에게 공개된 순간, 여기저기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선배님들 말에 좀 더 잘 따를걸.”

“나, 저번에 연습해 오라고 했던 거 연습 안 해 와서 엄청 혼났는데. 어떻게 하지?”

연습생들의 머릿속에 지난날의 행동들이 후회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다 지나간 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이상, 점수 변동은 없을 것이다.

오채일 대표가 평가 점수 작성에 대한 추가 정보를 더 공개했다.

“이번 평가 역시 치어리딩 팀미션 때와 마찬가지로 팀 단위로 점수가 매겨졌습니다. 그럼 하위권부터 먼저 확인해 보시겠습니다.”

다섯 개의 팀 중 최하위를 차지한 팀은 치어리딩 팀미션에서도 안 좋은 성적을 보였던 하위 팀 중 하나가 차지하게 되었다.

5위에 이어 4위, 그리고 3위의 정체가 공개될 차례.

지난번 팀미션에서 진절혜 쪽 팀과 나란히 공동 2위를 기록한 바 있는 이연이었기에 3위 발표 소식에 혹시나 저번에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3위는…… 사랑의 요정들 팀입니다!”

이것도 의외라면 의외였다.

사랑의 요정들과 페어리퀸 멤버들은 최상의 팀워크를 보여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위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는 둘 중 하나밖에 없다.

1, 2위 팀의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높아서 상대적으로 순위가 3위밖에 안 되었거나.

아니면…….

‘연습에 잘 임한 것하고, 실제 무대 위에서 보여준 모습하고. 차이가 심하면 점수가 높을 수가 없겠지.’

이연은 팀 사랑의 요정들의 경우에는 후자에 속한다고 보고 있었다.

다섯 개의 팀 중에서 사랑의 요정들 팀이 선보인 무대가 가장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긴장 때문인지 실수도 너무 잦은 편이었고. 그런 부분이 너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연이 보기에도 그런데. 같이 무대를 했던 페어리퀸 멤버들이 과연 그걸 못 보고 지나쳤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오히려 그녀들은 카메라에 비치지 않은 사랑의 요정들 팀원들의 실수를 더 많이 봤을 것이다.

사랑의 요정들 팀원들 역시 본인들의 실수를 잘 인지하는 모양인지,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3위도 정말 잘 나온 거다. 그녀들은 이렇게 서로를 다독였다.

오채일 대표가 큐시트를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팀하고 다재다능 팀이 붙게 되었네요.”

두 팀은 언제 어느 때든 라이벌답게 항상 최고라는 이름의 목표를 두고 경쟁을 펼쳐왔다.

이번 음방 미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채일의 입을 통해서 1위의 정체가 공개되기 직전.

이연은 평소 습관처럼 슬쩍 고개를 돌리며 진절혜의 반응을 먼저 살폈다.

이전의 진절혜는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항상 자신감과 긴장감이 적절히 배합된 표정을 짓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긴장감은 그대로지만. 자신감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저 모습만 봐도 이연은 진절혜가 이번 음방 미션 과정에서 얼마나 민주린에게 처참하게 깨졌을지, 쉽게 진작이 갔다.

그녀의 예상대로.

“음방 미션에서 최고점을 획득한 팀 다재다능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다재다능이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팀을 큰 격차로 앞서면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진절혜가 자신 없다는 반응을 보인 그대로 결과가 도출된 셈이었다.

“이번에 1위를 차지한 다재다능 팀의 팀장 연습생은 앞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네.”

이연은 오채일 대표의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 위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이연이 등장하자, 부러움에 가득한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진절혜는 이연 쪽으로 향하던 고개를 억지로 돌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의 반응에 이연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연에게 중요한 건 진절혜의 반응 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베네핏에 대한 내용이다.

그전에 오채일 대표가 이연에게 1위를 차지한 소감에 대해 물었다.

마이크를 든 이연은 불이 들어와 있는 카메라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많이 부족한 저희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신 이은솔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팬 여러분들의 응원 역시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마지막 남은 2라운드 팀미션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멘트였다.

마이크를 다시 오채일 대표에게 넘긴 이연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팀원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현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기다렸던 오채일 대표가 다재다능 팀이 그토록 원했던 베네핏에 관해 언급했다.

“이번 2라운드 2번째 우승팀에게는 마지막 팀미션 순서와 더불어 곡을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을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팀 역시 이 멤버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며. 곡은 치어리딩 미션 때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곡으로 팬 여러분들 앞에서 무대를 펼치게 될 겁니다.”

1라운드 마지막 미션 때와 내용은 동일했다.

대신에 오리지널 곡으로 진행한다는 거에 차이점이 있었다.

“노래는 총 다섯 곡입니다. 지금부터 곡을 차례대로 들려 드릴 예정이니, 곡을 다 듣고 난 다음에 다재다능 팀부터 먼저 곡 선택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팀의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하겠습니다.”

이연과 팀원들은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스태프가 신호를 주자, 제작진 측에서 미리 준비해 둔 두 번째 오리지널 곡 세트 리스트가 무대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노래 청취에 열중하는 이연.

다섯 개의 곡을 한 번씩 다 들어본 그녀의 소감은 간단했다.

‘치어리딩 미션 때 받았던 오리지널 곡들보다 좋네.’

그때는 ‘응원가’라는 공통된 콘셉트가 있었기 때문에 곡들 자체에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습생들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곡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오채일 대표가 다재다능 팀을 가리켰다.

“상의할 시간 충분히 드릴 테니까, 먼저 팀원들하고 논의하고 있어도 됩니다. 그사이에 나머지 팀원끼리 순서 정하고 있으면 되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이연이 곧장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꽂히는 곡 있는 사람.”

먼저 이연은 팀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비아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다섯 개 곡 다 좋던데? 우미 언니하고 앨리샤 언니는?”

“난 세 곡 정도?”

“비아 말대로 나도 다섯 곡 다 좋아.”

팀원들의 시선이 이연에게 향했다.

마지막 남은 사람이 이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연 언니는?”

“꽂히는 곡은 딱 2곡 정도. 우미 언니하고 겹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해본 결과, 이연과 우미가 고른 곡 중에 딱 한 개의 곡만 겹쳤다.

“노래 제목이…… ‘푸르팡라이픽’이었지?”

우미의 말에 이연은 제목을 다시 확인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에게 받은 곡 정보지에 따르면, ‘푸르팡라이픽’이라는 건 가사에 등장하는 여인이 만든 가상의 사랑의 주문이라고 한다.

후렴구에도 이 ‘푸르팡라이픽’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파트가 있었다.

가사 자체는 약간 괴상한 편이었지만, 다섯 개의 곡 중 중독성이 가장 높았다.

오늘 처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푸르팡라이픽’이라는 가사가 계속 반복되는 파트의 멜로디가 멤버들의 뇌리에 아직도 맴돌 정도였다.

소위 ‘후크송’이라 불리는 노래의 위력이었다.

이연은 음유시인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이런 후크송 장르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환생한 이후에 이런 노래들을 접할 때마다 언젠가 자신이 직접 무대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가 지금이었다.

결국 다수결의 의견에 따라 ‘푸르팡라이픽’이 결정되었다.

그사이, 다른 조들의 순서가 모두 결정되었다.

이연이 그나마 신경 쓰고 있는 진절혜의 조는 순번상 네 번째로 밀려나게 되었다.

곡 선택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진절혜 입장에선 굉장히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채일 대표가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연에게 물었다.

“다재다능 팀. 선택하셨습니까?”

“네.”

“어떤 곡을 고르셨습니까?”

“저희가 고른 곡은 ‘푸르팡라이픽’입니다.”

몇몇 연습생의 입에서 아쉬움이 가득 담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푸르팡라이픽’을 원했던 연습생들임이 틀림없었다.

곡 선택 이후 무대 순서를 골라야 할 차례.

“이번에는 첫 번째로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이연의 대답은 간단했다.

“빨리 끝내고 마음 편히 다른 연습생들 무대 보고 싶어서요.”

실로 이연다운 대답에 오채일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그럴 수 있지’라고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무대를 매로 비유하는 게 과연 옳은 표현일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할 일이다.

* * *

곡 선정에 무대 순서까지.

모두 다 정해진 뒤, 오늘의 촬영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서윤철 PD가 오채일 대표와 함께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연습생들을 불렀다.

“잠시만요! 집중해 주시겠어요?”

촬영은 끝났을 텐데.

갑작스러운 PD의 부름에 연습생들은 잠시 내려놓았던 긴장감을 다시 꽉 조였다.

서 PD가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연습생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2라운드 마지막 미션까지 시간 꽤 남아 있는 거 아시죠?”

“네!”

이번에도 음방 미션처럼 기간이 3주 가까이 주어졌다.

음방 미션의 경우에는 선배 가수들의 스케줄 조율 문제로 인해서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번 팀미션에 3주 가까운 준비 기간이 할애된 이연도 약간 이해할 수 없었다.

“2라운드 마지막 미션이기도 하고. 게다가 치어리딩 미션 당시에 오리지널 곡이 주어지면 연습 기간을 넉넉하게 주는 것이 무대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이 있어서요. 그래서 일부러 기간을 여유롭게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오채일 대표를 포함함 심사 위원들, 그리고 이은솔의 의견이 컸으리라.

이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이유가 더 포함되어 있었다.

“남는 기간에는 총집편을 편성해서 반영할 거니까, 3주 동안 모여서 무대 연습을 하셔도 되고. 그리고 타 방송에 출연하셔도 됩니다.”

“네?”

“타 방송이요?”

연습생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오채일 대표가 서 PD를 대신해서 답했다.

“강제는 아니고. 참가하기를 희망하는 연습생들만을 대상으로 우리가 일정 관리해 줄 매니저들하고 차량 지원을 해줄 거니까. 하고 싶은 연습생들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

프로그램의 인기를 바짝 끌어올렸으니.

이제 연습생들의 개개인별 인지도를 올릴 차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프로그램보다 연습생들의 인기가 높아져야 LC 엔터테인먼트에게도 도움이 될 테고 말이다.

어른의 계산법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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