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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2화 (22/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22화

제7화. 영웅이 된 아이돌(2)

태어나서 처음으로 디스코팡팡이라는 놀이기구를 체험하게 된 권이연.

몸이 공중으로 솟을 정도로 심하게 들썩이는 의자에 앉은 채로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이런 게 무슨 재미가 있다고 타는 건지 모르겠군.’

뭐랄까.

마치 처음 승마를 배울 때의 느낌과 매우 흡사했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이쪽이 낙마의 위험성도 없고. 훨씬 안전하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섣불리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었다.

반면, 다른 팀원들은 서로를 붙잡으면서 깔깔깔 웃느라 바빴다.

그녀들과 같이 탄 사람들도 마찬가지.

오직 단 한 명, 권이연만 무표정으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앉아 있었다.

이러니 디스코팡팡을 조종하는 스태프 입장에선 승부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신나게 놀아봅시다!”

아까보다 더 거칠게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동서남북. 방향 가릴 것 없이 커다란 원형 기계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들썩였다.

하지만 이연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사람들은 멀쩡한 권이연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평온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쯤 되니, 이연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저 사람, 날 어떻게든 떨어뜨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 보군.’

이걸 알게 된 이상.

권이연은 더더욱 의자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졌다.

그녀도 한 승부욕 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는 기계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권이연과의 사투를 이어나갔다.

이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만 고통받고 있었다.

“그, 그만……!”

“저희, 내릴게요! 내린다고요!”

“토할 거 같아…… 우웩!”

스태프는 어쩔 수 없이 기계 작동을 멈춰야 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이연은 다리에 힘이 풀린 팀원들을 직접 부축해 줬다.

“괜찮냐.”

“이연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가 있어? 뭘 한 거야, 대체…….”

마법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아에게 ‘사실 난 마법을 쓸 수 있거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설령 말해준다 해도 믿어주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권이연이 택한 대답은 이러했다.

“영업비밀이야.”

* * *

회전목마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문제고.

기껏 탄 디스코팡팡은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격해서 문제였다.

극과 극의 놀이기구를 소화하다 보니, 팀원들은 금세 지치고 말았다.

앨리샤가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밥이나 먹을까?”

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슬슬 식사 시간이니까. 사람들 몰리기 전에 미리 자리 잡아둬야지.”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몰리는 공간이다 보니 자리 잡기도 꽤 힘들다.

피크 타임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은 상황.

각자 먹을 걸 시키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우미와 비아는 눈앞에 쌓여 있는 햄버거들을 보고서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앨리샤는 오히려 이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뭐긴. 햄버거지.”

“아니, 그건 아는데…….”

문제는 개수가 너무 많다는 거에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 합쳐서 일곱 개다.

여기에 감자튀김까지.

사람은 고작 네 명인데, 테이블은 웬만한 회식 자리 못지않게 가득 차 있었다.

여기에 비아, 우미, 이연이 먹을 것까지 포함하면, 족히 10인분에 달하는 양이 나온다.

우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앨리샤에게 잔소리를 쏟아냈다.

“왜 이렇게 많이 사 온 거야. 다 먹지도 못하면서.”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어……?”

“오히려 이 정도면 굉장히 적게 사 온 편인데.”

“…….”

할 말을 잃었다.

앨리샤가 대식가 기질이 있다는 건 이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많이 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앨리샤는 자신이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천천히 햄버거들을 해치워가기 시작했다.

하나를 다 먹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 햄버거 포장지를 뜯었다.

그렇게 일체의 대화도 없이 먹는 데에만 열중하는 앨리샤를 보면서 팀원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연조차 놀랐다.

‘배 속에 거지라도 들어가 있나.’

더 놀라운 건, 이렇게 먹어도 볼륨 있는 몸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거였다.

비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언니는 어떻게 그걸 다 먹고도 살이 안 찌는 거야?”

“나? 글쎄. 먹은 만큼 운동해서 그런가?”

“얼마나 하는데?”

“최소 5시간씩은 할걸?”

“와…….”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고.

비아가 미리 허락을 구하고 앨리샤의 늘씬한 배를 만졌다.

“와, 엄청 딱딱해! 이 언니, 복근 있나 봐! 언니들도 만져봐!”

우미도 뒤따라서 앨리샤의 배를 만졌다.

반면, 이연은 고개를 격하게 가로저으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젊은 여성 몸에 함부로 손대는 거 아니다.”

“하여간 우리 권 꼰대 언니는.”

권 꼰대.

고지식한 이연의 태도 때문에 새로 생긴 그녀의 별명이었다.

앨리샤가 자신의 배를 살짝 드러내면서 자랑을 펼쳤다.

“요즘 복부 운동을 많이 했거든. 어때?”

“완전 멋있어! 난 그냥 식탐 많은 언니로만 생각했는데. 이 언니, 반전매력이 있었네.”

놀이공원 덕분에 비교적 최근에 합류한 앨리샤의 몰랐던 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서로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방송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우미 쪽으로 박도수 매니저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 우미야. 잘 쉬고 있지?

“네. 지금 비아하고, 앨리샤하고, 이연이하고. 넷이서 벨라랜드에 와 있어요.”

-그래? 사람들이 너희 많이 알아봐?

“저하고 비아는 거의 모르시는 거 같고요. 앨리샤하고 이연이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하긴. 둘 다 인기 순위 꽤 되니까.

권이연은 방송 초기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앨리샤의 경우에는 개인 미션에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준 덕분에 출연 비중도 달달하게 챙겨갈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부쩍 인지도가 늘었다.

활약이 기대되는 연습생이 두 명이나 소속되어 있는 팀이다 보니, 회사 내에서도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 많은 곳에 있을수록 언행에 조심하고. 요즘 같은 시대엔 뭐 하나 실수하면 인터넷에 바로 올라가니까. 애들한테도 네가 잘 말해줘.

“네, 매니저님. 그렇게 할게요.”

통화를 마친 우미가 방금 자신이 들었던 걸 그대로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매니저님이신데, 우리 요즘 방송에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 최대한 사고 일으키지 말고 다니라고 하시더라.”

“매니저님이 별일이네. 예전에는 나나 우미 언니, 이연 언니한테는 별 관심도 없으시던 분이.”

“우리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서 그러는 거겠지. 그래도 매니저님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다들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놀이공원은 이쯤 돌고, 카페 가서 커피나 마신 다음에 헤어지자.”

비아는 굉장히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연도 우미의 편을 들어줬다.

“오랫동안 밖에 돌아다녀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시청자 투표 끝나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얌전히 있는 게 낫지.”

언니들의 말에 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집을 꺾기로 했다.

원하는 만큼 실컷 놀진 못했어도 방송과 데뷔가 더 중요하니까.

오늘의 아쉬움은 다음에 풀면 된다.

마침 앨리샤가 마지막 일곱 개째 햄버거를 해치웠다.

“그럼 가자.”

“응.”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들.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와중에, 갑자기 한쪽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새어 나왔다.

“119! 아무나 빨리 신고 좀 해줘요, 어서!”

“저, 저러다가 애기 떨어지겠어요!”

“직원들 뭐 하고 있어!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이연과 팀원들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멈춰 버린 놀이기구.

사람들이 거꾸로 앉은 자세에서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여기에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의 안전장치가 풀려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꼬마는 대롱대롱 매달린 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아빠로 추정되는 남자가 어떻게든 손을 뻗어보려고 했지만, 고정되어 있는 안전바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들, 조금만 참아! 절대로 밑에 보지 말고!”

“아, 아빠……!”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아이의 몸이 점점 아래로 향했다.

자신의 몸무게를 양팔만으로 계속 지탱할 수 없었다.

팔 힘이 빠질수록 아이의 공포는 극대화되어 갔다.

119가 오기도 전에 아이가 먼저 떨어질 것 같았다.

“……!”

아이의 몸이 지면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비명도 더욱 커졌다.

이때. 한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아이가 떨어질 위치까지 도달한 여성, 권이연의 주변에 일순간 강풍이 불었다.

동시에 마법을 이용해서 자신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강화시켰다.

끝까지 떨어지는 아이를 주시하던 이연은 바람 마법으로 최대한 낙하 속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강화된 신체 능력으로 아이를 받아냈다.

양팔로 아이를 안아 든 이연은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떨어질 때 너무 놀라서 잠시 정신만 잃은 것으로 보였다.

뒤늦게 뛰어오는 직원들이 이연과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멀쩡합니다. 혹시 모르니까 아이부터 먼저 병원으로 데려가세요.”

구급대원들과 함께 뛰어온 우미와 비아, 앨리샤도 이연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물었다.

거의 10층 높이에서 떨어진 아이를 맨손으로 받았는데.

어디 하나 다친 곳이 없는 이연의 모습을 보면서 팀원들은 어리둥절했다.

반면, 사람들이 권이연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스마트폰을 들고 지금의 현장을 영상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나.

이연에게 잘했다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칭찬하는 사람들과 달리.

정작 그녀는 난색을 드러냈다.

‘웬만하면 휴가 때 조용히 지내라고 했었는데.’

그렇다고 눈앞에서 아이가 죽을 위기에 처한 걸 못 본 척할 수도 없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긴 했는데.

‘까짓것 회사에서 잔소리 좀 듣고 끝나겠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 *

권이연이 기적처럼 아이를 구하는 장면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현장에서 찍은 영상은 벌써 조회 수가 2백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내일이 촬영인데도 불구하고 회사 쪽에서 하루 먼저 권이연만 따로 호출했다.

권이연은 올 게 왔다는 심정으로 곧 가겠다는 말을 남긴 채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회사에 도착한 권이연은 홍류현 실장과 박도수 매니저가 기다리고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홍 실장님하고 매니저님, 어디 계십니까?”

“미팅룸에 계세요.”

“예, 알겠습니다.”

직원이 알려준 방향을 따라 걸음을 옮긴 권이연은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가볍게 노크를 했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가가 떨어지고 나서야 문을 연 그녀.

홍 실장과 박 매니저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서 그녀를 반겼다.

권이연은 오늘,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왔기 때문에 저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새어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홍 실장이 크게 웃기 시작한 탓에 이 자신감은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왜 웃지?

이연의 머릿속엔 이 의문뿐이었다.

홍 실장은 이연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너, 완전 스타 됐더라. 사람들이 너보고 ‘아이돌 영웅’이래. 아주 잘했어! 베리 굿! 나이스!”

“……아, 네.”

박도수 매니저도 아주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이연을 바라봤다.

이들의 텐션을 어떻게 따라잡는 게 좋을까.

때아닌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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