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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521화 (52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521화

521화. 전설로 남을(10)

무신 척위준의 언론, 관객 시사회는 아주 당연히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지영 때문이었다. 여태껏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지영은 제작 발표회를 포함해, 그 어떤 공식 활동을 거부해왔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든 공식 활동을 거절했던 강지영이 이번엔 배우, 감독과 함께 모든 언론, 관객 시사회에 참석하겠다고 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강지영.

그리고 그에 맞춰, 우정혁이 메인 MC로 있는 한 예능의 시즌3 1화에 이성진과 임효중이 벌써 촬영을 마쳤다는 기사가 나가며, 드디어 황금세대가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이겠구나 하며 초점이 집중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황금세대에 관한 관심은 딱 한국만 엄청난 게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황금세대를 향한 오퍼가 늘었다.

그렇게 화제가 집중된 상태에서, LA 아카데미 뮤지엄에서 시작된 관객 시사회는 전 세계로 생방송 됐다. 그렇게 아카데미 뮤지엄을 시작으로 미국의 대도시 다섯 군데를 돌고, 유럽으로 넘어갔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돈 다음, 다시 캐나다로 넘어갔다.

캐나다의 관객 시사회가 끝나자, 쉴 틈도 없이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다시 LA로 돌아와 거기서 한국행 비행기에 또 올랐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시사회를 끝내고 2주 뒤, 무신 척위준이 개봉했다.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한국만 해도 개봉 직전까지 예매가 200만을 넘어갔을 정도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예매율이 솟구쳤다. 그렇게 개봉된 영화는 시작부터 충격적이었다. 한국인은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복잡한 심경을 느껴야 했다.

무신 척위준은 그 시절, 그 강점기 시절을 포함해 조선, 고려 당시 왜의 약탈을 정말 잔인하게 묘사했다. 오죽했으면 한 사건을 다룰 때마다, 공식 기록을 끝에 예시로 보여주면서 절대 허구로 지어낸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박아 넣었다. 심지어 어떤 장면에선 흑백으로 된 그 당시의 사진까지 써가면서, 철저하게 다뤘다.

그렇게 초반 20분을 객들이 입술과 주먹을 꽉 깨물고 보다가, 드디어 731부대 신으로 넘어갔다.

바이러스.

흔히 전쟁에서 세균전이라고 부르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인체 실험이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무신 척준경의 DNA와 바이러스가 결합하며, 기괴한 형태로 진화를 시작했다. 같은 바이러스를 투여받은 실험자들은 눈코입을 포함한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그렇게 죽어간 실험자만 무려, 천 명 이상이었다. 실험 횟수를 거듭했다. 한 번에 100명씩, 총 10번의 실험이 진행됐는데, 척위준의 조부는 이 10번째 실험에 강제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 역시 마찬가지로 칠공에서 피를 토하고, 심장이 멎었다. 아니, 멎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박동이 느려졌다. 완벽한 가사 상태. 하루가 넘게 그 상태가 이어졌다. 그사이 척위준의 조부는 죽은 실험자와 함께 커다란 구덩이에 묻혔다.

하루가 지나고,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시쳇더미에 묻혀 있던 척위준의 조부는 눈을 떴다.

그리고 흙을 파헤치며 지상으로 올라왔다.

괴물이 된 것을, 그의 조부는 정말이지 너무나 금방 이해해 버렸다. 바이러스와 DNA의 결합은 신체 능력을 포함해 두뇌 사용 허용도 자체를 올려 버렸기에, 그는 자기에게 일어난 사태를 정확히 이해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순간 그의 조부는 주변을 둘러보며, 수없이 많은 시체에서 나는 시취에, 복수를 다짐했다.

그는 철저하게 일본군을 괴멸시켰다. 일본 제국의 해군을 미군의 함대가 괴멸시켰다면, 그는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육군을 상대로 살육을 벌였다. 하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곧장 노선을 바꿨다.

보급선 파괴.

보급창고 파괴.

철저하게 적의 ‘보급’ 하나만을 노렸다.

전쟁에서 물자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했고, 그의 노림수는 통했다. 보급선이 깨진 일본군은 중국과 한국에서 어느 순간부터 연패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급을 받지 못하니, 나중에는 탄약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척위준의 조부는 식량창고는 건드리지 않았다.

두뇌가 깨어나며, 만약 자기가 식량을 건드리면 그 피해가 어디로 튈지 정확히 인지한 것이다. 가뜩이나 쌀죽도 제대로 못 먹는 민초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의복과 신발, 총기, 화포, 폭발물, 그리고 탄약 창고를 노렸다.

그가 그렇게 어둠 속에 숨어 활동하던 어느 날, 천황궁에 백기가 올라갔다. 미국에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일본군이 백기를 들었고, 조선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끝내 수탈을 잊지 않았다.

싹싹 긁어모아서 떠나는 약탈선에 척위준의 조부는 다시 올랐다. 자비는 없었다. 그래서 여태 그랬던 것처럼 철저하게 일본군을 학살했다. 하지만 그 학살 중에, 일본군 하나가 던진 수류탄이 배를 침몰하게 했다. 그는 그걸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인간을 벗어난 초인이 됐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은 있었다. 그렇다고 이 수탈한 것들을 지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철수하려는 순간, 선창 아래서 희미하게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청각으로 감지한 그는 즉시 바닥을 뜯어내며 아래로 내려갔고, 선창 가장 구석에 처박힌 창고에서 약 20명의 여인을 발견했다. 어렸다. 고작 13살에서 16살 정도 되는 아주 어린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왜 이 아이들을 데려가는지, 그는 불을 켜자마자 알 수 있었다. 예쁜 아이들이었다. 크면 어떻게 되어도 미인으로 성장할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라 끌고 가고 있던 것이다. 더러운 성욕을 풀기 위해. 그는 커다란 천을 가져와 아이들을 전부 엮었다. 그리고 물이 차기 시작한 약탈선에서 탈출했다. 다행히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모두 구했다.

제물포 근처로 돌아온 그는 아이들을 해방군에게 인도했다.

하지만 두 아이는 떠나지 않고, 그의 곁에 남았다. 아이들을 다독이던, 가장 맏언니였던 둘이다.

-저는 갈 곳이 없어요. 가족 전부가 항일투사였거든요.

-저도요. 아정 언니 옆집에 살았어요. 가족도 전부 아정 언니 어른들이랑 떠났어요. 그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는 아이들에게 살 집이 있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땅까지 모두 팔아 독립자금으로 썼다는 것이다. 그럼 왜 둘은 남았냐고 물었더니, 둘은 너무 어려서 데리고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근처에 정말 믿을 만한 양반집에 맡겼다고. 그리고 그 양반도 몰래 독립운동 자금을 대다가 끌려갔고, 그때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 둘은 용케도 도망쳤다고 했다.

그 뒤로 흘러나온 얘기는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고작 열 살의 나이에 도망친 둘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몸을 파는 일 말고, 정말 모든 것을 하며 살다가 일본 이름을 쓰지만, 아주 유창한 한국말을 하는 한 여인의 여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가끔 여관 주인이 주는 쪽지를 누군가에게 몰래 전달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삶을 이어갔지만, 그것도 길지 않았다. 여관 주인은 조선 마지막 황제의 정보기관 소속이었고, 그게 걸리는 바람에 여관 주인 또한 죽었다.

둘은 그때, 진득한 복수심을 품었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기생집을 찾았고, 정보를 차곡차곡 모으다가 어느 날 자신을 찾은 독립투사에게 건넸다. 그러다가, 이번에 전쟁이 끝나면서 끌려가게 된 것이다.

그는 그 얘기를 듣고 둘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전쟁은 다시 벌어졌다.

그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깊고 높은 산에 있었고, 민족 간의 전쟁이기에, 그는 슬픔으로 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전쟁이 끝나갈 때쯤, 두 아이가 태어났다.

고아정이 아들을, 고미수가 딸을 낳은 것이다.

딸과 아들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아들과 딸은 평범하게 컸다. 무럭무럭.

나라가 민족 간의 전쟁으로 시끄러웠지만, 셋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다시 몇 년의 시간이 더 지났을 무렵 문제가 생겼다.

그가 늙지 않았다.

그의 노화가 그날 멈춰 버린 것처럼, 아이들이 아빠는 왜 그대로예요? 하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 뒤 어느 날, 그는 많은 제물을 구해와 놓고는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아들과 딸이 장성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아들도 딸도, 자식을 낳지 못했다. 아들은 무정자증 판단을 과학이 진화했을 무렵 진단받았고, 비슷한 시기에 딸도 불임 판정을 받았다. 아들과 딸의 어머니인 고아정과 고미수는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둘에게는, 짚이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식들은 슬퍼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식 부부의 금술은 좋았다. 아들은 육체적으로도 건강했고, 마음 또한 맑고 밝았다. 한 사람만 지켜보면서,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두 어머니를 한 해에 여읜 슬픔이 채 가시지 않았을 무렵, 기적이 일어났다.

아들의 아내가 나이 50이 다 되어, 딸은 50이 넘어 임신한 것이다.

그렇게 자식이 태어났다.

이번에도 역시 딸과 아들이었다.

아들을 낳은 아들은, 아이의 이름을 위준이라 지었다. 그리고 딸은, 딸의 이름을 위영이라 지었다.

* * *

40분이 넘도록 스토리다.

이게 무슨 히어로 영화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척위준이 성장기는 빠르게 지나갔다. 자기가 특별하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때로 사고도 쳤다. 그리고 그 힘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과정까지. 그리고 메인 스토리로 진입했다.

유년기를 거쳐 소년이 된 위준은 힘을 통제하는 데 익숙해졌다.

절대, 남에게 얘기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을 철저히 지켰다. 그런 위준의 세계가 부서진 건, 그가 대학생이 되어 신입생 OT를 다녀온 뒤였다.

처참하게 박살 난 집.

얼굴도 뵌 적이 없는 할머니 두 분이 한평생 공들여 가꿨다는 정원과 집이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흡사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말 처참하게. 그리고 그 집에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납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빠르게 결론 지었다.

그냥, 도둑이 든 것 같다고. 부모님 실종도 알렸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에 척위준의 억제하고, 통제하고 있던 무신의 성격이 눈을 떠버렸다. 경찰 둘을 죽기 직전까지 박살 낸 척위준은 즉시 부모님을 찾아 나섰다.

척위준의 오감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그걸 평소에는 통제하지만, 리미트를 분노와 동시에 푸는 순간 이 세상의 온갖 냄새가 철저하게 분해되어 그의 뇌리로 차곡차곡 쌓였다. 척위준이 찾는 건 부모님의 향이다. 다행히 집의 입구에서부터 어느 정도는 이어졌다. 하지만 잠시 뒤 끊겼다.

-차에 태워진 거야.

척위준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척위준이 유일하게 인정한 천재다. 해커 대회 3연속 우승에 빛나는, 진짜 천재.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문소울 연구소 취직이 결정된 친구였다.

그 친구는 즉시 도로망을 해킹했다.

불법이지만, 척위준이 도와준 게 워낙에 많은 친구라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즉시 CCTV 센터를 털었고, 찾아냈다.

찾고, 찾고, 찾고, 또 찾고.

끝내 인천의 한 부두로 차량이 갔다는 걸 알아낸 척위준이 컨테이너 몇 개를 박살 내며 찾은 곳엔…… 부모님의 시신만 남아 있었다.

-…….

부모님의 시신을 멍하니 바라보던 척위준의 눈동자가 어느 순간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다시 푸르게 물들었다. 마지막엔 두 색이 마치 환상처럼 어울렸다. 그러곤 반짝였다. 마치 별이, 빛의 산란처럼.

고오오-.

올올이 일어서는 머리카락.

평범한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길게, 길게. 어깨를 넘어 쭉 내려오던 머리카락의 성장이 멈췄을 때, 눈빛은 평범하게 돌아갔다.

어머니의 손목에 묶여 있던 손수건을 풀어 머리카락을 묶었다. 원래는 흰 손수건이다. 작년에 자기가 생일 때 사드린 거라서 잘 안다. 아버지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검은색 손수건도 풀어, 그 아래로 다시 묶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원수를 쫓으라 명령하지만, 척위준의 뇌는 이미 깨어났다. 두 분의 갑작스러운 납치가 자기가 가진 이 ‘힘’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스친 것이다. 경찰 신고?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두 분의 시신을 근처에 있던 새까만 천으로 감아, 두 분 할머니가 있던 곳으로 모시고 갔다.

이동은 친구가 도왔다.

두 분을 그렇게 묻고, 위준은 집에 들러 지하실 깊숙한 곳에 있던 칼을 챙겼다. 언제고 아버지가 보여줬던 무기였다. 다시 인천의 부두를 찾았다. 이미 캐치하고 있던 냄새를 그때부터 쫓기 시작했다.

이어진 것은, 학살이었다.

인천에서 시작된 그의 학살은 서울에서 이천, 대전, 목포,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거기서 배를 타고 홍콩으로 이동했다. 무기는 산산이 깨졌지만, 그래도 복수의 길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소월영을 만났다.

소월영을 만난 위준은 그녀의 도움으로 총알조차 빗겨내는 기계식 갑주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으로 만든 칼을 받아 일전을 시작한다. 그 과정은 학살이었으며, 한 무신을 조명하는 극에 지나지 않았다.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어딘지 애달픈 눈빛으로 인간의 목숨을 벌레보다도 낮잡아 보는 한 제국의 잔재의 동아시아 기지를 완벽하게, 멸절한다. 켜켜이 쌓인 죽음의 무게를 짊어지면서도, 그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꿋꿋이 전진했다.

그 일보, 일보는 시원했고, 경이로웠다.

인간이 신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끝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뒤에야, 극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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