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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510화 (510/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510화

510화. 이 사람이란 확신(2)

오오.

“자, 박수! 주인공 오셨습니다!”

강한결의 장난에 임효중이 한숨을 내쉬었고, 강유진은 쭈뼛거리며 임효중의 옆에 섰다. 그 모습에 우우! 하고 야유 비슷한 놀림이 이어졌다. 그런데 사실, 다 알고 있던 일이다. 지영도 처음엔 몰랐지만, 어느 순간 눈치챘다. 임효중의 시선이 자주 강유진에게 향해 있고,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이 범상치 않다는 걸 느낀 게. 그때 바로 알아차렸지만, 지영은 당연히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치 하나는 다들 수준급을 넘어 귀신이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알면서 모른 척했는데, 오늘 드디어 정식으로 강유진을 소개할 생각인지 같이 왔다.

“다들 알고 있었잖아. 그만 놀려.”

“오오, 벌써 유진이 챙기는 거야?”

“챙겨야지, 그럼.”

임효중은 뻔뻔하게 그렇게 말하곤 강유진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러자 앗! 하면서 놀란 강유진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에 더하다간 애 울 것 같아서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단 각자 숙소로 들어가 짐부터 풀기로 했다.

지영은 숙소로 들어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긴 머리를 적당히 그러모아 질끈 묶었다.

“이제 지영이 장발이 하나도 안 어색하네. 너 그러고 얼마나 있었지?”

같은 방을 쓸 이성진의 말에 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3년은 되지 않았을까? 나의 무사님을 그 정도 찍었으니까.”

“오래됐네. 안 불편해? 괜찮으면 나도 길러볼까 해서.”

이성진이 장발?

잘 어울릴 거다. 특유의 개구진 느낌과 퇴폐미가 공존하는 외모라서 장발도 분명 잘 어울릴 거다. 하지만…… 장발은.

“힘들다. 진짜, 엄청 불편해. 나야 계약서에 머리 자르는 거 금지라는 조항이 있으니 참고 버틴 거지, 아니면 벌써 잘랐어. 지금은 익숙해 괜찮은 거고. 처음엔 진짜 자르고 싶어서 힘들었어.”

“그래? 음, 그럼 포기해야 하나. 아, 한번 길러보고 싶은데…….”

“왜 갑자기?”

“그냥, 이미지 변신? 뭐 뭘 해도 막내 나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 막내 취급만 받는단 말이지. 그걸 좀 깨보고 싶어서.”

“굳이?”

지영의 말에 이성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이미지도 좋아. 뭘 굳이 바꾸려고 그래. 시간 지나면 자연스럽게 막내 탈출할 거고, 그럼 그런 이미지도 없어질 건데.”

“어, 그러네?”

이성진의 장점은 웬만해서는 고집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긴 건 저 꼴리는 대로 막 다 하고 살 것 같지만, 워낙에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서 그런지, 분위기 파악을 통해 절대 고집을 부리는 일이 없었다. 그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지영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길러보고 싶으면 길러봐. 알지? 거지 존. 거기가 고비야. 그거 지나면 그래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

“음, 고민 좀 해봐야겠다.”

“결정 못 하겠으면 소영이한테 물어보든가.”

“아! 그러면 되겠네! 바로 물어봐야지!”

옷을 다 갈아입은 이성진이 차 키를 챙겨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지영도 점검을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지잉, 지잉. 나가려는데, 전화가 와서 봤더니 임은진이었다.

“네, 누나.”

-잘 도착했어?

“네, 막 도착해서 짐 풀고, 이제 놀러 나가려고요.”

-청춘이네, 청춘이야. 그런데 지영아. 선크림은 확실하게 발라야 된다? 너 피부 태우면 안 돼. 그거 계약 조항에 있어.

“아…… 깜빡했네요.”

-이런, 꼭 바르고 나가!

“네.”

-휴, 전화하길 잘했네. 그래도 이젠 더 안 할게. 기억났을 테니까. 휴가 재밌게 보내고!

“네, 누나. 고마워요.”

-후후, 알면 됐어. 끊을게!

전화를 끊은 지영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선크림을 꼼꼼히 발랐다. 좀 하얗게 떠 보일 정도로 발랐다. 누가 보면 가부키 화장이라도 했냐고 놀릴 법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연락을 매니저한테 받았는데, 대충 바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다들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양지원과 대화 중이던 양유진이 지영을 보더니 도도도 달려왔다. 그러곤 손으로 지영의 얼굴을 만졌다. 우우, 우우우. 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뭉친 선크림을 펴서 발라준 양유진이 활짝 웃었다.

“너무 많이 발랐어요!”

“얼굴 타면 안 돼서요. 계약 조항에 있어서, 얼굴 타면 벌금 물어야 해요.”

“앗! 진짜요?”

“네.”

진짜다.

벌금을 물진 않겠지만, 그래도 계약 조항에 있는 사항이다. 당연히 지켜줘야 했다.

“자자, 꽁냥은 나중에 하시고! 다들 주소지 보내준 대로 출발!”

이성진의 외침에 각자 차에 올라, 목적지로 향했다. 향한 곳은 근처 강이었다. 흔히 빠지라 부르는 곳.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평일이기도 하고, 이성진은 아예 여기를 통째로 대여해서, 손님은 직원을 빼곤 없었다.

오랜만에 놀이다.

물이 주는 공포감도 있지만, 조끼를 착용하니 별로 그런 것도 없었다. 워터 슬로프를 비롯해 여러 놀이를 정말 재밌게 즐겼다. 바나나 보트는 타지 않았다. 이런 보트는 중심을 잡기 위해 힘을 꽉 줘야 하는데, 그때 손목에 부하가 많이 가서 다치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놀이기구였다. 그래서 이 보트는 여자들만 타고, 지영을 비롯한 선수들은 전부 타지 않았다.

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특히 지영은 액션이 가득한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어서, 몸에 무리가 갈 보트 종류는 타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히 재밌었다. 수심이 낮은 곳도 있어서 무리 없이 놀기도 좋았고, 날도 좋아서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았다.

2시간 가까이 다들 정신없이 놀고 났더니, 녹초가 됐다.

특히 체력이 약한 여자들은 벌써 물 위로 올라가서 선베드에 길게 뻗기도 했다. 양유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체력이 좋은 강유진과 한은정은 아직도 물속이지만, 체력이 약한 정소영이나 양유진, 그리고 부상이 있는 양지원은 다 놀았는지, 몸을 말리고 셋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영은 그쪽으로 갈까 하다가, 굳이 저 대화를 깨고 싶지 않아 반대쪽 쉼터로 향했다.

먼저 올라온 임효중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캔을 건넸다.

맥주였다.

“괜찮지?”

“그럼.”

이제 다들 성인이다.

그리고 시합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조금은 풀어줘도 된다. 맥주를 받아든 지영은 망설임 없이 따, 시원하게 마셨다. 따끔한 느낌, 이걸 지영은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맥주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야, 잘 마시네. 하나 더?”

“반도 안 마셨어. 후, 앉자. 하도 놀았더니 다리가 후들거리네.”

“하하, 천하의 강지영이?”

“너도 지쳐 보이는구만 뭘.”

“음, 지치긴 지쳤지. 유진이 텐션이 너무 높아서…….”

“하하, 유진인 지금도 펄펄 나는데?”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의자를 찾아 앉았다.

시원했다. 그늘진 곳에 살살 부는 바람은 이온 음료 같은 청량감을 선사했다. 햇빛이 강물을 때리며 산란하는 빛의 파장도 너무 좋았다. 생각해 보니까, 지영은 이런 놀이가 처음이란 걸 깨달았다.

“효중아. 우리끼리 이렇게 와서 노는 거, 이번이 처음이지?”

“그럴걸? 촬영이나 이런 거로는 다닌 적 있고, 따로따로 놀러 다닌 적은 있지만, 이렇게 다 같이 온 건 아마 처음 아닐까?”

“와, 우리도 참 삭막하게 살았다.”

“앞만 보고 살았지…….”

“……그러게.”

진짜 앞만 보고 달린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를 챙길 때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황금세대는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 시작선은 분명 외모였다. 우연한 기회로 출연한 예능. 거기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강지영을 비롯한 황금세대 전체의 ‘선행’을 등에 업고. 그렇게 시작된 유명인의 삶.

이후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그래, 말 그대로 파격적이었다. 이 단어만큼 황금세대의 행보에 어울리는 단어도 없었다. 그런 행보에 여유는 사실상 사치였다. 거기다가 이상할 정도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사실상 그 사건사고가 강지영을 탑의 자리에 올렸지만, 원한 것도 아니기에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달려왔다.

“특히 너. 너는 정말…… 하하.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다.”

“했을걸? 우린 닥치면 하잖아.”

“너처럼은 못했지, 그래도. 겨우 버텨만 냈겠지.”

거짓말.

잘했을 거다.

완벽한 이 친구는.

그리고 임효중이 아니라 누구라도 했을 거다. 힘들다고 불평은 해도, 도중에 포기하는 그런 성격들은 절대 아니니까 말이다. 지영은 그냥 웃었다. 겸손 떠는 친구에게 아니야! 너도 나랑 같거든! 하면서 굳이 입씨름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마침 놀 만큼 놀았는지, 친구들이 하나둘 위로 올라왔다.

가장 늦게 올라온 한은정이.

“배고프다! 이제 가서 파티하자!”

놀이의 끝을 알렸다.

그런 한은정의 외침에 누구도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하지 않았다. 2시간 넘도록 물놀이를 해서, 배가 어마어마하게 고팠기 때문이었다.

“철수!”

그렇게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밖으로 나온 지영은 가장 먼저 나온 황석과 함께 재료 준비를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씩 나와서 준비를 도왔다. 파티는 당연히 휴가 선호 메뉴의 올 타임 넘버원인, 바비큐 파티다.

여자들은 나오는 데 오래 걸렸다.

지영이나 친구들은 30분도 안 걸려 나왔지만, 여자들은 1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그걸 뭐라고 하지 않았다. 여성의 준비가 오래 걸린다는 걸 모르는 친구는 없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다들 한창 가꾸고 싶은 나이다.

공을 들이는 시간이 분명, 상당할 게 분명했다. 1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한두 사람씩 나왔다. 복장이야 다들 바캉스 룩이다. 편한, 활동성이 강조된 롱 원피스나 짧은 핫팬츠에 박시한 티셔츠 차림이다. 복장 자체야 편해 보이지만 머리와 메이크업은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보였다.

다들 준비를 끝내고 고기를 굽다가, 순간 멈칫했을 정도로 힘을 빡 줬다.

현관 무드 등이, 마치 후광처럼 다섯 여인을 비췄다. 이것만 해도 분위기가 빡 잡혔다. 그리고 한 사람씩도 아니고, 이건 뭐 단체로 갑자기 훅 나왔다. 이럴 땐…… 눈치 빠른 자가 승리자가 된다.

그래서 지영은 바로 치고 나갔다.

“누나 오늘 너무 예쁜데요?”

그런 지영의 멘트 뒤로.

“와, 소영아! 우와! 역시 내 여친!”

“하하, 역시 우리 은정이. 예쁘다.”

“지원이 힘 많이 줬네? 보기 좋다. 평소에도 좀 자주 보여주라. 응?”

“유진이 너, 이야…….”

그리고 눈치가 다들, 비상한 만큼 지영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파바박! 본심일 게 분명한 말을 빠르게 쏟아냈다. 그에 피식 웃은 사람도 있고, 볼을 발갛게 물들인 사람도 있고, 부끄러움에 몸을 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성공이었다. 여기서 반응이 느렸다면, 음…….

‘끔찍하네.’

이연이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가 여자를 기쁘게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눈치라고. 칭찬할 때와 하지 않을 때. 가만히 있어야 할 때와 나서야 할 때. 편을 들어줄 때와 아닐 때만 분간하면, 여자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그리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때 그 말을 제대로 들어놓길 잘했네…….’

순둥순둥한 양유진이라도, 지영이 만약에 아무런 멘트도 하지 않았으면 분명히 입술을 비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말을 한 건 아니었다. 양유진은 동생들의 도움을 받았는지, 정말로 제대로 힘을 줬다. 그리고 지영의 눈엔 그게 정말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없는 말을 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배시시 웃으며 양유진이 고기를 굽는 중이던 지영의 옆으로 슥 왔다. 그러곤 부끄러움에 잔뜩 물든 어조로 물었다.

“저 정말 예뻐요?”

“네. 많이요.”

“헤, 다행이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못 들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우우. 하는 야유도 없었다. 다들 자기 연인과 찰싹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청춘남녀다. 한 명을 빼면 이제 스물이 갓 지난. 양유진은 맑은 미소로 지영의 옆에 착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때때로, 아니, 계속 맑은 미소로 간간이 지영을 올려다보며.

지영은 그 미소가 참.

여름날의 햇살처럼 맑고, 밝아, 강렬하게 느껴졌다.

본래도 이 사람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이 미소에 지영은 더더욱 확신했다.

‘이 사람이야.’

진짜, 이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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