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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61화 (46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61화

461화. 왕관의 무게와 책임(26)

빠가야로!

쨍!

유리컵이 날아와 이마에 부딪히며, 아찔한 소리와 함께 깨지며 산산이 비산했다. 주륵, 비산하는 조각 하나가 이마에 길게 상처를 냈고, 화끈한 통증이 덮쳤다.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카이토는 주먹을 꾹 쥐었다.

“제대로 했다며! 근데 뭐야! 뭘 어떻게 해서 저렇게 되냐고!”

“…….”

발작하듯이 소리치는 주인, 레이를 지켜보며 카이토는 나오려는 한숨도 가까스로 참았다. 애초에 그는 말렸다. 큰일 날 일이라고,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잘못되면 그의 부친, 야마다 의원이 매우 곤란한 일에 처할 거라고. 그러나 그걸 비웃으며 가짜 범인을 찾으라고 지시한 게 바로 레이, 저 인간이다.

야마다 레이.

교토 지역 국회의원 야마다 겐지로의 아들이 저 망나니, 야마다 레이다. 얼마 전 아는 친구를 만난다며 도쿄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레이는 강지영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토 레미를 알게 됐다. 그는 그때 사토 레미를 겁탈할 마음을 품었다.

건방진 조센징을 운운하며, 그 조센징에게 영혼을 판 어리석은 여자를 벌해야 한다는 얘기도 떠들었다. 그래서 여러 곳에 연락을 돌리더니 기가 막히게도 같이 범행을 저지를 친구 둘을 구했다.

그중 한 명이, 가드탑 사장의 아들이었고, 다른 한 명은 지역 유지의 아들이었다. 마지막 지역 유지의 아들도 솔직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지역 교토에서 대대로 이어져오는 대지주 가문이기 때문이었다.

야마다 의원의 정치적 후원자이기도 했으며, 둘은 어려서부터도 아는 사이였다. 그리고 가드탑 사장의 망나니 아들을 끌어들인 것도 그 친구였다. 그렇게 셋이 모이더니, 순식간에 계획을 짰다.

경호원 배치를 조정한 건 가드탑 사장의 아들이고, 가짜 범인을 세울 돈을 준비한 건 대지주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더미를 준비하는 건 레이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자신이 했다. 정치인의 비서를 하다 보면, 더러운 일에 자주 엮인다. 거기에 자신은 매스컴에 드러난 정식 수행비서가 아니었다. 자신은 가족 전체의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숨겨진 비서였다.

가족의 일까지 다 맡아서 처리하는, 잡부.

그게 카이토의 위치였다.

“왜 말이 없어! 똑바로 처리했다며!”

“저는 시간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으니까 아무나 찾아서 세울 준비 하라고 한 건, 작은 주인님이십니다.”

“뭔 개소리야!”

악을 쓰는 망나니를 보며 카이토는 나오려는 욕설을 필사의 인내로 참았다. 말했던 것처럼, 카이토는 저 망나니에게 시간이 없어서 선수를 구하는 데 어렵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그 말을 무시한 건 저 망나니 새끼였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며, 종년의 딸년 정도는 돈이랑 힘으로 막으면 된다며 낄낄거렸던 놈이, 저놈이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대충 적당히 구하라는 말에 카이토는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한 선수를 급히 섭외했다. 그래도 아무리 급해도, 몇 번 경험이 있던 놈을 뽑았다.

사는 곳은 당연히 교토여야 했고, 미리 만나게 해 디테일한 범행 동기 등을 주입했다. 사전 리허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그러나 가짜 범인은 며칠 지나지 않아 곧장 드러났다.

저 멍청한 새끼는 집안에 CCTV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정도는 알아서 수거했어야지!’

뿌득.

저능아도 저런 저능아가 없다.

나중에 걸리더라도, 그냥 돈으로 묻어버리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그럴 만한 힘은 또 있었으니까. 이 일본 사회에서 돈과 권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실제로 카이토 자신도 저 망나니가 저지른 미친 짓을 돈과 권력으로 해결한 게 벌써 10번도 넘었다. 그중 성희롱은 제일 작은 사건이었다.

기본이 폭행 강간이다.

지역구는 물론, 언론도 억제할 힘이 야마다 의원에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시작부터 완전히 틀어졌다.

사토 레미는 애초에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

저 망나니가 더러운 욕망을 풀고 집을 떠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선 사토 레미는 스스로 병원을 찾아 성폭행 증거를 채취했고, 그리고 곧장 경찰서로 향해 신고했다. 이 사회에서 성폭행을 당하면, 당한 사람도 손가락질하는데 저 소녀는 겁도 없이 직접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모습이 경찰서에 있던 기자한테 걸리면서, 대대적인 보도가 터졌다.

사건을 저지른 그 당일, 보도가 터진 거다.

그래서 그는 급하게 가짜 범인을 준비시켰고, 이틀 뒤 자수시켰다. 그리고 야마다 의원의 뒤를 닦으며 알게 된 언론사에 접촉해 돈으로 물을 흐리기 시작했다. 이미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러니 문제를 사토 레미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거친 것이다. 물타기라 하는 이 고전적 수법은 즉시 효과를 냈다. 거기에 더해, 극우 단체의 수장 몇 사람에게 연락해 아예 수위까지 조절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강간을 당한 건 중요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몸가짐을 제대로 못 했다는 식으로 사토 레미를 매장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서 경찰 쪽에도 힘을 좀 써주면, 사토 레미의 사건은 조용히 그녀만 Son of a Beach로 만들어 종결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멘탈을 터뜨린 뒤 조용히 접촉해 고소를 취하시키면 끝.

깨끗하게 끝나는 거다.

피해자는 지독하게 억울하겠지만, 그게 세계가 흘러가는 흐름이다. 권력, 금력이 합쳐진 폭력은 그걸 가능하게 하고.

사토 레미의 행동이 예상을 벗어났지만, 그렇게 흘러갈지 알았다.

그날.

강지영의 친구들이란 놈들이 입국하기 전까지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카이토는 지들이 일본에 뭔 힘이 있다고 기어들어 와? 하며 비웃었다. 이곳은 일본.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그들은 들어온 첫날, 니시노 하루히를 고용했다.

살인적인 수임료를 자랑하지만, 실력은 그것보다 더 확실하다고 알려진 로펌이다.

이 바닥에서 일하니 니시노 하루히의 힘은 그가 더 잘 알았다. 그리고 사건은 완전히 뒤집혔다. 병신 머저리, 저능아 같은 새끼가 처리하지 못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출두시킨 범인이 가짜라는 게 그날 걸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뒤는, 뭐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어떻게 손을 써보기도 전에 파파박, 이틀이나 지났나? 오늘이 됐더니 게임은 끝나 있었다. 아직 하토리 준, 저 변호사가 경찰에 제출했다는 증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결정적 증거일 것이다.

이 나라 형사 드라마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단어, 스모킹건. 그 결정적 증거일 게 분명했다.

카이토는 끝났음을 직감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최소한 야마다 의원이 해외 일정 때문에 나가 있지 않았다면. 아니, 적어도 연락만 받았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보고만 제대로 들어가고, 야마다 의원이 개망나니를 말려만 줬다면, 이렇게 자기의 인생이나 본인의 인생이 망가지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걸 아쉬워하긴 이미 늦었다.

일은 벌어졌고, 수습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봐……. 당신 일이잖아!”

“작은 주인님. 니시노 하루히가 개입했습니다. 거기, 모르십니까?”

“알아! 그래 봐야 한낮 변호사잖아! 아빠 힘을 써서 어떻게 해보라고!”

“의원님 정치생명이 끝날 텐데요?”

“뭐?”

카이토의 대답에, 개망나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그 모습에, 카이토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발목에 채워둔 칼을 꺼내 저 병신력으로 가득 찬 눈깔을 파버리고 싶어졌다. 세상 물정 모르는 병신이다. 더미를 준비했다고 보고했더니, 킬킬거리며 알겠다고 하더니 곧장 자기도 몰래 집에서 나가더니, 사고를 쳐버렸다.

말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고.

최소한 일을 치르기 전에 주의사항도 듣지 않았다. 아마 길 곳곳에 증거가 차고 넘칠 거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웃기는 소리다. 니시노 하루히는 아마 가진 정보력을 총동원해 저 병신이 사토 레미의 집으로 향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완벽하게 확보했을 것이다.

하토리 준? 그자의 여유가 그 모든 것을 설명해 줬다.

“니시노 하루히입니다. 아군일 때는 천군만마보다 든든하지만, 적이 됐을 때는 영혼까지 뽑아간다는 악마들입니다. 야마다 의원님이 계셨어도 교섭 자체가 불가능할 겁니다.”

“고작 변호사잖아! 그딴 새끼들한테 아빠가 왜!”

“총리도 어쩌지 못하는 게, 니시노 하루히입니다. 이해됐습니까?”

“…….”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눈만 끔뻑거리는 망나니를 보며 카이토는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제 이쪽 바닥에서 활동은 끝났다.

‘아마, 브로커와 내가 접선한 것도 알겠지. 어쩌면 영상도 있을 거고.’

자기는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어둠 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애초에 이곳, 야마다 저택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저택 청소부지만, 아마 야마다 의원을 조사한 사람들은 자기가 단순한 청소부가 아님을 전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니시노 하루히가 모를 리도 없었다.

일개 로펌 주제에.

정재계 거물과 법조계 전체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놈들이다. 그렇게 성장하기까지 가장 주요했던 게 정보력이라는 것 정도는 그도 안다. 그러니 자신은 이미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그렇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걸 못 찾으면, 단순히 벌을 받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야마다 가의 악의 순도도 매우 높았다. 그건 여기서 ‘청소부’로 일한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지역 토착 야쿠자들과도 연계하고 있으니, 아마 한두 군데 망가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딱 보니, 그것도 글러 보였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보고해야 했어…….”

자기 자존심 때문에 밝은 곳에서 일하는 야마다 의원의 비서들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이 이제 와 너무 후회스러웠다. 최소한 그들에게 연락했다면, 야마다 의원의 제1비서이자 첩인 아카리에게 연락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 시간을 끌고, 생각한다는 게 결국 이렇게 파국을 코앞으로 당긴 결과가 되어버렸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네……. 칙쇼.”

하하, 하하하.

“뭐가 웃겨서 처웃어! 이 개 같은!”

“닥쳐.”

빠-악!

이를 갈며 다가오는 개망나니의 뺨을 후려쳐 날려버린 카이토는 슬슬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 힘들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이런 병신이 자기의 인생을 끝장내게 됐다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가 막힌 건, 이 집에 이러한 현실을 보고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었다.

야마다 의원은 해외에서 뭔 짓을 하는지 모르겠고, 정실부인은 어린 애인과 따로 나가 산다.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칠 일이 있을 때나 집에 들어오니, 이 집엔 기가 막히게도 저 등신 새끼가 최고 결정권자였다.

저놈에겐 배다른 동생이 하나 있는데, 고작 열 살이다.

그리고 엄마보단 유모의 손에서 크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걸 가만히 생각해 봤더니.

“가문의 명이 오늘까지였나 보네.”

피식.

이미 자기가 들어왔을 때쯤, 이 가문은 가라앉고 있던 거다. 니시노 하루히가 안 끼었으면 어떻게든 돈과 권력으로 무마하겠지만, 이제는 아마 저 등신의 이름까지 전부 언론을 탈 거다. 그러면 정치 가문인 야마다 가문은 끝이라고 봐도 좋았다.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대국민 사과?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니시노 하루히는 정말이지, 철저하게 야마다 가문을 짓밟을 테니까.

그리고 자신 또한 같이, 거인의 발에 짓밟혀 형체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고작 이런 끝을 보려고……. 하하, 하하하.”

그렇게 아등바등 쓰레기를 처리하며 살았는지, 한탄스러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도 정말 신기했다. 대체 그 인간들은 뭔데, 이 일본에서, 개새끼도 제집 마당에서는 절반은 먹고 간다는데 그런 홈그라운드 이점을 대놓고 씹어먹고 제국 시절 치욕스러운 항복 이후, 지금까지 정치 가문으로 살아남은 야마다 가를 이렇게까지 박살 낼 수 있는지, 정말 신기했다.

“모든 게, 모든 게…… 이유였어. 망할 수밖에 없는…….”

야마다 의원의 부재, 부인의 외도와 부재.

역사가 있는 가문치고, 가문엔 어른이 없다. 이 또한 가문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현실판 왕좌의 게임을 벌인 대가였다. 그 결과 이름과 돈은 있지만, 가문 내는 텅 비어버린 기형적인 집안이 됐다.

겉의 외성은 단단하지만, 그 안의 내성은 오두막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외성이 돌파되면, 대항할 수단 자체가 아예 ‘전무’한.

원래도 그런 상태인 건데, 외성이 돌파당했다. 그럼 결과는 빤했다.

띵, 띵, 띵.

악마의 속삭임처럼 울린 벨 소리에 초인종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 카이토의 눈에, 경찰 수첩을 내미는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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