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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60화 (460/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60화

460화. 왕관의 무게와 책임(25)

퍼즐 조각은 다 맞춰졌다.

그럼 남은 건? 이 퍼즐을 발표해서, 진범을 잡는 일이다. 니시노 하루히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그들은 일하는 방법을 알았다. 아니, 정확히는 의뢰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오직 돈. 사건이 빨리 해결되면 될수록 추가 보너스가 붙는 조건을 걸어놨기에, 이들은 속도전으로 갈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조건이 붙었다고 해도, 확실히 일 처리 속도가 빨랐다.

그만큼 고소장 접수는 기습적이었다.

“진범을 신고하고 나오는 길입니까!”

하토리 준은 레이코만 대동한 채 사건이 벌어진 지역의 경찰서를 찾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정보는 파다하게 퍼져 있었고, 그가 들어갈 때쯤엔 이미 사토 레미의 집 앞에 서성거리던 기자들이 대거 그쪽으로 이동했다.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기를 30분. 하토리 준과 레이코가 나왔고 수십 명의 기자가 그 앞을 막았다. 그러자 슥 들어온 니시노 하루히의 가드가 앞을 막아섰다.

“흠…….”

여유가 있는 표정으로 계단 아래의 기자들을 바라보는 하토리 준. 그 옆의 레이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예상이 안 되는 냉정한 얼굴로 보조를 맞추며 서 있었다. 그런 상태에 누군가가 던진 질문.

하토리 준은 잠시 뒤 빙긋 웃었다.

의뢰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특별히 연습한 미소였다. 이 편안한 미소면 웬만큼 날이 서 있어도, 어느 정도는 무장해제가 가능했다. 니시노 하루히는 영웅도 빌런도 아니지만, 굳이 기자들을 내려다보며 오연한 썩소를 지을 필요는 없었다.

“맞습니다. 진범을 신고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어! 정말 진범이 맞습니까? 그럼 그 증거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

한 기자의 성급한 질문에, 하토리 준의 선한 미소가 싸늘하게 변해갔다. 입꼬리 한쪽이 내려오며, 눈매가 풀려 차갑게 변하자 자연스럽게 그가 뿜고 있던 분위기 전체가 변했다. 이 역시 장내 분위기를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웃음이었다.

“니시노 하루히의 영업 방법을 알려달라는 건가요? 그래요? 기자님, 감당할 수 있겠어요?”

“어, 어, 그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은 우리 서로 만들지 맙시다. 하지만 그래도 용기가 가상하니, 말해주도록 하죠.”

딱 봐도 자기보다 나이가 몇 살은 더 많은 기자인데, 대놓고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는 하토리 준.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런 행동과 말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기자들도 같았다.

“증거를 찾았습니다. 아주 단계별로 친절하게 준비했습니다. 우리 니시노 하루히의 정보망을 동원해 알아낸 정보도 있지만, 예상외로 우리 의뢰인은 니시노 하루히를 믿지 않았는지 다른 루트로 정보를 얻었더군요. 두 정보를 대조했더니, 진범의 윤곽이 매우 선명해졌습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니시노 하루히의 이름을 걸고.”

“…….”

기자들은 침묵했다.

니시노 하루히의 이름을 걸고 침묵했다는 것은, 그냥 진범이란 뜻이었다. 니시노 하루히의 승승장구 비결에는 저 정보력이 있다는 걸 모르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니시노 하루히의 특별팀 팀장인 하토리 준의 단언이면, 진범은 이미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그 진범에 대한 정보 전체를 경찰에게 넘긴 거고.

이렇게 되면 이번 사건은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였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 눈치 빠른 기자들은 이렇게 사건이 끝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왜? 사건을 살펴보면 분명 이 일엔 힘이 끼어들었다.

최소한 권력이든, 금력이든,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끼어든 사건이 분명했다.

그걸 증명하는 게 바로 가짜 범인이다.

그런 건 세우고 싶다고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기자로 활동한 이들은 당연히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진범을 고소했다고 해도, 분명 위쪽에서 어떤 ‘힘’이 다시 작용할 게 분명했다.

“진범이 누군지 알 수 있습니까? 혹시 우리가 아는 사람입니까!”

한 용기 있는 기자가, 진범의 이름을 물었다. 그는 이 사건에 최소한 자기들이 아는 이름이 섞여 있을 거라 확신한 것 같았다. 눈을 부릅뜬 게, 얼핏 보면 광기가 줄줄 흐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하토리 준은 웃었다.

웃은 뒤.

선포하듯이 말했다.

“아직 사건을 맡을 경찰이 발표하기 전입니다. 그러니 제 입으로 말하는 건, 법에 어긋나지요.”

아…….

하토리 준의 말에 기자들은 탄식했다. 확실히 아직 경찰 발표 전이니 진범은 확실한 진범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름을 말하는 건 문제가 될 소지가 차다 못해 넘쳤다. 그러나 하토리 준의 말이 끝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자님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힘이 개입한 건 맞습니다. 아마, 오래 걸리지 않아 경찰의 발표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증거까지 챙겨 가져다줬는데, 늦장 부리거나 시간을 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참고로 그 경우에는 니시노 하루히의 이름으로 증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아…… 역시!”

“욕? 먹지요, 뭐. 진실을 밝히는 일에 우리 니시노 하루히는 아무것도 겁내지 않습니다. 그게, 이 나라 어떤 귀족이라 할지라도요.”

선언, 선포였다.

이 나라에서 절대 권력을 구가하는 니시노 하루히가, 우리가 돈 버는데 꼬장 부리면 전부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런 선언이고 선포였다.

“그리고 경찰에게도 조언 하나 하지요. 우리가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부터 딱 1시간입니다. 그때까지 액션이 없으면, 니시노 하루히는 경찰이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없음으로 이해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겠습니다.”

“…….”

경찰에 대한 선언까지 이어졌다.

보통, 저런 언사는 미친 짓에 가까웠다. 경찰 조직을 적으로 돌리는 건, 어떻게 봐줘도 좋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돈에 영혼을 판 집단인 니시노 하루히는 그런 미친 짓도 서슴없이 했다. 왜? 빨리 사건이 해결되어야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맺은 계약엔 분명 그런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나라를 파네 마네 하는 말도 가볍게 씹어버리고, 오직 사건 해결을 위해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니시노 하루히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집단이나 권력자는 정말 손에 꼽았다. 그런 인간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은 것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수집했는지는 모르지만, 니시노 하루히의 정보력은 그런 것들을 전부 ‘킵’하고 있었다.

이런 니시노 하루히를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건드리지 못하는 건, 급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한 니시노 하루히를 공격하면 아무리 잘해봐야 공멸이기 때문이었다. 원래 손에 쥔 게 많은 것들은 그걸 놓지 못한다. 그래서 약점을 잡혔다는 것을 알아도, 그들은 공멸보단 공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니시노 하루히의 인맥 또한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 인맥이 적으로 돌아서면, 정말로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래서 공생은 선택이 아닌, 강제였다.

“그럼, 경찰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그렇게 말한 하토리 준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가드가 열어준 길로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에 올랐다. 잠시 뒤 부드럽게 출발하는 차량. 서를 빠져나온 하토리 준은 곧 폰을 꺼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통화를 끝내고 다시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강한결입니다.

신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토리 준은 참 이 목소리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차분하면서, 상대에게 안정, 신뢰, 믿음이 저절로 일어나게 해주는 목소리였다. 아주 편안한 건 기본 패시브 스킬이었다. 거기에 그때 봤던 얼굴까지 매칭되자, 이건 뭐 거의 반칙이었다.

“네, 좀 전에 경찰에 넘겼으니 곧 발표가 나갈 겁니다. 조사요? 착수하지 않고는 못 버틸 겁니다. 그 뒤에 누가 있든, 그건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이 나라에서 니시노 하루히 로펌의 힘은 무시하기 힘드니까요. 거기에 이번엔 제가 아예 증거 전체를 차곡차곡 모아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도 잡지 않는다는 건, 태업 이상이죠. 시간을 끌어봐야 우리가 나서면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요? 이쪽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윗선에서 메이저언론과 연대가 맺어졌습니다. 이 나라 언론이 아무리 썩었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침묵하긴 힘듭니다. 거기에 권력에 짓눌려 꼭두각시 노릇 하느라 지친 기자들도 제법 됩니다. 그들은 이번에, 아주 한풀이를 할 겁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네, 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다시 연락하도록 하죠. 네.”

뚝, 전화를 끊은 하토리 준은 피식 웃었다.

수많은 의뢰인을 만나며, 하토리 준은 이런 인간은 또 처음이었다. 정말 철두철미했다. 니시노 하루히를 고용하는 걸로도 모자라.

“탐정까지 고용하는 치밀함이라…… 하하.”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레이코의 질문에 하토리 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우리를 못 믿어 탐정을 고용했으니까요?”

레이코의 말에 하토리 준은 빙긋 웃었다.

“레이코. 정말 그가 우리를 믿지 못해 탐정을 고용했다고 생각해?”

“……아니요. 그럴 사람으론 보이지 않긴 했어요.”

“맞아. 우린 우리대로 믿었어. 다만, 보험을 든 거지.”

“……역시.”

“굉장해. 진심으로, 진심으로 굉장한 사람이야. 이제 고작 스물이 갓 지난 청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법을 공부했어도 아주 크게 성공했을 거야.”

하토리 준의 말에 레이코는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솔직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남는 짜투리 시간에 사토 레미와 한국의 강한결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봤다. 두 사람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당연히 없었고, 간접 고리는 있었다.

바로 강지영이었다.

그녀도 요새 재밌게 보고 있는…… 나의 무사님의 주연 배우와 강한결이 정말 절친한 사이고, 그 강지영과 사토 레미는 모종의 일 때문에 엮여서, 강지영이 직접 위로하러 일본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땐 매니저만 대동하고 왔으니, 둘은 이번에 처음 본다.

그런데 이렇게 진심으로 일을 돕는다?

무려 니시노 하루히의 살인적인 수임료를 감당하고, 거기에 더해 그녀가 아는 한 이 나라 최고 레벨 탐정 사무소를 몇 군데나 고용할 정도로? 아마 이번 일로 1억엔 이상이 깨질 것이다. 정말로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을 한 소녀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아까워하지 않고 팍팍 쓰고 있었다.

일본인인 레이코는, 그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참, 이번에 그 친구가 고용한 업체, 알아봤어?”

하토리 준의 말에 레이코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대답했다.

“네. 총 다섯 개 업체가 움직인 것 같고, 결정적 증거는 그중 미즈노가, 브로커는 마녀가 찾은 것 같습니다.”

“역시 그들이 움직였나? 음, 마녀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

“아직도 마음이 있습니까?”

레이코의 말에 하토리 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아니라니까. 나는 그녀의 능력이 매우 탐났어. 경찰 조직 내에서 그녀가 보여준 위업은 정말이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거든.”

“그건 인정합니다. 촉이라고 할까요? 정말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야. 그냥, 육감 자체가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야. 사건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돼. 우리 일본 사람이라면 환장하는,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이지. 그래서 그렇게 공을 들인 거야. 이런 사람을 조사관으로 두면, 니시노 하루히는 세계무대로 진출해도 됐을 것 같았거든.”

“…….”

“하지만 실패했지. 설마 1억 엔을 불렀는데도 거절하리라고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지. 그리고 그녀는 이번에 그 1억 엔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란 걸 증명했어. 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브로커 셋을 모조리 잡았잖아. 이게 상식적으로, 믿어져? 하하.”

하토리 준의 웃음에 레이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솔직히 그녀도 이번 건은 인정했다. 니시노 하루히야 정보력에서 단연 압도적이니 금방 찾아냈다고 쳐도, 그녀는 교토로 쳐들어가 하루 만에 해결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면 니시노 하루히도 며칠은 걸렸을 텐데, 고작 하루다.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이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능력이었다.

“나중에 자네가 팀장이 되면, 그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 봐. 적으로 두는 건 매우 어리석은 거니까. 산불은 개인이 끄지 못해. 그걸 명심해.”

“네.”

레이코는 하토리 준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

니시노 하루히에서도 가장 유능한 자. 다음 대 사장에 가장 가깝게 간 사람. 그런 사람의 말이라면 귀담아들어 아까울 게 하나도 없었다.

지잉.

팀원의 연락을 받은 그녀는 얼른 노트북을 펼쳐 쏟아지기 시작한 기사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기사 떴어?”

“네, 지금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럼…… 끝났네.”

훗, 병신들.

하토리 준은 이미 마음 깊이 확신하고 있는 진범을 향해, 차가운 조소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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