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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08화 (408/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08화

408화. 짧은 휴가(5)

1부 예고편에서 잠시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얼굴을 캐릭터 자막으로 가렸다. 그러나 안녕하세요, 오늘 노는 언니들의 일일 MC 삐삐삐입니다, 하는 인사를 들은 시청자는 대번에 게스트가 누군지 눈치를 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정혁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시청자들은 일일 MC라고 자처하며 등장한 게스트가 누군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이는 곧장 커뮤를 중심으로 퍼졌고, 시청률 유입으로 이어졌다.

17%로 마감했던 시청률이 19%로 껑충 뛰었다.

우정혁의 일일 게스트는 그만큼의 파급력이 있었다. 지잉, 지잉. 폰이 마구 울어대기 시작했다.

이성진: 우리 시청률 19%래. 대박; 미쳤다 진짜 ㅎㅎ

임효중: 그럼 우리 지영이가 나갔는데 그 정도는 나와야지

강지영: 뭐래, 나만 나갔나? 너네도 나가고, 골프팀이랑 배구팀 선배님들도 같이 나갔는데;;

임효중: 그래도 너 아니었으면 저렇게 안 나왔어. 인정할 건 그냥 좀 잠자코 인정해라.

황석: 맞아 ㅎㅎ 지영이 아니면 힘들지 요즘 이런 시청률은

이성진: ㅇㅈㅇㅈ

임효중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그냥 폰을 내려놨다. 사실대로 얘기하면 지영의 버프 효과가 맞긴 했다. 날고 기는 예능도 시청률 5% 언저리다. tvM의 대표 예능만 시청률 10%를 겨우 유지 중이다.

브라운관에서 온라인으로 플랫폼이 이동하면서 점점 시청률 파이가 적어지는 탓이었다. 이는 드라마라고 다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공중파든 종편이든 TV 시청률은 10년도부터 천천히 고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OTT 플랫폼이 있고. 그런데 시청률이 무려 20%에 육박했다. 이는 단순히 골프팀과 배구팀이 출연했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청률이 급증한 이유가 뭘까?

답은 빤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에 속하지만, 방송 출연은 극단적으로 적은 누군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볼 것도 없이 지영이었고. 이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띄워주면, 솔직히 지영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얌전히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2부의 시작은 좀 순서가 꼬여 있었다.

시간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우정혁이 등장하고 시장으로 가는 장면이 주였다. 1부는 지영의 카페 편에서 시간을 상당히 할애해 줬다. 거기서 시청률을 일단 당기고, 2부에는 우정혁과 함께 시장에 간 팀의 모습이 20분 정도 나왔다. 그리고 저녁 바비큐 파티에서 곧장 캠프파이어로 넘어갔다.

장미 PD의 노림수는 제대로 통했다.

한 주를 더 끄느니, 어그로를 잔뜩 끈 다음 하루에 1, 2부를 전부 내놓는 전략은 훌륭히 먹혀들었다.

2부 시청률은 우정혁의 등장으로 20%에 육박했는데, 중반이 넘었을 땐 22%가 넘고 있었다. 대박 시청률. 찔끔찔끔 시청률을 올리기보단, 영혼을 갈아 넣어 한 방을 노리겠다는 승부수. 이는 매우 훌륭하게 먹혔다.

골프, 배구팀 순으로 토크가 이어졌다.

그리고 대망의 유도팀.

황금세대 아이돌.

올림픽 유도 금메달을 정말 오랜만에 딴 걸로도 모자라, 무려 다섯이서 66부터 -100체급까지 전부 석권하며 가히 신화를 써 내려갔다. 골프의 금메달과 동메달, 배구의 은메달도 어마어마한 성적이지만 솔직히 금메달 다섯 개와 비교하면 색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올림픽 비하인드스토리를 듣기 위해 시청자들이 정말 많이 몰려 있는 상태였다. 이성진부터 시작된 토크.

잠시 멈춰 있던 시청률이 다시금 상승 폭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이성진 차례가 되자, 팬카페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와, 드디어…… 이 완전체 그림을 내가 보는구나 ㅠㅠ

-얼마 만이니 이게 ㅠㅠ

-임스테이 이후 처음 아닌가요?

-노는 언니들도 있어요!

-아 맞네요! 근데 그것도 넘나 오래된 ㅠㅠ

-아…… 아름답다 저 그림 ㅠㅠ

-아까 우리 애기들 단체사진 흑백으로 나오던 거 저 캡처했음 ㅎㅎ

-앗…… 그런 건 공유하는 게 좋은 거 아닐까요?

-자료실에 올려 둘게요 ㅎㅎ

-우느님이 우리 성진이래 ㅠㅠ 성진이만 저렇게 챙겨주니 완전 감동 ㅠㅠ

-저 사촌 언니가 더 런닝 작가인데, 성진이 하차설 돌았대요

-헉! 왜요?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결국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왜 지영이 만찬회 건으로 문체부랑 각 세웠잖아요? 그때 더 런닝 불발되고.

-아 맞다. 그랬었지. 그때 지영이 빼고 전부 나오기로 하지 않았어요?

-네, 그랬는데…… 만찬회 거절해서 문체부에서 더 런닝에 압박 넣었잖아요. 그래서 애들 촬영 전부 취소된 거 아니냐고 기사 뜨고. 그때 성진이 화났나 봐요. 친구 때문에 섭외 불발시켜서.

-……그럴 만하네요.

-나라도 화나겠다 ㅠㅠ

-성진이도 성깔 장난 아니잖아요. 방송에서 막 자기 얘기 터뜨릴 정도로…….

-ㅇㅇ 근데 우리 애기들 전부 다 성깔 있죠 ㅎㅎ

-지영이는 말할 것두 없구…… 한결이랑 석이가 그나마 순한데, 예전에 성진이 시합에서 사고당했을 때 보니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ㅎㅎ

-맞음 애들 전부 성깔 장난 아니죠 ㅎㅎ

-다시 본론! 그래서요?

-성진이 하차 통보하고, 시기 조율 중이었대요.

-헐…….

-기사 안 나왔는데?

-자체 엠바고 정말 세게 걸었다고 하던데요? 그거까지 기사 나가며 더 런닝 진짜 욕 엄청 먹으니까.

-아…… 그렇겠네요 ㅠㅠ

-그래서요?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예요. 근데 우느님 나온 거 보니까 ㅎㅎ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ㅎㅎ

-아…… 그러네요. 다른 선수한테는 전부 존칭하는데, 성진이한테만 우리 성진이 하면서 편하게 대해주네요 ㅠㅠ

우정혁이 왜 일일 게스트라는, 그의 위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지 팬들은 금방 눈치챘다.

-꺄아! 효중이다!

-우리 효중이 ㅎㅎ

-누나가 격하게 아낀다 효중아!

-오빠아!

아이돌 전적이 있는 임효중이 나왔을 때의 반응도 핫했다.

-효중이는 왜 방송 안 할까 ㅠㅠ

-뮤지컬 연습 중이래요! 가끔 영상 올라올 때 있는데 ㅎㅎ

-근데 그쪽으로 가겠다고 오피셜이 안 뜨잖아요 ㅠㅠ

-제 친구가 석이 여친인데, 효중이는 당분간 운동에 집중한대요…….

-악! 왜요?

-그건 저도 잘 ㅎㅎ

-진짜? 한은정 님 친구?

-본인 등판!

-엥?

-?

-?

-한은정님?

-넵! 한은정입니다!

-맞네 석이 여친님 ㅎㅎ

-은정님! 진짜 효중이는 운동에 집중해요?

-넵! 효중이는 운동에 집중한대요!

-아 ㅠㅠ

-ㅠㅠ

-유유

임효중은 유일하게 황금세대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친구였다. 더 런닝과 우정혁과 OTT에서 새로운 예능을 준비 중인 이성진이고, 강한결과 황석도 차기작 검토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이미 나온 상태였다. 강지영은 모두가 알다시피 곧 미국으로 나의 무사님 촬영을 위해 떠나고. 그런데 임효중만 차기작 소식이 없었다.

-효중이 연기도 잘하는데 ㅠㅠ

-맞아요 ㅠㅠ 웹드 잠깐 나올 때 연기력 괜찮았는데 왜 그쪽으로 안 가지 ㅠㅠ

임효중은 프로젝트 아이돌 당시 다른 멤버 둘이 주연으로 들어간 웹드에 잠시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임효중은 분명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임효중의 팬들은 곧 제대로 드라마 하나 들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임효중은 프로젝트 아이돌이 끝나고 나자 운동에만 집중했다.

그게 팬들을 정말 아쉽게 했다.

임효중은 지영만큼이나 장작이 없었다. 아이돌 활동 당시 영상은 있지만, 새로운 게 없었다. 지영도 나의 무사님과 예인으로 살어리랏다를 빼면 그 흔한 인터뷰 하나 없었다. 그래서 그 부분이 팬들을 너무 아쉽게 했다.

실제로는 다른 속사정이 있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임효중의 개인 팬은 그냥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석이 차례다.

-석이 듬직하네 진짜 ㅎㅎ

-석이 보면 비율이 묘하게 좋지 않아요? 체격이 진짜 좋은데, 옷빨이 장난 아님

-부럽다 석이 여친님 ㅠㅠ

-ㅎㅎ

황석의 차례에선 한은정이 채팅창에 상주 중이니 다들 자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강한결까지 돌아서, 강지영의 차례가 됐다.

외국어까지 섞이기 시작한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 *

지영은 나의 무사님이 방영할 때는 사실 가족과 본방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본방이 나갈 때쯤에 지영은 촬영장에 있었고, 그게 아니면 쉬고 있었다. 촬영이 공식적으로 끝나면 곧장 숙소로 합류해 시합 준비에 들어갔다.

그래서 어머니나 양유진과 본방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한 번인가? 두 번이 끝이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TV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에 면역이 별로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집중조명을 받는 것엔 더욱더 그랬다.

“우리 아들 왜 얼굴이 빨개?”

어머니가 지영의 상태를 알아보고 대번에 놀리기 시작했고, 양유진도 어머니 곁에 바짝 붙어 쿡쿡 웃었다. 지영은 그걸 그냥 무시로 일관했다. 반응하면 더 놀릴 것 같아서였다. 두 사람은 지영이 대답하기 시작하자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어느 정도 방송이 나갔을 때쯤, 양유진이 갑작스럽게 지영을 불렀다.

“지영 씨.”

“네?”

“지영 씨는 후원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어…… 네?”

갑자기?

여태 이런 질문을 그녀에게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지영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래, 아들. 엄마도 궁금해. 아들이 한다고 하니까 안 말렸는데, 솔직히 궁금했거든. 계기가 뭐였니?”

“어…….”

어머니까지 이렇게 물어보니 지영은 좀 더 대답을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영은 회귀자다.

말도 안 되지만 이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후원을 시작한 계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는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 아무리 어머니고, 양유진이라고 해도 사실은 제가 갑자기 10년 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라고 하며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생각을 정리하고,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거짓도 진실이 될 수 있게끔, 연기가 필요했다.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기회요?”

“네. 성진이 얘기는 알죠?”

“네!”

“성진이 보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당시에 성진이가 자기 얘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문제도 있었고, 우리 팀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었고요.”

이때쯤, 황석한테도 문제가 생겼다.

한은정의 부모님이 사기에 당했고, 그래서 자신의 주식을 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때문에 지영에게 먼저 알렸는데, 지영은 그때 결심했다. 한은정을 돕는 거야 당연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은정이니까.’

다친 황석을 끝까지 챙겨준 너무나 고마운 친구니까.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한은정을 도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돈이 조금 부족했고, 지영은 자신이 아는 미래의 기억을 떠올려 20년대 최대 코인 작전에 뛰어들었다.

워낙에 컸던 사건이라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사건을 이용해 지영은 상당한 돈을 벌었다. 그걸로 한은정을 돕고, 고민했다. 그냥 가만히 두기에는 많은 돈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누군가를 돕기로 했다.

연희 스포츠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연히 그때 돈을 많이 벌게 됐어요. 그래서 그걸로 성진이 같은 친구들이 있으면 돕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아…….”

진실에 섞인 거짓.

가장 중요한 부분이 거짓이지만, 다행히 양유진과 어머니는 이해한 표정이었다.

“근데 그게 왜 궁금했어요?”

이번엔 지영이 물었다.

그러자 양유진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지영 씨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요.”

“네?”

“오래 만났잖아요. 하지만 저 얘기를 듣다 보니까 저는 왜 지영 씨가 후원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것도 모르고 있더라고요. 헤.”

“아…….”

“마음이 궁금했어요. 후원이란 어려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뭔지. 어떤 마음으로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택했는지, 그게 갑자기 궁금했어요.”

“……대답은 잘됐어요?”

“네. 헤헤.”

“어머니는요?”

“엄마도 이해했어.”

다행이다.

어딘가 석연찮은 모습을 보이진 않은 걸 보니 잘 이해한 것 같았다. 속으로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비밀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줄 수 없었다. 오롯이, 지영 혼자만 품고 가야 할 비밀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고, 지영의 토크가 끝나면서 본방이 종료됐다.

“으으! 재밌었어요!”

하암.

“엄마는 먼저 잘게.”

“네, 들어가세요.”

어머니가 들어가시고, 지영은 양유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9시부터 시작한 방송은 12시가 넘어서 끝나서 산책을 나가긴 좀 그랬다. 그래서 집안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도 지영은 양유진이 하고 싶다는 것들을 함께 했고, 3일의 휴가는 그렇게 양유진과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지나갔다.

그렇게 휴가 끝.

일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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