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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76화 (37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76화

376화. 라이벌(7)

뚜둑!

섬찟하게 올라온 발목에서의 감각에.

으득!

지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올라오는 통증이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지영의 의식을 단번에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지영은 알고 있었다. 대충, 적당히 걸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미야모토 신지가 이번 대결을 위해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한 게 방어인 이상, 어설프게 걸어봐야 중심 흔드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그걸 알아서 아예 작정하고 걸었다. 강력하게, 발목에 무리가 가는 걸 빤히 알면서도, 오늘 경기 중에 가장 작정하고 강하게 허벅다리를 차올렸다. 그것도 심지어 찍어, 허벅다리였다. 강하게 다리를 찍어서, 그 힘까지 받아서 차올리는 기술인데 사실 기존의 허벅다리와 비교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만, 디딤발을 찍을 때 힘을 강하게 주는 것 정도? 그 정도 차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기본 허벅다리보단 좀 더 강하게 찬다는 인식이 생긴다. 이걸 의성어로 표현하면, 그냥 허벅다리는 스악- 정도고, 찍어 허벅다리는 텅-! 정도의 차이라 할 수 있을 거다. 미끄러지듯이 아닌, 작정하고 쾅! 하는 느낌으로.

그런데 그런 만큼 지금의 지영에게는 절대 권해줄 수 없는 기술이었다.

디딤발을 강하게 찍는 만큼, 발목에 당연히 무리가 간다. 이건 몸이 괜찮을 때도 잘못 찍어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제법 있는 기술이었다. 발목을 아예 밖으로 나가게 비틀어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근육에도 무리가 오는데, 그 각도로 매트를 강하게 찍으니 무리가 안 갈 수가 없었다. 잘못해서 비스듬히 찍으면 그대로 발목이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지영은 그 기술을 발목도 좋지 않은 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니 척추를 타고 통증이 벼락처럼 내달리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각오하고 들어간 만큼, 순간적으로 목 감아채기처럼 들어가며 차올린 기술은 신지의 방어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하지만.

‘어?’

신지는 팔을 자유로운 팔을 뻗어, 매트를 짚었다.

매트를, 매트를 짚은 거다. 이에 반사적으로 지영은 흠칫 놀랐다가 저도 모르게 힘을 살짝 풀고 말았다.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이 순간에 이런 판단이 된다는 게 놀랍지만, 지영은 그걸 실제로 했다.

왜?

이대로 지영이 힘으로 감아버리면 신지의 팔은 그대로…… 아작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거꾸로 힘에 밀려 완전히 부서진다. 그래서 유도를 처음 배울 때 지도자들은 절대 넘어갈 때 팔을 짚지 말라고 호되게 가르친다.

지금은 안 그러지만.

쌍팔년도 땐 팔을 짚으면 빠따를 갈겨서라도 못하게 했었다고 들었다. 이유는 말했던 것처럼 팔이 작살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훈련 때도 혹시 상대가 팔을 짚는 걸 보면 절대 힘을 줘서 넘기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지영도 많이 들었었고, 저도 모르게 짚어서 팔을 아작나는 선수를 꽤 자주 보기도 했었다.

그만큼 지금 신지의 행동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저로 모르게 힘을 풀었고, 그 덕분에 감겨 있던 신지의 머리가 빠져나가며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 정도로 충분했다.

쿵!

떨어졌다.

하지만 지영은 그냥 앞으로 엎어졌고, 신지도 마지막에 겨우 기술에 끌려가는 걸 막았다. 신지는 굳히기를 타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 맛테! 심판의 외침에 일어난 지영은 한숨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아쉽다면 아쉬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후회하는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신지는 경기 내내 지영의 아픈 다리를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서로 잡기를 보면 안뒤축에 업어치기 연계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연계를 이어가면 지영의 다리를 건드릴 수밖에 없으니, 신지는 아예 안뒤축을 포기했다.

그 의도? 그걸 모를 지영이 아니었다.

절대 비겁한 승리를, 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될 승리가 아예 필요 없는 거다. 그리고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건 비매너 행위가 아니었다. 손을 짚은 건 신지고, 그건 솔직히 신지의 잘못이었다. 그러니 그대로 말아서 날렸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걸 몰랐다면 모를까, 지영은 봐버렸다.

짚어도 정말 너무 제대로 짚어버린걸. 그래서 저도 모르게 힘을 풀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알아챈 사람이 수두룩했다.

[아,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기술이 들어갔어요! 안 그런가요?]

[흠, 음…….]

[조인선 위원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한눈을 팔았네요.]

[아, 그러시군요. 심판이 그쳐 시간을 넉넉하게 주기 시작했습니다. 자, 그럼 위원님?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혹시…….]

[다른 게 아니고요. 지금 강지영 선수 기술은 거의 완벽하게 들어갔거든요. 수치화하면 아마 90% 정도는 완벽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기술이 풀렸죠?]

[네, 아쉽게도 풀려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요?]

[음, 이건 제 추론인데, 강지영 선수가 놔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네? 놔줘요?]

[네. 리플레이가…… 아 지금 나오네요. 저기 보세요. 찍어서 허벅다리, 그리고 목 감아채기의 연계로 신지 선수가 제대로 당했어요. 중심이 쭉 떠오르잖아요?]

[네. 그렇게 보입니다.]

배속을 낮춘 리플레이를 보며 조인선은 자기의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 보시면, 아 지금요. 신지 선수가 자유로운 왼팔을 뻗어 매트를 짚었어요. 아, 각도가 좋지 않네요.]

[아…… 이거 혹시?]

[생각하시는 게 맞을 거예요. 이 각도에서 지영 선수가 그대로 끝까지 감아서 돌렸으면, 아마 신지 선수 팔이 부러졌을 거예요.]

[아…….]

배영우는 탄식했다.

조인선은 영상을 조금 더 보니, 이내 확신했다. 좀 더 근거리를 담당하는 카메라에 잡힌 걸 보니 지영이 마지막 순간에 가슴 깃과 목을 감았던 팔을 푸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맞네요. 강지영 선수. 신지 선수의 부상이 염려되어 마지막에 기술을 멈췄어요. 시선도 짚은 팔에 가 있고, 보고 난 뒤 거의 바로 힘을 뺍니다.]

[이대로 들어갔으면 장담하는데, 신지 선수의 팔을 아마 뒤로 꺾여 부러졌을 거예요.]

[그걸 염려해…… 강지영 선수, 이야. 와…… 정말 대단합니다. 저 짧은 틈에 저런 판단을 내린다는 게 정말…… 조인선 위원님. 저게 가능한 겁니까?]

[가능하니까 저희가 보고 있는 거겠죠?]

[……그런 대답은 좀, 하하.]

[호호, 죄송합니다. 가능해요. 운동선수들 반사신경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저게 그런 경우죠.]

[아, 그렇군요. 하하. 다시 경기 시작됩니다!]

하지메 사인에 맞춰, 지영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발목이 이제는 걸을 때마다 시큰거렸다. 아니, 시큰거리는 거야 아까부터 그랬다. 그걸 무시하고 경기를 한참 치르는 지금은, 음…… 화끈거렸다. 불에 덴 것 같은 통증. 지영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이 통증이 좀 더 심화하면 발을 땅에 대기만 해도 앗 뜨거워! 하는 상태로 변할 것이다.

그 단계까지 가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영은 그걸 생각하자, 이제 조금 아쉬웠다.

‘후. 아니야. 됐어. 후우…….’

지영은 생각을 정리했다.

다시 마주 선 신지의 표정은 역시 좋지 않았다. 신지는 왜 지영이 마지막에 힘을 풀었는지 알고 있었다. 바보도 아니고, 기술에 걸리면 사실 걸린 사람이 가장 잘 안다. 한 번에 번쩍! 하고 뒤집히는 기술이 아닌 지금과 같이 지긋이 날아가는 상황이었다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신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지영이 보기엔 딱 그랬다.

‘하여간 고집은…….’

쯔쯔.

속으로 혀를 찬 지영은 잡기 싸움에 돌입했다. 잡고, 잡고. 지영은 빠르게 깃을 선점했다. 좀 전은 자신의 유효 공격이 들어갔으니, 공세를 한 번 더 이어나가는 건 정석이었다. 당연히 지영은 정석대로, 공세를 취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지영의 공세는 이전보다 더 강도가 셌다.

신지는 바로 빠지면서 일단 어깨 깃을 잡은 지영의 팔을 뜯어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가슴 깃을 잡은 손도 떼버렸다.

그걸 이미 예상한 지영은 다시 접근했다.

접근해서, 다시 원투 잽처럼 팔을 뻗어 깃을 잡아갔다. 그런 지영의 행동에 신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영의 이 전진이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지는 지영을 정말 많이 분석했다.

아니, 분석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 되면 철저히 해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영이 공세를 노릴 때의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건, 자신을 상대할 때의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면 참, 뭐라 말하기 힘들었다. 왜? 특징이 없었다. 기본 베이스가 운영인 건 알겠는데, 어느 순간 말려 들어가 있었다.

의도는 감춰져 있고, 경기 끝날 때쯤에 잠깐 빼꼼 나온다.

과민반응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신지는 분명 그렇게 느꼈다. 이런 공세도 분명 경기 운영의 한 갈래일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마치…… 불꽃이 타는 느낌?

그것도, 마지막 불꽃이 타는 느낌이었다.

아. 아아…….

신지는 깨달았다.

지영의 발목은 정상이 아니고, 이제 거의 한계가 임박했음을.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는 곧장 방향을 잡았다.

자신도 그렇지만, 자신이 아는 지영도 똑같았다.

최선을 다하기.

지고 이기고, 승패가 갈리기 직전까지 정말 최선을 다하기.

승부를 볼 수 있었던 순간에 자신을 위해 힘을 풀어주는 배려를 베풀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맞붙어주는 게, 그게 예의였다.

힐끔, 시간은 거의 20분에 근접해간다.

슬슬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신지는 남은 여유를 모조리 쏟아내기로 했다.

그래서 밀고 들어오는 지영을 강하게 맞받아치기 위해 몸에 힘을 넣었다. 그런 마음에서 이어지는 잡기 싸움. 가슴 깃을 잡고, 뒤로 빠지며 왼팔로 바꿔 쥐며 다시 터는 순간.

지릿!

팔꿈치에서 시작된 통증에 신지는 저도 모르게 도복을 놓고 말았다.

팔꿈치가, 이상했다.

신지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런 신지의 이상 반응을 지영은 정말 곧장 알아차렸다. 손을 번갈아 잡아가며 터는 건, 업어치기 선수들이 자주 쓰는 털기다. 그러니 눈감고도 할 줄 아는 거다. 그런데 놓쳤다? 지영이 뿌리친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마지막에 뿌리치는 동작 또한 뭔가 이상했다.

바로 밀고 들어가면서 지영은 신기하게도 곧장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짚은 게 문제가 생겼나?’

아주 잠깐…… 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지영이 보고, 놔야겠단 순간적인 판단으로 힘을 풀기까지는 적어도 2초 정도? 그 정도 시간은 흘렀다. 지긋이 뽑아서 던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 걸린 거다.

그리고 그 2초면, 팔꿈치에 무리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뼈가 부러지는데도 확 꺾으면 1초면 충분하다. 인대 늘어나는 거? 팔 가로누워 꺾기 상태에서 잡고 딱 1초만 콱 당겼다가 놔줘도 전치 4주는 기본으로 뽑아낼 수 있었다. 1초라고 해도, 신체가 가동 영역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일이 생기면 절대로 무사할 수 없었다.

신지는 딱 그런 상태 같았다.

특히 팔을 툭툭 털어대는 게, 딱 팔꿈치를 터는 것 같았다.

부상.

팔을 짚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인대가 늘어난 부상을 당한 거다. 지영은 그런 판단이 서자, 강력하게 압박을 걸기 시작했다.

승부.

적어도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즉시 움직였다. 팔꿈치 통증에 잠시 정신을 팔린 신지는 지영의 압박 공세에 주춤거리며 뒤로 밀렸고, 심판은 잠시 그런 양상을 보다가 20초쯤 지나, 그쳐를 선언했다. 그러곤 띠를 고치라는 신호를 줬다.

헉, 허억.

이제는 단내가 나는 숨을 토해내기 시작한 두 선수가 도복을 다시 고치자,

시도-!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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