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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65화 (36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65화

365화. 함부르크 올림픽(11)

뚜두둑, 허벅지에 걸린 팔꿈치가 허용범위 밖으로 젖혀지기 시작하자 빈첸조는 급히 몸을 뒤집었다. 아니, 뒤집으려고 했다. 지영의 얼굴 쪽으로 몸을 뒤집어야 기술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니까. 하지만 지영의 하체는 상체보다 더 발달한 편이고, 이 하체 피지컬만큼은 중앙아시아나 서양 쪽 선수들과 비교해도 압도하면 압도했지, 절대 꿀리지 않았다.

그 하체 힘은 빈첸조가 몸을 뒤집어서 꺾기에서 빠져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그 발악의 틈에 지영은 힘을 더 써서, 제대로 잡아 찍어 눌렀다.

뚝, 뚜둑!

빠각-!

어,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은 감각이 허벅지를 타고 지영의 전심을 내달렸다. 섬뜩한 느낌, 작정하고 꺾긴 했지만, 임계점을 넘어가자 저항이 확 꺾이며 지영도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났다.

“흡…….”

그리고 본인이 가장 빠르게 상태를 파악했고, 굳히기를 빠져나오려던 발악을 멈추고, 힘을 쭉 풀었다. 지영도 반사적으로 팔을 놨다. 여기서 빈첸조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괜히 비틀리기라도 하면, 선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었다. 정당한 룰 안에서 꺾기는 당연히 허용이라 작정하고 기술을 들어가긴 했으나, 아예 빈첸조의 팔을 아작낼 생각까진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임계점을 조금 넘어가서 역으로 꺾이기 시작하면 그 단계에서도 최소 몇 주는 정양해야 한다.

지영이 노렸던 건 딱 그 레벨까지였다.

“아으, 아으윽……!”

누워서 팔을 부여잡은 빈첸조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팔은 제대로 꺾였다. 지렛대 원리의 힘까지 받은 상황에서 역으로 빠각. 소리까지 났을 정도였다. 이건 팔이 괜찮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심판은 소리를 듣는 순간 즉시 의료진을 불렀다.

그리고 의료진은 들어오자마자, 꺾인 팔을 보더니 바로 스트레처카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러곤 부목을 대고, 일단 팔을 고정했다. 지영은 뒤로 물러나서 그런 빈첸조의 상태를 살폈다.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 고통이 상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의 눈빛에 원망의 기색은 없었다.

지영이 팔을 부숴놨는데, 표정이 괜찮았다. 경기 중에 보여준 인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빈첸조는 실려 나가기 전, 잠시 멈춰달라고 하더니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지영에게 손을 뻗었다.

그 행동에 지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 손을 잡아줬다. 경기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면죄부를 얻고 싶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걸 잡아주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이상하게 된다는 걸 알아서였다. 가볍게 악수를 해준 뒤, 빈첸조는 퇴장했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이 시작됐다.

지영은 이것도 이해했다. 사실 유도 경기에 조르기와 꺾기 이 두 가지가 허용되긴 하지만, 꺾여서 진짜 뼈가 부러지는 건 굉장히 드물었다. 대부분이 꺾였을 때 탭을 치거나, 아니면 빠져나오기 때문이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건 당연히 항복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꺾고 만다. 좀 전처럼 정말 뚝! 소리가 나며 팔이 거꾸로 꺾일 정도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저런 경우는 오히려 메치기 상황에 팔로 바닥을 짚은 상황에 더 많이 나왔다. 그래서 보통은 인대가 늘어나서 팔을 부여잡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진짜 팔이 꺾여 부러지는 경우보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비디오 판독이 들어갔다.

탭을 치고 나서도 고의적으로 계속 꺾으면 반칙패다. 그건 상대를 망가트리려는 의도로 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꺾기는 들어가도 어느 정도에서 당연히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건 사실 꺾는 사람이 가장 잘 알았다. 주욱! 근육이 늘어나는 감촉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나고, 심하면 투둑! 인대에 손상이 가는 걸 고스란히 느끼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꺾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당연히 지영도 어느 정도에서 멈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처음에 뚜둑! 하는 느낌이 난 직후 빈첸조가 격하게 저항했다. 몸을 뒤집어 빠져나가려는 모습까지 보였고, 그래서 허벅지로 꽉 압박한 다음 재차 꺾었다. 그런데 거기서 팔이 부러졌다. 마치 수수깡처럼, 빡! 솔직히 지영도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지영은 이 비디오 판독에 조금도 불만이 없었다.

약 5분쯤, 판독이 이어졌다.

요점은 지영이 강제로, 의도적으로 팔을 부러트렸나. 탭을 쳤는데도 혹시 무시했는가. 이런 부분이었다. 지영이 꺾기에 들어간 순간부터의 장면이 경기장 상단의 대형 스크린에도 리플레이되기 시작했다.

지영도 그 영상을 확인했다.

팔 가로누워 꺾기 포지션으로 들어간 다음, 손목을 접어 당겨서 꺾기에 들어갔다. 처음 뚝! 소리가 났을 때 빈첸조는 사실 한 차례 펄떡였다. 지영이 못 보았을 뿐. 하지만 이어서 빈첸조는 탭을 치는 대신, 몸을 지영의 얼굴 쪽으로 뒤집어 꺾기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누르기나 조르기, 그리고 꺾기에 걸렸을 때 반대쪽으로 도망가는 건 매우 쓸모없는 짓이었다. 특히 조르기는 역으로 더 졸려 가고, 꺾기도 오히려 부담을 더 늘려준다. 그러니 역으로 안으로 몸을 말아서 파고들어야 했다. 누르기나 꺾기에서는 일단 지지대가 제대로 설치되기 전에 어깨를 빼내는 게 최고고, 조르기는 턱을 당겨 받침이 될 도복 깃이나 손이 동맥으로 오는 걸 막아야 했다.

그걸 생각하면 빈첸조의 방어는 굉장히 빨랐다.

그리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고. 하지만 지영은 그런 빈첸조의 반항을 하체의 힘으로 제압한 다음, 그대로 한 번 더 꺾었다.

이 과정이 천천히, 다각도에서 리플레이됐다.

지영도 영상을 두 번쯤 봤을 때, 판정이 끝났다.

심판은 곧장 승자 선언을 내렸다.

지영의 꺾기가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거다.

후.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만약 심판 중 둘이 친일 성향이었다면, 지영은 여기서 경기가 끝났을 게 분명했다. 눈에 거슬리는 지영을 날려버릴 절호의 찬스를 놓칠 리 없으니 말이다. 꾸벅, 예의를 갖추고 밖으로 나온 지영은 선수 대기실로 이동하기 전에, 다음 준결승 상대의 경기를 보기로 했다. 대기실에서 볼 수도 있지만, 직접 눈에 담는 게 역시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디테일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8강전 2번 경기에 오른 선수는 역시, 실력자들이었다.

일단, 백색 도복의 몽골의 초트바토르.

이 선수는 메달리스트였다. 도쿄에서 안호진과 함께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였다. 전체적인 성적 면에서는 지영을 앞서는 선수였다. 73 전체에서 본다고 쳐도, 아마 가장 화려한 성적을 가진 선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 초트바토르와 붙을 선수는 유도 강국, 그루지야의 신성 아슈빌리 알레코였다.

“예상한 대로 둘이 올라왔다?”

“후우, 네.”

지영은 두 선수의 입장을 보면서, 머릿속에 남은 전 경기의 파편을 털어내려 애썼다. 아무리 지영이라고 해도 그런 감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시합 중에 벌어진 사고에 크게 연연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성질과는 별개로 팔은 무사하길 바랐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크게 저항 없이 한방에 똑! 부러졌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오히려 크게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고 있었다.

부디, 빈첸조의 팔도 그러기를 바랐다.

두 선수가 입장했다.

지영은 그래도 아직은 전 경기의 여파를 떨쳐내지 못한 눈빛으로, 경기를 눈에 담기 시작했다.

* * *

-ㅎㄷㄷ…… 원래 팔이 저렇게 잘 부러지나?

-ㄴㄴ 그럴 리가 있나요 ㄷㄷ

-저게 좀 특수한 경우임. 유리 뼈인가?

-유리 뼈? 유리 턱 같은?

-ㅇㅇ 그런 느낌의. 솔직히 어제 경기만 해도 꺾기 많이 나왔잖아요. 어제 아베 우타가 결승까지 꺾기로만 2번 이겼는데, 한참 꺾었는데도 안 부러졌잖아요. 한 선수는 경기를 계속하기도 했고. 뭐 다시 꺾여서 결국 탭 쳤지만. 어쨌든 사람마다 관절 유연성이 달라서 버티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진짜 와, 똑 부러지네요?

-저 선수가 특수한 경우인 듯. 그런데 이번엔 판정이 그래도 좀 합리적인듯요ㅋ

-ㅇㅇ 솔직히 비디오 판독 들어갈 때 진짜 잦됐네 싶었는데 ㅋㅋ

-고의성이 없으면 괜찮다고 중계에서 그러던데, 안 그래요?

고의성이 문제가 아니다.

-저 대상이 강지영이잖아요. 일본이 이를 가는.

-유도는 일본이 종주국이고, 엄청난 파워를 자랑합니다. 작정하면 선수 하나쯤은 가볍게 날릴 수 있어요.

-유일하게 그러지 못하는 게 저 강지영이고요. 눈엣가시 같은 존재임 그래서.

-솔직히 날려 버리고 싶었을 거임.

-하지만 올해 강지영의 행보가 진짜 천상계 영역이라, 일본도 마음대로 못 하는 중입니다. 건드리면 진짜 끝장나거든요ㅎㅎ

-아…….

팬들은 즐거웠다.

한편으로 걱정도 되면서도, 강지영의 경기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우 늦은 새벽인데도 삼삼오오 중계 채널에 모여들어 지영의 경기를 보며, 채팅하며 놀고 있었다.

-그나저나, 강지영 표정 봤음? 꺾을 때 핵단호함. 졸라 인성 딱 보인 듯?

-그렇긴 했는데, 부러지니까 또 핵당황하던데?

-아니던데?

-잡았다, 요놈!

-뭘 잡아요?

-강지영 악플러ㅋㅋㅋ

-어떻게든 강지영 깎아내리고 싶은 삼류 기레기들 ㅋㅋㅋ

-아…….

-이번엔 인성 건드리고 싶었던 거 같은데?

-어딜 감히 우리 지영이를…… 콱!

-아니 ㅅㅂ 강지영이 니들한테 돈을 줬냐 선물을 줬냐? 왜 물고 빨고 지랄이냐?

-줬지. 자긍심이랑 자부심을 줬지.

-두 유노 강지영? ㅋㅋㅋ

-ㅇㅇ 우리 강지영 보유국임ㅋㅋ

-미친새끼들…….

-꺼져 기레기 븅신앜ㅋㅋㅋ

일치단결.

물을 흐리는 그 어떤 종자도 용납하지 않는 단결력을 보여주는 강지영의 팬덤이었다. 그렇게 지구 건너편에서 자신을 위해 팬덤이 그렇게 새벽임에도 열일 하는 동안, 지영은 매의 눈으로 다음 상대 후보자들의 경기를 눈에 담고 있었다.

* * *

초트바토르는 전형적인 업어치기 선수다. 스타일 자체를 보면 안호진과 매우 흡사했다. 힘도 힘이지만 기술에 좀 더 중점을 둔,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권 선수들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경기 스타일을 갖춘 선수였다.

그에 반해 아슈빌리 알레코는 전형적인 피지컬 유도를 구가했다.

아니, 전형적인 게 아니라. 그 이상의 피지컬 유도를 구가했다.

“와, 뭔 힘이…….”

수건을 챙겨주고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같이 경기를 보던 이성진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그러나 지영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아까 김재정이 말했던 것처럼 이미 올라올 거라 예상했던 선수였고, 그런 예상을 했던 건 시합 자체를 엄청 돌려봤다는 뜻이었다.

아슈빌리 알레코는 유도의 틀 자체를 부수는 선수였다.

유도는 기본적으로 유술에 속했다.

부드러움이 능히 강함을 제압한다! 같은 슬로건을 내건 게 유도란 종목이었다. 그래서 종주국인 일본이 그렇게 기술 유도에 목을 매고, 유도의 룰 자체를 기술 쪽으로 끌고 가는 거였다. 그래야 자신들에게도 유리하고, 유도의 초기 이념과도 비슷해지니까.

꿩 먹고 알 먹고, 모두 일본만 좋아지는 그런 그림이 만들어지는 거다.

뭐, 그렇게 해도 종목 자체를 제패하진 못할 거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그 안에서 또 방법을 찾아내니까.

그런 기술 유도를 알레코는 정면으로 부정하는 스타일을 갖췄다.

힘! 힘! 힘이 최고! 힘이 궁극의 힘이다! 힘 미만 잡! 개후잡! 마치 온몸으로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기술은 힘으로 뽀갰다.

초트바토르의 업어치기는 날카로웠다. 그리고 타이밍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렇기에 몇 번이나 제대로 업혔다. 하지만 알레코는 그 위기에서 전부 힘으로 버텼고, 이내 힘으로 기술을 뽀갰다.

그리고 그중 한 번은 힘으로 되치기까지 걸어 절반을 따냈다.

무지막지한 힘이다.

오죽했으면 자세를 제대로 잡은 초트바토르가 소매 깃을 잡아당긴 것 정도에 쭉 끌려갈 정도였다. 다행히 초트바토르가 잘 버티고는 있지만, 지영은 이미 승기가 기울었다고 봤다. 아니, 확실히 기울었다.

3분이 지났을 무렵엔 초트바토르에게 지도가 두 개나 쌓였다.

그이 반해 알레코에겐 지도 하나가 전부였다. 경기는 결국 그렇게 끝났다. 초트바토르는 정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경기에서 패배했다.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가진 선수치고는, 정말 허망했던 경기였다.

그 정도로 힘이 지배했던 경기.

그 경기의 주인공은 아슈빌리 알레코였다.

지영은 승자 선언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상성이,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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