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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53화 (35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53화

353화. 운명처럼 그렇게(5)

요한 괴제프 이사장은 이른 아침에 이사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한 사건의 영상을 계속해서 틀었다. 어제 낮에 있었던 강지영의 영상이었다. 그가 평생 관심도 없던 동양의 운동선수의 영상이다.

그러나 운동하는 영상은 아니다.

관심도 없던 저 먼 동양의 청년이, 태어난 순간부터 작년까지 이 병원에서 호흡기에 의지해 살던 소녀를, 천운으로 심장을 이식받아 겨우 새 삶을 살기 시작한 소녀를 구한 영상이었다.

소피 아리엘.

풀네임은 조금 더 길지만, 소피란 이름의 천사가 저 소녀였다.

소피는 천사로 통했다.

적어도 이 병원에서는 소피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롭게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 가장 먼저 얘기를 듣게 되는 게 바로 소피의 이야기였다. 심장이 안 좋으면서도 정말이지, 한없이 천사처럼 아름답기만 했던 아이.

이사장인 요한 그 본인도 소피와는 몇 번이나 만나봤고, 티 없이 맑은 순수함에 감화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마스코트 같은, 그런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는 어제 어머니와 함께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는 중이었다. 마침 배 속의 셋째까지 같이.

그리고 사고를 당할 뻔했다.

천만다행, 아니, 누군가는 다쳤으니까 천만다행은 아니었다. 그럼, 그렇다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대형 사고가 날 뻔했든 사건이 될 뻔했든 게, 저 청년으로 인해 살았다. 하지만 그건 소피만 해당한다 할 수 있었다.

소피는 좀 놀라긴 했지만, 어디도 다치지 않았다. 모든 충격을 저 청년이 대신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청년은 곧 이 도시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심지어, 이 사고가 아니었어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였다. 셀럽, 연예인, 혹은 배우. 그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였다.

그런 그는 현재 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선수였다.

그런데 그 선수가 다쳐서 병원에 온 것이다. 그냥 다쳐서 왔어도 VIP 대접받으며 온 힘을 다해 치료해야겠지만, 지금은 상황 자체가 아예 달랐다.

“이제 그만. 자, 다들 지금 본 저 선수가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네. 강지영입니다. 사우스 코리아의. 우리의 소피를 구하고 다쳤고, 본 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그 강지영 선수가 의사를 밝혔습니다. 올림픽에 참전할 거다. 말려도 뛸 거니까 설득할 생각은 하지 마라. 이게 강지영 선수가 직접 주치의에게 전달한 내용입니다.”

요한의 말에 다들 큼큼, 헛기침했다.

어색하고 눈치 보여서가 아니라, 눈치로 저 말이 무슨 뜻을 내포했는지 알아차려서였다.

“부상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한 의사의 말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주치의를 슬쩍 바라봤다. 그 시선에 지영의 주치의 미하일은 짧고 빠르게 지영의 상태를 브리핑했다. 이사 중에는 의학용어를 모르는 이들도 있어서 최대한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한 효율적인 브리핑이었다.

그 효율적인 브리핑의 내용은 간추리면.

발목 무릎, 4주 치료.

어깨 6주.

이 정도였다.

건강한 몸이니 좀 더 시기가 앞당겨질 수는 있겠으나 일단 아무런 무리도 없이 다시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려면, 그 정도의 시간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단 뜻이었다. 이는 대충 찍어낸 시간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여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끝에 내놓은 결과였다.

강지영. 저 청년이 당한 부상은 제법 깊었다.

본인은 그렇게 못 느끼는 것 같았지만,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덧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그 정도는 필수적으로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강지영은 시합 참가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안답니다. 그런데 그래도 뛰겠답니다. 그걸 위해 왔을 때부터 도핑에 문제가 될만한 약물을 모두 금지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통증이 상당할 텐데도 말입니까?”

“네.”

맙소사.

영상을 보면 절대 괜찮을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닐 것 같았다. 일단 천운으로 감속한 상태이긴 하나 분명하게 차량과 충돌까지 했고, 빙글 돌아 바닥에 처박혔다. 그런데도 그 진정제 계통 약물을 거부했다?

몸이 상당히 아팠을 건데?

“선수의 의견이 그렇다고 하니, 그럼 이제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말해봅시다.”

요한 괴제프는 강지영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애초에 선수의 의견이 그렇게 확고하니 자신에게 새벽인데도 보고가 들어왔을 거고 말이다. 게다가 강지영이다. 그냥 일반적인 선수였어도 일약 대영웅이 되었을 건데, 이 사건 이전에도 가장 화제의 인물이었던 선수였다.

그 이타적인 마음.

그 희생정신으로 인해.

병원 측에서 해야 할 일은 아주 명확해졌다.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하지만 그의 경기는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미하일. 그가 적어도 지금과 비교해 최소 절반 이상 몸을 회복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겠나?”

의사 출신이고, 미하일의 스승이기도 한 이의 질문에 주치의는 잠시 고민 끝에 답을 내놓았다.

“적어도 10일입니다. 그 정도면 최소 몸을 움직이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는 만들 수 있습니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 군.”

“네. 무리하는 순간 금방 덧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유도는 당일에 결승전까지 치르는 경기. 그나마 다행이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보조 처치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테이핑 같은.”

“그건 한시적인 수단이지만, 당일 결과가 나오니 나쁘지 않겠군. 좋아. 10일. 적어도 지금 남은 시간의 두 배가 필요한 거군.”

“네.”

현대 의학은 만능이 아니었다.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아무리 실력 좋은 의사라고 해도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였다. 불치병은 여전히 존재했으며, 10일이 지나야 아물 상처를 3, 4일 만에 아물게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회복 속도를 조금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해도, 그게 기간을 절반을 단축하지는 못한단 뜻이었다. 그래서 주치의 미하일이 내놓은 시간은 딱 10일이었다. 그것도 완치가 아니라, 최대한 시합을 뛸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놓기 위해서.

“10일.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군요.”

“일단 시간을 벌어봅시다.”

“언론 팀 준비하세요. 강지영의 경기는 일정 가장 마지막으로 밀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여론부터 만듭니다. 그다음은 국가 차원에서 IOC와 접촉해야 합니다.”

의견이 통일되자 곧장 시간을 벌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도 입에 담지 않았으나 그들은 이번 일에 이 병원과 독일이란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멀쩡하게, 최대한 회복시켜 강지영이 시합을 뛰게 하지 못하면, 온 세상이 자신들을 모욕할 것이란 것도, 같이 깨달았다.

그래서 다들 얼굴에 비장미가 서렸다.

그 회의가 끝난 직후, 독일 언론이 일제히 움직였다.

* * *

처음엔 한두 곳에서 올라온 기사였다.

그 기사는 강지영의 부상 정도가 약하지는 않으나 본인이 시합을 뛰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본인이 강력하게 경기참가를 희망하고 있으니 조금 더 회복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게 조금의 특혜를 주잔 기사였다. 많은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닌 경기 일정을 3일째에서, 단체전 전날로 옮기잔 의견이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4일의 시간이 더 나오고, 타박상이면 4일의 시간은 회복에 매우 큰 시간이 되니 괜찮지 않겠느냔 내용의 기사였다.

이 기사는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올라옴과 동시에 SNS를 통해 퍼져 나갔고, 여론이 만들어졌다.

고결한 희생정신으로,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설 기회를 잃을 위기에 처한 선수에게, 올림픽위원회가 관용을 보여주자. 여론은 이런 방향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정확히는 그쪽으로 몰고 갔다. 애초에 들불처럼 타는 중이었고, 몰이 방향 자체가 무조건 강지영에게 좋다 보니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결과가 좋으니 같이 휩쓸려 갔다.

-시합 뛴다고? 부상 깊다며?

-딱 봐도 무사할 것 같진 않았는데, 무리하는 거 아닌가?

-올림픽이야, 친구들. 포기하기 쉽지 않을걸?

-하긴, 슈퍼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챔스가 있는 것도 아니지. 월드 시리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종목 선수들은 올림픽이 최대한의 영예야.

-맞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거야.

-강지영 보면 사실 유도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될 정도잖아. 그런데도 놓지 않은 건 유도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인정. 신장과 체격을 보면 감량도 만만치 않을 텐데, 그걸 대회마다 하면서 감당하잖아.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아.

-그러니 우리도 힘이 되어주자고. 우리의 영웅이 시합에 나가고 싶다니까!

-딱 봐도 여론을 모는 세력이 있는 것 같지만, 뭐 이건 좋은 일이니까.

-가자고 친구들!

몰이꾼이 살랑살랑 몰아간 곳으로 네티즌들은 알아서 움직였다.

이런 여론의 분위기는 한국에서도 당연히 흘렀다. 그리고 가장 적극 참여했다. 자랑스러워하는 거야 당연한 거지만, 끝끝내 경기에 나가겠다고 하는 지영을 위해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여론을 움직였다.

불붙은 여론은 반나절도 채 지나기 전에 절정에 도달했다. 워낙에 전 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기에 가능한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흐름을 등에 업고, 독일 ‘정부’ 측에서 공식적으로 IOC에 요청을 넣었다.

요청 내용은 간단했다.

강지영 선수 본인의 시합 참가 의사가 매우 강력하고, 보기 드문 이타적인 희생정신을 보여준 선수이니만큼 조금의 특혜를 주자.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경기 일정만 조정해 달라. 이런 내용이었다.

이런 요청은 당연히 IOC를 곤란하게 했다. 선수 개인의 편의를 봐주는 거야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올림픽이 축제라고는 해도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색을 처하는 와중에, 미국과 프랑스가 독일의 요청을 공식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것도 올림픽위원회, 혹은 체육회 발표가 아니라 정부 공식성명이었다.

이런 공식성명이 나오자 당연히 독일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거로 생각했다. 독일은 전 세계의 흐름을 등에 업었다. 그래서 당연히 받아들여질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역시 쉽지 않았다.

IOC의 공식성명이 있기 전, 두 나라에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그리고 중국이었다.

경악했다.

세계가 정말…… 경악했다.

그들이 내건 이유는 간단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이고, 그런 만큼 세계의 합의가 있어야만 그런 형평성을 봐주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강지영의 희생정신이 분명히 대단한 것은 맞으나, 그날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들이 강지영 때문에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네. 개처맞을 말. X발 ㅋㅋㅋ

-와 진짜…… 와! 와 이 개X끼들!

-ㅋㅋㅋ 진짜 너무하네, 이 새끼들. 괜히 쪽바리가 아니라니까 진짜?

-소심하고 음흉하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등 뒤로 칼 쥐고 있는 전형적인 소리장도들 진짜! 어후! 진짜 쳐 죽일 수도 없고!

-나 와이프 일본사람이고, 같이 일하는데 오늘 직장에서 테러당했다……. 근데 더 빡치는 건 와이프가 계속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사죄하더라. 면목 없다고 X발…….

-……형, 그건 미안.

-그래, 그건 좀 그렇다…….

-근데 그래도 일본이 이번엔 너무 하긴 했어, 형…….

-맞음 와, 미치겠다. 이걸 반대하네? 대단하다 진짜…….

-중국도 슬그머니 일본 따라 반대 성명 냄.

-똑같음.

-후진것들 ㅉㅉ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영이 시합 못 뛰어요? ㅠㅠ

-후, 모르겠네요. 며칠 만에 회복 힘들 거 같은데…….

-힘들죠. 최소에 최소로 잡아도 한 달짜리였음. 그걸 10일 안에 어떻게든 절반이라도 회복시켜 시합에 나갈 몸 상태를 만들어주겠다는 게 담당 의사 말이었는데, 10일은커녕 5일도 안 남음 이제.

-이건 강지영 몸이 철이 아닌 이상 불가능…….

-다음 대회 노려야죠 뭐 ㅠㅠ

-맞아요. 지영이 이제 21살. 25살이면 피지컬 완성될 때고, 그때도 늦지 않음.

-근데 어째…….

-안 그럴 것 같죠? ㅠㅠ

-ㅇㅇ 강지영은 포기할 인간이 아님…….

팬들은 강지영을 생각보다 잘 알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기사 떴다.

-편의나 형평성 따위 필요 없음. 5일 뒤 예정대로 경기 출장하겠다. 대충 이런 내용임.

-역시 ㅠㅠ

-개상남자네…….

-ㅠㅠ

-ㅠㅠ

팬들은 응원했지만, 걱정을 더 많이 했다.

그런 팬들의 반응을 지영은 알았지만, 지영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예정대로, 예정된 일자에, 금메달을 목에 걸 생각이었다.

그런 일들이 퍼버벙 터지다 보니 어느새.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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