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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45화 (345/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45화

345화. 올림픽 준비(2)

이연은 들썩이는 마음가짐을 잠시 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통화를 끝내고, 지영이 잠시 뒤 연락받은 대리점의 주소를 전해주자 더욱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인, 작품에 관한 얘기가 시작되자 그녀는 프로답게 다시 안정을 찾았다.

“프리프로덕션이야 지영이 올림픽 끝나기 전에 전부 마칠 수 있으니까 상관없고, 문제는 로케네요?”

“아무래도…… 한국은 대규모 전쟁 신을 찍기엔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까요.”

“중국은 어때요?”

“힘들 거예요.”

“어, 왜요?”

“아시아권은, 지영 배우를 싫어하거든요.”

“아…….”

홍진아 감독의 말에, 정은정 작가는 대번에 풀이 죽었다.

중국의 로케 현장으로 각광받던 곳이었다. 예전엔 말이다. 땅덩어리가 커서 거대한 규모의 세트장을 짓는 데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중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연출이 필요한 작품은 중국 쪽의 세트장을 빌려 진행하고 그랬다.

그러나 그랬던 게, 코로나 사태 이후부터 아예 완전히 터졌다.

타국으로 나갈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이후는 나라 간의 감정 때문에 이용이 급감했다. 치료제가 개발되어 대여행시대라 불리는 지금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나의 무사님은 힘들었다.

왜?

강지영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쳐 울리는 운동선수이자, 배우이자, 셀럽인 지영의 존재는 중화권에선 질투의 대상이었다. 심심하면 원래 강지영은 중화민족의 핏줄을 이었다! 같은 개소리가 웨이보 같은 곳에 올라올 정도이니 그들이 느끼는 질투가 어느 정도인지는 안 봐도 빤했다.

“일본은……? 아, 중국보다 더 어림도 없겠구나.”

“호호…….”

일본은 뭐, 지영을 죽이고 싶은 이들이 넘쳐났다.

따로 지정된 건 아니지만, 유도는 일본의 국기 취급을 받는 종목이었다. 선수 인프라만 봐도 딱 티가 났다. 그런 일본에서 작정하고 몇 번이나 물을 먹이려고 했던 게 강지영이다. 이후 몇 번은 물을 먹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박살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지영은 일본의 ‘주적’과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사실 로케로는 유명하지 않은 일본이 거론된 이유는, 나의 무사님 초반은 설원의 장면을 따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설원을 9월에 찾는 건 사실 상당히 힘들었다. 러시아로 가던가, 아니면 일본의 홋카이도 끝으로 가든가, 어쨌든 CG로 바를 게 아니라면 눈이 온 지역을 찾아야 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등, 가까운 곳을 찾는 이유는 그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쪽은 힘드니까.

“아예 캐나다 쪽으로 가시죠, 그럼?”

“어, 네?”

“그쪽은 9월부터 겨울인 지역이 꽤 많은 걸로 알아요.”

“아…… 그러네. 어차피 대규모 설원 전투 신이니까, 따로 세트장은 필요도 없겠고.”

세트장이 필요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했듯이, 대규모다. 한국이나 중국에 지은 것처럼 왕궁이나 성 규모의 세트장은 만들 필요가 없었다. 지어봐야 대형 천막 정도? 그 정도일 거다. 그럼 잘만 조율하면, 미국만큼이나 거대한 캐나다 땅 한군데에서 대규모 설원 전투 신을 찍는 건 일도 아닐 수도 있었다.

“정 안 되면, 알래스카로 가자. 거긴 지금 강지영을 사랑하는 사람 천지인 미국 땅이잖아?”

이연의 말에 다들 피식 웃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다들 굉장히 긍정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원 신은 3부 서막을 여는 전쟁이다.

전쟁의 참상 같은 걸 보여주기보단, 그냥 묵묵히 싸우고 또 싸우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신이다. 그걸 부각하기 위해서는 황토색 흙에 떨어진 피보다 새하얀 설원에 떨어지는 핏방울이 당연히 자극적이다.

그래서 이 신이 잘 찍혀야 뒤가 산다.

그러니 가장 첫 촬영으로, 이걸 찍었다. 나중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때 끌고 가서 찍는 것보다. 먼저 찍고 한국에 와서 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게 백배는 낫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연히 사전에 고지받아 알고 있었다.

그냥 조연 배우들이야 아직 정보 통제 때문에 모르지만, 지영은 주연이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네 주인공 중 한 명이고, 배역의 비중으로 따지면 사실상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했다.

그러니 당연히 공유됐다.

게다가 이런 신은 당연히 지영의 스케줄 확인은 필수였다. 다 준비해 놔도 지영이 스케줄 상 시간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말이다.

약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미팅.

대부분 큰 줄거리에 관한 미팅이었다.

나의 무사님 3부는 대미의 장식을 맡은 시즌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제 재와 연, 후의 관계가 결말이 나는.

사실. 이 부분은 말이 많았다.

그리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보통 작품에서의 결말은 딱 정해진다.

모두가 해피 엔딩.

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주인공만 해피 엔딩.

이것조차 벗어난다면.

주인공 중 하나만 해피 엔딩.

이렇게다.

3번째는 사실 배드와 해피가 섞였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보통 이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주인공 전체가 떼 몰살을 당하는 극악 해피 엔딩은 웬만해서는 없다고 보면 된다. 스릴러 장르라면 또 모르겠지만, 아니면 극악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전쟁 작품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의 무사님은 매우 애매하게 잡혀 있었다.

시즌 2에서 결국엔 재가 절벽에서 떨어지며 끝났지만, 사실 재가 그 장면에서 죽었을 거로 생각하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대놓고 시즌 3으로 돌아오겠다고 했고, 작중 비율이 절반이 넘는 재를 정말 죽였다면 이건 만들어 놓고도 쌍욕을 먹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 장면에서 재를 살려뒀을 거로 다들 생각했다.

뭐 그건 정답인데, 시끄러운 이유는 역시 엔딩 때문이다.

정은정 작가는 엔딩으로 뒤통수를 치는 걸로 유명한 작가였다. 예상치도 못한 반전 엔딩으로 팬들조차 결말쯤엔 긴장해야 하는. 그런 작가였다.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간단 얘기가 방송가에 돌기 시작하자 팬들도 슬슬 결말을 예측하며 기대감을 내비치기 시작한 거다.

“언니, 아니지?”

그런데 중요한 건,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응? 뭐가?”

2시간이 넘는 미팅으로 허기져서, 디저트를 가득 시켜 당을 보충하던 중 이연이 한 말에, 질문을 받은 정은정은 세상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뭐? 하며 되받아쳤다. 그러자 이연의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아까 나탈리의 말을 듣고 좋아했을 때와는 정반대로, 불안하기 그지없는 눈동자였다.

“아, 언니. 진짜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안 칠 거지?”

“얘, 내가 작품에 장난친 적이 어디 있다고 그래?”

“어머? 이 언니 봐? 있지! 언니 나 처음 데리고 갔을 때 기억 안 나!”

“어, 그게 뭐였더라?”

“풍진세상!”

“아 그거.”

이연이 갑자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영은 모른 척 케이크를 조금 잘라 입에 넣는데, 고삐가 살짝 풀린 이연이 지영을 향해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해 줬다.

“지영아. 이 언니 조심해야 해. 엔딩 진짜 살벌하게 치거든. 나 첫 작품엔 주인공 아니었고, 주인공 여배우의 동생이었거든? 근데 딱 주인공은 세상 착한 언니고, 여동생은 철딱서니가 미치도록 없어.”

“네, 그런데요?”

그래서 지영은 일단 받아주기로 했다.

그러자 다시 열변을 토하는 이연.

“극 중 후반부에 여동생이 아파서 언니가 장기기증을 해줘. 근데 그때는 가족이니까, 속은 터져도 주인공 인성이 참 좋네? 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게 넘어가거든. 그런데 장기기증도 끝났잖아? 그런데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

“……배다른?”

“어. 와, 어떤 장치도 없이, 그냥 슬쩍 툭 치고 지나가. 진짜 1초 정도? 그것 때문에 팬들 싹 멘붕 왔잖아? 그간 주인공이 했던 헌신은 뭐였냐면서! 근데 더 골 때리는 건, 그걸 동생은 알고 있었던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는 거지! 돌이켜 보면! 와, 참 그게 맞으면 참 쓰레기 동생 아니니?”

“…….”

음.

지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편을 들 수 없는 문제였다. 극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린 문제다. 뭐, 가끔 너무 대단한 배우와 그러지 않은 작가가 만나 작품이 산으로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드라마는 작가의 상상과 결정이 곧 법이었다.

그 정도는 이 바닥에서 머리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지영도 충분히 아는 얘기였다.

“그거 생각하면 이 언니, 이번에도 무슨 장난질 칠지 몰라.”

“장난이 아니라, 반전이라고 하는 거란다. 그리고 그렇게 엔딩 줘서 솔직히 욕먹은 적은 없잖아?”

미쳤? 도랐?

작가님 숨지고 싶으세요?

하는 협박도 받아본 적 없는 정은정 작가라 그런지 매우 떳떳했다. 지영은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뭐, 서로 날을 세운 건 아니니까.’

친하니까 저런 대화도 하는 거지, 아니었으면 미치셨어요, 휴먼? 하고 대번에 역정을 냈을 거다. 그래서 지영은 조용히 케이크나 먹었다.

“이번엔 언니 진짜 그러지 마요! 그러면 나 대본 던질 거야! 태업 들어간다!”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고 달래고는 있는데, 지영은 정은정 작가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치고 지나간 아주 미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악동들이 뭔가를 꾸밀 때 흔히…… 나오는 그런 감정. 지영은 그래도 신경 끄기로 했다. 아무리 그녀가 엔딩에 반전을 주는 걸 즐긴다고 해도, 지금까지 엔딩으로 악명이 자자한 건 아닌 걸로 보아 이해 가능한 선에서 줄 거다. 그러니 그 부분은 지영이 굳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이럴 때는 그냥 모르는 척, 주어진 대본에 최선을 다하는 게 상책이었다.

사실 지영 정도면 대본에 개입해도, 음 그럴 수 있지. 라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위치인 건 맞았다. 오죽했으면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판에서는 이제 지영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들 했을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영이 포드와 3년 계약을 맺으며 받은 금액이 정말 너무나 컸다.

그런데 그걸 전부는 아니더라도, 광고 몸값과 어느 정도 형평성은 맞춰야 하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국내의 제작사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적으로 아이언맨의 몸값은 시리즈 마지막쯤엔 천억이 넘어갔다.

지금 지영의 몸값은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회에 한화 천만 원, 이천만 원 정도의 몸값은 당연히 아니었다.

나의 무사님이야 이미 초기에 계약된 게 있기에 감당이 가능한 거고, 따로 추가 계약을 통해 영화의 러닝개런티처럼 신경을 써주고 있기도 했다. 그냥 입 닫고 넘어가기엔 흥행 자체가 워낙에 말도 안 됐는데, 배우의 몫을 그냥 입 싹 닫는다? 뭐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배우가 위약금을 내고 빠지겠다고 하면…… 제작사부터 줄줄이 망한다.

그러니 차라리 먼저 챙겨주겠다고 가서 읍소라도 하는 게 맞았고, 장세리 대표와 지영은 이 부분은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즌 2 때는 못 받았어도, 3은 성과에 따라 매우 크게 받을 예정이었다.

이 정도로 대우받는 게, 지금 강지영이란 배우의 위치였다. 그걸 지영도 알지만, 그걸 이용해 갑질하고픈 생각은 일절 없었다.

미팅은 거기서 끝났다.

큰 줄거리야 다 정리했고, 나머지는 이제 임은진이 해줄 것이다. 그래서 인사하고 바로 일어났다. 야간 운동을 못 했지만, 이 정도로 훈련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선수촌으로 돌아온 지영은 친구들을 불렀다.

야간 훈련을 끝내고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던 친구들이 지영의 호출에 5분도 되지 않아 모였다. 모인 친구들에게 지영은 나탈리가 했던 말을 전했다. 새로운 차. 중형 세단이고, 고급 세단이라 적지 않은 가격이 들어간다.

하지만 황금세대는 전원, 영앤리치는 아니어도 나름 부자였다.

그러니 찻값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영의 얘기를 들은 강한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차가 필요하긴 했는데, 잘됐다. 나는 내가 하나 사는 거로 할게.”

“헐? 결. 너 차 사게?”

“응. 데이트할 때도 필요하긴 하니까.”

“……나도 산다. 사고 만다!”

“면허부터 따.”

임효중이 툭 치고 들어오며 한 말에, 이성진의 표정이 훅 찌그러졌다.

“야! 너도 없잖아!”

“나 이번에 휴가 때 시험 봐서 다 붙었는데?”

“……야, 야 이 배신자야! 나는?”

“넌 소영이랑 노느라고 바빴잖아?”

이제는 슬슬 이성진을 받아주는 친구와 데이트하느라, 임효중이 면허를 따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이성진이었다. 이어서 황석도 자기가 하나 구매하겠다고 했다. 부모님을 사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면 가족이나, 의외였다.

그렇게 사줄 가족이 없는 이성진을 제외하고는 포드의 데스티니를 구매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그래도 배정된 게 여유가 좀 있어서, 친구들은 가족들에게 의사를 물었는데 다들 구매하겠다고 답을 즉시 줬다.

-지영이가 홍보한 건데, 당연히 탈 수 있으면 타야지.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잘 됐다. 얘.

-포드 운명? 그거 한국에 들어왔나? 지영이 배정받은 게 있다고? 그럼 사야지! 아들! 무조건 산다고 해!

-어, 석아. 차? 응응. 지영이가 모델로 선 차? 엄마! 지영이가 모델로 하는 차 살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할까! 어? 알았어! 석아! 산대!

-어. 효중아. 차? 그거 살 수 있어? 아 진짜? 나나! 누나가 탈래!

강한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둘. 황석과 임효중의 집에서 한 대씩.

그 주 주말, 나탈리 포드의 말처럼 진짜 한국에 이미 들어와 있던 운명은 지영을 포함한 가족의 품으로 들어갔고, 목격담이 기사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목격담은 기대감을 생성했고, 기대감은 곧 기사로 뽑혀 대중에게 알려졌다.

지영은 그런 기사를 보며 깨달았다.

나탈리 포드의 배려는, 사실은 또 다른 홍보였음을 말이다.

“무섭다, 무서워.”

절레절레.

순수한 호의는 돼지고기까지라더니,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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