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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18화 (318/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18화

318화. 포드의 운명(1)

쾅!

“징계위를 열어서 처벌이라도 해야 합니다! 안 하면 꼴이 우스워져요!”

마시로는 협회장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그러나 협회장 노다 다이키는 오히려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이보게. 마시로 군. 지금 상황이 어떤 줄 모르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도 하는 건가? 자네가 호언장담한 일이 지금 부메랑처럼 날아와 우리 목을 치기 직전인데, 뭐? 징계위? 그걸 열면? 그걸 열어서 그놈들 징계를 주자고 건의하면 누가 우리 편을 들어주는데?”

“페페 심판 말고도 돈 받은 이들 많습니다. 그 돈값! 지금 하라고 하면 됩니다!”

“그래 봐야 그게 얼마나 된다고! 고작 셋이네! 남은 이들은 어떻게 설득하려고! 아니! 애초에 그들이 손이나 들어줄 것 같은가!”

“그건…….”

마시로는 그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유도에 수십 년째 종사하는 양반들치고 권위적이지 않은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랬다. 그럼 IJF는? 마찬가지였다. 징계위를 열면 출석해야 하는 양반들 전원이 권위가 몸에 한가득 밴 인간들이다. 그런 그들은 분명 황금세대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아무리 일본이 심판을 매수했고, 말도 안 되는 판정을 내렸다고 해도.

‘감히 심판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양반들이지. 그러니 굳이 설득할 필요도 없었어.’

거, 일본도 좀 자중합시다.

이렇게 말은 할 테지만 황금세대 징계에는 찬성했을 거란 뜻이다. 왜? 시합에 난입해 심판에게 대든 건 그들 기준으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자신들의 권위가 추락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커흠! 하면서도 손을 들어줬을 거다.

그걸 아니 전원 매수가 애초에 필요 없었다. 알아서 이 괘씸한 것들이! 하고 징계에 찬성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 판이 뒤집혔다.

빌어먹을 강지영이 친 카운터에 다들 지금 몸을 사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심지어 좀 전에 굳이 지금 징계위를 열어야 하느냐는 의견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건 징계에 찬성했다가, 어떤 불벼락을 맞을지 그들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마시로는 멈출 수 없었다. 저 끝에 절벽이 보이니 끝이 빤한 질주라고 해도, 때로는 멈추면 안 될 때가 있었다.

“협회장님. 어차피 제 처우는 결정됐습니다. 조만간 수사기관이 절 소환할 거고, 그렇게 되면 당분간 우리 협회는 빈사 상태로 지내야 합니다. 그땐 뭘 해도 늦습니다! 그러니 지금 욕먹을 각오로 그 간교한 것들을 쳐내야 합니다!”

마시로는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어차피 자신의 징계는 결정됐다. 이 일로 어쩌면 커리어 전체가 무너지는 걸 넘어, 아예 끝장날 수도 있었다. 만약 가문에서 자신을 버리기라도 하면, 재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최소한 동귀어진이라도 해야 했다.

즉,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도 날아가지만, 빌어먹을 그 녀석들도 같이 날려야 공을 인정받고 나중에 가문의 지원으로 복귀가 가능할 거다. 마시로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뒤가 사라진 사람처럼 움직였다. 그래서 당장 협회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협회장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 또한 야심이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징계위에서 뭘 하려고 하다가는 자신의 위치까지 흔들린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그렇기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살기 위해 설득하는 자.

살기 위해 거절하는 자.

여기서 선택권이 한 사람에게 전부 몰려 있다면, 이 승부는 이미 결정 난 것과 같았다.

“마시로 군. 이미 기자회견에 저들이 올라간 순간부터 자네는 진 거야. 그걸 모르겠나?”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일본의 유도는 앞으로 향후 십 년은…….”

“지금은 자중하고 선수들을 믿을 때네. 우리 대일본이 키워낸 선수들을! 왜 그걸 모르나!”

선수를 믿는다고?

지랄…….

처음 이 기획을 꺼냈을 때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 있나? 하고 물었던 인간이 바로 이 인간이다. 그런데 선수들을 믿는다? 대일본이 키워낸? 그게 됐으면? 현 일본 유도의 영웅인 오노 쇼헤이는 물론, 아주 훌륭하게 권좌를 이양받은 미야모토 신지마저 그 강지영이란 놈에게 개박살이 나지 않았나.

저번 도쿄 올림픽은 끝내줬다.

당시 자신이 협회에 있었다면 무조건 특급 승진했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그때 너무 훌륭했다. 유도 종목의 금메달 절반을 가지고 왔을 정도니, 아마 앞으로는 이만한 성과가 나오기 힘들 거라 다들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걸 지키면? 이번에도 훌륭히 도쿄 올림픽 때만큼의 성과를 낸다면?

‘그 일에 일조만 해도…….’

능력은 검증받는다.

그런데 그 일에 암초를 만났다.

다름 아닌, 건방진 황금세대였다.

도쿄 올림픽의 영웅이 이들에게 전부 무너졌다.

아베 히후미부터 시작해, 울프까지. 66부터 100까지. 전원 쳐 발렸다. 종이 한 장 차이? 실력 차가 그 정도였으면 이 정도로 나서지도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돌려본 결과, 황금세대는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 대표만큼의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마시로는 무도관의 재앙을 겪으면서, 실력으로 저들을 넘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공작을 펼치기 시작했다.

가장 베스트는 당연히 이들이 올림픽에 나오지 못하는 거다. 세계 선수권, 아시아 선수권 등은 줄 수 있다. 그건 얼마든지 금을 양보할 수 있었다. 이 대회로 만약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면 심판을 매수해서라도 입에 처넣어줄 거다. 하지만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은 안 된다.

그건 반드시 일본의 것이어야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기 때문에, 반드시 일본이 석권해야만 했다. 그것만 하면, 영전은 무조건이었다.

“마시로 군. 안되는 건 안 되는 거네. 이미 IJF 위원들도 등을 돌렸어. 자네가 오기 전에 연락이 와서, 징계위는 열리긴 할 테지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네.”

“그들이요? 징계위를 열긴 열겠답니까?”

“소집했으니 열긴 열겠지. 그러나 이 상황에 황금세대에 대한 징계는 안건조차 내지 못할걸세. 그리고…… 우리한테 징계가 박히겠지.”

“말도 안 됩니다! 우리가 그동안 한 게 얼만데!”

“쯔쯔. 없는 돈을 쥐여줬는데,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 보나?”

세탁된 돈.

출처 추적 불가.

그런 돈이, 그런 방식으로 배달됐다.

“그리고 마시로 군. 하나 조언을 해주자면, 나라면 지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주변 신변부터 정리할 걸세. 이제 대학에 올라가는 자네 딸과 평생 손에 물 안 묻혀본 자네 와이프는 건사해야 할 게 아닌가.”

“네?”

“쯔쯔, 그 난리를 치고도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나? 자네 지금 보니 양심이 너무 없군?”

“…….”

그 말이 끝난 직후, 그 말이 신호로 전달된 직후, 똑똑. 협회장의 저택 서재 문을 누군가가 노크했다.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동양인 사내 하나와 백인과 흑인 사내 한 명이었다. 척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의 등장에 마시로가 저도 모르게 일어나 물러나자, 혀를 찬 동양인 사내가 다가와 마시로의 손을 잡았다.

“고시키 마시로 씨?”

“네, 다, 당신들 누굽니까?”

“인터폴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을 뇌물수수 및 나탈리 포드 씨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죄명은 더 긴데, 일단 이걸로 갑시다. 나머지는 가서 알려드릴게.”

“네? 그게 무슨!”

나탈리 포드?

그렇게 하려 하긴 했었다. 하지만 의뢰는 반려됐다. 자신이 아는 인맥은 그 의뢰를 받지 않았다. 정 맡기고 싶으면, 천억 엔 정도는 가지고 오라는 말에 그냥 포기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확실히 그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포드 그룹의 임원에게 손을 쓰는 건. 그래서 차라리 거절해 준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왜?

‘엮였다.’

순간 마시로는 자신의 인맥과 가문, 자신이 아는 모든 이들이 자신을 버렸음을 직감했다.

“마시로 군.”

“…….”

회장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그는 씩 웃으며 염장을 질렀다.

“앞으로 일본 유도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볼걸세.”

“……칙쇼.”

끝났다.

완벽하게.

이 열도에,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음을 직감한 마시로는 체념하고, 고작 스무 살 언저리의 애송이 하나에게 완전히 무너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 * *

징계위는 열리긴 열렸다.

하지만 황금세대에게 징계를 주잔 얘기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당연했다. 과장 조금만 더 보태면, 전 세계가 황금세대의 편이었다. 아니, 편이다 못해 찬양했다.

CF와 기부.

한 운동선수의 선택을 화이트 하우스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감사를 표하며, 더욱 크게 찬양 여론이 일어났다. 아주 짧게 미스터 강의 선택을 존중하고, 감사하며, 기부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자신들이 잘 지켜보겠단 짧은 발표였지만 파장은 진짜 어마어마했다.

지영만큼 기부를 한 이들은 많다.

당장 한국만 해도 수십 억대의 기부를 한 배우나 인물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몇십억, 몇백억대의 기부를 한 연예인도 많았다.

강지영도 개인 자산을 출자해 후원 재단을 운영하긴 하지만, 한 방에 50억에 가까운 큰돈을 기부한 이들은 없었다.

이는 세계를 뒤져봐도 찾기 힘든 사례였다.

뭐, 자체적으로 엄청난 부자라면 가능할 거다. 그룹의 회장님쯤 되거나 하면. 하지만 지영은 그런 위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특수하긴 특수한 위치기도 했다.

어떤 전략적 선택에 의한 기부라고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큰 액수를 아무리 전략적이라지만 전부 기부한다는 선택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기 때문에, 지영의 선택을 살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섞여, 발 빠른 화이트 하우스의 지지 선언을 이끌었고, 이 선언은 다음 날 열린 징계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역으로 일본 협회에 강력한 경고와 범칙금을 먹이는 걸로 끝났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지영의 팬들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포드라는 거대 그룹이 해결해 주겠다고 나선 상황이니 이전보단 훨씬 마음이 놓이는 상황이었다.

이성진의 수술이 끝나고 10일 뒤, 지영은 그제야 한국으로 들어왔다. 정말 조용히 왔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팬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자극받은 팬들은 지영이 오자 조용히 박수로 환영해줬다.

가볍게 치는 박수였다.

하지만 워낙 많다 보니 마치 북을 치는 것처럼 소리가 울렸다. 지영은 팬들의 환영과 인사에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공항을 빠져나갔다. 보통 이러면 짧게나마 인터뷰를 하지만, 지영은 언론에 서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그래서 언감생심 그런 걸 바라는 사람도 없었다.

혹시 안 해주나?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공항의 인파도 많아서 지영은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한 뒤 그대로 공항을 빠져나와 서울 숙소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이성진은 곧장 병원으로 따로 이동했다.

미국에서야 수술 잘됐다고 엄지를 들어줬지만, 또 모르는 거다. 그래서 장세리 대표가 예약한 병원으로 곧장 이동해 검사를 다시 받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한 지영은 일단 캐리어를 창고 방에 넣고, 샤워부터 했다.

예전의 숙소 말고 친구들과 다 같이 쓸 수 있는 2층집 숙소였다. 지영이 씻고 나오자 임효중이 들어갔고, 1층에서도 강한결과 황석이 같이 샤워했는지 벌써 나와서 물기를 말리고 있었다.

씻고 모이자 시간은 저녁이었다.

멍하다.

하지만 배도 멍한지, 꼬로록 소리가 누군가의 뱃속에서 울렸다.

“배고프네, 뭐 시킬까?”

강한결의 말에 황석이 있어봐, 하고는 냉장고로 향했다.

“고기 많은데? 삼겹살도 있고. 한우도 있네. 이거 구워 먹을까?”

“그래? 좋지. 집에서 구우면 냄새나고 기름 튀니까, 밖에서?”

강한결의 말에 지영과 임효중, 황석의 고개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끄덕여졌다. 예전에 장세리 대표가 썼던 집인데, 창고에는 이미 캠핑 장비가 전부 있었다. 바비큐 그릴을 꺼내고 숯과 장작을 넣어 지피고, 의자와 테이블을 세팅하고, 마트에 가서 쌈 채소를 사다가 씻고, 캠핑을 즐기는 강한결의 지시로 몸을 움직이자 땀이 났고, 땀이 나자 이상하게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스물하나의 나이에 평생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삶의 반 이상을 매일같이 체력이 마를 때까지 훈련했던 황금세대였다.

새벽 운동, 오후 운동, 야간운동. 중간에 개인 운동에 공부, 각자 하고 싶은 연습까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쉴 틈 없이 몸을 굴렸다.

그러다가 한 10일간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더니 몸이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그렇게 무거워진 몸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니 땀이 나고, 땀이 나자 오히려 개운해지고 있었다. 비행의 피로도 있고, 시차 문제도 있는데 오히려 점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착착 세팅하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마음도 들뜨기 시작했다.

“성진이는 못 오겠지?”

“하루 입원해서 검사받는대.”

이성진은 오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만 찍어 보내주고, 회식 아닌 회식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맥주도 한 캔씩 마시고. 두 시간을 먹고, 두 시간을 떠들었다.

그리고 20시간을 내리 잤다.

세계 선수권이 남긴 후유증은 그렇게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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