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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03화 (30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03화

303화. 유도 챌린지(16)

강유진의 경기는 완벽했다.

[안다리 후리기! 절반! 강유진 선수 절반을 획득합니다!]

좌우, 굳히기와 메치기.

약점이 없는 기술 구사가 가능한 선수는 당연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이면 오른쪽, 왼쪽이면 왼쪽. 이렇게 딱 정해진 선수는 그쪽 자세의 기술만 방어하면 되는데, 양쪽은 전부 방어해야 하니 당연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강유진은 그런 스타일이었다.

자세라고 할 게 없이, 그냥 전부 가능했다. 오른쪽으로 서기도 하고, 반대쪽은 다시 반대로 서기도 하고.

강지영과 비슷하게 맞잡는 상황은 거의 피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기술을 풀어나갔다. 상대를 압박할 때도 굉장히 타이트하게 밀고 들어갔는데 김성혜가 그걸 받아서 되치기하려다가 스텝이 꼬인 걸 강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악! 소리와 함께 툭 친 안다리였다. 정말 가볍게 뒤로 빠지려는 발의 뒤에다가 툭 놓은 정도였다. 하지만 딱 그 정도도 깃을 잡힌 상태면 치명적인 기술로 변모했다.

급히 몸을 틀어 겨우 한판은 면했지만, 절반을 빼앗겼기 때문에 기존의 수비적 자세를 김성혜가 바꾸고 공격적으로 나오자, 그걸 잘 받다가 결국 밀고 들어오는 걸 받아서 업어치기로 한판을 돌려버렸다.

그렇게 준결승을 승리하고, 결승전도 화끈하게 허벅다리 후리기 한판으로 끝냈다.

스타 탄생. 다들 놀랐다.

남녀 통틀어 고등학생이 입상한 것도 처음인데, 심지어 우승이었다. 겨우겨우 우승한 것도 아니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강유진은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게 시청자들과 관중들의 시선을 쏙 빼앗듯이 잡아당겼다.

넘치는 피지컬과는 전혀 다른 외모도 외모였지만, 운동선수는 역시 실력이다.

그런데 그 실력이 200명이 넘게 나온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고, 그런 강유진은 심지어 강지영이 직접 일본에서 귀화시킨 선수였다.

강유진은 물론 동생마저 이지메 당했고, 성폭행하려고 집단으로 움직인 정황까지 이미 전부 매스컴을 탔다. 그런 실질적 위협을 받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지영이 나서 귀화시켰다는 이야기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노이즈 마케팅처럼 강유진의 인기에 힘을 더해 줬다.

특히 여성들에게, 강유진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어쩌면, 강유진은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외모.

능력.

가련한 이야기.

여기서 중요한 건,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일종의 ‘무력’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가련한 이야기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런 강유진은, 시상식 전에 지영을 찾았다.

강유진의 전화에 지영은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강유진이 자신을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복을 입고 싶다고?”

“……네.”

“왜?”

“그게…… 그냥 마음이 그래요.”

쭈글쭈글.

우승까지 한 강유진은 기가 한껏 죽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는 대회 담당자가 있었는데, 그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설마 드레스를 거부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옆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강유진에게 다시 물었다.

“드레스가 입기 싫은 거야? 쑥스러워서?”

“아니요. 아름다워요. 근데…… 그냥 저는 유도인이니까.”

“아아.”

강유진은 귀화하긴 했지만, 귀화 후 많이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습성이 일본에서 배운 게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유도를 생각하는 마음은, 고집적인 일본 유도의 풍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그게 강유진의 마음을 막는 것 같았다.

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건 어르고 달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진아.”

“네?”

“다들 턱시도 입고, 드레스 입는데 너 혼자 유도복 입으면 그건 너랑 같이 시상대에 서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행위야.”

“…….”

지영의 말에 흠칫 놀란 관계자가 그를 얼른 보며, 눈빛으로 그렇게 말해도 되냐는 듯이 쏘아붙였다. 그리고 놀란 강유진도 고개를 들어 지영을 바라봤다. 설마 지영이 이렇게 얘기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규칙이란 게 있어. 뭔지 알지?”

“네.”

“시상식 복장은 이 대회의 규칙인 거야. 게다가 이미 이런 대회라는 걸 너는 사전에 알았어. 그런데도 시합에 참가했고, 여기까지 왔지. 그 말은 너는 대회의 규칙을 모두 숙지했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뜻이기도 해. 그런데 이제 와 네 고집을 부리는 건, 그 규칙을 무시하겠다는 뜻이야.”

“……잘못했습니다.”

강유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드레스를 입는 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사전에 조율하는 게 맞았다. 대회 참가를 그만두든가 하는 쪽으로.

“그리고 지금 그 마음을 넘어서는 게, 유진이 네 마음속에 아직 자라 잡은 일본 유도의 잔재를 지워버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거고.”

“……잔재요?”

“한국은 유도를 스포츠로 대해. 하지만 일본은 유도를 무술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 정확히는 무술이었던 시절의 예절을 어느 정도는 전승하고 있지. 너는 처음부터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시상대에 드레스 차림으로 올라가는 게 꺼려지는 거야. 그건 무도인이 아니니까.”

“아…….”

강유진은 뭔가를 깨달은 얼굴이 됐다. 아니, 지영의 말에 분명 깨달았다.

유도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고 했다.

‘예시예종. 한국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

일부 체육관에서나 그걸 강조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할 거다. 그럼 엘리트 체육엔? 그딴 거 없다.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 스포츠는 겨룸이다. 반칙을 빼면 예의를 차릴 필요조차 없는 거다. 승부의 세계에서 예의란 사치와 다름없으니 말이다.

상대방이 다친 발을 걷어차는 비인간적인 짓만 안 하면, 배려 또한 굳이? 라고 생각하는 게 스포츠다.

승부에 약점을 파고드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니까 말이다. 혹자는 스포츠맨십이 없다고 하겠지만, 그거 따지다가 지는 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었다.

이런 건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도를 대함에 있어, 그들은 종주국이기에 좀 더 깊게 대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게, 아직 강유진의 정신에 남아 있었다.

반대로 지영은 그런 정신을 가진 게 나쁜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정신이 규칙을 위반하는 선봉장이 된다면 그건 문제라고 생각했다.

“입을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고마워요, 오빠!”

“고맙기는. 그럼 오빠 간다. 시상식 잘하고.”

“어? 아예 가세요?”

“응, 어디 들렀다가 갈 데가 있어서, 시상식은 못 보겠다. 미안.”

“힝…….”

풀이 죽은 강유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지영은 대기실을 나섰다. 그리고 시합장도 나섰다. 밖으로 나온 지영은 임은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끝났어?

“네, 어제 탔던 곳으로 갈게요.”

-그래.

대로로 이동한 지영은 잠시 뒤 도착한 임은진의 차에 올라,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음,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나의 무사님 시즌3 미팅이. 너무 이른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슬슬 해야 할 시기였다. 여름이 지나면 촬영에 돌입해야 하고, 지영은 앞으로 선수촌에 있을 거라서 시간이 있을 때 미리미리 해두는 게 최고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주연배우와 관계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카운터 근처에 있던 이연이 가장 먼저 지영을 반겼다.

“어, 왔어?”

“네, 누나. 안녕하세요.”

“웅, 지영이 오랜만. 살 빠졌네?”

“하하, 감량 중이라서요.”

“아, 요즘 인기 장난 아닌 더 챌린지?”

“네. 이벤트 매치에 서는데 그때도 계체하거든요.”

“와, 힘들겠네.”

“하하, 그래도 해야죠. 저희 덕분에 시작된 대회인데.”

사실 이벤트 매치는 선수들이 힘들까 봐 감량하지 말까란 말도 나왔지만, 아무리 이벤트라고 해도 경기의 긴장감을 살리려면 감량은 필수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감량을 안 하면 73 선수들은 보통 80은 나갈 건데, 이 경우에는 몸이 붓고, 무거워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단 단점이 생겼다.

그래서 그냥 빼는 걸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그 결정에 지영은 당연히 불만이 없었다. 체중을 빼는 건 언제나 힘들지만, 그건 이런 체급별로 나뉘는 종목에 종사하는 선수의 숙명과도 같았다. 그러니 힘들어도 받아들여야 함이 맞았고, 지영은 다행히 즐기지는 못해도 참고 견디는 정도는 하는 중이었다.

“너도 참 고생이다. 그럼 저녁 못 먹겠네?”

“아니요. 고기는 좀 먹어도 됩니다. 많이는 못 먹겠지만.”

“그래? 다행이다. 아, 들어가자. 다들 너 기다려.”

“넵.”

이연, 임은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제작사, 방송사 등등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다들 일어나 지영을 반겼다. 꾸벅꾸벅 인사하고, 이제는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자신에게 하는 아부도 적당히 받아넘기면서 지영은 미팅을 진행했다.

“그럼 적어도 올해 10월까지는 준비를 끝내야겠네요?”

“네, 그래야겠죠? 여기 강지영 선, 아니, 배우의 올림픽이 9월에 끝날 테니까요. 그러면 이후 다시 연기 감 좀 잡고, 그런 다음 11월에 들어가는 거죠. 작가님 대본 보니까, 시즌 3는 혹한의 느낌이 강하게 나더라고요.”

“방송은 그럼 26년에?”

“네, 1분기로 편성하면 됩니다.”

얘기가 오가다가, 제작사 측에서 지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때요, 강 배우님?”

“그땐 괜찮을 것 같아요.”

따로 잡힌 스케줄은 없다. 다만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사이의 짧은 시간을 반드시 이용해야 했다. 총 24부작. 이번엔 마지막이라 화차도 길어서 어쩌면 촬영과 훈련을 동시에 병행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무리한 스케줄을 용납할 임은진이 아니었다.

“우리 배우님은 괜찮다고 하지만, 촬영 시작 시기를 좀 더 당겨줬으면 좋겠어요. 24부작이면 적어도 반년은 매달려야 하는데, 우리 지영이가 가진 선수로서의 목표가 그랜드 슬램이거든요. 아시안 게임은 그러니 반드시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해야 해요. 그러려면, 훈련 기간이 넉넉한 게 좋겠죠?”

“아, 그, 그렇습니까?”

살짝 기에 눌린 제작사 대표의 눈빛엔 아니, 그 이전에 올림픽 금메달이 먼저 아닙니까? 하고 담겨 있었다. 그리고 다들 비슷한 눈초리였다. 그러나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이는 없었다. 괜히 입 밖으로 꺼냈다가 부정 탈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강지영이면, 욕을 퍼먹는 정도로 안 끝날 수도 있다는 걸 이 눈치 빠른 양반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네, 음, 좀 더 빠르게 해도 됩니다. 우리 배우는 준비성이 철저하니 올림픽 끝나고 짧은 휴식 뒤 들어가도 괜찮아요.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감을 찾을 수도 있고요.”

“그 정도 휴식으로 괜찮겠습니까? 올림픽인데, 너무 짧은 거 아닐까요?”

“이건 배우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아, 배우가…….”

모두의 시선을 받은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요?”

홍진아의 되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다시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진짜 그 정도면 돼요. 그리고 오래 쉬면 오히려 더 안 좋아요. 감을 아예 잃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적당히 쉬고, 움직이는 게 훨씬 좋아요. 누나 말처럼 이주면 충분해요. 그리고 마지막인데, 시간에 쫓기면서 찍는 건 솔직히 좀 그렇잖아요?”

“그거야…… 그렇긴 하다만. 흠, 알겠어요. 그러면 우리 배우님 스케줄을 맞춰서…… 미안한데, 다들 시간 좀 내주세요.”

홍진아는 이연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을 보며 양해 아닌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심수정도, 강서훈도 지영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잘 알기 때문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

이연은 오히려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이야, 우리 지영이. 시작할 땐 나보다 한참 아래였는데 이제는 이 누나가 쳐다보기도 힘든 곳에 있구나? 어때, 누나 따라 이거 하길 잘했지?”

“하하, 그러게요. 고마워요. 다 누님 덕분입니다.”

“야, 누님이 뭐야, 누님이!”

“왜요? 그렇게 큰 도움 주신 분을 어떻게 건방지게 누나라고 불러요? 양심도 없게. 깍듯이 모실게요, 누님.”

“……내가 미안하다.”

누나라고 해줘……. 그 말과 함께 이연이 양손을 들어 항복을 표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미팅은 이어서 조금 더 진행되다가 끝났다.

세부적인 스케줄은 준비과정에서 짜는 거고, 오늘은 러프하게 알아보는 거라 사실 길게 끌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미팅을 끝내고, 지영은 진천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주 뒤 3월 1일 토요일. 지영은 기념적인 날에, 의미심장한 이벤트 매치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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