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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91화 (29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91화

291화. 유도 챌린지(4)

황금세대의 공식 대회 중, 출전해야 하는 건 2월 말의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었다. 유도 2차 선발전은 보통 2월 말이나 3월 초에 열리고, 이 대회가 한 해 대회 스케줄의 스타트를 끊는다.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는 당연히 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이 제법 되지만, 그 이전에 빅 이벤트가 먼저 치러질 예정이었다. 새해에 들어서도 인기가 식지 않은 ‘더 챌린저’ 대회 때문이었다. 사성에게 외주를 받은 이벤트 회사는 매일같이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체급별 참가 신청이 얼마나 됐는지를 알려줬는데, 그 인원이 확실히 장난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가장 한국인의 보편적인 체형과 신장에 속하는 66과 73 체급에 참가 신청을 한 은퇴, 현직 선수들의 수는 무력 330명가량이었다. 이게, 한 체급이었다. 선수 인프라가 가장 넓었던 2000년대 초반에 중, 고등부 출전 선수가 200명 안팎이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수였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선수가…… 너무 많았다.

입촌 직전, 지영은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전달받았다. 그래서 입촌 하루 전 지영은 서울로 향했다. 당연히 쉬고 있던 친구들도 같이 올라갔다. 사성 측과 다시 만난 지영은 현재 참가 신청자 현황을 듣고는 좀 질려버렸다.

66과 73, 이 두 체급만 합치면 약 700명 정도였다.

“여자부는 그래도 좀 적어요. 한 200명…… 내외?”

지영의 팬이면서, 사성의 기획팀 대리인 장민아의 말에 다들 질린 표정을 지었다. 200명이다. 여자부만. 남자부는? 지영의 체급은 벌써 330을 넘겼다. 무려 300을 말이다. 현재 중, 고등부 전국대회 참가 인원이 50에서 60 사이인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 많이 나온 거다.

“어, 음. 많네요?”

“네, 아하하……. 너무 많죠?”

“근데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이성진의 말에 장민아는 그냥 어색한 웃음을, 임효중이나 지영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공식 대회가 아니었다. 첫 미팅에 말이 나왔던 중계권은 MBS가 가져갔다. 그러니 더 챌린저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약 4주에서 5주간 중계가 확정됐다.

그런데 중계에 이들의 시합을 전부 보여준다?

그건 시간 낭비였고, 오히려 대회를 망친다고 봐야 했다. 사성도 그걸 알아서 난감한 상태였고, 지영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너 같으면 황금 같은 주말에 종일 TV에서 유도 예선전만 틀어주면 좋겠냐?”

“어…… 그러네.”

300명이 넘는다.

한판씩 쳐낸다고 쳐도,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은 진짜 상당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시합을 치른 선수들이, 나중 후반부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힘들지…….’

유도는 진짜 짧은 시간에 진이 쭉쭉 뽑혀 나가는 종목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해야, 겨우겨우 끝날 거다. 그러니 결승쯤엔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닐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너무 중구난방이겠는데? 이 정도 인원이면 경기장 여덟 개에 풀로 돌려야 해. 선수도 선순데, 심판이 이걸 버틸까?”

점심시간?

꿈도 못 꾼다.

그럼 심판이 로테이션으로 계속 돌아야 하는데 이걸 과연 하려고 하는 심판이 있을까? 종일 쉬지 않고 경기를 봐야 하는데? 보통 유도 심판들이 코치거나 지도자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시간을 내줄 사람도 거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덟 개의 경기장에서 풀로 시합을 내보내면, 솔직히 무슨 도떼기시장 저리 가라일 건데 그래서 집중되겠어? 나 같아도 별로 안 보고 싶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영의 조용한 말에 박정완 팀장이 바로 동조하고 나섰다.

“그럼 해결 방법은 있는 건가요?”

“……몇 가지 방안을 세우긴 했습니다.”

박정완 팀장에게 들은 몇 가지 방안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 제일 마지막에 나온 게 가장 나아 보였다.

-메인 시합이 있을 주말 전, 평일에 예선전을 치른다.

-경기는 16강까지.

-이후 예정대로 토요일, 일요일에 중계한다.

나쁘지 않은 방안이었다.

대회 자체를 아예 올림픽처럼 하자는 의견이었다. 올림픽은 랭킹 상위 16위권 안에 선수들이 나와 자웅을 겨룬다.

“도쿄 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이날은 남자, 여자 한 경기씩 집중해서 시합하는 걸로 스케줄을 짰습니다. 그런데도 결승전이 끝나는 시간은 저녁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종일 중계할 수 없으니 오후 1시부터, 저녁 5시에서 6시 전까지 빠르게 시합을 진행하는 겁니다.”

박정완 팀장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16강까지 올라온 선수들이 경기력이 더욱 살아날 거고, 애초에 기획한 이벤트 ‘쇼’의 모습에 더욱 부합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쉬웠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많았다.

“그럼 역시 심판이 문제네. 아무나 받아서 심판을 볼 수 없으니.”

“그렇지. 유도에서 심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데.”

임효중과 이성진의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혔다. 확실히 주말은 그렇게 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말 스케줄을 빼기 위해 평일에 치러야 하는 스케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판이 문제였다.

유도에서 심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크다.

황금세대처럼 압도적인 실력이 아니면, 솔직히 심판 재량에 경기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니 아무나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강한결이 답을 내놓았다.

“팀장님. 차라리 IJF에 협조를 요청하세요.”

“IJF면, 세계유도연맹 말인가요?”

“네. 총 5주간, 경기를 봐줄 심판을 보내 달라고 하세요. 분명 좀 더 돈이 나가겠지만, 선수들과 따로 지연과 학연이 없는 심판을 모셔 오려면 그쪽에서 보내주는 게 가장 좋아요.”

“음…… 그렇긴 하겠네요.”

강한결의 의견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확실히, 누구도 심판 빽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면 IJF 소속 국제심판이 오는 게 최고였다.

아무런 명예와 명성도 없는 대회지만 이미 이 대회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이 대회의 주최자가 다름 아닌 사성그룹이다. 가전, 휴대폰에서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거대 그룹의 협력 요청이니, IJF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모든 협회는 종목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단순히 유도 선수들의 활동을 서포트하는 것만이 협회의 존재 목적이 아니었다. 이권 보호, 활성화 등등, 다양한 업무와 의무를 지고 있었다.

그래도 상식적인 IJF니, 사성의 이벤트에 도움을 줄 거라 예상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다.

유능한 엘리트들이 문제가 생기는 족족 분해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니 확실히 정리하기가 편했다.

특히 지영은.

‘대회를 올림픽의 형태로 꾸렸다는 게 신의 한 수야. 이게 이벤트 자체의 매력을 확실히 올렸어.’

중구난방, 총 8개의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시합은 보기만 해도 눈 아프다. 그리고 시합장 자체도 정신 사납다.

한 체급씩 진행한다고 해도 선수만 무려 4, 500명이다.

그럼 그 선수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온다고 치면 체육관이 북새통을 이룰 게 분명했다. 거기에 팬까지 들어오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을 게 분명했다. 이렇게 되면 유도 경기를 보러 온 팬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예선전을 따로 치르게 되면,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다.

예선전엔 선수의 팀과 가족만.

본선엔 선수의 팀과 가족이 와도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팬과 함께 들어와도 크게 부딪칠 일도 없었다.

이런 문제의 해소도 좋지만, 지영은 ‘쇼’의 성격을 더 극대화한 게 좋았다.

유도는 무도에서 출발했다.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유도, 태권도, 검도 등등, 전부 무도, 혹은 무술이라 부르는 장르에서 출발했다. 정신, 육체 수양 등등의 무술이 지금은 스포츠화된 거다. 그리고 스포츠는 ‘쇼’다. 쇼는 관객이 있어야 하고, 이 관객의 ‘수’에 따라 인기와 비인기 종목이 갈린다.

도쿄 올림픽에서 유도 종목은 ‘쇼’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진행을 보여줬다.

딱 한 체급.

남자와 여자 한 체급씩 진행하며 최대한 선수와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게 했다. 그렇게 경기하면 좋은 점이, 16강이나 8강에서 진 선수들도 스포트라이트를 일시적이지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쇼는 더욱 불타오른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열광할 것이고, 어쩌면 새로운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는 ‘장’이 될 수도 있었다.

지영은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진 게 너무 기꺼웠다.

그래서 장민아 대리가 고마웠고, 사성에게도 고마웠다. 비록 사성이 이런 기획을 한 게 자신이라는 한 인간의 유명세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걸 지영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걸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으니 대만족이었다.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다시 얘기를 나누기로 하고 자리를 파했다.

사성 기획팀이 떠나자, 지영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거대한 나비효과야.’

이런 대회?

당연히 회귀 전엔 없던 대회였다. 사성에서 유도 대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유도인들 전체가 조소를 날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사성에서 개최하는 유도 대회가 진짜로 생기기 직전이었다.

이 모든 게, 강지영이란 한 회귀자가 만든 나비효과였다.

그래서 솔직히 지영은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했다. 사실 지영은 유도를 흥행시켜야지! 이런 거창한 목표 의식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겠지만 그냥 어쩌다가,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말해 노림수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단 소리였다.

그러나 자신이 행했던 것들의 나비효과로 이렇게 유도의 흥행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니, 이건 이것대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런 지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협회는 아주 이를 갈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지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뭔가 되게 뿌듯한 얼굴이다?”

이성진의 놀림에 지영은 그냥 씩 웃었다.

그러자 놀린 이성진이 오히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왜 그렇게 한방에 인정해?”

“그냥. 네 말처럼 좋아서. 음, 그래도 내가 유도에 어느 정도 기여는 한 느낌? 그게 좀 좋은데?”

“올, 솔직한데? 근데 거기에 나도 지분 좀 있지 않아?”

“너? 넘치지.”

“그치? 휴, 다행.”

이성진의 너스레에 다 같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현재 유도 흥행 지분의 70%쯤은 무조건 지영의 몫이었다. 그럼 나머지 30%는? 황금세대다. 인성과 실력, 그리고 외모를 갖춘 인간들이 우연히 다 같이 몰려 있어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뽑아낸 결과가 지금이었다.

“지영아. 이거 기사 봐.”

“응? 뭔데? 이게…… 뭐야. 헐.”

황석이 보여준 기사를 읽은 지영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본발 기사였다. 일본 쪽에서 왜 우리가 유도 종주국인데 이런 대회가 없냐며 그러자, 일본의 유도협회에서 성명을 냈다.

그런데 그 성명이 진짜 기가 막혔다.

유도는 예를 중시하는 자기 함양의 무예이기 때문에 금품을 건 저런 야만적인 대회는 열 필요도 없고, 열어서는 안 된다는 답을 내놓은 거다.

“예시예종은 인정이지. 그런데 뭐? 야만? 와, 여기도 진짜 생각들 안 하고 사는구나…….”

천하의 강한결이 이런 답을 내놓았을 정도로, 정신머리가 나간 말이었다. 이미 유도는 스포츠화됐다. 그래서 올림픽에 정식으로 등록되었다. 올림픽은 그럼 무엇이냐. 지구촌 축제다. 축제. 축제라 함은 즐기는 것이다.

그 즐길 거리 중 하나가 바로 ‘유도’인 것이다.

올림픽의 원래 본질은 신체, 정신적 발전을 도모하고, 스포츠 정신을 통한 우의 증진으로 세계 평화를 이바지하고 등등의 이유가 있다만, 절대다수의 사람이 올림픽은 이런 세계 평화를 위한 종합체육제전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 세상이 하나 되는 합일의 장이라 생각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올림픽 자체를 축제라 생각했다.

선수들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선수보다는 일반인이 몇천 배는 많았다.

그래서 요즘 한국의 추세도 입상, 1등 주의에서 벗어나 참가와 경기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를 쓰고 올림픽을 개최하고 종주국인 유도 종목에서 여러 가지 ‘편법’을 쓴 일본유도협회가 유도는 스포츠가 아니라 무도? 무예라고 한 거다.

그래서 지영은.

“개소리도 참 신박하게 하네.”

이런 감상평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본의 개소리를 뒤로 하고 2월 초, 더 챌린지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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