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74화
274화. 나의 무사님S2(21)
파사삭!
흩날리는 검과 칼의 파편.
순간의 격돌이 빚어낸 광경에 협곡의 전투가 일순 멈췄다. 전투의 향방을 결정하는 격돌이라는 건 이족도 알고, 호위군도 알았다. 그리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후 또한, 알고 있었다.
결과는, 양패구상이었다.
“…….”
“…….”
재의 앞섶에 사선으로 혈선이 그어졌다. 반 토막 난 검으로 기어이 재의 가슴을 갈라버린 것이다. 하지만 진도 무사하지 못했다. 서로의 무기가 깨졌을 때 먼저 적의 몸에 일격을 넣은 건 재였다. 그는 진의 검처럼 부서진 칼을, 그의 옆구리에 깊게 박아넣었다.
순간의 교차.
스쳐 지나가며 재가 먼저 칼을 진의 옆구리에 박았고, 그 바로 뒤로 진이 재의 앞섶을 갈랐다. 이번 상처는 깊었다. 눈앞이 검격으로 번쩍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하게 날아갈 것처럼 멀어졌었다. 출혈 또한 이전에 입은 상처보다 훨씬 더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 정도 출혈이면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그게 그나마 유일하게 살 수 있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비척거리며 물러나는 재. 쿵! 진 또한 옆구리에 박힌 검 때문에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
옆구리에 박힌 재의 칼이 내부장기를 건드렸는지, 쉽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공포를 느끼거나, 겁을 집어먹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담담하지만, 조금은 지금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제국제일검의 칭호를 받은 이후, 과연 진은 지금처럼 다쳐본 적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일신상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일단 검의 표식만 보고도 꼬리 마는 게 보통일 테니 싸울 일 자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재는 그게 자신을 살렸음을 알았다. 진은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그 강함의 깎는 요인이 있었는데, 바로 실전의 부재였다. 실전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재처럼 실전 경험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게 양패구상의 결과가 나오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진의 압도적인 무위는 경험 때문에 줄어들었고, 재의 부족한 실력은 경험이 뒷받침해 줬다. 진은 그걸 아는지, 크게 불만인 기색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 건 지금 눈앞이 빙빙 돈다는 거였다.
“재!”
나무 위에서 저격 임무를 수행하던 연인이 재가 비틀거리며 물러서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족의 전사들은 그런 재를 보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재는 그걸 강하게 막았다.
“제국제일검이 쓰러진 지금이 기회니까 멈추지 마!”
움찔!
재의 외침에 이족 전사들은 물러나려는 걸 멈추고, 이를 악물고 다시 전투를 수행했다.
“재! 괜찮아?”
“……응, 선고. 다시 올라가. 올라가서 후를 노려.”
“그건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올라가는 게 시야 확보가 더 잘될 것 아냐. 그러니 잔말 말고 올라가.”
“이익!”
재의 냉정한 말에 선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날카롭게 전장을 살펴보는 재가 못마땅했지만 원래 이런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이라서 선고는 이 사람이 좋았다.
어쩔 수 없이 선고는 다시 뒤로 빠졌다.
하지만 빠질 때 빠지더라도, 그냥 빠질 수는 없었다.
“일단 가슴 상처 압박만 하자.”
“…….”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재. 선고는 그게 무언의 긍정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얼른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죽죽 찢어, 재의 가슴을 동여맸다. 이걸로는 당연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상처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재의 상처를 봐준 뒤 선고는 다시 뒤로 빠졌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호위군은 여전히 단단한 모습으로 후의 앞을 막고 있었고, 이족의 전사들은 틈을 강제로 열어, 찢어버릴 기세로 달려들고 있었다. 열릴 듯, 열리지 않는. 호위군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이족 전사들이 약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정말 강력한 집단이었다. 그런 호위군은 이족 전사들에게 벌써 적응했는지 공격을 아주 효율적으로 막아가고 있었다.
‘안 돼. 이래서는…… 못 뚫어.’
쓰러져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진. 재는 진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자신이 움직여도 같이 참전하진 못할 거라는 걸 확신했다. 칼날이 아마 제대로 내부장기를 건드려서, 잘못 움직이며 대량출혈은 물론 다른 장기까지 상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그나마 가슴이 갈라진 재가 상황이 조금은 나았다.
그래서 재는 몸을 다시 일으켰다.
“끄응…….”
화르르! 피어난 불길과 같은 고통이 전신을 내달렸다. 신경을 타고 내달린 고통은 순간적으로 시야를 하얗게 물들일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재는 그걸 이빨을 꽉 깨물어, 버텼다. 일어나야 했다. 전투에서 대장은,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됐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에겐 지대한 사기의 상승을 가져오는 게 바로 대장의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장전을 치르고 난 뒤라면, 결과가 양패구상이라면 지금 일어나는 건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재는 일어나며 주변에 떨어져 굴러다니던 한 이족의 칼을 쥐고, 그걸로 바닥을 찍어 버텼다. 자신이 쓰던 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무기지만, 그래도 무기가 손에 들어오자 안정감이 달랐다.
재의 시선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제국제일검에게 향했다.
그는 재를 보다가 자신도 일어나려고 했지만, 진짜 장기가 재가 찔러넣은 칼날에 걸려 있는지 인상을 일그러트리기만 할 뿐, 재처럼 일어나진 못했다.
승패가 갈렸다.
부상은 분명 양패구상이지만, 여기서 승패가 제대로 갈렸다. 재는 일어났고, 그는 일어나지 못했으니. 적장의 목을 취했단 외침을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족의 전사들은 확실히 사기가 상승했다.
“죽어라!”
머리에서부터 떨어지는 거대한 도끼.
호위군은 그걸 방패로 튕겨냈다. 하지만 워낙에 힘이 제대로 실려 있었기 때문에 작은 균열이 생겼고, 그 사이로 다시 벼락처럼 화살 한 발이 파고들었다.
퍽!
악! 하는 비명이 들리면서 순간적으로 방패와 방패 사이의 균열이 확 넓어졌다. 그리고 그곳이 약점이라는 걸 깨달은 이족 전사들이 우악스럽게 파고들었다. 쩍, 쩌저적. 그렇게 단단하던 벽에 결국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단단한 제방도 작은 구멍 하나가 생기면 결국 금이 가 깨지는 법이다. 호위군도 잘 버텼지만, 그들의 대장인 제국제일검이 무릎을 꿇었고, 이어지는 전투에서 승기를 잡지 못해 결국 구석으로 내몰렸다.
천천히, 서서히 전투의 끝이 오고 있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후를 바라봤는데.
‘왜?’
후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줄 호위군이 계속해서 밀리고 있는데 후는 웃고 있었다. 심지어 여유까지 느껴졌다. 재는 그런 후의 모습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지? 허장성세? 아니야. 후는 그럴 인간이 절대 아니야.’
그렇다면 후가 저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이 나오는 실질적인 뭔가가 있다고 봐야 했다. 재는 그게 뭔지 고민하는 찰나. 아, 하고 탄식을 흘렸다.
후가 웃을 수 있는 이유.
“……함정.”
호위군이 밀려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유를 따지면, 그것밖엔 답이 없었다. 재의 표정을 봤는지 후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후가 섭선을 들었다. 그러자 마차 뒤에서 삐이이잇! 날카로운 호각이 울렸다. 그 소리는 전투를 일시에 멎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다시 전투가 시작됐다.
그런데…… 호각이 울리고 난 뒤 호위군은 대번에 달라졌다.
눈을 빛내더니 오히려 악착같이 이족 전사들을 다시 밀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죽었다가 살았단 표정들을 하고서. 재는 반사적으로 뒤를 바라봤다. 두드드. 사사사삭.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숲의 어둠 건너편에서 이쪽을 향해 아주 정확하게.
“어리석은 백적 단주. 설마 내가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 같았습니까.”
“…….”
아아, 그래.
저 녀석은 후였다.
제국 제일의 두뇌.
천뇌라는 별명을 약관이 되기 전에 받아 든, 지독히도 명석하고 영민한 자였다.
재는 그걸 까먹지 않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후는 더욱 대단했던 거다.
“당연히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협곡을 백적 단주가 선택하리란 것도.”
“…….”
맞다.
함정이었다.
애초에 재가 샨강을 넘은 순간부터 뒤를 쫓아온 추격대가 있었고, 이미 포위된 상태였다. 땅을 파고 드러누웠을 때부터 말이다.
“그럼 어째서 우리가 매복했을 때를 노리지 않았지?”
그게 의문이라 물었더니.
“그랬으면 협곡을 넘어 도망쳤을 것 아닙니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를 완벽하게 잡기 위해 스스로 사지로 들어왔다?”
“백적 단주. 저 남해의 어부들은 먼 바다로 나가 질 좋은 고기를 바늘에 걸어 낚시를 한답니다. 그 미끼를 시전에 내다 팔면 일가족이 며칠은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낚싯바늘에 건답니다. 왜 그럴 것 같습니까?”
“…….”
“그 어부가 낚시에 미쳐서일까요?”
그럴 리가…….
그 정도는 재도 안다.
좋은 미끼에, 좋은 낚싯대가 합쳐지면 두루치도 잡을 수 있다. 즉, 후는 자신이 스스로 미끼가 되어 재를 완전히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소리다. 협곡다리는 재가 직접 끊었다. 아래로는 협곡의 강이 흐르고 있지만 워낙에 물살이 빠르게 바위도 많아 떨어지면 구할 이상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제국제일검과 그가 이끄는 호위군이 있으니 나올 수 있었던 함정이었다. 게다가 뒤로 접근 중인 추격대까지 합치면, 이곳은 정말로 사지였다. 죽을 땅. 살아 돌아가기 힘든. 그런 장소였다.
하지만…….
“고작 호위군 정도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글쎄요. 지금도 뚫지 못하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망가진 몸으로는 뭘 할 수 있습니까?”
“비록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너 하나 죽이는 건 충분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뭐, 해보십시오.”
후의 차가운 웃음에 재는 상체를 억지로 세웠다.
죽여야 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였다.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된다고 해도, 결국 죽음으로 족쇄를 푼다고 해도 그래도, 후만큼은 죽여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이곳에 온 이유가 없었다. 지금 놈의 행동으로 재는 더더욱 반드시, 후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 목숨을 미끼로 삼을 정도의 담대한 정신까지…… 공주마마가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니야.’
연이 못하다는 게 아니었다.
후가 너무 대단했다. 아무리 연이 잘 해주어도, 후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란 무리였다. 그걸 깨닫고 나자 반드시 이 자리에서 후를 죽여야겠단 다짐이 다시금 확실하게 섰다.
‘하지만…… 어떻게?’
호위군이 되살아난 지금, 밀고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선택지가 없었다.
“후웁, 후우…….”
숨을 길게 마셨다가 뱉은 재는 손에 익지 않은 칼을 들어 올렸다. 이 동작만으로도 가슴에서 불길이 일어났지만, 어차피 마지막이다. 가슴의 흉통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필요도 없었다. 재가 움직이는 걸 기점으로 전투가 재차 시작됐다. 치열하고 격렬했다. 뒤에서 추격대가 포위망을 좁혀오는 소리가 이제는 그냥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달려라! 하고 재촉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니 길어야 일각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보다 못한 능력을 보여주거나, 다치거나 하면 보통 쓰는 말이지만 이건 사실 비교 자체가 틀렸다. 저 말이 제대로 들어맞으려면, 적어도 상대 또한 호랑이여야 했다. 그냥 인간에게는 호랑이의 이빨이 빠져도 두렵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왜냐고? 앞발로 가볍게 후려치기만 해도 목이 부러져 죽을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재가 그랬다. 가슴에 연달아 입은 부상으로 이전의 실력만큼 나오진 않았지만 재는 그래도 재였다.
제국제일검마저 꺾은 무사.
상처 입었지만, 지금 이 순간의 재는 제국제일검의 칭호를 찬탈한 자였다. 그런 재가 전장에 난입하자, 전황은 급속도로 기울었다. 이걸 예상하지는 못했는지 후의 표정에 금이 갔다. 여유만만하던 표정이 간 금을 확인한 재는, 그나마 안도했다.
‘너도 전능하진 않구나.’
그래, 인간인 이상 실수는 당연하다.
재가 후의 진면모를 못 알아봤던, 후 또한 재의 진면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거다. 재는, 늑대였다. 순한 양 떼 사이로 난입한 늑대였다. 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후의 당황한 얼굴을 마주한 뒤로, 세상의 색이 바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재는 당황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그리고 호위군을 완전히 찢어발겼다. 찢어진 호위군은 이족 전사들의 먹이에 지나지 않았다.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나자, 후가 눈앞에 보였다. 당황한 기색이나, 역시 후는 후다.
문답 무용으로 쳐낸 일검에 가슴이 갈렸는데도, 벼락처럼 검을 마주 휘둘러 재의 가슴에 또 상흔을 새겼다.
퍽!
퍼억!
그리고 교차하며 옆구리와 가슴에 서로 한 방씩 주고받았다.
“괴물 새끼…….”
아무리 상처 입었다지만 재의 몸에 칼이 닿았고, 발도 닿았다. 이는 일신상의 무력이 상당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격돌했다. 빌어먹게도…… 후는 검도 잘 다뤘다. 단순히 휘두르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단련까지 한 모양이었다.
퍽!
서걱!
그러나 재를 상대하기란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커으윽…….”
피를 토하며 주저앉는 후.
재는 그런 후를 향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잡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 다가가려는데, 옆에서 뭔가가 날아들었다.
퍼억!
“큭…….”
출혈 때문에 둔해진 몸이라 피한다고 피했는데, 어깨에 제대로 틀어박혔다. 제국제일검 진의 반쪽짜리 검이 어깨에 박혔다. 그런 재의 모습에 후는 조소했다. 그리고 재도 웃었다. 진도 그렇지만, 후의 상처도 절대 가볍지 않았다. 가슴을 제대로 두 번이나 갈랐기 때문에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살아난다는 보장도 쉽지 않을 정도의 부상이었다.
“그래도…… 다행이군.”
멱을 따진 못했지만 적어도 저렇게는 만들어 놨으니 누가 됐든 간에 마무리를 지어줄 것이다.
“이노옴……!”
그래서 웃는데, 호위군 중 하나가 달려와 재를 방패로 받아버렸다. 반항도 못 하고 몸이 붕 떠서 뒤로 날아가는 재.
“아, 젠장…….”
이 뒤는 분명. 절벽일 건데.
이미 바닥에 떨어졌어야 했는데, 몸이 끝도 없이 떨어졌다. 갑자기 시야가 뒤집히며 후는 보이지 않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만 보였다. 그 하늘이 마치 자신의 일생 같았다. 화창하지도, 먹구름이 가득하지도 않았던 일생 말이다.
‘그래도 후회 없는…….’
삶이 될 줄 알았건만.
“재……!”
한 여인이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는 것을 보자, 후회가 가득한 삶으로 변했다. 살리고 싶었던 여인이 자신을 안는 순간, 재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끝까지, 먹구름처럼 흐릿한 일생이었다.
-재는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