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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60화 (260/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60화

260화. 나의 무사님S2(7)

후우.

날이 바짝 섰다.

앞에서 조명을 받아 시리게 빛나고 있는 저 날카로운 것들이 실제로 진검이 아님을 아는데도, 신기하게 저 소품을 보자 긴장감이 가득 올라오면서 날이 바짝 섰다. 그런 감각 때문에, 지영에게서는 십수 년을 넘게 스턴트에 매진한 배우들도 무시하지 못할 기세가 느껴졌다.

꿀꺽.

긴장감이 고조됐다.

스윽, 한 배우의 움직임에, 지영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인질역 배우의 머리채를 강하게 잡아챘다.

덜컥!

“으윽!”

그러자 목이 덜커덩! 흔들리며 제안 성주 역을 맡은 박종철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지영은 이미 한껏 몰입한 상황이라 그 신음을 듣고도 오히려 좀 더 강하게 날을 목에다가 바짝 댔다.

극 중 재는 별동대였다.

대군을 이끌어본 경험이 사실상 전무해서 재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러 움직였다. 그게 바로 이런 작전이었다.

암살.

극 중 제안은 샨강과 가장 가까운 성이었다. 남부 지역의 도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의 모든 물류가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제안 성주는 후의 열렬한 신도였다. 애초에 후가 이런 중요한 성의 성주로 임명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제안 성주는 철저하게 후의 편에서, 물자를 조달했다.

보급을 꾸리는 것도 그의 임무였다.

저번에 재가 목숨을 걸고 털었던 보급대도, 이 자 제안 성주가 보냈다. 연은 이런 보급에 문제를 줌과 동시에 제국의 다른 신하에게 경고하기로 했다. 후를 따르면 죽는다는 강력한 경고를 말이다.

그 결과, 재가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시작 전에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샨강을 넘는 거야 야음을 틈타면 그리 어려운 건 아니지만,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이곳 제안이기에 이쪽 제안 성주의 방비는 매우 단단했다. 항상 백이 넘는 호위대와 함께 움직였는데, 그 호위대도 생각보다 강한 무력을 갖추고 있어 상대하는 게 그리 쉬운 것도 아니었다. 돈에 팔린 무사들이지만, 돈에 팔릴 정도의 무력을 갖춘 이들이란 의미도 됐다.

용병, 낭인과 비슷하지만, 그것보단 좀 더 부드러운 족속들이었다.

그런 나름의 명성을 갖춘 호위대를 뚫고 제안 성주를 죽이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연은 보냈다. 선고는 다른 작전을 맡았기 때문에, 재는 이곳에 총 다섯의 이족을 데리고 진입했다.

그리고 그 이족은 전부 성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애초에 함께하기 힘들었다. 이족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 때문에 같이 들어왔으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걸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가 있었지만, 연은 작전을 강행했다.

앞서 말한 것들이, 제안 성주를 잡고 났을 때의 이점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냉정했던 이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처럼, 차갑던 이연의 얼굴에 연기하는 내내 감탄한 지영이었다.

“컷!”

기다리던 외침에 지영은 표정을 갈무리했다. 갑자기 표정을 확 풀면, 나중에 쓸 수도 있는 장면이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후우. 자연스럽게 표정을 갈무리하고, 머리채를 놓은 지영은 박종철 배우에게 바로 사과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나? 어어, 괜찮어. 신경쓰지 말어. 허허.”

이제 60을 바라보는 박종철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면서 괜찮다고는 하지만, 박종철은 소위 말해 좀 쫄았다. 지금 뒷목에 빳빳한 통증이 오게 만든 순간적인 돌발행동은 애드리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애드리브로 인해 극의 긴장감은 안 봐도 빤하게 올라갔을 게 분명했다.

뭐 극단적으로 올라가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위로 올라갔을 거다.

박종철이 보기에 이 애드리브는 연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나온 무의식적인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찰떡같이 어울렸는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박종철은 소름이 확 돋았다. 두려움을 연기하고 있다가, 목에서 통증이 느껴지며 진짜 인상을 쓰게 되자 이거 잘못하다 다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고 컷 사인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자신을 놀라게 했던 배우는 컷 사인이 나자, 바로 이렇게 사과를 해왔다. 스스로도 아, 대본에 없던 행동을 했구나란 걸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감정을 이어갔다. 박종철은 그게 대견하면서도, 부러웠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연기 확인혀 봐.”

“네, 감사합니다.”

꾸벅.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떠나는 주연 배우. 박종철은 그 배우의 등을 빤히 바라봤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이라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친구인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친구가 예의가 너무 바르다. 박종철은 스물 전후의 나이로 성공해 건방져진 배우를 수두룩하게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현재 가장 큰 배우 엔터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고, 지금도 그곳 소속이었다. 그래서 작품이 없을 땐 신인이나, 데뷔를 앞둔 친구들의 연기를 봐주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연기를 봐준 애들이 총 열이라면, 그중 절반 이상은 잘 나가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그 반의반은 거만해졌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을 맛보게 되니 외제 차, 명품 등을 몸에 감으면서 자연스럽게 건방져진 것이다. 쾌락을 좇고, 여자를 좇고, 그러면서 망가진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요즘은 그런 쪽도 집중적으로 케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전처럼 크게 엇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연기 생활이 길었던 박종철은 정말 별의별 놈들을 다 봤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좀 전에 순간적으로 ‘겁’을 먹게 한 저 친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허어, 신기한 친구네, 진짜.”

“선배님은 처음 보시죠?”

자기와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리를 잘 잡은 후배 황덕수의 말에 박종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야 많이 들었지. 합을 맞추는 건 처음이고. 그래도 좀 거품이 있거나, 아니면 좀 감추는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먼.”

“맞습니다. 하핫. 신기한 애예요. 이번에 90억짜리 CF도 찼을 정도로. 진짜 참 이상한 앱니다. 하하.”

“허어, 결국 그거 고사한다던가?”

“네.”

박종철은 황덕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1, 2억도 아니고 무려 90억짜리 CF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속세에 초탈할 나이가 된 자신이라고 해도, 무조건 수락했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걸 거절한 친구다. 그것만 해도 솔직히 대단했다.

1, 2억짜리 CF 거절하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 친구에게 제시되는 CF 가격을 생각하면 어떤 확고한 ‘신념’이 없을 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박종철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거기에 재능까지 타고난 친구라……. 허헛.”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무서울 지경이지. 이제 잘만하면 우리도 세계를 아우르는 대배우가 탄생할 수도 있겠더라고.”

“흐흐. 그죠?”

황덕수의 말에 박종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K팝. K드라마 등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호령한 작품이나 인물들이 나왔었다. 그러나 유독 배우는 없었다. 할리우드나, 미드,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없지는 않았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자로 유명한 배우는 주연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출연했다 정도지, 그게 흥행하면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지금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수많은 배우와 같을 수는 없단 뜻이었다. 하지만 아이돌과 드라마는, 배우와는 다르게 완전히 세계를 주름잡고 있었다.

그래서 은연중 자존심이 상하던 터였다.

‘오겜’이 그렇게 대박을 터뜨렸지만, 출연 배우들도 확실히 그 작품 이후 상한가를 쳤지만, 해외에서 성공한 배우들은 역시 아직이었다. 흥행 때문에 불러줘서 가긴 갔지만, 결국 이전에 문을 두들겼던 선배들과 같은 전철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런데 형님, 지영이 쟤는 해외 진출 아마 관심도 없을 겁니다.”

“알아. 그래 보인다. 그냥 성공할 배우가 있는데, 가지 않은 거다. 하는 자위라도 하려고 그런다. 하핫.”

“뭐 그건 나쁘지 않겠네요. 흐흐. 지영이 소속사에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해외에서 날아든 시나리오 엄청날 겁니다.”

황덕수의 말은 정답이었다.

현재 엔터로 날아든 시나리오는 가히 산처럼 많았다. 하지만 지영은 작품 중이라 아예 읽는 것조차 고사해서, 처리가 힘든 상황까지 몰렸다. 지영의 인기 덕분에 회사만 죽어 나가는 중이었다.

“잘 지켜보자고. 자네가 잘 지켜주고.”

“네, 제가 뭐 할 일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어려운 일 있으면 열심히 돕겠습니다. 하하.”

“그래그래. 그러자고.”

둘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영은 홍진아에게 디렉팅을 받고 있었다.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한 표정의 변화를 요구했는데, 역시 쉬운 레벨의 연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영은 홍진아의 요구를 완벽히 충족했다.

어렵지만, 한창 물이 오른 감각으로 홍진아의 요구를 찰떡같이 수행했다. 부담감으로 인해 한 차례 다운되긴 했었지만, 그건 그때뿐이었다.

지영은 신을 끝내고, 다음 신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신은 이연과 호흡을 맞추는 신이었다. 극 중, 자꾸 무리한 작전을 요구하는 연과 처음으로 제대로 갈등을 빚는 신이었다.

이연은 이 신을 위해 오늘 거의 종일 침묵하고 있었다.

평소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역할을 하는 그녀인데도,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저녁이 되는 지금까지 현장에 얼굴을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지영도 그런 이연을 방해하지 않았다. 지영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 전부 이연을 건드리지 않았다.

신 준비가 끝났다.

지영은 먼저 자리에 가서 앉아 감정을 조절했다. 복잡한 감정이 부딪치는 신이었다. 극 중 이 신이 있기 전, 재는 죽을 위기를 두 번이나 넘기게 된다. 한 번은 좀 전에 찍은 제안 성주 암살 작전이고, 다른 한 번은 적진의 보급품 저장고를 공격했던 작전이었다. 이 작전으로 인해 재는 몸에 십수 개의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으나, 죽을 위기에 처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들이댄 작전 또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니, 앞선 작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위험했다. 아니, 도대체 왜?

재의 머릿속에 그 의문이 떠오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작전을 내모는 연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독대를 요청해 맞붙는 신이다.

“후우.”

연은 굉장히 복잡한 인물이었다.

시즌1 때도 그랬지만, 결국 선역이라고 할 수 없었다. 넘치는 사명감의 빛이 옅어질 만큼 오히려 자기중심적이고, 욕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런 연이 가지지 못한 게, 바로 재였다.

제국 또한 아직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가지기 위한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재는 달랐다. 재는 이미 다른 이의 곁으로 갔다.

‘평생 지켜준다고 했잖아.’

둘의 생각 차이를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이 차이 때문에 연은 결코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가 없는 포지션이었다. 연은 능력이 있었다. 실제로 병법에 조예가 깊어 군을 이끄는 것도 연이고, 제국군의 도하를 막고, 이미 이 대화를 할 때까지 몇 번의 교전에서도 밀리지 않고 이민족 군대를 통솔한 것도 연이었다.

이런 능력이, 연의 캐릭터를 그나마 빛나게 해줬다.

하지만 재를 대할 때의 모습은 결코 이성적이지 못했다. 질투, 욕망, 소유 욕구 등등, 본인도 이건 아니다 싶은 감정에 휘말려 올바른 해답을 찾아내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습 자체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연은 그런 캐릭터 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왕 먹을 욕, 더 확실히 먹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야 차라리 작품이라도 산다면서 말이다.

그런 이연이 어느새 준비를 마치고 나와 지영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음, 뭐랄까.

전 남친이 현 여친과 함께 알콩달콩한 모습을 봐 속이 뒤집힌 여자의 느낌으로 지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보는 순간 지영은 깨달았다. 이연의 연기는 이미 시작됐다. 시작됐고, 지금은 액션 사인만 기다리는 중이라는 걸. 그걸 깨달은 지영도 연기에 들어갔다.

이런 둘의 분위기를 읽은 현장이 급속도로 조용해졌고, 홍진아가 급하게 뱉은 액션 사인이 한없이 몰입을 시작한 둘 사이로 뚝,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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