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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58화 (258/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58화

258화. 나의 무사님S2(5)

시청률 30%.

SNS와 동영상 플랫폼이 떠오르기 시작한 뒤에는 거의 나오지 않은 수치다. 심지어 이 수치는 공중파도 아니고, 한 종편 방송사에서 나온 수치였다. 말도 되지 않는 얘기 하지 말라며 코웃음을 칠 수치였지만,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실제 나온 수치였다.

거짓말 같은 수치였다.

20%만 나와도 그해 최고의 흥행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면, 영화로 따졌을 때 적어도 700만 이상이라고 할 정도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시점에서 나온 700만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20%면 그냥 대박이다.

최소한 그 분기 자체를 씹어먹을 수 있는 미친 수치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30%였다. 어쩌면 그 앞에 마의 %라고 붙여도 될 30%가 실제로 나왔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35%였다. 그래, 이 정도 수치는 진짜 잘된 드라마도 순간적으로 찍긴 했다.

하지만 그게 3화는 아니었다.

총 16부작 예정인 드라마의 극초기에, 순간 시청률 35%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나의 무사님이 찍었다.

제목과는 살짝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정체성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단 평가가 있긴 있지만 어쨌든 찍었다.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그리고 벌써 중반까지 가면 시청률 40%를 찍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생겨났다. 에이, 그건 무리지.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심리는 제작팀은 물론,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어깨를 매우 무겁게 만들었다.

성공도 적당해야 부담을 느끼지 않는데, 잘되어도 너무 잘되는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다. 겨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안심하던 여주인공 이연마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었는데…… 이게 잘 되어도 너무 잘되니까 정말 너무 부담스러워졌다. 주연의 무게. 책임. 이연이 느끼던 것을 이제는 지영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현장 분위기는 좋으면서도, 나빴다.

뭔 말 같지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배우들이 부담을 느끼다 보니 연기가 과해졌고, 그나마 중심을 잘 잡는 중인 홍진아가 당연히 NG를 놓다 보니 촬영은 조금씩 딜레이 되고 있었다.

열정과 부담은 달랐다.

잘하려고 하는 욕심은 같아도, 어쨌든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법인데 지금이 딱 그랬다.

“하아, 30분만 쉬었다 갈게요!”

결국 하다 하다 안 되겠던지, 홍진아가 휴식을 천명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억누르고 있던 한숨들을 흘렸다.

“내가 살다 살다 드라마가 너무 잘 돼서 현장 분위기가 망가지는 건 또 처음 본다. 허헛!”

황덕수 배우가 지영의 옆에 털썩 앉으며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지영은 스트레칭을 하다 말고, 그 말을 받았다.

“아 진짜요?”

“그럼. 시청률이 안 나와서 개판 나는 경우는 많아도, 잘 되어서 개판 나는 경우는 드물지. 아무래도. 아니, 없다고 봐야지. 하하.”

“하하, 개판까진 아니지 않나요?”

“이 정도면 개판 맞지. 다들 부담 때문에 제대로 연기도 못하는데 이게 개판이 아니면 뭐가 개판이겠냐. 지영이 너는. 괜찮아?”

“저도 음, 좀 그렇긴 해요.”

아닌 게 아니라 지영도 솔직히 부담을 느끼긴 했다.

주변 사방에서, 인터넷을 켜면 나의 무사님 얘기와 지영의 얘기가 한가득하였다. 루이비통을 비롯한 업계 큰손들이 지영을 잡기 위해 실제로 1년에 70억 이상의 계약서를 소속사로 보냈다는 공식 오피셜 기사에, 지영의 연기를 분석한 기사에, 지영이 이대로 배우로 완전히 전향한다는 등, 그런 기사가 가득이었다.

그중 가장 뜨거운 건 역시, CF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에서 한해 89짜리 계약서를 던졌다. 금액 자체는 오피셜이 아니지만, 그쪽의 익명 관계자가 밝힌 금액이라는 얘기로 이미 기사가 나갔고, 당연히 한국에도 그 기사를 바탕으로 기사가 나갔다.

1년 90억.

웬만한 스포츠 스타 저리 가라 하는 금액이었다.

이게 대단한 이유는, 지영은 ‘커리어’가 없다는 점이었다. 다른 스포츠 스타나 배우들은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이다. 스포츠 스타야 말할 것도 없고, 배우들도 성공한 작품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지영은 그런 게 없었다.

운동선수로서 커리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세계 최고라고 하기엔 아직이었다. 아시아 선수권은 제패했어도 그 이상의 메이저대회는 하나도 없었다. 배우로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성공한 작품이긴 했지만, 그게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은 아니었다.

인지도가 이 정도로 오르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방으로 지영은 최고가 됐다. 화제성을 어마어마하게 등에 업었고, 그 결과 몸값이 진짜 미친 것처럼 폭등했다. 그 결과 1년 90억이다. 이것도 맥시멈까지 올라간 게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몸값을 거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타당하다고 했다. 거품이 꺼져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지금 당장은 이런 몸값이 매우 당연하다고 했다. 이런 상반된 평가를 받는 지영은 그동안 솔직히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몸값도 몸값이지만, 자신의 연기를 분석한 기사들이 너무 많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걸 본 지영은 칭찬과 비판 또한 수용 가능했기에, 받아들였다. 이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불만이 생겼지만, 앞으로 나의 무사님 흥행이 주연인 지영에게 달려 있다는 기사를 본 뒤에는 이젠 이연만큼이나 부담을 느꼈다.

중압감.

사실, 홍진아를 비롯해 정은정 작가, 그리고 경력이 가장 긴 황덕수까지, 이런 성공은 맛본 적이 없었다.

나이 50이 넘는 동안 참여한 작품 수가 100개가 넘어가는 황덕수도 드라마 중에서 최고 시청률은 20% 근처가 전부였고, 영화는 500만이 끝이었다. 30%가 넘어간 게 있긴 있다. 하지만 그건 작품에 제대로 참여했다고 생각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역할이 적었다. 잠깐 화면에 스쳐 가고, 대사도 한두 줄이 전부였으니 그건 참여라기보단, 그냥 견학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미 30%를 넘겼고, 영화로 따지면 개봉 둘째 주에 500만을 깨버린 것과 비슷했다.

즉, 앞으로 위로 얼마나 더 올라갈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이는 다시 반대로, 앞으로 얼마나 추락할지 누구도 모른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생긴 부담감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부담감조차 기회였다.

“저…….”

막내, 장오윤이 지영을 찾아왔다.

지영보다 두 살 어린 막내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지영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어, 오윤아.”

“형, 저 예능 나가도 돼요?”

“예능?”

끔뻑끔뻑.

예능이라니. 그거야 본인 마음이지 왜 그걸 나한테?

“소속사에서 정한 거면 해야지. 그걸 왜 형한테 물어?”

“그, 그게 다른 선배님들 전부 안 하셨잖아요. 그래서…….”

“아. 그랬지.”

장오윤의 말에 지영은 물론 옆에 있던 황덕수와 그 말을 들은 다른 배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의 무사님 시즌2는 홍보가 크게 필요 없었다. 왜? 이미 선고가 엄청나게 선방하며 시청률의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은 전부 작품에만 몰입했다. 주연인 강서훈, 심수정, 이연은 물론 지영도 예능에는 나가지 않았다.

다른 조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실 지금 여의도 예능계에선 나의 무사님 스태프라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니, 선고부터 이렇게 미친 듯이 터져주는데 배우들이 아무도 나오질 않으니 궁금해 미칠 지경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성진이 제작진이랑 형 누나들이 제발 섭외 좀 해달라고 난리라며 지영에게 하소연했을 정도였다.

그걸 지영은 그냥 웃고 넘어갔다.

그리고 이성진도 그걸로 끝이었다. 지영이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딱히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지영은 지금 메이크업을 고치고 있는 이연과 심수정의 대기실을 잠시 봤다가, 근처에 있던 강서훈에게 물었다.

“형, 저희 예능 출연 금지였어요?”

“아니? 아닐걸? 그걸 누가 금지해?”

“아니죠. 그런 다들 눈치껏 안 한 거예요? 섭외 왔는데도?”

“아마 뭐, 그러지 않을까?”

아, 이런…….

이건 또 생각지 못한 지영이었다.

장오윤은 신인이었다.

살짝 노안인 장오윤은 극 중에서 선고를 좋아하는 이족의 전사로 나온다. 같이 동고동락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선고를 좋아해서 틱틱거리면서도 선고의 곁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 역을 맡은 장오윤은 이게 첫 작품이기도 했다.

따로 기획사를 통해 들어온 게 아니라, 자기 혼자 중학교 시절부터 여기저기 문을 두들기고, 오디션을 보러 돌아다닌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보통 그런 케이스면 철이 남들보다 더 들었을 법한데 그런 느낌도 없이 그냥 영락없는 막내였다.

그런 장오윤은, 선고부터 출연했고, 선고 이후 소속사에 들어갔다.

소속사는 황덕수의 소속사였다. 연기자 전문 엔터테인먼트이니, 잘된 일이었다.

“선배님, 선배님도 같이 나가세요?”

지영이 황덕수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난 말주변이 없어서. 하핫.”

말주변이 없으시기는. 누구보다 현장 분위기를 재미나게 해주시면서. 그냥 부담스러워 안 나가는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지영은 장오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나가도 돼.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진짜요? 감사합니다! 저 그러면…….”

“형 얘기 물어보면 해도 되고. 없는 말만 빼고. 알았지?”

“넵! 감사합니다!”

굳이 눈치 볼 일이 아닌데, 막내니까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이제 자기 말고, 다른 배우들한테도 허락을 일일이 맡으러 다닐 것 같았다. 막내의 비애라면 비애였다.

“아, 오윤아. 예능은 어디로 나가는데?”

“더 런닝이요!”

메이저 중의 메이저 예능이다.

신인의 입장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그런 예능이었다. 장오윤의 소속사에서는 눈치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기 정말 아까웠을 것이다.

“아 진짜? 잘됐네. 형 친구 거기 출연하는데. 잘 말해줄게. 착한 애니까 옆에 딱 붙어 있어.”

“진짜요?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오윤.

이성진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그쪽에 운동선수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고정이 잘 챙겨줘서,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멤버가 되었다. 특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판을 뒤집는 배신은, 아직도 더 런닝이 그리워하는 기린의 대체자가 되기에 충분하단 평가를 받고 있었다.

30분은 금방 지났다.

지영은 촬영 준비를 다시 시작한 스태프를 보면서 일어나 강서훈에게 향했다. 이번엔 강서훈과 합을 맞추는 신이었다.

극 중에서 현재가 아닌, 과거의 후와 부딪쳤던 재의 모습을 담는 신이었다.

나의 무사님 시즌2는 시즌 타이틀을 붙였다가 도로 뗐다. 이 타이틀이 오히려 작품의 한계를 규정할까 봐서였다. 그래서 뗀 타이틀은 ‘후의 역습’이었다. 천재 중에서도 천재라 불린 젊은 승상 후가, 전쟁을 어떻게 치러내는지를 보여주는 신이 많아서 붙은 타이틀이었다.

몸을 쓰는 건 백적파의 단주 재지만.

머리를 쓰는 건 제국 최연소 승상 후다.

따라서 나의 무사님 시즌1에서는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후를 시즌2에서는 엄청난 크기로 키워내야 했다.

그래야 재와 연이, 선고와 이족이 얼마나 강력한 적과 대치했는지를 시청자들이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극을 위해서, 후는 강력한 ‘적’이 되어줘야 했다.

시청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그걸 재와 같이 겹쳐서 보여주기 위해서는 당장은 회상 신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신을 찍기 전이었다.

지영은 대사를 점검하면서, 한쪽에서 눈을 감고 대기 중인 강서훈을 바라봤다.

신기한 배우였다.

저렇게 잘생겼는데, 가만히 있으면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먼저 말을 걸거나 하지 않으면 말문을 스스로 열지도 않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연기를 시작하면 그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

화면 전체를 온전히 잡아먹는.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 연기와 특유의 아우라로.

그런 강서훈과 마주 앉았을 때, 지영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거…….’

대회에 나가면, 상대가 자신을 보는 눈빛과 기세가 딱 저랬다.

지지 않는다.

가만두지 않는다.

반드시 이긴다.

등등의 감정이 동반된 기세였다. 즉, 아군이 아니라 ‘적’일 경우에만 느낄 수 있는 기세라는 뜻이었다. ‘후’ 특유의 차분히 반개한 눈. 홍진아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는 순간.

“호오, 용케 그곳에서.”

뒷말은 생략됐으나 흐름으로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느릿하지만 날 선, 대사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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