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43화 (24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43화

243화. 방송(12)

무패 행진.

황금세대는 대학 첫 대회에서도 전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중감량 문제로 이성진부터 황석까지, 전원 한 체급 올려서 시합에 출전했음에도 마치 이변은 없었다처럼, 아니면 이변이 속출했다. 그런 느낌으로 전원 금메달을 따냈다.

이 같은 황금세대의 경기 성적은 설마 한 체급을 올리고도? 하는 마음으로 대회 결과를 기다리던 이들에게 솔직히 좀 큰 충격을 안겨줬다.

-와, 전원 금메달……. 한 체급 올렸는데 금메달 ㅋㅋㅋㅋ 진짜 얘네 너무한 거 아니냐?

-유도에서 한 체급 올리는 게 차이 크게 나요?

-완전 크게 남……. 생각해 보셈. 모든 격투기가 괜히 체급을 올리는 게 아님. 체중 4㎏ 5㎏ 차이가 나면, 주먹질에도 힘이 장난 아니게 붙는 거임. 물리적으로다가.

-ㅇㅇ 그 차이를 없애는 게 실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체급 차이는 신장과 힘 차이 때문에 격차가 날 수밖에 없음.

-그럼 연희대 애들이 잘한 거네요?

-ㅇㅇ 근데 잘해도 너무 잘했……. 다른 선수들 자괴감 들겠다, 진짜 ㅠㅠ

-자괴감이 왜 들어요?

-와 이분 여자분이거나 아니면 일부로 그러는 거거나 둘 중 하나겠다 ㅋㅋㅋ

-저 성진이 팬이에요 ㅎㅎ

-아, 누님 팬이시구나. 뭐 그러시다니까! 생각해 보세요. 체급 차이가 실력 차이라고 했죠? 실제로 쟤들 대회 참가 신청서 냈을 때 말 많았거든요. 괜히 체급 올렸다가 져서 무패 행진 깨지는 거 아니냐. 막 이런 말들 돌았거든요.

-네, 그건 저도 성진이 기사 보면서 알아요 ㅎㅎ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면 체급이 깡패다란 말이 있는데, 쟤들한테 그것도 통용이 안 된다는 소리임. 실제로 쟤들 대회 나오면 바르겠다고 다들 호언장담했었음. 그런데 결과는 다들 그냥 발려버렸고. 뭐 그냥, 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세요.

-아…….

남자들은 스포츠를 안다.

그래서 왜 복싱이나 태권도, 레슬링, 유도 등에서 체급을 나누는지도 안다. 체중이 100인 사람이랑 70인 사람이랑 붙으면, 당연히 유리한 건 100이다. 신장, 힘이,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나니 승부 자체가 너무나 불리했다.

그래서 유도에서 무차별 단체전이나, 무제한 체급을 제외하면 체급 차이가 나는 경기는 거의 없었다.

이걸 남자들은 안다.

그래서 그들의 대회를 주시하고 있던 이들은 체급 차이조차 무시하고 우승을 따내는 걸 보고, 진짜 재능의 차이가 뭔지 제대로 깨달았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대회가 끝나고 이틀 만에 다 사라졌다. 아니, 그냥 당일 사라졌다. 왜? 아직 유도복 챌린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난 대회보다 솔직히 강지영이 어디를 고를지 더 기대된다 ㅎㅎ

-크 주모……!

-수잔 루이가 지핀 불이, 화르르 타고 있습니다…….

-파닥파닥!

-솔직히 유도복에 금실로 로고 넣은 건 너무 가지 않았음? ㅋㅋ

-그 정도면 양반이죠 ㅋㅋ 저번에 돌체 디자이너는 다이아도 박았음.

-그거 큐빅아니었어요?

-ㄴㄴ 1캐럿짜리 들어간거임.

-헐 대박…….

-솔직히 난 강지영이 수잔 루이 CF 깠을 때 이해가 안 갔는데, 이걸 노린 거면 진짜 대단하다…….

-노렸을 리는 없음. 그냥 생각해보면, 걔들이 CF를 안 찍어서일 뿐임.

-왜 안 찍는데요?

-모름. 그냥 지들끼리 그렇게 정했다고 생각함.

-아이돌이 CF를 거절…… 이건 또 듣도 보도 못한 ㅋㅋ

-걔들은 인지도도, 돈도 별로 중요하진 않거든요 ㅋㅋ

-ㅇㅇ 일단 기본적으로 돈이 안 궁한 애들임…….

-후원재단 운영하는 애들임 ㅋㅋ

-그래서 님들은 강지영이 어디 고를 것 같음?

-안 고를 것 같은데?

-에이, 그래도 선택하지. 이렇게까지 파장이 큰데 안 고르면 그게 더 욕먹지

-ㅇㅇ 이제는 CF를 찍자. 모델을 서자.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도복 하나만 딱 고르면 되는 거잖아요.

-안 고를걸?

-난 고른다에 한 표.

-뭐가 됐든 간에, 개인 디자이너들 빼고 브랜드 소속 디자이너들은 지금 똥줄 좀 탈 거임 ㅋㅋ

-ㅇㅇ 강지영이 어느 브랜드건 고르면, 나머진 진짜 새되거든 ㅋㅋㅋㅋ

유도 대회 금메달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괴상한 유도복 챌린지 때문에 금방 묻혔다. 수잔 루이가 피워 올린 불길은 여전히 화르르 타오르고 있었다. 이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수잔 루이. 그리고 처음 그녀에게 조롱을 날렸던 유명한 디자이너 브라이언의 유도복이 까이는 순간, ‘디자인’이란 예술을 하는 인간들이 대거 유입됐다.

이유가 있는 참전이었다.

대형 브랜드의 두 디자이너가 까였다.

이는 곧, 자신의 작품이 선택만 되면 이름값이 폭등할 수도 있는 ‘기회’라 여긴 것이다. 예술은 확실히 이상한 세계였다.

미술품도 그렇고, 의류도, 시계도, 가방도, 모든 예술은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을 가끔 종종 벌이는데, 지금이 그랬다.

아니, 그깟 유도복이 뭐라고?

“뭔데 도복에다가 이런…….”

지영은 회사로 날아든 유도복을 보고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유도복은 화려했다.

흰 도복 바탕으로, 등판엔 동양 특유의 산수화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먹을 찍어 그린 것처럼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지영이 한국 사람이니, 한국적인 느낌으로 선택받으려는 느낌이 물씬 났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이건 좀 괜찮은데? 일단 과하지는 않잖아?”

또 유도복이 왔다는 얘기에 우르르 모인 사람들.

장세리 대표님이 그래도 이전의 도복보다는 낫다는 평을 내렸다. 사실 이전에는 말도 못 했다. 지영은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올려봐야 지영이 보지도 않을 거란 생각에 이들은 지영에게 직접 자신의 작품을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주소를 모르니, 공식적인 소속사로 되어 있는 연희 스포츠나 비즈 엔터의 주소로 작품을 보냈다.

그렇게 받은 도복이, 이걸로 30벌째였다.

이전엔 다이아몬드로 로고를 그린 작품도 있었고, 실제로 수잔 루이의 역도발에 걸려 가장 먼저 유도복을 공개한 브라이언의 도복은 실제로 순금으로 브랜드 로고를 박은 유도복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그 유도복은, 화려함의 극치가 뭔지 보여줬다.

끽해봐야 50을 넘지 않을 유도복이 브라이언의 이름, 그의 소속 브랜드가 합쳐지며 어마어마한 가치가 매겨졌다.

한 전문가가 저 유도복의 가격은 적어도 천만 원은 할 거라는 예상하기도 했다.

왜?

루이비통에 버금가는 브랜드 파워와 수잔 루이만큼 이름 있는 디자이너인 브라이언의 작품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영은 아예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고, 기자들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질문해도 그냥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니 까였다는 평가가 나왔고, 그 평가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예술가들의 대거 참전시켜버렸다.

일종의 흐름이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남들이 하는 유행인데, 그 장르에서 성공에 목말라 있는 나라는 인간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흐름 말이다.

그런 예술가들이 참여로 인해 수잔 루이가 피운 불길은 더더욱 크기를 더해갔다.

그래서 앞뒤로 참…… 시끄러운 상태였다.

“한번 입어봐?”

장세리의 말에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괜히 입었다가, 누군가 거를 골랐다는 인식을 주기라도 한다면…… 기껏 여태껏 침묵한 게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고 만다.

“너도 참 대단하다. 너 아예 안 고를 거라고 했지?”

“네. 제가 누구 거를 고르면, 이렇게 판을 만든 수잔한테 좀 미안하잖아요. 하하.”

“그렇기야 하다만. 근데 그 여자도 진짜 대단하네. 어떻게 딱 네 생각을 읽고는 이런 판을 벌였대?”

“그러니까요. 예술 하는 사람들이 좀 광적인 집착이 있어서 그런 쪽으로는 약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후후, 그러게 말이다.”

아마, 지금 이 판은 수잔 루이가 예상한 판일 것이다.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달궈져야, 루이비통의 디자이너 수잔 루이가 까였다는 사실이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실제로 지금 그녀의 이름은 계속 언급이 되고 있어도, 좋은 쪽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일종의 유행을 선도한 게 그녀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직되어 있던 예술 세계에, 생기를 불어넣은 존재로 그녀는 인식되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거면 진짜 대단한 거지…….’

진짜 거기까지 생각한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소름이다, 진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건 진짜 선택하고 싶다! 하는 거 생기면 꼭 먼저 말해야 된다? 네 선택을 세계 예술계에서 지켜보는 중이니까, 절대 그냥 골라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장세리의 말은 조금도 과장된 게 아니었다.

실제로 네티즌은 지영이 혹시 뭐라도 선택하는 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영의 선택 자체가 예술가들 사이에 대유행이 된 지금의 유도복 챌린지에서, 승리자가 된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승리자는 필연적으로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촉각을 곤두세운 정도는 아니지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걸 지영도 알긴 알고 있었다.

“……네. 생기면 꼭 말할게요. 하하.”

“그래그래. 저녁은?”

“이따가 은진 누나 오면 같이 먹으려고요.”

“그래? 같이 먹을까?”

“감사히 먹겠습니다.”

꾸벅.

사주는 거니까 얼른 인사부터 했다.

“너는 나보다 돈도 더 많으면서?”

“……오해십니다.”

“오해는 무슨. 저번에 한결이 어머님한테 넌지시 들었거든? 너랑 한결이가 얼마나 출자해서 재단 만들었는지?”

“하하, 그건 재단 돈이잖아요? 제 돈이 아니에요.”

지금도 슥슥 깎여나가고 있을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애초에 돈에 연연하는 성격 자체가 아니라서, 그쪽 돈은 아예 신경 끊은 지도 오래된 상태였다.

5월 시작.

슬슬,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봄도 다 안 갔고, 여름은 시작도 안 됐다고 봐도 좋은 게 5월인데, 5월부터 푹푹 찌기 시작했다.

그런 5월도 여전히 챌린지는 이어졌다.

이쯤 되니, 지영이 누구도 선택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니 굳이 이러는 건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뭐?

그게 왜?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지!

그 어떤 작품도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지!

루이비통을 까고, 샤넬을 까고, 돌체를 깐 남자잖아?

이 유행은 참가 자체로, 그리고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나의 유행은 그 결과가 굳이 정해지지 않더라도, 과정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흥분했고, 즐겼기에 상관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당연히 모두가 그러지 않았다.

모두가 똑같이 결과가 상관없지 않았던 거다.

“음…….”

아침에 자고 일어나, 새벽 운동을 끝낸 지영에게 날아든 임은진의 메시지. 그 메시지는 기사의 링크였다. 지영은 그 기사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해 기사였다.

영상이 나오고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영이 잠든 새벽 동안, 한 예술가가 자신이 자해하며 튄 피로 유도복을 적셨고, 하나의 메시지를 남겼다.

-건방지게 네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해도.

나는 이 유행을 종결시킬 것이다.

내 목숨으로, 너의 선택을 종용하여.-

이런 메시지였다.

즉,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서 지영이 선택을 종용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었다. 그의 의도와 본심이 뭔지도, 상관이 없었다. 왜? 실제로 자해했고, 이런 메시지를 이미 남겼기 때문이었다.

“와, 이건 심각한데?”

같이 기사를 본 친구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지영의 선택에, 친구의 선택에 한 인간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사실에 닭가슴살에 목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한 표정들이었다.

다른 기사를 보니,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킨 지영을 욕하는 기사도 있었다.

또는.

예술이라는 광기를 생각하면 이는 충분히 예견된 결과 중 하나라는 기사도 있었다. 지영은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술. 그놈의 예술 진짜…….”

“지영아. 괜찮아?”

“…….”

강한결의 물음에 지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리 괜찮지 않았다. 무시하기에는, 영상을 본 적도 없지만, 저 기사 자체를 무시하기 힘들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기사였으면 좋겠지만 지영이 자는 동안 영상으로 올라온 걸 토대로 쓰인 기사였다. 그 영상은 잔인성 때문에 플랫폼에서 강제로 막았지만, 찾고자 하면 이미 충분히 찾을 수도 있었다.

이런 문제는 결국 ‘방송’을 타기 시작하며 다시금 강지영이란 한 인간을 도마 위에, 강제로 소환했다.

이전의 도마보다는 훨씬 더 큰, 이번엔 국제적 사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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