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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43화 (14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43화

143화. 2022 전국체전(2)

“네! 여기는 새롭게 단장이 끝나 전국체전 유도 경기가 열리는 울산 종하체육관입니다! 저는 MBS 스포츠 캐스터 배영우!”

“해설의 전기정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두 사람이,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시작했다.

“자! 오늘 유도 경기 2일 차! 관중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작년에 비해 몇 배는 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전기정 교수님?”

“네, 작년엔 시민분들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리 많지 않았었죠. 그런데 오늘은 체육관이 꽉 차서 계단에 앉아있는 팬분들이 보이네요. 이거 참, 제 유도 인생 중에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하하!”

“어,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은 관중이 많이 오지 않습니까?”

“그건 축제에 가까우니 빼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말은 그러니까, 국내대회를 말하는 겁니다. 하하.”

“아하, 그렇군요.”

능숙하게 멘트를 이어가는 배성우.

고개를 주억거렸던 그가 대본을 힐끔 확인하고 말을 이어갔다.

“이런 인기의 중심에는 역시, 그 선수들을 빼놓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황금세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황금세대란 이름이 나오자 전기정의 표정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미 사전에 고지받았기 때문에 당황하진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이런 질문이 왔음을, 감사했다.

시간을 보니 준결승 시간까지 20분 정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황금세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습니다. 황금세대. 아, 방송가 쪽에서는 연희고 아이돌로 불린다죠? 어쨌든 그 친구들 때문에 작금의 유도 붐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오늘 팬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가만히 보면 이 지역 분들 말고 따로 오신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타 지역 팬들을 경기장으로 이끄는 티켓 동원력까지 있으니, 실제로는 아마 더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안 그래도 저희가 조사를 좀 해봤는데, 여름부터 지금까지, 유도를 배우려는 학생과 젊은 층이 상당히 많이 증가했습니다. 음, 작년 대비 30%나 증가했네요. 이 정도면 엄청난 수치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당장 유도계만 놓고 봤을 때도 미래에 한국 유도를 책임질 선수들을 보다 많이 영입했으니, 인프라가 확대되어 몇 년 후면 이 효과를 똑똑히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연희고 황금세대가 유도계에 미친 영향은 사실 생각보다 엄청났다. 축구나 야구로 대표되는 한국 스포츠계에 떠오르는 다크호스로 만들었으니, 이는 낮아지는 출산율에 비례해 선수 인프라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유도계에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100명 중에서 뛰어난 선수 1명을 뽑는 것보다, 1,000명 중에서 한 명을 뽑는 게 당연히 실력 면에서 훨씬 월등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의 구도가 다르고, 많은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연습의 질도 달라지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는 그간 계속 노력했지만, 선수 인프라가 줄어드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연희고 황금세대가 해냈다. 일시적인 순간이지만 이미 유도가 좋아져서 엘리트 유도에 몸을 맡긴 어린 선수들이 상당하니, 이미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애들을 협회는 방치했다.

전기정 교수는 심지어 좀 전에 협회 측 간부에게 방송 중에 문제가 될 만한 멘트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문제가 될 멘트?

보나 마나 황금세대에 관한 멘트일 거다.

하지만 전기정 교수는 그게 싫었다. 그런데 간부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따가 시합 끝나고 황금세대를 만나 부탁 좀 해달라는 청탁을 넣었다.

‘필사적으로 끌어안아도 모자랄 판에 방치해 놓고 뭐? 협회 주관 팬 사인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진짜 어이가 없었다.

처참했던 아시안 게임.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이 화가 나서 소주를 몇 병이나 비웠고, 그 아픔과 슬픔에 남몰래 눈물까지 흘리게 하였던 아시안 게임 직후, 협회는 어마어마한 비난을 직격으로 맞았다. 심지어 압수수색을 통해 협회를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그가 아는 루트를 통해.

물론 이는 보여주기식이고, 협회에 경고의 의미로 나돈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비난의 여론 중 일부가 뚝 떨어지더니 엄한 쪽으로 날아갔다. 바로 연희고 황금세대였다.

하필이면 그가 남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세계 청소년 유도 선수권 대회에서 황금세대 애들이 잡았던 일본 애들한테, 현 국가대표들이 탈탈 털리면서 문제가 됐다.

이성진, 황석은 일본 선수와 붙지 않았지만 임효중과 강한결, 그리고 강지영 이 셋은 이번에 금을 목에 건 선수들을 전부 잡고 금메달을 땄다.

그렇기에 그 셋만 나왔어도 적어도 금 3개는 확보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거대하게 덩치를 불려버렸다. 실제로 그 말처럼 되어 금 세 개만 확보했으면 한국은 종합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것까지 합쳐지자 황금세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고 욕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사실 전기정 교수는 그때 협회가 나서서 막아줄 줄 알았다. 유망주 아닌가. 앞으로 대한민국 유도계를 적어도 10년은 책임져줄. 그런데 협회는 방관했다. 아니, 회피했다. 자신들에게 날아드는 비난의 화살 중 일부가 그쪽으로 가니 얼씨구 하면서 좋아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전기정 교수는 협회에 우리가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얘기를 꺼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왜?

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그 표정은 진심이었다.

제정신인가 싶었고, 전기정 교수는 협회를 싹 갈아치워야겠단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전부 얘기할 생각이었다.

“전기정 해설위원님? 아니, 방송 중에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깐 옛날 생각이 나서. 하하.”

“옛날 생각은 나중에 해주시고요. 그럼 전기정 교수님. 이렇게 큰일을 한 황금세대가 요즘 제법 시끄러웠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황금세대가 국가대표 선발전엔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어허, 곤란한 질문이군요.”

“곤란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근데…… 시청자들이 하하, 많이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배영우의 멘트가 끝나자 앞에서 인터넷 중계 쪽을 확인하고 있던 작가 한 명이 다급하게 스케치북에 뭔가를 적어 올렸다.

[시청자 궁금증 폭발! 꼭 대답해 주세요!]

이런이런.

잘됐다. 차라리.

전기정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배영우는 그걸 보더니 눈을 반짝이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저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전기정 해설위원께서 꼭 대답해 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하.”

“이런, 시청자들이 원하시니…… 할 수 없죠. 그런데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건 제 사견임을 알아주십시오.”

“그럼요! 물론입니다.”

크흠.

헛기침을 한 전기정 교수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연희고 황금세대 친구들에게 날아드는 비난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요?”

“애초에 그 친구들은 확실한 로드맵을 짜놓고 있습니다. 당장 세계로 향하기보단, 착실하게 실력과 경험을 쌓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공사로 치면 기초를 탄탄하게 다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탑을 쌓아, 단단한 기초를 바탕으로 올림픽까지 가는 로드맵을 짰습니다.”

“그건 확인된 사실인가요?”

“네. 여름에 세계 청소년에 갔을 때 그 아이들과 대화하며 확실히 확인했던 사항입니다. 이번 아시안 게임까지는 미루고, 다음 올림픽이 있을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아, 그렇군요. 그들은 전부 계획이 있었군요. 그런 계획 때문에 불참한 건데, 비난에 시달렸으니 억울하겠습니다.”

“잘 이겨냈을 겁니다. 하하. 그 친구들, 강한 친구들이거든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바탕이 된 심성이, 진짜 강직한 아이들입니다. 마음은 조금 아팠겠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을 겁니다. 하하.”

실제로 지금 황금세대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비난을 이겨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서서 나아가는 모습, 그게 전기정 교수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리게 하였다.

“하하, 전기정 해설위원님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지네요.”

“그럼요. 자랑스러운 후배들인데요. 앞으로 이 친구들이 보여줄 퍼포먼스와 금메달 축제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게 됩니다. 하하.”

“그럼요. 아마, 이제 전 국민이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의 행보가 조금은 독특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 스포츠 선수, 스타들이 방송에 진출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본바탕이 잘난 친구들이라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건 은퇴를 앞둔 선수들에게도, 혹은 미래를 고민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운동함에 있어서는 좀 자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각에선 그 시간에 연습을 하는 게 더 낫지 않냐고들 합니다. 음, 실제로 방송을 생각하면 뺏긴 시간이 만만치 않고요.”

그 질문에 전기정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연습은 많이 하면 좋기야 좋다.

하지만 연습한 만큼, 실력이 전부 올라가지는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훈련은 집중해서, 하는 훈련이다. 그냥 기계처럼 반복하는 훈련은 그가 봤을 땐 가장 의미가 없는 훈련이었다.

연희고 황금세대 친구들의 노력은, 전기정 교수가 봤을 때 진짜였다. 학업성적부터 경기성적까지, 이 정도로 유지한다는 건 진짜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에 방송일까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오늘 경기를 보니 경기력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것 같았다.

불가능을 해낸 친구들.

그러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 비난은, 이 친구들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네?”

“공부도 성적이 떨어진 친구들이 없다고 합니다. 그건 곧 고된 훈련과 방송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그렇지 않습니까?”

“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겠죠?”

“그럼 적어도 두 가지 일을 잘한 겁니다. 둘 다, 최선을 다해서. 그런데 이제 문제 되는 게 운동 부분인데, 이 부분은 오늘 확인하면 되는 겁니다. 운동을 제대로 안 했으면 선수는 바로 티가 나게 됩니다. 바로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지죠. 이는 모든 종목이 같을 겁니다. 몸이 무겁거나, 아니면 기술의 질이 떨어지거나. 그런 식으로 반드시 눈에 보일 정도로 티가 납니다. 안 그렇겠습니까?”

“그것도, 당연히 그렇겠죠?”

배영우가 말을 받아주자, 전기정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네, 그런 것처럼 오늘 경기력을 보면, 운동에 집중했는지 아닌지도 알게 될 겁니다. 그런데 예선전 두 경기씩을 치른 지금, 제가 봤을 땐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조금도 경기력이 떨어진 것 같진 않군요.”

“어, 그렇습니까?”

“네, 보면 압니다. 몸이 무거운지. 기술력이 떨어졌는지, 체력이 떨어졌는지. 이런 건 보면 바로 보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아직 황금세대의 실력에 문제를 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그럼 오늘도 시원한 한판승이 예상 되겠습니다.”

“네, 분명 시원시원할 겁니다.”

“그렇군요.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전기정 교수님. 마지막으로 종합해서 의견 부탁합니다.”

“네.”

전기정 교수는 숨을 골랐다.

그러곤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선수는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그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욕을 먹어도 싸지만, 실력을 증명했다면 도덕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선수가 비난받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한차례 숨을 고르고.

“여러분들은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는 이 친구들이 나중에 세계 선수권, 아시안 게임, 올림픽에서 국민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해줄 시원한 금메달을 따주는 그 날이요? 저는 눈에 보입니다. 이 친구들이 보여줄 금빛 로열로드가. 그 길의 끝에서 과실을 딸 때까지 이 친구들은 국민 여러분들이 지켜주어야 합니다.”

근데, 국민 말고.

더 이들을 지켜야 하는 단체가 있었다.

“그리고 협회도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협회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상입니다.”

뻥!

마지막엔 협회를 걷어찬 뒤에, 자신의 소견을 끝맺는 전기정.

그런 전기정 교수의 말에 채팅창은 확실히 불이 나기 시작했다. 찬과 반. 그러나 확실히 이제는 찬성 쪽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들끓는 여론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준결승으로 사르르, 소화 분말에 맞은 것처럼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55㎏, -81㎏ 남고부 준결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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