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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38화 (138/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38화

138화. 몰려오는 비난(1)

한국은, 그 어떤 경기에서도 일본에게 져서는 안 된다.

이게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아시안 게임이든 서로 경쟁하는 모든 축제에 적용된다. 종목 또한 마찬가지였다.

체조처럼 참가한 선수들의 경기에 점수를 매겨 1, 2, 3위를 정하는 종목이 아니라면 한일전은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 특히 축구나 야구, 배구나 농구 같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종목이라면 그 정도는 더 심했다.

유도는 분명 그 정도 종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있었던 모든 한일전 경기에서 패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 경기 패배. 압도적인 패배. 일본은 축배를 들었고, 한국은 은메달이란 성적을 냈음에도 그 누구도 웃지 못했다. 비난 여론 때문이었다.

기사부터 시작해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한국 유도 국가대표팀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글로 도배됐다.

여기에 더 기름을 끼얹은 게, 오늘 일본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위해 전 체급을 유망주로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과반수 이상이 세계 청소년 선수권에 나갔던 선수들로 채워져 있어 더 욕을 먹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연희고 황금세대도 도마에 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소 73과 81은 연희고 황금세대가 앞선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잡았던 선수들이었다. 66은 이성진과 붙지 않았지만, 기무라 히로를 잡았던 크리스티안을 이성진이 잡았으니 실력도 더 나을 거란 평가가 있었다.

그럼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르게 된다.

연희고 황금세대가 나갔으면, 최소 금메달 세 개는 가져오지 않았을까? 66부터 81까지. 66은 실제로 전적이 없으니까 73이나 81체급은 가져오지 않았을까? 이런 의심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의심. 혹은 추론이었다.

그러나 황금세대는 아예 시합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연희고 황금세대가 그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는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왜?

국가대표가 될 실력이 충분한데?

만약 나갔으면, 아시안 게임에 나갔다면 일본이 가져간 금메달 두 개는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누군가가 그 사실을 밝히는 순간, 비난 여론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선발전에 나오지 않았고, 그 결과 두 개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테니까.

게다가 연희고 황금세대는 요즘 방송에도 나온다.

강지영은 드라마에 나오고, 이성진은 더 런닝에 출연 중이다.

황석은 영화를 찍었고, 강한결도 영화에 캐스팅됐다. 임효중 또한 이미 기사를 통해 프로젝트 아이돌을 통해 데뷔한다는 소식이 이미 전해졌다.

이런 연예계 활동이 비난을 더욱 크게 키웠다.

운동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선수 생활 중에도 잠시 방송에 나가는 경우는 있어도, 연희고 황금세대처럼 아예 병행하는 경우는 전무했다. 하지만 전무 한 기록을 연희고가 깼다.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진지하게 병행 중이었고, 그것 때문에 운동은 뒷전이란 여론이 형성되자 유도 국대에 날아들던 비난의 화살 중 삼 분의 일쯤이 뚝 떨어져 연희고 황금세대로 날아들었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비난.

당연히 당장 연희고가 할 수 없는 건 없었다.

그렇게 저녁부터 붙은 불이 밤새 화르르 타고, 이어진 다음 날 경기도 똑같았다. 잔뜩 뿔이 난 국민 때문에 유도 대표팀의 경기는 파이팅이 넘쳤다. 이 악물고 시합을 하는게 뭔지, 아주 제대로 보여줬다.

그 결과 많은 체급에서 결승까지 올라갔다.

남자 셋, 여자 네 체급 중 결승에 올라간 체급은 다섯 개. 남자 세 체급, 여자 두 체급이었다.

이 중에서 한일전은 세 게임이었다.

남자 –90, -100, 그리고 여자 –52. 이렇게 세 체급이었다.

열기는 뜨거웠다.

TV를 통해 보는데도 경기장의 열기가, 아니, 광기가 느껴졌다.

“지면 진짜 역적 되겠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거실에 모인 지영은 이성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하루지만 지영은 주변의 공기가 변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 공기가 더 나빠지느냐, 아니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느냐, 이걸 결정하는 게 바로 오늘 결승전이다. 한일전 결승 세 개. 만약…… 여기서 성적이 최악으로 나오면 아무래도 당분간 인터넷은 하지 않아야 했다.

짧은 광고가 지나가고 여자부 결승이 시작됐다.

여자부 52.

얼굴에서 느껴지는 각오가 진짜 남다른 정보연 선수가 입장했고, 정보연의 일본 선수도 입장했다. 경기는 매우 치열하게 진행됐다. 경량급이다 보니 굉장히 속도감이 있었고, 2분쯤 지났을 때 점수가 나왔다.

“한판!”

이성진이 벌떡 일어나며 정보연 선수가 상대를 넘기자마자 그렇게 외쳤지만, 심판은 절반을 선언했다. 애매했다. 각도에 따라서 한판을 줘도 될 정도였는데, 절반이 나왔다.

“아, 심판 진짜!”

“좀 진정해 봐. 어, VAR 보네. 잘하면 한판 나오겠다.”

“안 줄 것 같은데?”

심판이 VAR을 확인하는 동안 화면에선 느린 화면으로 메치기 모습이 나왔다. 다들 고개를 쭉 내밀고 자세히 살펴봤다.

“아, 애매하네…….”

“그러게.”

이성진의 말과, 강한결의 동조처럼 확실히 애매했다. 지영이 보기에도 애매했는데, 이렇게 넘어가면 한판을 주든, 절반을 주든 심판 재량이었다. 판독 결과 역시 절반 인정이었다. 그리고 재차 시작된 경기.

짧은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한 두 선수는 다시 치열하게 맞붙었다.

남은 시간 2분.

이것만 버티면 우승인데…… 30초를 남겨놓고 쿵! 정보연 선수가 업어치기에 말려 그대로 돌아갔다.

“어, 어어!”

“한판? 이게 한판이라고?”

“와 씨…….”

“음…….”

애매한 각도였는데?

지영이 보기에도 이번 메치기도 애매했는데, 심판은 한판을 줬다. 한국 코치진의 격렬한 항의로 다시 VAR 판독. 1분 정도 이어진 판독으로 점수 번복은 없었다. 일본 선수는 좋아서 방방 뜨고 정보연 선수는 억울에서 그 자리서 울음을 터뜨렸다.

뿌득.

그 모습에 지영은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업어치기에 걸렸지만 그대로 못 버틴다는 걸 안 정보연 선수는 의도적으로 몸을 정방향으로 빠르게 돌렸다. 그래서 어깨 일부분이 닿긴 했지만, 등이 전부 닿아야 한판이란 걸 생각하면 분명 한판까진 아니었다.

느린 화면이 다시 나오는데, 역시 날개뼈 부분만 닿았고 나머지는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심판은 승자 선언을 했고, 일본 선수는 인사 후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이런 경우 절대로 점수가 뒤집힐 일은 없었다.

그에 지영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전부 침묵했다.

오심.

오심도 스포츠의 하나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영은 솔직히 그건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스포츠의 하나는 개뿔…… 오심으로 한 선수가 오랫동안 노력한 게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건데.’

그래서 지영은 오심이 싫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본인이 오심에 직접 시달리기도 했고. 지금 봐라, 정보연이 그간 노력해온 모든 게, 오심 한 방으로 끝났다.

“진짜 심판 X발……. 차라리 실력으로 졌으면 저렇게 억울하지라도 않지.”

이성진이 날이 선 눈빛으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당연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의 말이 진짜 맞는 게,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나면 억울해서 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발자국 부족해 패배하더라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지, 저런 억울한 눈물 따위는 결코 흘리지 않았을 거다.

패자는 퇴장해야 하는 법.

결국 진행요원이 들어오고 나서야 정보연은 퇴장했고 결승전이 이어졌다. 다행히 다음 경기에서는 한국이 중국 선수를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정보연을 생각했는지 임잔디 선수는 금메달을 확정 짓고도 웃지 않았다.

차분한 기색으로 인사 후, 조용히 퇴장했다.

“하…….”

그리고 지영도 박수만 조금 쳤을 뿐, 환호하지 못했다.

‘팀 분위기 개판이겠네…….’

저런 오심으로 시합이 뒤집히면 팀의 사기는 올라가든가, 아니면 떨어지든가 둘 중 하나였다. 그나마 전자면 다행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진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여자부 결승이 끝나고 남자부 90 결승전이 시작됐다.

이번에 올라온 일본 선수도 역시…… 유망주였다.

후지무라 슌스케.

강한결과 세계 선수권 결승에서 붙었던 선수였다. 물고 늘어지는 유도로 상대의 체력을 깎아 먹어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오는 유도를 구가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체력이 엄청나다.

이번에 아시안 게임 –90체급에 나온 한성준은, 그런 후지무라 슌스케의 경기 스타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렸다.

진득하게 물고 늘어지는 후지무라 슌스케.

“아, 힘들겠는데…….”

굳히기로 혼을 빼놓은 다음 체력으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면 절대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는 역으로 시합 전체를 자신의 통제하에 놓아야 하는데, 한성준은 그러지 못했다. 물고 늘어지면 딸려가고, 거기서 굳히기로 이리저리 홱홱 돌리니 정신이 빠져나가고, 그러다 보니 억지로 틈을 만들려고 하고.

그 억지 틈을 만들기 위해 호흡이 흐트러지고, 그러다 보니 체력은 체력대로 날아가고.

3분이 지났을 때쯤 이미 한성준은 거칠게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유도선수의 체력훈련은 진짜 상상을 초월해서 고작 3분 만에 숨이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계까지 힘을 토해내도, 버텨내는 게 국가대표들이다.

그런데도 저런다.

이는 후지무라의 전략이 확실히 먹혔다는 것.

장염 증세로 탈수증에 걸린 강한결도 버텨냈는데, 한성준은 못 버텼다.

남은 시간 1분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서로 지도 두 개씩 받은 상태라 벼랑 끝인 상태기도 했다.

“아, 한 번! 한 번만 하라고! 그래! 밭…… 하아.”

이성진이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게 외쳤지만 TV 속 한성준은 오히려 시원하게 하늘을 날았다.

쿠웅!

한판.

억지로 찍은 밭다리를 그대로 되치기로 연결해 한판을 딴 후지무라 슌스케가 일어나며 거칠게 포효했다. 그리고 패자가 된 한성준은 숨을 몰아쉬며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패자의 위치.

지영이 제일 싫어하는 위치였다.

하아.

그런 한성준의 모습에 다들 한숨만 내쉬었다. 답답했다. 내가 저기에 있었더라면, 아마 다들 이런 생각을 하는 중일 것이다. 지영만 해도 그랬다. 어제 미야모토 신지가 보여준 모습에 제대로 자극을 받아서 밤새도록 뒤척이기까지 했다.

내가 나가면 이길 수 있는데. 이런 마음이 아니라 적어도 저런 패자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전부 알고 있어서였다.

올림픽까지 가는 로드맵.

이건 황금세대가 다 같이 의논한 끝에 정했다. 무턱대고 모든 시합에 나가는 게 아니라 딱 필요한 대회만 참가하면서 공부와 운동, 둘 다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짠 맵이었다. 아직까지 누구도 불평분만을 하지 않았던 맵이, 지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포츠니 당연히 질 수도 있는 거라는 걸 모두 알지만 일본에게 이렇게까지 박살이 나고 있으니 피가 끓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욕먹어도 할 말 없겠어.’

지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민에게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은 하나의 거대한 축제였다. 괜히 지구촌 축제라고 하는 게 아니고, 한국도 당연히 축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즌만 되면 아주 화르르 불타올랐다.

늦은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경기를 시청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피땀 흘려가며 축제를 준비한 선수들과 함께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같이 화내고, 같이 울고 웃고 하는 게 국민이다. 그런데 언제나 시원시원하게 금맥을 캐던 유도가 숙적인 일본에게 모조리 박살이 났으니 받은 스트레스가 아마 어마어마할 거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근원에, 자신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준비할 시간이 아예 없었다.

아시안 게임에 나가려면 적어도 1년 전에는 대표팀에 들어가야 했다. 최소 1차부터 3차까지 이어지는 선발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그걸 포기했고, 그렇기에 지영이나 친구들이 아시안 게임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었다. 주전 선수가 다쳐도 2진, 3진 선수가 있으니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선발전을 준비해서 나갔다면, 저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 아마 다섯 명 중 최소 반 이상은 저 대회에 참가했을 거다.

그럼 적어도 이렇게…… 쿠웅!

“아…….”

“하…….”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 –100경기로 인해 일본에게 전패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래서 지영은 책임을 느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네.’

다음 세계 선수권?

그건 축제로 쳐줘도 유도인들의 축제지,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내후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밖에 없었다. 2년이란 시간 뒤에 열리는 올림픽이라, 오늘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드릴 방법이 없었다.

“얘들아. 우리 욕 엄청 먹는다.”

이성진이 시무룩하게 자기가 하는 커뮤니티의 공개 채팅방을 보여줬고, 황금세대에 대한 욕이 실시간으로…… 초당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었다.

-야 씨! 한일전 결승 전패가 말이 되냐?

-와…… 허허! 일본한테 전패? 진심 미친 거 아니냐?

-X발 연희고 황금세댄가 뭔가가 다 잡았던 애들이라며? 근데 걔들은 왜 하나도 안 나왔냐?

-국대 선발전 자체를 안 나옴. 그래서 국가대표 명단에도 없음.

-그 새끼들 요즘 방솔질하느라 바쁨.

-강지영은 드라마 찍고, 황석은 영화 찍고, 이성진은 더 런닝 찍고, 임효중은 아이돌 준비하고, 주장이란 새끼는 영화 들어갈 준비하고 ㅋㅋㅋ 운동선수라는 새끼들이 잘하는 짓이다.

-그 정도면 운동 때려치운 거 아니냐?

-때려치운 거지. X발 한창 운동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방송ㅋㅋㅋㅋ

-운동하는 애들 중에 방송물 먹고 X신 된 애들 많지. 얘들도 딱 그 테크트리 타겠네

-지들이 무슨 국대 은퇴선수인 줄 아나 X발 ㅋㅋ

-어제까지만 해도 이 새끼들 물고 빨던 새끼들 다 어디 갔냐? 어? X발 나와라.

-ㅋㅋ쉴드 못 치니 다 튐!

분노는, 실력이 있었음에도 시합을 포기한 연희고 황금세대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연희고 아이돌이, 연희고 역적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딱 이틀이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연희고 아이돌의 행보에 급제동을 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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