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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6화 (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6화

6화. 전국체전(2)

유도(柔道, judo).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상대를 등을 매트에 닿게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스포츠다. 본래는 상대를 넘기는 유술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경기 시간은 초등부를 제외하고 남자, 여자 전부 중등부부터 일반부까지 4분이다.

지도 3개는 반칙패, 절반 두 개는 한판, 한판은 게임 끝.

이 정도면 규칙 숙지 90%는 완료다.

“흠, 경기 룰은 이 정도면 됐고, 선욱아, 카메라 세팅 다 했지?”

유도 경기룰을 숙지한 이선영이 같이 온 카메라맨 김선욱에게 묻자,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점검한 김선욱이 엄지를 들며 답했다.

“네, 누님. 세팅 끝! 이제 찍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방송에 나갈까요?”

“모르지? 몰라도 일단 찍어 보고, 스토리가 나올지 한 번 봐야지.”

“뭐 저는 누님이 하면 하는 거니까, 그쪽은 맡기겠슴다!”

“오냐오냐.”

이선영은 충북방송, 충주 MBS(Munhwa Broadcasting System)의 소속 기자였다. 그녀가 이곳에 온 건 사측에서 보낸 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의에 의해서였다. 전국체전. 이 시기가 되면 전국체전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지기는 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방송국 소속 기자가 직접 현장으로 나가 경기를 카메라에 담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이쪽으로 올 예정이 없었다. 원래는 시골에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야 했지만, 그녀는 위에다가 강력하게 비벼서 문경의 유도 경기장으로 왔다.

그 이유는 하나.

일주일 전, 도합 넷의 목숨을 구한 한 청년 때문이었다.

학교 체육복을 입은 청년은 이미 영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단서를 확실하게 남겼다.

연희고.

그 영상을 본 이선영은 곧장 시장으로 가서 청년을 수소문했고, 연희고에서 운동하는 강지영이란 청년이라는 걸 10분도 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청년의 정체를 알아낸 이선영은 곧장 강지영이라고 인터넷에 검색 해봤다. 이는 순전히 그냥 한 번 쳐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 청년, 매우 유명한 청년이었다.

연희중, 연희고 F5.

연희초에서부터 정식 유도가 아닌, 체육관에서부터 유도를 시작한 이 청년과 청년의 친구들은 이미 청주 여중생, 여고생 사이에서는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왜 이렇게 유명한가 싶어 사진을 찾아본 결과, 이선영은 단숨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들, 이 고딩들은 진짜 너어무 잘생겼다.

다섯 명이, 정말 구멍이 하나도 없는 외모들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운동으로 인해 탄탄한 몸 하며, 인성도 고와서 보통 어린 나이에 좀 유명해지면 연예인 병 비스무리한 게 걸려 망나니짓을 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 그런 추문도 하나 없었다.

이쯤 되니까 안 궁금해질 수가 없었다.

그녀는 좀 더 공을 들여 파봤다. 그렇게 공을 들여 파면서 신기한 걸 하나 알 수 있었는데, 이 다섯 명의 리더는 강한결이라는 친구였다. 실제로 유도부 주장도 강한결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도는 사진들을 보면, 중심은 언제나 강지영이 잡고 있었다.

‘마치 호위하는 것처럼 보였어.’

중앙에 언제나 강지영이 서고, 나머지 네 명이 그 좌우를 감싸는 형태.

사진의 구도를 보면, 전부 그랬다. 보통 센터는 리더가 선다. 이들은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에 비주얼 담당이 센터에 설리도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각기 다른 특색이 있는 미남들이기 때문에 비주얼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주장 말고, 언제나 지영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찍은 전면, 측면, 후면 사진들을 봐도 다 그랬다. 이는 곧 팀의 리더나, 아니면 지켜야 할 대상이 강지영이라는 뜻.

그럼 왜?

아파서?

몸이 약해서 강지영을 호위하듯 선 걸까?

‘애초에 그랬다면 엘리트 체육은 무리지.’

아픈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한다?

그것도 엘리트 체육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런 사진의 구도에 흥미를 진하게 느꼈고, 다음은 성적을 알아봤다. 대단했다. 이선영은 여기서 확신했다.

‘이 애들은 터질 포텐이 확실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해 6학년 땐 소체 체급을 전부 제패했다.

-36㎏, -42㎏, -48㎏, -54㎏, -60㎏, -66㎏, +66㎏.

이 중 다섯 개의 체급에 나간 황금세대 전원이 금메달을 목을 건 거다. 그녀는 이 대목에서, 이게 마치 전설의 시작과도 같은 느낌을 어렴풋이 받았다.

이어서 중학교에 진학한 황금세대는 일 년은 조용했지만, 마치 그게 적응 기간이었다는 것처럼 다시 2학년 때부터 전국을 휩쓸기 시작했다. 심지어 단체전까지 고작 5인으로 우승을 거머쥘 정도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여지가 없었다. 황금세대 전원이 올해 있었던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두 번씩은 목에 걸었다. 이렇게까지 한 학교가 대회를 휩쓸었던 역사가 없다는 것을 그녀는 조사를 하며 알게 됐고, 이에 흥미는 가중됐다.

‘재밌어. 스토리가 없어도 이 애들은 이상하게 신기하고 재밌어.’

그래서 오늘, 이곳 문경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몸을 푸는 중인 황금세대를 보며, 솟아나는 기대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특종을 찾아내는 것보단, 특종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조작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특종이 될 만한 것을 끈질기게 찾아낸 다음, 이를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스토리를 입혀 더욱 임팩트 있게 터트리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물론 그런 방식이 문제가 되어, 지방으로 고향이자 지방인 충주로 좌천당했지만, 그녀는 그 방식을 여전히 버릴 생각이 없었다.

짧은 개회가 끝나고.

남자 55 체급과, 81 체급 경기가 두 개의 경기장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나온다. 선욱아, 준비됐지?”

“이미 잡고 있습니다!”

“오케이, 그림 잘 담아라!”

“넵!”

그녀는 김선욱의 믿음직스러운 답을 듣고, 경기장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남자 –81 체급, 연희고 임효중. 그가 경기를 막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잘 생기긴 진짜, 엄청 잘 생겼네.”

카메라로 줌업을 해봤던 모양인지, 산적처럼 생긴 김선욱이 푸념같이 내놓은 감상평에 이선영도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선영이 보기에 저 친구는 가장 무난하게, 그리고 착하게 잘생긴 친구였다.

예전에 삼시네끼에 출현한 남지혁을 닮은 선하면서도, 부드러운 외모.

시합 직전인데도 미소를 잃지 않은 그는 시합에 들어가자마자, 돌변했다. 선한 미소가 차갑게 굳더니, 이내 무표정으로 변했다. 체육관 상단, 거대한 전광판으로 보이는 임효중의 변화가 너무 극적이라 이런 것도 특색있네, 하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인사, 다시 인사. 그리고 시작.

으아!

악!

상당히 떨어진 이곳에도 들릴 정도로 큰 기합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자자, 보여줘 봐. 황금세대들. 너희들 정말, 크게 뜰 가능성이 있는지 이 누나한테 얼른 보여줘보렴.”

진한 미소와 함께 이선영이 시합을 자세히 보기 위해 상체를 숙였을 때, 서로 간을 보던 임효중과 전남 대표선수가 맞붙었다. 파박, 파박! 빠르게 주고받는 손. 여기까지 오면서 유도에 대해 공부한 이선영은 그게 유리한 자세를 잡기 위한 잡기 싸움이라는 걸 알았다.

“와… 엄청 빠르네?”

마치 복싱선수가 근접으로 붙어 펀치를 주고받듯이, 엄청 빠르게 손속이 오갔다. 하지만 서로 깃을 잡지 못하고 물러난 뒤, 다시 정비 후 맞붙었다. 파박! 이번엔 서로 도복을 맞잡았다. 임효중이 상대의 도복 등판을, 그리고 전남 대표가 그의 가슴 깃을 잡았다. 그렇게 깃을 잡았는데도 소매 깃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툭, 툭툭, 발바닥으로 상대의 발을 치며 중심을 무너트리려는 동작들이 나오더니, 어느 순간 임효중이 빙글 돌았다.

팡!

빙글 돌면서 다리로 상대의 허벅지를 쳐올린 것 같은데, 도복을 제대로 잡지도 않았는데 전남 대표의 몸이 붕 뜨더니 한 바퀴를 빙글 돌았다.

우와……!

그리고 기술이 터짐과 동시에 갑자기 경기장에 함성이 뻥! 하고 터졌다. 짜르르, 그 모습을 보던 이선영은 저도 모르게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내달리는 걸 느꼈다. 시원했다. 아무리 상대의 도복을 잡고 있다지만 사람의 몸이 저렇게 하늘 높이 뜨는 게 가능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와…… 이래서 유도선수나 레슬링 선수랑 시비 붙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라고 했던 거구나…….”

김선욱의 혼잣말에 진짜 그렇겠단 생각이 절로 드는 이선영이었다. 선수고, 낙법에 익숙하니 괜찮은 거지 일반인이었으면 혼이 나가는 정도로는 안 끝났을 게 분명했다.

하지메!

그렇게 경기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는지 알았는데, 일어나더니 다시 시작됐다.

“어, 안 끝난 건가?”

“누님. 등이 안 닿았잖아요. 아예 한 바퀴 돌아버려서.”

“아.”

김선욱이 그래도 남자라고 좀 더 유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재차 시작된 경기. 전남 선수는 좀 전에 공격에 당황했는지 초짜 이선영이 보기에도 소극적으로 나왔다.

그러자 어김없이 들어가는 반칙.

시합은 순식간에 임효중에게 유리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번의 반칙이 들어가자 경기 양상이 다시 바꾸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간은 3분이 지났고, 남은 시간 2분. 반칙을 받은 전남 선수가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반칙패가 되기 때문에 다시 적극적인 공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패착이었다.

도복 등판을 먼저 선점한 임효중이 정말 벼락처럼 상대의 품으로 들어가며 다리를 가랑이 사이로 뻥! 차올렸다. 심지어 이번에도 소매 깃은 잡지도 않았다.

홱!

그 순간 몸이 붕 뜨더니, 그대로 빙글 돌아서 바닥에 뚝 떨어지는 전남 선수. 그런 전남 선수를 보며 심판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잇폰! 한판을 선언했다. 잇폰은 유도의 한판승으로, 복싱으로 따지면 KO와 같았다.

와아!

관중석 일각에서 함성과 박수 소리가 울렸다.

황금세대의 첫 번째 주자는 그렇게 한판승으로 1회전을 통과했다. 악수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임효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고개를 든 김선욱이 이선영에게 말했다.

“누님, 유도 경기도 이렇게 와서 보니까 또 다른데요?”

“그지? 나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할 때 가끔 TV로 보긴 했는데, 그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진짜 다르다.”

“확실히 박진감이 다릅니다. 괜히 직관직관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인정. 선욱아. 그림은 어때. 쓸만해?”

“네. 괜찮은데요? 잘 정리하면 깔끔한 영상 나올 것 같아요. 뭣보다…… 애가 너무 잘생겼잖습니까.”

“호호, 그렇지?”

“쩝…… 네.”

그녀가 주목한 건 강지영이지만, 다른 황금세대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전원이 연예인 데뷔를 시켜도 될 정도로 잘 생겼고, 사건 사고도 없었다. 이미 SNS에서도 어느 정도는 알려진 유명인들이기도 해서 강지영 하나만 담는 건 세상 멍청한 바보짓이었다.

“자, 다른 황금세대들은 어떨까……?”

그녀의 눈빛은 전에 없이 반짝반짝 빛났다.

충주로 좌천되며 무료함의 극치를 달리던 그녀에게 황금세대, 그리고 강지영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는 없지만, 그 자체로 일단 빛이 나는 아이들. 그녀는 이들에 관한 기사를 쓰기 전에 일단 정보부터 착실히 쌓을 생각이었다.

이어서 경기들이 계속 진행이 됐고, 30분쯤 지나 황금세대의 두 번째가 경기장에 들어섰다.

이성진.

-66㎏.

이 애의 팬들은 이 아이를 이렇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귀공자 이성진.”

수려하면서도, 장난기가 깃든 얼굴이 아직은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을 연상케 한다고들 했다. 그리고 직접 보니까, 확실히 그래 보였다. 그런 귀공자 이성진은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마자, 30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을 던지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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