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14화 (314/335)

314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14)

22억 5천만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1달러당 1,130) 2조 5,425억 원에 캠스타그램을 인수한 정호준은 샌프란시스코에 잡아 둔 숙소로 돌아와 아리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5성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시설을 이용하며 그날 저녁과 다음날까지 휴식을 취하며 여독을 푼 뒤 일정에 넣어 둔 다음 볼일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정호준이 볼일이 있는 장소는 당연히 스타트업들의 천국 실리콘밸리였고, 더 정확히는 스위치란 기업의 사무실이었다.

스위치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비디오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전용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를 업으로 삼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JHJ Capital의 정호준입니다.”

게임 채널을 분리 독립한 ‘스위치’의 공동창업자인 에밀 쉬어와 마이크 세이벨, 토마스 액슬로드 등은 정호준과 악수를 나눴다.

“정호준 대표님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요즘 정호준을 만나는 사람들은 입에 영광이란 말을 달고 사는 것 같았다. 많이 뻔뻔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남이 치켜세워 주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에 정호준은 곧장 본론을 입에 담았다.

“인수 제의서는 받아 보셨을 거라 믿습니다.”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는 정호준의 반응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에밀 쉬어가 입을 열었다.

“캠스타그램을 인수하신다던데, 저희 스위치까지 욕심내시는 겁니까?”

아직 오피셜을 내지도 않았고, 협상을 마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스위치 공동창업자들은 JHJ Capital의 캠스타그램 인수를 알고 있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은 미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양이다.

“문제 될 게 있나요?”

“JHJ Capital은 이미 뷔튜브를 소유하고 있잖습니까?”

“분야가 다릅니다. 뷔튜브는 편집된 영상을 업로드하는 기업이고, 스위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주업으로 삼는 기업이잖습니까?”

뷔튜브도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추가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뷔튜브의 덩치가 커질 만큼 커진 2018년에나 있을 일이다. 회귀한 정호준에 의해 적자를 감당하는 주체가 구골에서 JHJ Capital로 바뀌었지만 정호준은 다른 비전은 모두 제공했을지언정 라이브 스트리밍과 관련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러 기능을 넣어서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깐.’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 이런저런 기능을 다 갖다 박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Simple is best.’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은가? 뷔튜브가 편집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성공한 걸 알고 있기에 정호준은 굳이 변수를 만들지 않았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원한다면, 필요하다면 그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따로 인수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독점법 걱정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저나 우리 JHJ Capital 직원들은 그 정도도 염두에 두지 않고 인수를 진행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여기까지가 릭 오리하와의 거래 내용이었다.

세팅 다 해 놨다는 말에 다시 한번 스위치 공동창업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제 야망이 뭔지 아십니까?”

침묵을 부수기 위해 정호준이 직접 나서서 질문했다.

“정 대표님은 이미 세계 최고 부자로 불리잖습니까? 아직 야망이 채워지지 않은 겁니까?”

단기간에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걸로 모자라 수십 년 동안 부를 축적한 미국의 가문들(로슬러, 로건 제외)이나 왕가와도 견줄 정도가 된 정호준이다. 배가 터져도 모자랄 정도로 가져 놓고 아직 야망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에 에밀 쉬어는 저도 모르게 질문했다.

“제 꿈은 SNS의 황제가 되는 겁니다.”

JHJ Capital이 버펫의 버크셔보다도 더 많은 자산을 굴리고 있고, 유니버셜 뱅크가 재단장을 마친 후 한국과 일본에도 영업을 이어간 덕에 4대 은행이 아닌 미국 5대 은행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정호준은 결코 금융 황제라는 별명을 사용할 수 없다.

20세기 이전부터 금융 황제로 불렸으며 달러를 발행할 권한을 가진 ‘연방준비은행’의 지분을 가진 로건 가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처가인 로슬러 가문의 존재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미국의 셰일 분지에 알박기를 해 뒀더라도 석유왕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루즈벨트에 의해 크리테리온 오일(CRITERION OIL)이 찢어진 회사 중 세 곳이 석유업계에서 ‘7공주’라 불리며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건 가문과 마찬가지로 로슬러가 가문 또한 연방준비은행의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었다.

석유와 금융. 20세기 이전부터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꼽히며 21세기에도 영향력을 여김없이 발휘하는 곳들에서 1등이 되지 못하니, 새로운 산업에서라도 황제라 불려 보고 싶었다.

‘회귀라는 기적을 경험하는 걸로 모자라 복권까지 당첨됐는데, 이 정도는 이뤄내야지.’

영상에서는 뷔튜브와 스위치, SNS 쪽에서는 페이스노트와 캠스타그램이, 메신저 쪽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점유율을 독차지한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꿈이었고, 애플폰과 오성의 협조(?)는 목표의 달성을 가속화 했다.

“스위치는 제 꿈의 달성을 위한 퍼즐입니다. 3억 달러 드리겠습니다.”

스위치는 2014년 아마조네에 인수된다. 아마조네와 구골이 경쟁한 끝에 아마조네가 약 10억 달러를 지불하고 스위치를 인수했는데, 정호준은 아마조네가 제시했던 인수가의 3분의 1을 제시했다.

2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한 달이 다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밴처 회사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

* * *

작년 성황리에 끝마친 레전드컵은 올해도 개최되었다. 개최지는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로스앤젤레스(LA)였다.

JHJ Capital이 후원하긴 했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데 리오 게임즈의 자금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물론 리오 게임즈의 지분 85%가 정호준의 것이니 어디서 돈을 더 많이 냈던 둘 다 정호준의 돈이 들어간 거긴 했지만 말이다.

JHJ Capital 비서팀은 실리콘밸리 방문 일정을 계획할 때 레전드컵도 개최하도록 일정을 짰고, 그런 이유로 ‘레전드컵 2012시즌’은 9월에 개최되었다.

2011시즌 때처럼 할리우드 스타와 팝스타들이 대회 개막식을 기념하는 공연을 해 주었고, 정호준은 아리아를 동반한 채 대회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공연을 보다 궁금한 게 생긴 아리아는 정호준의 어깨를 두드린 뒤 질문했다.

“올해는 대회에 도전하지 않네요?”

“올해는 바빴잖아요. 연습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기태 녀석도 은주 누나랑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없고요.”

정호준의 대답에 아리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화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기태는 은주랑 결혼할 생각은 있데요? 둘이 만나기 시작한 것도 꽤 된 것 같은데, 통 결혼한다는 말이 없네요.”

“은주 누나에 비해 자기가 쳐지는 느낌이 든다더라고요.”

정호준의 보살핌 덕에 멘탈 케어를 마치고 다시금 승승장구를 이어 간 김은주는 상당한 자산을 일구었다. 사치를 즐기는 성격도 아닌 데다 얌전하고 집순이 기질이 강한 김은주는 톱스타 출연료나 영화 런닝 게런티, 광고료 등을 통장에 차곡차곡 저축했다.

박기태가 정호준에게 주워들은 정보를 쪼르르 달려가 김은주에게 전달했고, 김은주는 집을 사느라 사용한 자산을 뺀 모든 자금을 박기태가 알려 준 종목에 투자했다. 그 덕에 지금은 재산이 천억 원을 조금 넘겼다고 들었다.

“은주가 1억 달러 자산가란 건 좀 놀랍긴 하네요. 그래도 기태가 처질 것 같진 않은데요. 유니버셜 히치 대주주가 처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수조 원의 자산을 가져 놓고 처진다는 말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됐던 아리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얼굴에는 흥미롭다는 표정이 가득했지만 말이다.

불구경, 싸움 구경 다음으로 재미있는 게 타인의 연애사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유니버셜 히치는 자기가 이룩한 성공이 아니라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은주의 1억 달러는 뭐 다른가요? 기태가 호준의 친구인 덕에 은주가 재산을 불린 거지.”

“본인은 본인만의 생각이 있는 거니까요. 기태는 자기가 처진다고 생각해 답지 않게 소심해졌고, 은주 누나는 성격 자체가 소심해서 기태의 프러포즈를 기다리는 모양이에요.”

툭! 툭!

정호준의 설명에 아리아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나도 답답하긴 한데, 기태의 절친 된 처지에 은주 누나한테 먼저 프러포즈를 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답답하기는. 내가 은주랑 따로 이야기해 볼게요.”

여자들끼리의 대화를 나누겠다는 말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잘 좀 이야기해 달라고 부추겼다.

개막식 기념 공연을 보며 사담을 나눈 뒤 첫날 경기를 모두 관람했다.

2011년 처음 개최된 대회에서도 그랬고 두 번째인 2012시즌에도 회귀 전과 비교해 상금이 더 많았다. 준우승팀에게 지급되는 상금은 정호준이 우승했던 1회차 레전드컵과 똑같이 40만 달러에 그쳤지만 우승팀에게 지급되는 상금은 무려 2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이제 2회차밖에 되지 않은 대회였음에도 경쟁은 치열했고, 경기 수준이 꽤 높았다. 그 때문에 두 번째 날에 있을 경기도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계획해 둔 다음 일정이 존재하는지라 정호준은 눈을 딱 감고 다음 일정을 위해 움직였다.

별개로 정호준 때문에 변수가 많아졌음에도 정호준이 참석했던 2011시즌과 달리 우승팀이 변하진 않았다.

[TW Assassin 우승!]

닷새간의 격전 끝에 대만의 프로게임단 타이완 어쌔씬이 레전드컵을 들어 올렸다.

* * *

미래를 경험하고 온 터라 아이디어를 빼앗아 본인이 직접 차릴 수도 있었음에도 정호준은 인수를 하면 인수를 했지 남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지는 않았다.

경영권을 빼앗는 것을 넘어 지분을 전부를 인수하며 본인의 소유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인수라는 절차를 밟아 ‘최소한의 보상(?)’은 해 주었다.

그게 정호준이 지켜야겠다고 정한 마지막 양심이었다.

‘유니 톡’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 또한 ‘왓츠업’이나 ‘페이스노트’ 등에도 메신저 기능이 있었기에 아이디어를 빼앗았다고 하기엔 좀 부족했다.

‘문어발 물적분할로 국민의 부를 빨아들일 사태를 예방했다고 생각하지 뭐.’

지금껏 타인의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일이 없었던 정호준은 처음으로 회사 창업을 위해 움직였다.

“뷔튜브에서 편집된 영상을 올리고 있잖아. 과연 그게 경쟁이 될까?”

당연히 창업을 위한 정호준의 동반자는 위즈니악이었다.

“편집된 영상이 재밌긴 하지만, 뷔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상영시간이 대개 길잖아요?”

“그런데?”

“이건 딱 1분으로 제한을 두는 거예요.”

“그게 과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정호준이 아이디어를 빼앗아 선수를 치려는 회사의 이름은 탁톡(Tak Talk). 2010년 후반기 이슈가 되는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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