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11화 (311/335)

311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11)

선물 계약을 모두 털어 내 원금 포함 903억 달러가 계좌에 들어왔지만 아직 JHJ Capital 선물팀의 일거리는 남아 있었다.

선물 계약을 성공적으로 털어 낸 것을 기념해 주말 포함 나흘 정도 휴가를 즐긴 뒤 선물팀과 현물자산 관리팀은 다시금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물 정리 끝났으면 이제 현물을 털어 내야지.”

과도하게 선물을 매입하면 회사의 파산으로 아예 돈을 못 받을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곡물파동을 전제로 움직일 당시 JHJ Capital은 현물 구매에 힘을 쏟았다.

JHJ Capital이 사들인 현물 자산(곡물) 중에는 평균 매입 가보다 2배는 더 높은 가격을 구가 중인 품목도 있었고, 가장 낮은 상승 폭을 기록 중인 품목도 평균 매입가 기준 최소 40% 이상 가격이 상승한 상태다.

JHJ Capital이 현물 구매에 쏟아부은 자금은 약 200억 달러.

휴식을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JHJ Capital 직원들은 유통업체나 물류 업체, 식품 제조 업체와 접촉해 JHJ Capital이 보유 중인 물량을 털어 냈다.

“현재가에서 10% DC해 드린다니까요.”

“15%? 그건 너무 도둑놈 심보잖아?!”

JHJ Capital 직원들이 근무 중인 사무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2개월 정도 그러한 과정을 거듭한 후에야 창고에 쌓아 두었던 물량을 모두 털어 낼 수 있었다.

현물 정리를 마친 후 조나단과 팀장들은 직접 보고서를 들고 정호준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현물 매도 수익 146억 달러. 수익률 73%.

보고서에는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총수익률이 얼마인지 등이 적혀 있었고, 정호준은 JHJ Capital 계좌에 추가로 346억 달러가 입금됐다는 최종 보고를 들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현물자산 관리팀과 선물 관리팀은 1개월 휴가를 다녀오시죠.”

정호준은 고생한 이들을 위로하고자 긴 휴가를 지급했다. 그런데, 정호준의 말을 듣고서 반문하는 이가 하나 있었다.

“대표님, 저는 휴가 안 주십니까?”

최종 책임자로 상황을 컨트롤했던 조나단은 자신에게는 휴가를 주지 않겠다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만큼 조나단이 받은 스트레스는 팀원들과 비교해 많으면 많았지 부족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호준은 잔인했다.

“돈을 벌었으면 쓴다. 당연한 거잖습니까? 조나단 대표님은 이제부터 시작할 주식 매수를 총괄해 주셔야죠.”

“대표님!!”

이어지는 확인 사살에 조나단은 목소리를 높였다.

“저 귀 안 먹었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중요한 일이고, 조나단이 CEO인데.”

비싼 연봉을 지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자리가 바뀌었음에도 처음처럼 정직한 모습을 잃지 않는 조나단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을 알고 있어서 종종 감사 대상이 됐지만 조나단은 항상 결백했다.

그런 조나단에게 큰일을 맡기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은가?

조나단이 감정적으로 나오자 지미 딕슨과 테일러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미국인답게 말리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표님! 저도 사람입니다.”

“중간중간 휴가 잘라서 다녀오시는 것까지는 터치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선물팀이나 현물자산 관리팀처럼 휴가를 길게 드릴 수는 없어요. 믿을 사람이 조나단뿐이라서 이러는 겁니다.”

자신을 믿어서 그러는 거란 말에도 조나단의 얼굴을 펴지지 않았다. 그러다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조나단이 입을 열었다.

“CEO로 계약된 임기까지는 일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제 다음은 누구를 CEO로 임명할지 후임자를 알아봐야 할 겁니다.”

“네?!”

“재계약은 하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조나단이 정호준과 함께 일한 것도 어느덧 1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0년을 채우려면 몇 년 더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그의 나이도 40대 후반이었다. 돈은 이미 벌 만큼 벌었다. 이제는 그냥 아내와 여행도 다니고 좀 여유롭게 살고 싶었다.

“조나단! 내가 조나단에게 일을 많이 시키고 있는 건 알아요. 그래도 일을 그만하겠다니,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 몰라요?”

“농담 아닙니다. 전부터 한 번씩 생각하고 있던 일입니다.”

사실 전부터 그만두고 싶었다. 그럼에도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 건 월가에서도 밑바닥에 불과했던 그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정호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조나단은 이런 생활을 정년퇴직 때까지 이어 가고 싶진 않았다.

‘지금도 분에 넘친다.’

똑같은 부를 지녔더라도 더 욕심을 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이도 있다. 조나단은 후자에 속하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JHJ Capital의 CEO라고 사람들이 우러러봐 주지만 조나단은 그런 시선보단 당장의 행복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JHJ Capital은 이미 미국 금융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됐습니다. 제가 아니어도 이 자리를 감당할 사람은 차고 넘칩니다. 밖에서 데려오는 것이 마음에 안 드시면, 내부에서 찾아도 되잖습니까? 저조차 문제없이 CEO직을 수행했습니다.”

조나단의 표정을 통해 장난하는 것이 아니란 걸 인지한 정호준은 앉아 있던 소파에 완전히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뢰가 더 중요한 거 잘 알잖아요?”

JHJ Capital의 CEO직은 다른 CEO직과 달리 능력은 둘째 문제였다. 어차피 방향을 제시하는 건 정호준 본인이었으니까 말이다. 정호준이 필요로 하는 건, 본인의 머리로 이해가 안 가더라도 정호준의 뜻에 따라 묵묵히 일을 진행하고, 괜한 호기심을 부리지 않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

추궁 같은 물음에 조나단은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다.

“휴가 보내 줄 테니까, 그 말 취소해 주지 않을래요?”

정호준은 어떻게든 조나단을 달래 보고자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아뇨, 말하고 나니까 더 확고해졌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임기대로 내년 상반기까지만 일하겠습니다.”

계좌에 1,249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149조 8,8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자산이 확보되었음을 보고받은 하루지만, 골치 아픈 문제도 함께 떠안게 된 하루였다.

* * *

정호준은 조나단이 추가 계약 의지가 없다는 걸 언급한 후로 몇 번이나 번복해 주길 설득했다.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철인처럼 조나단은 철벽을 쳤다.

“밖에서 데려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알죠? 최소한 조나단의 뒤를 누가 잇는 게 좋을지 같이 고민해 줘요.”

결국 백기를 든 건 정호준이었다. 설득을 포기한 정호준은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전에 오리하 대통령과 만나 약속한 게 있습니다.”

“대통령과요?”

“JHJ Capital이 ‘SM 벨라스키스’의 주식을 매입해 주길 바라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확보해 줬으면 한답니까?”

주식을 사 달라고 부탁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일이었지만 조나단은 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얼마나 확보하면 좋을지 물었다.

“지분을 5% 이상 가지고 있기로 했어요. 깔끔하게 1억 주 정도 매입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잖습니까?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주가에 영향 가지 않도록 천천히 매입해 주세요.”

SM 모터스만 떠안았던 회귀 전의 역사와 달리, 오리하 정부는 벨라스키스까지 떠안아 합병시킨 뒤 잘라낼 것을 잘라냈다. 많은 부분을 수술로 잘라냈지만 어쨌든 과거보다 회사의 덩치가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펙트였다.

회사가 커진 만큼 나스닥에 재상장할 때 발행한 총발행 주식 수도 많았다.

정호준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13억 9천만 주 정도 됐던 총발행 주식이 현재는 18억 주에 달했다. 약 4억 1천만 주 정도가 추가로 발행된 것.

그러면서도 재상장 당시 공모가나 시장 진입가는 본래의 역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SM 벨라스키스’는 주당 33.50달러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었다.

정호준이 SM 벨라스키스 주식 매입을 지시한 날은 2012년 9월 13일. 주가는 20.98달러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었다.

“주식 매입 시작하겠습니다.”

조나단으로부터 전달 사항을 전해 들은 주식매입팀은 조나단의 총괄하에 1억 주를 목표로 주식 매입이 시작되었다.

* * *

조나단에게 일거리를 넘겨준 뒤 정호준은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향했다.

정호준이 워싱턴으로 향하는 건 회귀로 돈을 벌었을 때부터 계획해 둔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였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웨스트포트 요트 CEO 데릴 웨스트필드입니다.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네요.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복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호준에게 자신을 소개한 데릴 웨스트 필드는 아리아를 보면서도 말을 걸었다.

“로슬러 양도 오랜만입니다. 10년 만인가요?”

“고등학교 다닐 때 사교 파티장에서 봤으니, 아마 맞지 않을까요?”

안부를 물으며 연례 행사 같은 대화를 나눈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저희 회사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인다운 오만함에 정호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계약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닌데, 너무 앞서가시는 거 아닌가요? 견적은 모두 받아 볼 생각입니다만?”

“미국에서는 저희가 최고라고 자부하니까요. 대표님도 그래서 워싱턴까지 날아오신 거잖습니까?”

‘웨스트포트 요트사’가 미국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기에 정호준의 말문이 막혔다.

“저는 꼭 미국산이 아니어도 되는데요?”

‘웨스트포트 요트’는 미국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회사였지만 세계 최고는 아니다. 사실 요트나 크루즈선과 관련해서는 이탈리아나 네덜란드, 독일이 미국보다 더 우위에 있었다.

속을 읽힌 것에 불쾌감이 들어 딴소리를 해 봤지만 이어지는 말은 다시금 정호준을 벙찌게 했다.

“정호준 대표님께서 미국산을 즐겨 사용하신다는 소문은 이미 사교계에 파다합니다. 덩어리가 큰 사치품을 타국에서 매입할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실제로 JHJ Capital은 전용기를 사들일 때마다 보인사 것만 고집했다.

“하, 당해 낼 수가 없네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사원 및 가족 복지 차원에서 요트를 하나 마련할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카탈로그에 있는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아니면 따로 주문 제작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카탈로그에는 1억 정도에 살 수 있는 제품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주문 제작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제가 원하는 규모는 메가급입니다.”

정호준은 수영장만 세 개를 주문했다. 하나는 외부에, 그리고 남은 둘은 실내에. 실내 수영장 중 하나는 식당 내부에 자리하도록 요청했다. 당연히 수영장이 없는 식당도 따로 만들도록 했고 말이다.

수영장 외에도 영화관, 게임방 등의 오락시설을 추가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러면 제작비로만 3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확실하게 견적을 내서 제안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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