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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98화 (298/335)

298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98)

571억 달러를 추가로 소진하며 1,071억 달러의 사용을 마친 조나단은 정호준에게 보고서를 건넸다.

“나이크와 넷플렉스, 스타박스는 제 입김만으로는 설득이 어려웠습니다. 시장에 나온 주식이 아닌 대주주들로부터 사들이겠다고 설득을 해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우리가 두렵다는 거군요.”

나이크도 스타박스도 넷플렉스도 이미 JHJ Capital이 20%의 지분을 보유 중인 곳이다. 세 회사는 JHJ Capital이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예, 정확히는 우리의 자금력이 두려운 걸 겁니다.”

JHJ Capital이 투자에 성공했고, 수호이로그 금광을 매각했다는 것은 미국 금융가에 종사하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JHJ Capital은 돈 나오는 주머니나 다름없는 은행까지 가지고 있었고, 하물며 정호준의 처가는 그 로슬러다.

자금력 싸움으로 싸움의 성질이 정해지는 순간 패배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다.

싸움이 해 보나 마나 하게 끝날 요인은 그 외에도 존재한다. JHJ Capital이 몸집을 불리는 걸 보고 질투를 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손해를 본 이들은 JHJ Capital에 반감을 드러내며 적대적으로 돌아섰지만,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게 JHJ Capital의 옆에 서고 싶어 하는 이들이었다.

JHJ Capital이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대주주를 자기편으로 만들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말.

“지난 3년하고도 1분기 동안 우리는 아무 요구도 하지 않고 배당금만 조용히 타 먹었는데 말이죠. 이거 좀 억울하네요.”

“이제까지 그래 왔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위기에 대비하지 않고 마냥 낙관하는 이들은 회사를 경영할 자격이 없다.

“경기가 안 좋아서 회사가 크게 흔들리거나 회사를 해치는 선택을 내릴 때는 그냥 두고 보지는 않으실 거잖습니까?”

조나단의 물음에 정호준은 당연하다는 말투로 답했다.

“그야 그렇죠. 세상에 돈 나오는 화수분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투자자가 어딨습니까? 그것도 내 돈을 들여 만든 화수분인데요.”

“뭐든 우리가 끼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겁니다. 사실 20%의 지분을 쥐고 있는 것도 거슬릴 겁니다.”

나이크와 스타박스는 창업자나 창업자들이 세운 대표는 창업한 지 최소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창업자의 뜻에 따라 방향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1997년 창업한 넷플렉스는 그러한 경향이 특히 더 강했고 말이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조금 섭섭하긴 하네요. 제가 직접 나서서 약속하면 뜻을 달리해 줄까요?”

“아뇨,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전해 들은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여기까지만 하죠.”

이제 됐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 ‘미국 시장’이라고 언급하는 정호준의 말을 통해 조나단은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 *

이틀 정도 시간을 갖고 계산기를 두드린 정호준은 조나단이 예측했던 것처럼 그를 불러 추가 투자를 입에 올렸다.

“이번에 건네주신 명단은 패션 쪽에 특화되어 있군요. 그것도 아디엔스와 디x니를 빼면 전부 명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입니다.”

JHJ Capital의 주식 투자는 주로 IT나 전자, 전장, 자동차, 식품, 유통 쪽에 많이 몰려 있다. SSL Capital이 영화 투자로 큰 명성을 누리고 있기에 디x니 투자까진 이해하지만, 메이커에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의외였다.

“명품은 불경기에도 꾸준하게 매출을 올리는 품목이라서요.”

불경기가 닥쳐도 부자는 대개 부자로 남는다. 물론 위기가 닥치면 부유층 중에도 분명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이들이 생겨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비를 안 했던 이들에 한했다.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거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들이 새롭게 부유층에 진입하는 시기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는 처음부터 돈 많은 부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가치를 만들어 낸 상품이라 불경기에도 꾸준한 수요가 존재한다.

“앞으로 호황이 찾아올 거라 하셨잖습니까?”

“그러니까요. 불경기에도 장사가 잘되는 종목인데, 경기가 좋으면 매출이 얼마나 증가할까요?”

부자를 선망하고 부자가 되길 희망하는 이들은 전 세계에 넘쳐난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가 만들어 낸 이미지와 유행, 사회적 편견은 이제 막 부자가 된 이들조차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게 만들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바로 정호준 본인이었다.

정호준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아리아가 코디해 주는 미국 최상류층들이 입는 명품들로 도배한 채 다녔다.

부자가 되진 못했지만 부자가 되고픈, 부자를 선망하는 이들은 부자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명품을 구입한다.

‘그래서 부잣집 여자들이나 성공한 모델과 배우들이 패션 쪽에 뛰어드는 거지,’

서구권 부유층의 여성들이나 가진 부의 수준이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는 중국 0.1%의 자녀(주로 여성)가 패션 공부를 해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내곤 한다. 브랜드화하는 게 정말 어렵지만 브랜드화에 성공만 한다면 그 어떤 사업보다도 빠르게 확장하고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종목이었다.

‘뭐 태반은 다 실패하지만.’

돈이 있다고 브랜드화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를 증명하는 게 바로 정호준의 아내인 아리아였다. 아리아 로슬러는 1회차 때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말아 먹었었다. 어렴풋이나마 어디서 본 기억이 있던 정호준은 패션사업 대신 재단 사업과 예술재단 운영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경기 호황으로 여유가 생긴 서민들은 할리우드 스타나 부자들을 선망해 명품 브랜드를 소비할 겁니다.”

“…….”

정호준의 말에 침묵을 유지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나단 본인도 명품 시계와 이탈리아 명인이 제조한 양복을 입고 있었기에.

다만 사실 정호준이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말하지 않은 게 몇 가지 더 있긴 했다.

‘주식 자체는 내가 쥐고 있더라도 배당금이나 의결권은 아리아가 맡은 재단이 위임하게끔 해야지.’

명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대주주로 자리매김하면, 한정판. 조금 고급진 용어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불리는 것들을 구하는 데 여러모로 유리하리라. 아리아의 수집 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

‘굳이 내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로슬러란 이름 덕에 못 가질 건 없겠지만.’

19세기, 20세기 때와 달리 21세기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들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로슬러란 패밀리 네임을 이어받았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말이다.

‘똑같이 가져오더라도 아빠나 할아버지 이름을 파는 게 아닌, 내 이름 팔고 가져와야 맞지.’

여기까지 올라오고 보니 아리아가 그의 이름이 아닌 로슬러의 이름을 휘두르는 건 그것 나름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증권사나 은행과 같은 금융 쪽에서 일한 게 아니라서 사실 정호준은 가상화폐, 넷플렉스, 테슬러 같이 세계를 뒤흔들었던 큰 틀을 제외하면 딱히 아는 게 없다. 세계는커녕 한국에서 영업을 이어 가는 기업조차 유명한 것 몇 개 빼고는 잘 몰랐잖은가?

그저 이번 포트폴리오는 미국이 먼저 스타트를 끊은 훗날 ‘양적완하’라 불릴 정책을 전 세계가 따라 함에 따라 주가가 폭등하며 대기업들이 더 큰돈을 벌 거란 걸 알기에, 그리고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점 강해지는 것과 자신의 자존심, 그리고 아내인 아리아를 위해 선택한 포트폴리오일 뿐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린 선택이 종국에는 이번에 투자한 자산을 최소 6배 이상 불려 줄 거란 정호준은 아직 알지 못했다.

* * *

정호준이 제시한 포트폴리오의 비전을 전해 들은 후 조나단은 다시금 주식 매입을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 일 마치면 휴가 다녀와도 된다고 허락받았다. 대표님께서는 한 달을 통으로 쉬어도 괜찮다고 하셨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휴가 없이 벌써 5개월을 넘게 집중한 걸 알기에 조나단은 휴가를 미끼로 팀원들을 다독였다. 마무리를 잘하고 즐겁게 휴가를 떠나자는 말에 직원들은 다시금 의욕을 되찾았다.

-디X니, 평균 매입가 50달러, 1억 5,595만 7,200주 매입(지분율 약 17%).

총 매입비용: 77억 9,786만 달러.

놀이동산과 애니메이션 영화, 그리고 캐릭터에서 파생된 상품 등을 판매하며 매년 큰 수익을 기록하는 디X니는 지금까지 투자하지 않은 걸 이상하게 여겨야 할 정도로 좋은 회사였다.

JHJ Capital 계좌에 남겨진 467억 8,785만 달러를 정확히 6등분으로 나눈 후 6분의 1에 해당하는 77억 9,786만 달러를 뺀 390억 달러를 유로로 환전했다. 이 당시 환전 비율은 1달러에 0.72유로 선을 오갔는데, JHJ Capital의 환전 비용이 크다 보니 1달러에 0.80유로까지 환전비가 상승했다.

JHJ Capital은 312억 유로를 환전하는 데 그쳤다.

-아디엔스, 평균 매입가 90유로. 500만 주 매입(지분율 5%)

총 매입비용: 4억 5,000만 유로

아디엔스는 독일 기업으로 나이크와 세계 스포츠 의류를 양분한다고 봐도 모자람이 없는 거대기업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것과 달리 기업의 형태는 ‘가족기업’이어서 상장한 주식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시장에 풀린 주식의 수는 더 적었다. 주식매입팀이 출장까지 가서 대주주를 만나 설득을 했음에도 확보한 지분율은 5%에 그쳤다.

-루이비쥬, 평균 매입가 150.64유로. 5,103만 2,263주 매입(지분율 10.18%).

총 매입비용: 76억 8,750만 유로.

회사의 역사가 부려 160년을 넘긴 하이엔드급 명품 브랜드다. 세계 3대 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봐도 무방할 기업이었다. 시장에 나온 주식을 사들이는 걸로도 모자라 대주주와 접촉해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주식을 사들여야만 했다.

-로엘, 평균 매입가 139.86유로. 5,496만 5,680주 매입(지분율 10.27%).

로엘은 세계 최대의 종합 화장품 회사로, 화장품 업계에서 거의 최고급으로 인식된다. 중국에서 한한령이 발동되기 전까지 중국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던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파이를 빼앗을 회사였다.

-헤라, 평균 매입가 700유로. 1,098만 2.142만 주 매입(지분율 10.5%).

총 매입비용: 76억 8,750만 유로

헤라는 루이비쥬와 마찬가지로 세계 3대 명품에 꼽히는 패션, 가죽 기업으로 독일의 아디엔스처럼 가족기업 형태로 운영되어 시장에 나온 주식이 많지 않았다. 오너 일가가 뻘 짓을 많이 해 주식이 저당 잡혔던 아디엔스와 달리 헤라는 오너 가문인 베르나르 일가가 회사 지분의 75%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어떻게든 10%의 지분을 확보했으면 좋겠다는 정호준의 지시에 베르나르 일가에 붙어 설득에 설득을 이어 가 프리미엄으로 원가보다 3배는 더 제공한 뒤에야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

-세바스찬 듀옹, 평균 매입가 196.20유로. 3,918만 1,957주 매입(지분율 21.71%).

총 매입비용: 76억 8,750만 유로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세바스찬 듀옹이 1946년에 설립한 하이엔드 명품 패션 브랜드로 1947년 2월 12일에 선보인 듀옹의 첫 컬렉션이 세계 여성들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었고, 이후 프랑스 명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3대 브랜드에 꼽히진 못했지만 3대 브랜드에 꼽힌 루이비쥬의 모회사에 소속된 기업이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을 끝으로 다 쓰지 못할 거라 염려했던 1,538억 8,775만 달러를 모두 소진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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