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90화 (290/335)

290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90)

정호준이 명성을 얻고, JHJ Capital의 성공신화가 계속되자 JHJ Capital은 트레이더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가 되었다. 월가에서도 능력 있는 이들이 입사를 희망했고 필요에 따라 하나둘 스카우트하다 보니 딸려 오는 인원도 있어, 지금에 와서는 150명 이상의 트레이더들을 데리고 있는 거대 금융회사로 변모했다.

여기서 말하는 150명은 JHJ Capital과 SSL Capital에서 일하는 인원을 말한다. 은행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정호준의 밑에서 일하는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쨌든 JHJ Capital의 직원들은 정호준이 따로 불러서 지시를 내리면 그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정호준의 지시를 가장 우선시하지만, 정호준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는 저마다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선진국답게 평균 시급이 미국에서도 몸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게 월가의 트레이더들이다. 높은 연봉만큼 워라벨이 후지지만. 어쨌든 그런 트레이더들을 150명이나 고용해 놓고 이들을 놀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정호준의 부름이 없을 때는 다른 금융회사들과 똑같은 일을 진행했다. 정호준이 제공한 자금을 토대로 단타를 이어 가며 자잘한(?) 수익을 내거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 가는 등의 일 말이다.

JHJ Capital은 스타트업을 담당하는 직원의 경우 4~5명을 묶어 한팀으로 활동하도록 시스템을 짰고,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한 트레이더팀 중 두 팀이 제대로 된 성과를 냈다.

엑스트를 마치고 수익을 보고한 팀의 팀장부터 사무실로 초대했다.

브라운 칼라가 짙게 드러난 블론드 헤어스타일의 여성이 정호준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서 와요, 레이나 팀장.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죠?”

“예, 이렇게 따로 자리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자잘하게(?) 돈을 굴리는 걸 신경을 안 쓰다 보니 큰 사업을 총괄하는 이사 직급을 단 팀장들이 아니면 처음 입사할 때 인사차 만나는 만남 외에 정호준과 개인적으로 만날 일은 없었다. 일을 지시하기 위해 부르는 것조차 회사의 대표인 정호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야기하기에 앞서 커피 한잔 어때요?”

마실 것을 제공하겠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 구석에 배치된 커피머신으로 잠깐 시선을 돌린 레이나는 조용히 물었다.

“대표님이 타 주시는 겁니까?”

“예.”

“혹시 캐러멜 마키아토도 가능한가요?”

“휘핑크림까지는 못 올려 줘도 시럽은 있어서 가능합니다.”

정호준의 대답을 들은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호준에게 커피를 부탁했다.

이번에 성과를 낸 두 팀 중 정호준의 부름을 받은 팀장은 자넷을 제외하면 JHJ Capital에 몇 없는 여성 팀장이었다.

‘그냥 일개 팀의 팀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으려나?’

레이나는 자신의 팀이 운용하는 자금만으로는 투자가 힘들어지자 다른 팀의 팀장들을 설득해 자금을 모았고, IPO란 성과를 얻어 냈다.

정호준은 레이나가 주문한 캐러멜 마키아토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렇게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네요.”

밑에서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든 그건 그들의 몫이었다. 정호준이 거기까지 신경 쓰면 신경 쓸 게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자신의 권한 이상의 것을 썼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면 그만인 일이다. 만약 IPO라는 성과 대신 폐업이란 결과물을 맞이했다면 목이 잘리는 건 물론이고 자신에게 허용된 권한(자금) 이상의 것을 동원한 책임을 지도록 소송을 시작했으리라.

성과를 냈으니 치하하는 것 당연했다.

“엑시트까지 잘 마쳤다고 들었어요.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 주어서 고맙습니다.”

정호준은 레이나에게 리스크를 짊어지며 투자에 성공한 것에 축하 인사를 건넸고, 다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정호준이 건네준 캐러멜 마키아토를 한입하던 레이나는 정호준의 치하에 황급히 손을 저으며 미국인답지 않게 인사치레를 내뱉었다.

“아뇨, 운이 좋았습니다. 열심히 돈을 까먹다가 이제야 월급 값을 한 것 같습니다.”

레이나가 투자한 ‘링크 온’이라는 미국의 IT 밴처 회사는 비즈니스 전문가와 기업 간의 연결 및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것을 핵심 활동으로 정의했는데, 그 외에도 대한민국의 ‘사람on’처럼 구직자들이 취업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구인 구직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찬가지로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제공했다. 또한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따로 운영하는 회사였다.

레이나가 다른 팀장들을 설득해 자금을 모은 이유는 링크 온이라는 회사가 창업한 시기는 2003년인데, 2009년에 투자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링크온은 창업한 지 이미 6년이 지난 회사였고, 그런 회사에 투자하는 건 그만큼 초창기 투자자와 비교해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만 했다. 투자의 대가로 받는 지분 비율 또한 당연히 초창기 투자자와 비교해 적을 수밖에 없었다.

4천만 달러를 투자해 놓고 15%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물론 이조차도 2007년 발생한 모기지론 디폴트란 악재가 없었으면 투자가 불가능했을 거다.

지분을 15%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금융 위기와 JHJ Capital의 이름을 등에 업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공한 원인이 어떻든 간에 레이나가 투자한 기업이 2011년 5월 19일 링크온이 IPO를 실시해 수익을 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Link On’은 2011년 5월 19일 주식을 총 8,500만 주 발행하며 기업 공개 절차를 밟았고, 700만 주를 시장에 내놨다. 정호준이 모르는 정호준의 1회차의 삶에선 800만 주를 시장에 풀었었는데, 링크온 창업자들은 JHJ Capital이 가진 지분을 의식해서 100만 주나 덜 풀었다.

IPO 시작가는 45달러.

IT의 카테고리를 달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만한 잠재력이 있어서인지 링크온의 주가는 빠르게 상승했다.

JHJ Capital이 투자의 대가로 받은 링크온 지분 15%는 12,750,000주에 달했고, 레이나는 주가가 오르는 것을 지켜보다가 6월 초부터 엑시트를 시작했다. 레이나에게 설득되어 IPO란 결실을 맞본 팀들은 욕심부리지 않고 레이나의 주도하에 천천히 엑시트를 진행했다.

53.98, 55.48, 58.32, 64.37, 68.12, 70.48, 73.23, 78.97, 83.17…… 100.12.

JHJ Capital이 엑시트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주가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109달러까지 주가가 상승했던 정호준의 1회차 때와 주가 상승은 102달러에서 그쳤다.

JHJ Capital 평균 매도가 $82.38

JHJ Capital 주식 매매 수익: $1,050,345,000

JHJ Capital의 매매 수익은 10억 5,034만 달러. 투자금을 제외하면 약 10억 달러(한화 1조 2천억 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그것도 정호준이 벌면 좋고, 본전만 찾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스타트업 분야에서 수익을 냈다.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했고, 성공에 대한 물질적인 것 외에도 대가가 필요했다.

‘자기 자리까지 걸면서 21배의 수익률을 창출했는데, 해줄 수 있는 건 해 줘야지.’

JHJ Capital이 굴리는 자금 규모를 고려해도 10억 달러는 충분히 큰 금액이었다.

“일단 레이나의 승진을 논하기 전에 링크 온에 대한 레이나의 생각을 묻고 싶군요.”

링크온은 7월 19일 피크인 102.97달러를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망할 것처럼 빠르게 폭락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하락세를 기록 중이었다.

“엑시트를 한 것으로 끝입니까? 아니면 지켜보다 재투자를 하는 게 좋을까요? 레이나가 판단하기에 ‘링크온’은 비전이 있는 기업입니까?”

페이스노트, 뷔튜브에 창업 초창기부터 돈을 투자하고 레전드 리그와 유니톡의 경우는 거의 공동창업자로 활동했다. 그렇다 보니 세상 사람들로부터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서도 일가견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기업들은 원래도 잘됐을 기업들이다.

그리고 정호준의 기억 속에 링크 온이라는 기업은 없었다. 그래서 해당 투자를 담당했던 레이나를 보며 비전을 물었다.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입니다. 다만, 우리 JHJ Capital의 엑시트 건도 있으니 올해까지는 그냥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서울 법도 하건만 레이나는 정호준의 시선을 마주한 채로 제 생각을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좋습니다. 그럼 레이나 씨에게 링크온 재투자 시점과 주식 매입을 맡기겠습니다.”

정호준은 레이나가 벌어들인 수익 10억 달러를 링크온에 재투자하겠다고 천명했고, 진입 타이밍을 그녀에게 맡겼다. 그리고 별개로 팀원을 5명 추가할 권한과 1억 달러를 운용할 권한을 내주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 * *

링크온이 IPO를 실시해 엑시트가 끝난 회사라면 JHJ Capital에는 IPO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이 두 곳 더 존재했다.

하나는 정호준이 직접 투자를 진행한 클럽폰.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스타트업 투자팀이 투자한 기업 재그진(ZagJIn)였다.

재그진(ZagJIn)은 2007년 7월 창업한 모바일 게임 개발 회사로, 엔플이 애플폰을 개발한 후 앱스토어의 코드를 개방해 개발자들의 창업 릴레이가 이어졌을 당시 그 릴레이에 동참했던 회사다. 재그진은 모바일 게임을 다수 개발해 나름의 실적을 올리며 상장을 앞둔 회사로까지 성장했다.

JHJ Capital과의 인연을 이야기하자면 2008년 JHJ Capital 스타트업 투자팀의 눈에 띄어 200만 달러를 투자받은 기업이었다. 2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12%의 지분을 받았었다.

레이나와의 미팅을 마친 정호준은 재그진 투자를 담당했던 팀의 팀장을 호출했다.

“어서 와요, 하인스 팀장.”

정호준은 레이나에게 캐러멜 마키아토를 타 줬던 것처럼 하인스에게도 커피를 권했고, 다행스럽게도 하인스는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12월에 IPO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이죠. 잭팟을 터트려 줘서 고맙습니다.”

미국인이라고 꼭 자기 주장이 강한 건 아니라는 듯, 하인스는 조용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레이나 팀장처럼 엑시트를 계획 중입니까? 아니면 지분을 꽉 쥐고 있을 생각인가요?”

“상장하는 즉시 엑시트하려 합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다만 조용하고 겸손하더라도 제 할 말은 확실하게 했다.

“‘Farm Tycoon’과 ‘Words play with Friends’가 대박을 터트려 상장을 앞뒀지만 지속성이 부족하다 판단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상장 후에 주가가 크게 뛸 것 같지도 않고요. 다음 작품이 흥행을 이어 줄지도 의문입니다.”

여러모로 리스크가 많아 엑시트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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