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87)
유럽과 남미인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국가를 떠받치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산업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사이비 종교로 취급해도 무방할 만큼 물질만으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사이비 종교라니, 비교할 게 따로 있지 좀 오버하는 게 아니냐고?
본인이 응원하는 팀 팬이 뭔가 잘못을 저질러 징계 차원에서 유럽 클럽대항전으로 분류되는 챔피언스리그의 좌석을 내주지 않았다고 남의 나라 도시에 가서 테러로 취급될 정도의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고, 자신의 부친을 납치당한 국가대표 선수가 부친을 돌려받기 전에는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니 마피아들까지 나서서 납치범을 잡아내 스타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하도록 만든다.
이게 사이비 종교가 아니면 대체 뭘까?
예절이나 상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자들이나 할 법한 행동이었고, 그만큼 유럽과 남미 사람들은 축구에 미쳐 있었다.
[리버풀 정호준 구단주의 일갈!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껍데기만 남은 팀이 내 선수들을 탐내는 게 불쾌하다?!]
자신의 팀을 모욕한 정호준의 인터뷰를 그냥 두고 볼 축구팬은 축구팬이 아니다.
-이 새끼 죽이러 갈 사람!
정호준이 세계 최고의 부자란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축구의 ‘축’ 자도 모르는 새X가 마드리드를 욕해?
⌎re: 너보다 똑똑한 사람답게 맞는 말 했는데? 최근 상대 전적 우리의 완승이잖아.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진 게 아쉽긴 한데, 챔스에서 복수해 줬으니까 됐지 뭐. 우리는 5:0으로 지진 않았음.
⌎⌎rere: 닥쳐 이 카탈루냐 새꺄. 로스 블랑코스는 금방 본래의 자리를 찾을 거거든?! 꾸래 새끼들 잠깐 잘나간다고 나대기는!
-우리 구단주가 맞는 말 했네. 우리 더 레즈 선수 좀 노리지 마라. 어차피 우승 못 할 거 왜 자꾸 욕심내냐? 알론소 데려가고도 결국 우승 못 했잖아?
⌎re: 그니까 내 말이. 우리랑 빅이어를 두고 경쟁하는 바르셀로나라면 이해라도 하지 마드리드 새끼들은 욕심만 많아.
⌎rere: 이 개X끼들! 너네 어디 사냐?!
⌎rerere: 딱 보면 모르냐? 리버풀에 산다. 올 테면 와 봐. 그날이 네놈 사망선고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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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더 정확히는 정호준의 페이스노트 정호준의 계정 홈에서 마드리스타, 꾸레, 콥 간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스페인 재벌이자 한 명의 축구팬이기도 한 레알 마드리드 FC의 회장직에 임명된 플로레노 페드로 회장 또한 정호준의 인터뷰에 인터뷰로 대응했다.
[리버풀의 정호준 구단주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축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로스 블랑코스의 유니폼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입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페드로 회장의 인터뷰는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고, 인터넷,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전쟁은 현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님과 대표님 가족분들의 경호를 강화하려 합니다.”
“예, 잘 부탁합니다. 일거리를 늘린 것 같아 미안하네요.”
“그런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표님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저희 경호팀의 할 일이니까요.”
비서팀과 경호팀에 비상이 걸렸고, 페이스노트 운영팀도 잠깐 넘어와 정호준을 보며 물었다.
“대표님, 갈등이 너무 심화된 것 같습니다. 계정을 잠깐 차단하는 게 어떨까요?”
욕설이 난무하고 죽이겠다는 이야기도 종종 보이는 상황이다. 자신들의 오너가 욕을 먹고 위협받는 이 상황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아뇨, 그냥 놔두세요. 무관심보다는 이렇게 관심받는 게 나으니까요. 스페인과 영국 쪽에서 가입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죠?”
“예, 대표님의 인터뷰가 노출된 뒤부터 잉글랜드와 스페인에서 가입자 수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
“욕 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점유율을 올릴 기회가 생겼을 때 잡아채야죠.”
무관심보다는 비난이 낫다는 연예계의 격언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페이스노트와 유니톡은 연동까지 완벽하게 적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승승장구를 이어 가는 중이었으나, 온라인 쪽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었다.
정호준의 인터뷰는 온라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생활을 이어 가던 이들이 페이스노트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레알 마드리드 FC와 리버풀 FC, 그리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욕먹는 상황을 그 누구보다 반기는 바르셀로나 FC 팬덤까지 이 싸움에 참전해 화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자, 축구를 즐기며 자기 삶을 살아가던 마드리스타, 꾸레, 콥들이 하나둘 주변의 요청을 받고 참전했다.
‘자신을 욕하고 죽이겠다고 난리 치는 상황조차 사업 확장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건가?’
자신을 향한 비난과 위협조차 사업 확장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정호준의 말에 페이스노트 운영책임자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이제 와서 도망치기엔 탄력을 받기 시작한 지금의 상황이 아쉽네요. 제 안전은 트리오플에서 신경 써 줄 테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페이스노트 운영팀은 렉과 버그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세요. 어쩌면 디도스 공격을 벌일 수도 있으니, 사이버 테러에도 주의를 기하고요.”
* * *
2011년 6월 4일. 2010년 성적을 기반으로 선수를 지명하는 2011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뉴저지주 시코커스에 있는 MLB 네트워크 스튜디오 42에서 개최되었다.
2011년까지 탱킹 시즌을 진행할 거라고 방향을 제시한 구단주 정호준의 뜻에 맞춰 컵스는 높은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시카고 컵스처럼 리빌딩을 진행하는 팀들이 존재한지라 1라운드 4픽을 얻어 내는 수준에서 그쳤다.
“시카고 컵스, 프란체스카 랜돌프를 지명하겠습니다.”
투수에 대한 평가가 높고 앤서니 린든이라는 거물급 3루수가 함께 드래프트로 나오지만 않았어도 1라운드 1픽으로 꼽혀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였다. 프란체스카 랜돌프는 201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가 누구냐고 질문을 던지면 항상 꼽히는 이름으로 유격수로서도 타자로서도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선수였다.
“다니엘 포츠 지명하겠습니다.”
정호준이 건드리지 않은 2라운드 지명권은 컵스 보드진들이 회의와 상의 끝에 1루수나 홈런타자로 활용 가능한 다니엘 포츠를 선택했다. 본래 시카고 컵스의 선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카고 컵스. 무츠 바키 지명하겠습니다”
3라운드는 정호준이 원했던 대로 무츠 바키를 뽑았다. 본래 무츠 바키가 5라운드에 선택됐던 회귀 전의 역사를 떠올리면 조금 이른 픽이고, 무츠 바키는 3라운드에 선택될 정도로 번뜩임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러나 시카고컵스나 다른 구단 관계자들의 분석과 달리 무츠 바키는 5라운드에 선택된 선수답지 않게 메이저리그 최고 반열에 오르는 선수였다. 우익수, 중견수, 2루수를 모두 볼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2011년 드래프트를 끝으로 정호준의 시카고 컵스는 포수를 제외하면 최고의 내야수와 최고의 외야수, 최고로 꼽히는 유격수 자원을 모두 팜에 모았다.
‘내년부터는 슬슬 선수 잘 키우는 감독을 알아봐야겠네.’
이제 1~2년 정도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기다리며 우승 도전을 위한 스텝을 밟을 때였다.
* * *
레전드 리그 월드 챔피언십. 짧게 줄여서 ‘레전드컵’이라고 불리게 될 대회의 최초 시작은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Stockholm)의 야외 공연 ‘DreamHack’에서 개최됐었다.
‘DreamHack’은 대규모 컴퓨터 게임 및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축제로 1994년에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번갈아 가며 진행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레전드 리그 월드 챔피언십이 DreamHack에서 개최된 이유는 스톡홀름이 유럽에서 대규모 게임 이벤트의 중심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적당한 관심을 끌며 쏠쏠한 홍보 효과를 일으켰던 회귀 전 역사와 달리 현재 레전드컵은 전 세게적으로 굉장한 관심을 끌었다.
‘걸린 상금이 많은데 주목을 받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지.’
우승팀에게는 우승 상금 100만 달러와 반지, 스킨 판매액 20% 배당 등의 혜택을 지급했고 준우승팀에게는 상금 40만 달러가 지급된다. 4강(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가 탈락한 팀들에게도 10만 달러가 지급하기로 했고, 기본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모든 팀들에게 비행기표와 5성 호텔 일주일 숙박권을 지급했다.
얼마가 배당될지 모르는 스킨 판매액을 제외해도 기본 상금만 160만 달러를 지급하는 대회다. 한화로 환산하면 총 20억 원. 한낱 게임 대회에 걸린 상금이 20억 원에 이르니 관심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정호준은 알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참가 신청서를 보낸 팀의 숫자는 1회차 때 최초의 레전드컵 대회 지원자 수의 3배는 되었다.
지원자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했고, 개중에는 본래라면 없었을 실력자들이 추가로 참석했기에 예선을 뚫는 것조차 고된 일이 되었으나 개념 자체가 투철한 정호준의 지도하에 오랜 시간을 연습에 쏟아부은 호준의 팀에게는 큰 난관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렴풋이나마 들어 본 것 같은 팀네임을 가진 이들을 피하는 일종의 부정(?)을 저질렀다.
‘뭐 이 정도는 저지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조를 짜는 건 어디까지나 주최 측인 리오 게임즈의 몫이다. 본인이 본인 권한을 행사하는 데 부정이라고 말할 것까지도 없으리라. 정정당당도 좋지만 본인이 챙겨 먹을 수 있는 특혜는 챙겨 먹는 게 맞았다.
‘오랜만에 돈템들 사용하니 추억이네.’
현자의 부적과 황금골렘의 심장 등을 사며 돈을 수급하고, 원거리 딜러인 박기태의 캐릭터를 키워 주는 데 주력하며 박기태의 캐릭터를 지켜 주었고, 정호준의 플레이는 스웨덴행 티켓을 얻어 내는 데 큰 지분을 차지했다.
* * *
리오 게임즈가 준비해 준 항공권(일반석, 경우에 대개 1회 경유)으로 스웨덴에 당도한 다른 팀들과 달리 정호준의 팀 KnAA(Korean & American Association)는 정호준의 전용기를 이용해 스웨덴에 도착했다.
가뜩이나 전용기를 타고 와서 일등석보다 편하게 왔는데, 다른 팀들의 도착일보다 이틀은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가볍게 돌아보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 또한 다른 팀과 비교하면 특혜라면 특혜였지만 정호준은 당당했다.
‘우승 확률을 1%는 높였으려나? 억울하면 돈 추가해서 비즈니스석을 타거나, 좀 더 일찍 왔어야지.’
더럽고 치사하다? 승부에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승패가 정해진 게임이고, 박기태와 함께 최초의 레전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레전드컵 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