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83화 (283/335)

283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83)

프리미엄을 25%나 챙겨 주긴 했지만, 어쨌든 정호준은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더 정확히는 진웨이 지분 16.44%(12,679,316주)를 5,700억 원에, 하이스트 반도체 지분 20.27%(119,844,279주)를 5조 3,500억 원 주고 매입했다.

[JHJ Capital 국민연금공단 지분 인수!]

[JHJ Capital, 산업은행 지분 인수!]

[쇼핑하듯 인수합병을 동시에 진행하는 JHJ. 과연 한국에 득이 될까?]

[‘반도체가 미래’라 선언하는 정호준 대표!]

그리고 이 사실은 당연히 언론을 통해 한국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대중들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 반응을 보였다.

6조나 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정호준의 재력에 감탄하는 이들.

한국 기업이 외국계 자금에 넘어갔다 생각하고 기겁하는 이들.

마지막으로 정호준의 성공을 가벼이 여기며 그저 한국이란 나라가 워낙 좁아 자수성가가 불가능했는데, 먼저 용기를 내 행운이 겹쳤다고 생각하는 부류.

인간은 개성 가득한 존재인지라 이 이외에도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만, 신경 쓰일 정도로 반응이 겹치는 건 이렇게 셋이었다.

물론 한국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정호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쌀이 익어 밥이 됐는데, 이제 와서 어쩔 건데?’

이미 대금을 치렀고, 법적으로 문젯거리가 되지 않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넘겨받았다. 게다가 정호준이 지분을 사들인 두 회사 모두 지분 50%를 넘게 소유한 상태다. 과반을 넘겨 경영권 자체를 가져올 수 있는 현재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뒷배가 미국이란 건 참 편해.’

본래라면 돈 외에도 이런저런 사정들을 대입해야 하는 안건이 많았지만,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다수의 일들이 돈만으로 해결되는 데서 편리함을 느꼈다.

* * *

경영권이 JHJ Capital로 넘어왔음을 알리기 위해 정호준은 하이스트 반도체 경영진들과 만남을 가졌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JHJ Capital에 인수되어 영광입니다.”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다 보니, 정호준을 어려워하는 것을 넘어 영광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저야말로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하이스트 반도체 경영진들의 노고는 예전부터 전해 들었었습니다.”

회사가 파산 위기에 놓였음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 봤다.

“저희 임직원 일동은 대표님께서 고용승계를 약속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영진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요구를 해 왔고, 정호준은 잠깐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스트 반도체의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100% 고용승계는 약속할 수 없습니다.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이들에 한해 고용승계를 약속드리죠.”

하이스트 반도체 임직원들은 미래그룹에게 버림받고 산은과 연금관리공단,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눈칫밥을 먹으며 경영 정상화에 힘썼다. 겉보기엔 모두가 으쌰으쌰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이런 따듯한 광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비리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인간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 이기적인 존재였으니 말이다.

‘썩은 부위는 일찌감치 도려내는 게 좋지. 인수합병한다는 명분이 있을 때 하는 거지. 언제 또 대대적인 감사를 해 보겠어.’

만나자마자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정호준의 당돌한 발언에 경영진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나빠졌지만 이내 표정을 풀었다. 회사의 주인이 감사를 진행하겠다는데 말릴 방법도 없거니와, 어쨌든 고용승계를 약속한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언짢은 기색이 느껴졌지만 정호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감사를 진행해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 당장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공장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계획을 세워 뒀지만 새롭게 추가된 라인을 돌리는 건 추후의 일이었다. 당장은 변할 게 없었다.

* * *

정호준이 하이스트 반도체 임직원들을 만나 한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왔을 무렵, 비서팀을 통해 보고가 올라왔다.

“대표님. 일본 투자를 진행 중인 팀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빨랐네요.”

본인의 개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은 만큼 일본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거라 전망한 정호준은 기술적 매입 대신 시장에 나온 주식을 쓸어 담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래도 JHJ Capital 일본법인이 쥐고 있는 자금 규모가 있는데, 조금 빠르긴 빨랐다.

“예산으로 잡아 둔 600억 달러(한화 72조)를 다 썼답니까?”

“보고서를 사내 메일로 올렸다는 것만 보고받았지, 아직 내용까지는 확인하지 못해서요. 파악하고 다시 보고 올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지금 확인하면 되니까요.”

정호준은 가지고 다니는 애플패드를 꺼내 전원을 켰다. 와이파이를 연결해 메일을 열어 보고서를 확인했다.

-카이엔스. 4,5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5,486엔, 투자 총액 2,468억 7,000만 엔.

카이엔스는 자동제어기기(PLC와 주변기기), 계측기기, 정보기기, 광학현미경·전자현미경 등의 개발 및 제조 판매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전자기기회사로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이엔스는 매년 일본 10대 기업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정말 큰 회사다.

-JTT(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 9,3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2,690엔, 투자 총액 2,501억 7천만 엔.

JTT는 일본의 통신 산업을 주관하는 기업으로, 일본 최대의 기업체인 것과 동시에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기업이었다. 일본 10대 기업 중 안정적으로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다.

-하야트 리테일링. 5,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4,844엔, 투자 총액 2,422억 엔.

하야트 리테일링은 일본의 다국적 소매 지주 회사이자 의류를 판매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회사로, 카이엔스와 마찬가지로 10대 기업 중위권에 선정되는 거대 기업이다. 201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유니켈러라는 의류 브랜드도 하야트 리테일링의 자회사였다. 하야트 리테일링은 유니켈러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소유한 소매회사였다.

-Jidec(일본전산). 1억 주 매입. 평균 매입가 2,020엔, 투자 총액 2,020억 엔.

Jidec(일본전산)은 정밀 소형 모터, 전자·광학 부품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1973년 창업된 후로 승승장구를 이어온 기업이다. 일본 10대 기업에 들 때가 있고 하위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기업 중 하나다.

-주자이제약(JUJAI). 1억 주 매입. 평균 매입가 1,160엔, 투자 총액 1,160억 엔.

주자이제약은 제약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본이란 나라에서 시총 기준 최고로 손꼽히는 제약기업이다. 2002년 스위스 대형 제약 회사인 류시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로슈 그룹 산하로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독립적인 경영을 이어 가는 회사였다. 다만 경영은 독립적이어도 쥬가이제약 지분 과반 이상을 ‘로시’라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일본제약기업의 순위를 매길 때 뒤처지거나 아예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산에치 화학공업. 4,5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5,172엔, 투자 총액 2,327억 4천만 엔.

산에치 화학공업은 질소비료 회사로 시작해 다이치 화학공업을 합병하고 1949년 기업 공개를 진행한 화학기업으로, 2008년에는 영구자석식 자기회로를 개발한 이력이 있는 기업이다. 2010년대 들어서 10대 기업 하위권을 맴도는 기업으로 20년대에 들어서도 10대 기업 말석 언저리를 놓고 경쟁하는 기업이었다.

-이쿠텐. 1억 6,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1,630엔, 투자 총액 2,608억 엔.

이쿠텐은 일본 1위의 인터넷 쇼핑몰인 ‘이쿠텐 시장’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한 IT 기업으로 일본 IT 업계에서 JTT와 소프트뱅크 다음으로 큰 규모를 지녔다. ‘이쿠텐’은 일본판 아마존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각종 인터넷 서비스, 신용카드, 은행, 증권, 핀테크, 여행, 프로 스포츠, 전자컨텐츠 유통,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대기업으로 산에치나 주자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10대 기업 하위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기업이다.

-하테치 제작소. 6,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3,740엔, 투자 총액 2,244억 엔.

가정용 전자제품, 반도체, 컴퓨터, 디스플레이장치, 통신기기,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자동차용 전기기기, 반도체 제조기기, 중전기기, 조선, 철도 차량, 발전장치, 의료기기, 금속 및 화학 제품, 금융 서비스 등 광대한 제품군을 제작해 판매하고 전성기 시절에는 자회사의 숫자만 400개가 넘기도 했었다. 10위권에서 경쟁하다 20년대에는 20대 밑으로까지 밀려나는 기업이다.

2010년도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는 기업이지만 아직은 투자하기 나쁜 기업이 아니었다.

-무라마사 제작소. 7,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2,900엔, 투자 총액 2,030억 엔.

무라마사 제작소는 일본 굴지의 전자 부품 기업으로,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17~22위를 오가는 기업이다. 매년 한화로 조 단위 이상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는 알짜배기 회사였다.

-다이치 공업. 6,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3,960엔, 투자 총액 2,376억 엔.

다이치 공업은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에어컨, 화학 제품 제조 기업으로 일본 재계 15~21위 사이를 오가는 기업이다. 무라마사 제작소와 마찬가지로 일본 재계에서 15~22위를 놓고 경쟁하곤 했다.

-세븐&트웰브 홀딩스. 8,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3,080엔, 투자 총액 2,464억 엔.

세븐&트웰브는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 트웰브 제팬의 지주회사로 일본 물류 및 유통을 업으로 삼는 기업이다. 세븐&트웰브는 캐나다나 미국에서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었고, 편의점 외에도 백화점도 따로 운영 중이었다.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투자해서 나쁠 게 없는 회사다. 일본 재계 10위권 말석이나 20위권 초중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기업으로 2020년대 들어서면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나긴 하나 하테치와 마찬가지로 당장은 투자하기에 나쁜 기업은 아니었다.

-다이요 전자. 2,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1,886엔, 투자 총액 377억 2천만 엔.

다이요 전자는 수동소자(공급된 전력을 소비·축적·방출하는 소자로, 증폭 정류 등의 능동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소자)를 주력으로 하는 전자부품 제조사다. 유전체 세라믹을 사용한 콘덴서나 페라이트 세라믹을 사용한 인덕터와 같은 수동 전자부품과 전자부품 기술을 살린 고밀도 실장에 의한 블루투스나 LCD 백 라이트 모듈 등의 파트 어셈블리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기업이다.

-다나카 약품공업. 1억 주 매입. 평균 매입가 4,950엔, 투자 총액 4,950억 엔.

일본 최대의 제약 기업이며, 항암제, 위장관질환, 중추신경계, 백신 분야에 강점을 둔 기업이다. 아일랜드 제약회사 ‘샤이트’를 460억 파운드(약 620억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인수해 20년도 이후에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를 지닌 제약회사로 발돋움한다.

-아리스텔라스 제약. 1억 5천만 주 매입. 1,918엔, 투자 총액 2,877억 엔.

2005년 후지사 약품공업과 야마니카 제약이 합병해 생겨난 기업으로 성과주의 기조가 철저하고 비뇨기관 영역에서는 세계 제일의 자리를 차지한 기업이었다. 아리스텔라스의 주력 상품인 베시케X나 미라베X론과 같은 약은 매년 2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상품을 보유했고 2012년 매출 기준으로 세계 18위권에 랭크인하는 기업이다.

-오츠타 홀딩스. 7,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3,300엔, 투자 총액 2,310억 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란색 이온음료를 파는 회사로 음료 회사일 것 같지만 회사의 모태는 제약회사였다. 일본 5대 제약회사 중 하나로 조현병 치료제인 ‘아빌리x이’를 판매하는 것 외에도 수액 업계의 절대강자다. 그리고 중추 신경 영역 및 암 치료제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회사였다. 본래는 법인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됐으나 지주회사의 필요성을 느껴 홀딩스를 설립한 뒤 상장했다. 10배의 수익을 내게 해 준다는 등 기적적인 수익률은 기대할 수 없지만, 기다리다 보면 주가가 2.5배 이상은 오를 효자 종목이었다.

-화닉. 1,9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15,000엔, 투자 총액 2,850억 엔.

일본 굴지의 산업용 로봇과 공작기계를 제조하는 회사다. 공장 자동화 설비 전문 업체로 공작 기계용 CNC 장비 분야에서 있어서는 일본 국내 시장 점유율 70%,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점유한 세계 최고였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로 꼽힌다. 기업 차원에서 노란색을 매우 선호하기 때문에 본사 건물의 외벽부터 직원 유니폼, 제품의 색깔까지 모두 노란색인 특이한 기업으로 투자가치는 매우 높았다.

-히야. 7,0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2,900엔, 투자 총액 2,030억 엔.

히야는 일본의 광학 기기 제조사로 레이저 장비부터 안경, 콘텍트렌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보통 카메라 렌즈 필터 회사로 알려진 회사다. 궤도에 오른 후로 일본 재계 서열 30위 밖으로 나간 적이 드문 꾸준하고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기업이었다.

-SMMC 주식회사. 1,5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14,800엔, 투자 총액 2,220억 엔.

SMMC(Sintered Metal Manufacturing Corporation)은 산업 자동화를 지원하는 공기압력 제어 엔지니어링을 전문으로 삼는 기업으로 방향 제어 밸브, 액추에이터, 에어라인과 같은 제어 시스템과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다.

-도쿄해운 홀딩스. 1억 6,500만 주 매입. 평균 매입가 1,280엔, 투자 총액 2,112억 엔.

미츠바시 그룹에 소속된 보험회사로 도쿄해운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일본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보험회사다. 도쿄해운이 미국 시장에 강점을 보유한 이유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약화된 미국 대형 보험사들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다 쓸 수 있나 고민 많이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쓰는 건 정말 한순간이구나.’

JHJ Capital 일본 법인은 주식을 사들이는 데만 4조 4,346억 엔. 한화 44조 3,460억 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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